한국 환경정책의 변화와 과제, 1960s~2020s
초록
이 논문의 목적은 환경행정과 환경정책이 시작된 1960년대부터 2020년대 현재까지 한국 환경정책의 변화와 발전을 시기별로 살펴보면서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고찰해 보는 것이다. 연구방법은 문헌분석과 기존데이터 분석을 이용하였다. 연구결과, 한국 환경정책의 시간적 틀은 사후적 억제에서 사전적 예방, 미래지향적 창조적 정책으로 변하고 있고, 정책수단은 규제정책에서 경제적 유인책으로 그리고 자발적 참여와 협력적 정책으로, 그리고 분절적・단편적 정책에서 통합적이고 연계된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파악하였다. 이와 더불어 환경정책의 중요 변화요인을 제시하고, 환경정책의 과제로 환경정책의 범주 확대, 제도적 정합성의 향상을 위한 환경조직의 발전방향, 생태적 한계용량을 감안한 적극적 환경정책, GDP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참발전지수(GPI) 등의 도입과 활용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xamine the changes and developments in South Korea's environmental policy from the 1960s when environmental administration and policy began to the present 2020s, evaluating the achievements to date and reflecting on future tasks. The research methods utilized literature analysis and analysis of existing data. The research results indicate that the temporal framework of South Korea's environmental policy is shifting from reactive control to proactive prevention, future-oriented creative policies, with policy instruments evolving from regulatory policies to economic incentives, voluntary participation, cooperative policies, and fragmented, piecemeal policies to integrated and coordinated policies. Furthermore, key changes in environmental policy are identified, and suggestions are made for expanding the scope of environmental policy, developing environmental organizations to improve institutional coherence, advocating for proactive environmental policies considering ecological carrying capacity, addressing the limitations of GDP, and proposing the introduction and use of indicators such as 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 to aim for sustainable development.
Keywords:
South Korean Environmental Policy, Factors Influencing Environmental Policy Changes, Organizational Structure of Ministry of Environment, Institutional Consistency, Environmental Policy Scope, Genuine Progress Indicator(GPI). USA EPA, France Department of Ecological Transition키워드:
한국환경정책변화, 한국환경정책변화요인, 환경정책과제, 환경부처조직, 제도적 정합성, 환경정책범위, 환경한계용량, 참발전지수, 프랑스 생태전환부, 미국 환경청I. 서론
이 글의 목적은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한국 환경정책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그간의 공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탐색해보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환경정책은 1963년 공해방지법이 제정되고 보건사회부(이하 보사부)의 위생계가 환경담당 부서로 정해지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0년에는 보사부의 독립외청인 환경청으로, 1990년에는 환경처로, 그리고 1994년 환경부로 발전해 왔다.
그동안 환경부의 환경행정과 환경정책은 양적인 면에서는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환경행정과 환경정책의 과제는 빠르게 누적되고 있고 갈길은 더 멀어 보인다. 이 글은 1960년대부터 2023년 까지 통시적인 관점에서 환경정책 변화를 살펴본다. 그리고 환경정책 변화의 큰 흐름을 찾고, 변화의 동인을 분석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은 주로 문헌분석과 기존데이터 분석에 의존하였다. 문헌분석은 환경행정과 환경정책 관련 기존 연구, 환경부처에서 발행한 환경보전, 환경백서를 비롯한 환경부 문건, 언론보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현 한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기업측의 문헌, 환경민간단체의 관련 문건등을 등을 종합적으로 참조하였다. 기존 데이터 분석은 환경보전, 환경백서, 환경통계연감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이용하였다.
이 글의 구성은 한국 환경정책의 시작과 변화를 1994년 환경부 출범 전후로 나누어 설명하고, 환경부 출범후 부터는 10년 단위로 구분하되 정권별로 세분화하여 시기별, 정권별 환경정책의 흐름과 차이를 같이 분석하였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환경정책 역시 정치 경제적 변화와 세계 흐름의 변화에 영향받으며 변화한다. 환경정책의 변화도 이러한 큰 맥락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Ⅱ. 환경정책 관련 기존연구
행정학계나 정책학계의 환경행정이나 환경정책 관련 기존연구를 보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을 통시적인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는 많지 않다. 환경정책의 변화를 1960년대 이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부-기업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 연구(문태훈, 1992, 1993), 1945년 이후 자연환경, 물, 대기, 폐기물, 환경교육. 민간환경운동 등 분야별로 현황, 법・제도・정책, 행정조직, 오염사고 등을 광범위하게 고찰한 연구(김광임, 1996), 환경정책의 발전이 정책분야별로 환경오염사건, 지방자치제도의 시행, 국제적 스포츠행사, 경제위기 등 어떤 요인에 의하여 주로 이루어졌는지를 중심으로 고찰한 연구(이정전・정회성, 2003), 1971년부터 2001년까지 산업화 과정에서 자원소비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양태로 일어났는지를 자원소비지표를 이용하여 분석하면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연구(오용선, 2003) 등이 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960년대 이후 환경행정과 환경정책의 큰 흐름과 세부 환경정책의 역사적 변동과 전망을 담은 포괄적인 연구서가 출간되었다(박순애외 8인 공저, 2015). 논문으로는 1960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자연보전정책 변화를 다룬 논문(문태훈, 2015), 외국 환경정책의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한국의 환경정책과제와 연계시키는 연구보고서(명수정 문현주외, 2017),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하여 기후변화, 환경 관련 키워드의 변화추세를 분석하고 이를 기후정책, 환경정책 과제와 연계시키는 연구(최충익 김철민, 2018; 이천환 황한수외, 2021), 정부 환경정책의 방향과 과제 등에 대한 연구(임동순 노상환, 2022, 문태훈 2021, 윤경준 2017)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환경정책의 변화에 대한 장기적이고 통시적 관점에서의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고 더구나 최근까지의 환경정책 변화를 다루는 연구는 희소한 형편이다.
Ⅲ. 1990년대 이전, 환경정책의 태동과 변화
1. 공해방지법(1963)
한국의 환경정책은 1963년 공해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해방지법은 시행을 위힌 조직, 인원, 예산의 배정이 없는 상징적인 환경정책에 불과하였다(환경처, 1987; 문태훈, 1992). 당시 공해방지법의 제정은 경제개발을 위한 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급조한 공해방지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사부가 상징적인 공해방지 정책의 발전을 위하여 1968년에 환경보호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하고(동아일보, 1968.5.27), 전국 공장지대에 대한 공해조사를 실시하고(조선일보, 1969.4.20), 공해배출업체를 도심 외곽지역으로 이전시키려는 등(조선일보, 1969. 4.20) 일련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사부의 이러한 노력은 다른 정부 부처로부터 어떤 긍정적인 협조도 받지 못하였다(한국일보, 1969.2.6; 문태훈, 1992).
그러나 1970년대에 환경정책은 변화를 보이게 된다. 보사부는 1971년 공해방지법을 개정하는데, 이 개정법으로 보사부는 공해배출업소에 대하여 허가, 취소, 이전 등의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고, 공해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공해문제 중재위원회를 두도록 하였다. 그리고 공해방지 기술의 개발을 위하여 공해방지협의회를 신설하게 되었다. 이 법의 개정과 시행령으로 보사부는 산업체에 대한 오염배출기준을 정하고 공해배출시설과 배출시설 주변에 대한 환경규제도 가능하게 되었다(환경청, 1986: 83-84; 문태훈, 1992). 그러나 이러한 법과 정책의 변화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산업체의 오염물질배출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여 배출되었고, 개선명령을 보사부가 내려도 개선명령은 준수되지 않았다. 울산공단에 입지한 대부분의 대형공장들은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고, 있다 하더라도 시설들을 가동하는 경우는 지역주민들이 공해로 인한 문제를 호소하고 주민불만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때 뿐이었다(서울신문, 1971.1.23.; 김성수, 1989:97; 동아일보, 1982.11.25; The Korea Times, 1975.10.15; 문태훈 1992)
2. 환경보전법(1977)
1960년대 중반에 환경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할 무렵, 보사부는 전국의 공해실태를 조사하고, 공해방지시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공해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등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보사부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경제부처들에게 경제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우려를 일으키게 되었고,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공해’라는 말조차 언급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분위기로 변하게 되었다(조선일보, 1971.1.6). 결국 공해문제에 대한 보사부의 관심은 다른 경제부처들의 경제문제에 대한 우려속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시 보사부가 경제기획원에 7,800만원의 환경예산을 요구하였다가 1,180만원으로 삭감된데서도 나타나고 있다(조선일보, 1971.1.6.; 문태훈, 1992).
보사부는 1974년 공해방지법을 개정하여 법령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하였으나 관련부서-상공부, 건설부, 재무부-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하였고(구연창, 1981;673), 1976년에는 공해백서를 출간하면서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제기하였으나 이 역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유인호, 1983:38). 정부의 공해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환경관계 예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1975년 보사부의 환경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0.06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환경청, 1986:79; 문태훈 1992).
그러나 1977년초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보사부는 새로운 환경보전법 초안을 만들게 된다(조선일보, 1977.1.13; 한국일보, 1977.1.13; 동아일보, 1977.1.12). 이 환경보전법은 1977년 12월 31일에 선포되고, 1978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였다. 환경보전법은 “공해로부터 공중의 건강과 위생을 보호하고 환경을 적절히 보전함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함”을 동법의 목적으로 천명하였고, 환경기준, 환경영향평가, 정기적인 공해배출 감시, 공해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대한 특별관리지역의 선정, 환경조사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공해방지법과 환경보전법을 비교하면 환경보전법은 공해방지법에 비하여 포괄적인 환경보전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된 환경법이며 환경정책의 중요한 진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보전법의 제정만으로 환경정책의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오지는 못하였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도입되었으나 실질적인 집행책임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사부 장관과의 환경영향평가 사전협의는 형식적인 것이었고, 1978년 정부예산 중 환경관련 예산의 비중이 0.071%에 불과한 상태에서 환경정책의 집행력은 미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사부는 환경보전법에 근거하여 1979년 1월부터 공해방지시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업체들의 강한 반대와 재정적 지원 요구로 정부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저리의 재정지원 재원을 마련하였으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재정지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공해방지 설비를 갖추고 있는 기업들도 설비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았는데 이는 공해방지 시설의 운영비보다 지역주민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었다(Kim, 1989:62; 문태훈, 1992).
3. 환경청의 설립 (1979.5.17)
1979년 5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최규하 국무총리에게 환경보전을 담당할 정부부처의 신설을 지시하였다. “환경문제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은 환경문제에 대한 혼란만 야기시키고, 환경문제에 대한 산발적인 대처는 환경정책의 비일관성을 초래한다”는 것이 환경담당 부처 설치 지시의 기본적 이유였다(조선일보, 1979,5.18; 동아일보, 1979,5.18; 문태훈, 1992). 기업은 환경청의 설립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이는 “분산되어 있는 환경정책 권한은 혼란을 야기시키고, 일관성이 결여된 환경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종합적인 책임과 집행권한을 가진 환경 전담기구의 설치”를 건의한 전경련의 건의서나(1971 전경련 사업보고서, 1972:72-74), “행정 및 기술적 지침을 통합하여 행정절차상의 복잡성을 감소”해 달라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건의(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1982:242)들을 수용한 조치였기 때문이었다(문태훈, 1992).
기업들의 반대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보사부의 환경청 설립안은 다른 정부부처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게 된다. 보사부의 설립안에 의하면 교통부로 부터는 차량관계 환경업무 7가지, 건설부로부터 8가지의 수질관련 환경업무를, 농수산부로부터는 토질오염에 관련된 2가지 환경업무를, 그리고 내무부로부터는 해양오염에 관계되는 20개에 해당하는 환경관계 업무를 환경청이 담당할 것으로 되어 있었고, 환경청은 610명의 인원을 가진 다섯개의 국과 한개의 실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련부처들의 강한 반대로 환경관련 업무의 이전은 무산되었고1) 환경청 조직도 3국과 1개 부서-기획조정국, 대기보전국, 수질보전국과 총무부-로 축소 조정되었다(환경청, 1980). 환경정책의 집행권한과 책임은 여전히 분산된 채 그대로 남게 되었다. 환경청은 보사부의 독립 외청으로 설치된 최초의 환경 전담부처였으나 환경관련 정책의 책임과 집행 권한은 여전히 분산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문태훈, 1992).
4. 1980년대의 환경정책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기였던 1973년부터 시작한 정부주도의 과도한 중화학공업 정책추진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1970년대 말의 석유파동으로 극명히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제적 문제점에 더하여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적 정통성을 결여한 채 출범한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축소하고 민주화를 진행시키며 안정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주도 경제에서 민간주도 경제체제”로 정책기조를 전환하게 된다(World Bank, 1987; 경제기획원, 1984:55; 김기환, 1988:14; 문태훈, 1992).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사항은 5공화국에서 제정된 새헌법이 환경권 조항을 신설하였다는 점이다(헌법 제 33조).
환경청은 이러한 정책기조의 전환과 환경조항의 신설은 정부가 경제문제로 인하여 등한시하던 환경문제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정부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환경청, 1987:24-25; 문태훈, 1992).
그러나 1992년에 시행한 면담에서, 전직 보사부장관은 “1980년대의 환경정책 역시 정부내의 지배적인 경제논리를 극복할 수 없었고, 기업들도 환경정책에 대하여 심하게 반대할 이유도, 환경정책을 충실히 지켜나가야 할 어떤 유인도 가지지 않았다”고 회고하였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면담에서 상공회의소의 한 연구원도 “1980년대에 들어 환경청이 발족되었고, 환경보전법이 두차례나 개정되어 환경정책이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환경규제가 기업들이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로 엄격한 것이 아니었고, 새 정부가 환경보전을 위하여 경제를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5공화국 새정부에 구태여 심각한 반대를 제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문태훈, 1992).
1980년대에 환경보전법은 1981년, 1986년 두차례 개정된다. 1981년 개정은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을 확대시키고, 공해방지시설 설치의무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출부과금 제도와 환경오염방지기금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기업들이 그간 수차례 건의하던,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향의 환경법 개정이었다. 또, 대기환경기준과 수질환경기준의 배출허용 한도를 설정하였는데 여기서도 기업의 의견은 충실히 반영되고 있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위하여 카탈릭 컨버터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여론에 환경청은 자동차 생산비용의 증가와 기름값 상승요인을 이유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강화의 어려움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배출부과금 제도에서 배출부과금은 공해방지 시설의 운영비보다 낮게 책정되었다.
환경영향평가는 1977년 환경보전법에 의하여 처음 도입되어 1981년 3월부터 정부기관과 공기업에서 행하는 대규모 사업을 대상으로 제한된 범위내에서 실시되었다. 그러나 사업지가 선정되기 전에 작성되는 기초계획에 대해서만 시행되었고, 타 정부부처는 환경영향평가를 일상업무에 추가되는 부가적인 업무로 생각하고, 사업계획의 조정과 필요한 사항의 요구를 환경청의 권한을 넘는 고유업무영역에 대한 간섭으로 생각하였다. 타 정부부처는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고, 비협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환경영향평가는 공식적인 절차만 만족시키는데 급급하게 운영되었다(문태훈, 1992).
1986년의 환경보전법 개정은 1985년을 전후한 온산공해병 사건으로 공해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을 사기업에서 행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장하고, 배출부과금 제도에 기본부과금을 도입하여 배출부과금 제도를 보완하고, 차량 생산시에 배기가스 검사결과를 첨부시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경련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기본부과금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검사결과서의 첨부요건 철회를 주장하였다. 결국 환경보전법 개정안은 기본부과금 제도를 삭제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에 대한 의무조항을 완화시키고 국회를 통과하였다(1986 전경련 사업보고서, 1987; 문태훈 1992).
환경기준은 1980년대 후반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1987년부터 강화되었는데 이는 미국, 캐나다, 유럽에 자동차 수출을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 환경기준의 집행은 미약하였다. 공해방지시설 운영비가 배출부과금을 상회하였기 때문에2) 공해방지시설을 설치하고도 운영하지 않는 업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3)
1986년 개정된 환경보전법으로 환경영향평가는 사기업에서 행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대상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업들에 대해 기업체들은 관련 주무 경제부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부처들은 비협조이고, 환경영향평가서 검토후 수정요구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환경영향평가는 무력하였다(문태훈, 1992).
결과적으로 환경청은 환경문제에 대하여 미온적으로 반응하였고, 이는 결국 시민들이 환경단체를 스스로 조직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환경단체와 더불어 공해문제성직자협의회,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공해추방운동청년협의회, 이 둘이 통합된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많은 환경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한국일보, 1987.5.31; 동아일보, 1987.6.4). 환경민간단체들은 환경청이 공해문제의 해결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환경관련 정보를 숨겨 결과적으로는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체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보호해 주는 결과”를 가지고 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동아일보, 1987.6.5). 이러한 상황하에서 환경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하여 더욱 비판적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문태훈, 1992).
Ⅳ. 1990년대~2020년대 환경정책의 변화와 발전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의 환경정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발전하였다. 특히 양적인 측면에서 환경부 조직과 예산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강화되었다. 1990년 기준으로 환경처4)의 예산은 902억원, 건설부, 산림청, 해운항만정, 수산청, 내무부 등 다른 부처의 환경관련 예산은 1,622억원, 총 환경관련 예산은 2,524억원이었다. 이중 환경처 예산은 35%, 건설부의 환경관련 예산은 1,239억원으로 총 환경관련 예산의 49%로 환경처보다 건설부의 환경관련 예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총 환경관련 예산은 8조 7,983억원, 환경부의 예산은 8조 5,699억원으로 환경부 예산이 전체 환경관련 예산의 97%를 차지한다.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환경관련 업무와 예산이 환경부로 집중된 것이다. 1990년~2020년 사이에 정부의 총 환경관련 예산은 약 35배가 증가하였는데 환경부 예산은 85배 증가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예산은 1990년 27.4조에서 2022년 513.5조로 18배 증가하였다. 정부 전체의 예산 증가보다 환경예산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온 것이다(국회예산정책처, 2020; 기획재정부, 2021; 환경부, 2022.1; 임동완, 2018). 환경부의 정원도 1990년 382명이었는데 2022년 환경부 정원은 2,704명으로 증가하였다. 30년 동안 환경부는 재정적, 인적 측면에서 비약적 성장을 해온 것이다(환경백서, 1990, 2020, 2021 각년도).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국내외 정세의 변화와 환경관련 이슈의 변화를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이후 세계의 환경관련 논의는 급속히 발전하였다. 특히 1992년 브라질 리우정상회의 이후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논의와 이행노력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김영삼 대통령 시기(1993.3-1998.2) 지방자치 시행과 지방의제21의 확산, IMF 재정위기(1998), 김대중 대통령 시기(1998.2-2003.2) IMF 재정위기의 극복 노력과 대통령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설치로 지속가능발전과 녹색성장 관련 논의가 환경정책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2003.2-2008.2) 추진된 국토균형발전정책으로 중앙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만들어지고, 전국 각지에 기업도시, 혁신도시들이 건설되면서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부터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강조되었고,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녹색성장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는(2008.2-2013.2)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녹색성장을 역점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녹색성장 관련 논의와 정책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녹색성장 사업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4대강 사업은 숱한 찬반론의 대립,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정권변화에 따라 같이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공과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헤 대통령 시기(2013.2-2017.3)에는 2015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제사회의 발전목표로 새로이 제시되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1992년 이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던 교토체제를 대체하여 모든 UN 회원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파리협약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과 녹색경제를 향한 논의와 이행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국내 전파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준비와 대응의 중요성이 인식된 시기였다. 창조경제, 복지정책이 주된 국정과제로 추진되었고 환경문제도 환경복지 차원에서의 접근이 강조된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 시기(2017.5-2022.4)는 평등・공정・정의 사회가 강조된 이념적 시기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인수공통 전염병이 2020년 1월 부터 한국과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이 2020년 7월에 선포되고 추진되었다. 부동산 3법의 시행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영끌” 부동산 매입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2019년부터는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가 극심한 월경대기오염문제를 야기하여 미세먼지대책이 강화되었고, 2020년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선언되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서방 민주국가들과 러시아와의 대결, 그리고 미・중 패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탄소국경조정체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중심으로 핵심 공급망 재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방 강대국 진영을 중심으로 기존의 신자유주의 무역 시스템과는 다른 흐름으로, 게임의 법칙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국제정치와 무역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정부역할과 정부정책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1. 1990년대~2020년대 환경질과 환경행정의 변화 개관
우리나라 환경의 질은 대기, 수질, 폐기물 부문 등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자연환경, 미세먼지, 오존, 산성비, 지정폐기물, 비료와 살충제의 경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행정은 보건사회부의 위생계 ➜ 환경청 ➜ 환경처 ➜ 환경부 등 조직적으로 크게 발전하였으며 환경부처의 예산도 정부 전체의 예산 증가율이나 타 부처 예산의 증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환경질의 변화를 대기질, 수질, 폐기물, 산성비, 자연생태 부문별로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기질 변화를 보면, 1990년대 이후 2019년 또는 2020년까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은 TSP, PM10, PM2.5, VOC등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특히 2014년 이후 급속히 증가하였다가 2018, 2019년 무렵에는 다소 감소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1990년 이후 IMF를 겪은 1998년도에 잠시 감소했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2015년에 6.34억 tCO2eq로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2020년에는 5.8억 tCO2eq로 감소하고 있다.
국가 NO2 배출량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2004년 무렵에 정점을 찍은후 2009년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2010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하여 2018년까지 지속되다가 이후부터는 감소추세로 변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시 등의 NO2 오염도는 2003년 이후에 대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NO2 오염도는 1992년 이후 계속 감소하였으나 NO2 일 최고농도는 1시간 평균기준을 2019년까지 초과하고 있었다.
대도시에서는 오존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서울시의 오존농도는 1992년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5년부터 2019년 까지는 계속 증가추세이다. 서울시의 최고 오존농도는 1시간 오존 평균 기준농도를 지속적으로 초과하고 있다. 감소 추세를 보이는 NO2 농도와 달리 오존 농도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등 주요 대도시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어 오존오염이 대도시 대기질 관리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수질변화 추이를 4대강 BOD 변화 추이로 살펴보면, 대부분 1981년부터 2019년 까지 지속적인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강 팔당지점의 BOD가 가장 낮고 영산강 나주 지점이 가장 높은 BOD를 보이고 있어 영산강의 수질은 1980년대 이후 다른 수계보다 오염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생활 폐기물 발생추이는 발생총량 변화로 보면 종량제 시행과 더불어 1991년 이후 뚜렷한 발생량 감소, 1998년 부터는 다소 약해진 발생량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6년 전후로 조금씩 상승추세로 반전되고 있다. 지정폐기물은 1998년 IMF 시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는데 2010년 이후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폐유기용제, 폐유, 폐산, 의료폐기물, 폐알칼리 등의 발생량이 2010년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더 필요해 보인다.
농약과 비료사용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다. 농약의 사용량(kg/ha)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2008년 이후 2012년까지는 감소하다가 그 이후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료의 사용량은 197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1994년 이후 감소추세가 이어졌는데 2010년 이후에는 다시 증가세로 변하고 있다.
대도시의 산성비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 빗물 산도는 심한 등락을 보이지만 2008년~2010년 까지는 감소 추세 였으나 그 이후로 2020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시의 산성비는 건강상의 문제 뿐 아니라 도시 토양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생태 환경 변화도 긍정적, 부정적 변화 모습이 양적・질적 측면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고 생물다양성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주요 생물서식지인 산림과 농경지의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이다. 산림과 농지는 1980년대 말 대비 2023년 산림 11.6%, 농지 24.9%가 감소하였다. 초지는 162%, 내륙수계는 23.7%, 담수(습지)는 152% 증가하였다(관계부처, 2023:7). 그러나 습지의 총량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생태적 중요성이 높은 습지가 소실되거나 면적이 감소한 곳도 많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수행한 전국 습지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습지 74곳이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실되고 면적이 감소한 습지 165곳중 90%는 논, 밭, 과수원 등 경작지 또는 도로시설물로 바뀌는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변화였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9). 4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19-2023)의 주요 지표들의 목표 대비 성과를 보면 육상보호지역 면적은 국토면적의 17%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17.3%를 확보하였고, 외래종 지정수는 목표 209종 지정을 훨씬 초월하는 557종을 지정하였고, 생물다양성 인지도는 목표 90% 대비 86.7%를 달성하여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해양보호지역 면적은 목표 10% 대비 2.13% 확보에 그쳤고, 연간 산지 증가 목표는 20km2 였으나 연간 47km2 감소하였고, 지속가능 농산물 비율은 5% 목표 대비 2.8% 감소하였으며,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개발협력(ODA) 비중은 목표 4.1% 대비 1.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박진영, 2024, 손요한, 2024). 국내 생물다양성과 인식의 증진도 중요하지만 ODA에서 생물다양성을 위한 기여는 실질적으로 제로상태여서 ODA 정책 개선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표 1>은 1990년 이후 환경부의 환경분야별 예산과 인력변화를 보여준다. 환경부의 예산 규모는 1990년 902.14억원에서 2022년 108,389억원으로 120배가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에 정부예산은 22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환경부 예산이 급속히 팽창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에 환경부의 정원은 1990년 382명에서 2022년 2,704명으로 7배 증가하였다. 환경부 예산의 증가는 물관리기능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전되면서 물관련 예산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2022년 환경부의 부문별 세출예산 규모는 기후대기환경부문이 4.29조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물환경과 수자원 부분이 각각 3.34조, 0.89조로 물부문 예산이 4.25조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예산에서 환경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에는 1.06%였으나 2022년에는 2.19%로 증가하였고, GDP 대비 환경부 예산의 비중은 1990년 0.19%에서 2000년 0.53%로 증가하였으나 이후 비중이 감소하다가 2020년 0.50%로 증가하였다.
2. 1990년대 환경정책의 변화
1990년대는 신자유주의 경제발전 모델에 기반한 무역자유화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자본, 기술, 인적자원의 국제적 이동이 더욱 확대되고, 관세와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무한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였다. 한국에서 규제완화 흐름은 난개발을 초래하면서 무분별한 토지이용으로 환경훼손이 심화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1992년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 이후 지속가능발전 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고 지방의제21의 수립과 이행에 민간환경단체(NGO)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시민참여가 대폭 확대되는 시기였다. 동시에 김영삼 정부에서 추진된 지방자치제도의 전면적인 시행은 지방자치와 분권화의 흐름을 촉진하였다.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선거로 선출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발정책이 많아지고 난개발에 따른 환경훼손과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시기였다. 김영삼 대통령 시기였던 1997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1998년 IMF 구제금융과 ‘금모으기 국민운동’ 등 범국민적 노력으로 극복되었으나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있어 한국의 경제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1990년대 환경정책은 노태우 대통령 시기에(1988.2-1993.2) 환경청이 국무총리실 소속의 장관급 부처인 환경처로 승격되고(1990년 1월), 같은 해에 환경정책기본법,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환경오염피해분쟁조정법, 소음진동규제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6개 환경관련 개별법이 제정된다. 환경정책의 기본적인 법체계가 구비된 것이다. 보수적 군부정치 시대에 환경정책의 제도적 기반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이를 위한 환경부처의 지속적인 노력이 결실을 본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기(1993.3-1998.2)에는 환경처가 환경부로 승격되었고(1994.1),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되어(1993.6) 같은 해 12월에 시행되었다. 1994년에는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어 사전예방과 경제적 유인정책의 기반이 마련된다. 1994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과 지방의제21이 국내에 소개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의제21을 민간,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가 협력하여 작성하고 이행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1997년에는 환경부가 지방의제21 작성지침을 수립하는 등 환경정책에서 민간의 참여와 민관 협동의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방의제21은 계획과 정책이 목표와 문제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비전과 목표설정을 위한 합리적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변화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1995년 최초의 지방의제21이 수립된 후 한국의 지방의제21은 전국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2010년 12월 기준으로 248개 지방자치단체중 16개 광역지자체, 205개 기초지자체로 총 221개 지자체 중 거의 90%의 지자체가 지방의제21을 수립하는 성과를 이루며 국제사회에서 모범사례로 주목받기도 하였다. 지방별로 환경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된 반관반민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가 만들어지고 지속협이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방의제21’을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성과는 1994년부터 본격화된 지방자치제의 시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던 주민과 민간환경단체들이 지방의제21을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만들고 이행하게 된 것은 적어도 정책과 계획의 형성단계에서 민간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2. 2000년대 환경정책의 변화
새천년 2000대를 맞이한 정부는 김대중 정부(1998.3-2003.2)였다.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 시기에 닥친 IMF 재정위기 극복에 올인한 정부였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벤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벤처 열풍이 불어 대학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였고, 대학내 벤처 창업센터가 생기기도 하였다. 많은 국민들이 IMF 재정위기 극복을 위하여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힘을 보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재정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는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아니라 IMF가 강권한 산업합리화와 긴축재정을 받아들임으로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고, 기업과 은행 심지어 종자 산업체까지 외국에 매각되는 일이 빈번하였다. IMF 이후 한국의 경제구조는 변하였다. 청년실업률이 증가하고, 정부지출의 급격한 감소와 노동 유연화 정책은 수많은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정규직과 임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2중 구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후 노동시장의 2중 구조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이은 노무현 대통령은(2003.2-2008.2) “참여정부” 기치하에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였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위하여 수도를 세종시로 천도하려던 시도는 세종시에 수도의 행정기능을 이전시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건설하여 수도권의 연구원, 기업, 공기업 들을 지방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참여정부 말기에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닥치게 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정권을 맡은 이명박 정부는(2008-2013) 녹색성장을 미국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내세우고 2009년 2월, 저탄소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위원회로 설치하고, 같은 해 7월에는 환경연구원(KEI)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설립하였다. 2009년 7월부터는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시작하여 불과 2년 3개월 만인 2011년 10월에 완공을 선언한다(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4대강 사업의 공과와 4대강 보의 유지여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평가되고 있어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발 경제위기를 녹색성장 정책으로 선방한 나라로 평가한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는 4대강 사업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기업들이 소외되었고, 하천 생태계를 파괴했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생산과 녹색성장 관련 일자리와 매출액이 늘어나지 않았고 탄소배출은 오히려 계속 증가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6)
환경부와 환경관련 조직은 2000년대 초반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 중요한 발전적인 변화가 있었다. 2000년에 대통령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국토이용과 환경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하여 환경부내에 국토환경보전과가 2001년 신설되었다. 2002년에는 산업단지내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업무를 지방으로 위임하고 4대강 환경감시대를 정규조직화하여 환경사범에 대한 특별사법 경찰기능을 강화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시기(2003.2-2008.2)에는 환경정책국이 환경정책실로 개편되어 협의 조정기능을 강화하였고, 유역환경청의 화학물질관리, 환경영향평가, 수질총량관리 기능 등을 강화하였다. 2003년에는 한반도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적극적 생태계 보전정책을 확대하였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2008.2-2013.2)중 2008년 취임 후 2010년 이전까지 환경정책은 2008년에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수립하면서 시작되었다. 2009년 7월에는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수립 발표하고 동시에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2009년에는 녹색생활 확산을 위한 “Me First” 운동 등 국민인식 제고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으며, 같은 시기에 건강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되었다.
3. 2010년대 환경정책의 변화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를 추진하면서 녹색성장기본법을 2010년 1월에 제정하고 2010년 4월 부터 시행하였다. 대통령 소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설치되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일반법인 지속가능발전법으로, 대통령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격하되었다. 녹색성장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을 법제화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일반법으로, 수단적 성격을 가진 녹색성장이 녹색성장기본법으로 제정되고(2010.1)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설치되었다. 머리와 손발이 뒤바뀐 어긋난 위계의 법과 정책체계가 되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로 후퇴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시기(2013.2-2017.3)에는 2013.3월에 환경부와 국토부의 국토-환경 연계를 위한 제도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환경친화적 계획기법 개발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2013년 5월에는 대기오염물질배출업소 감시단속 권한을 시・도로 이양하여 시・도에서 허가, 지도단속, 행정처분을 전담하게 되었다. 4대강 수질오염 총량관리체계를 구축하고(2013.6), 국립생태원을 충남 서천군에 개원하여(2013.12) 생태연구의 허브, 교육 및 전시의 장, 지역발전모델로 기능하게 되었다.7) 2014년 부터는 환경복지 차원에서 대형 폐기전 제품 무상방문 수거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고, 2015년 부터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였다. 2016년에는 화학물질 관리법을 전면 개정하여 화학물질 관리정책을 강화하고 같은 해에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여 폐기물관리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 오염물배출업소에 대한 규제정책을 전면 변경하는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2015.12)하여 2017년 1월부터 시행하여 일정규모 이상의 오염물질배출시설에 대하여 통합환경오염관리(IPC, Integrated Pollution Control)를 단계별로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동법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매체별, 개별적 오염물질 배출 허가와 규제부담을 대폭 경감시키고 통합적으로 허가・관리하게 하였고 법적용의 대상범위를 2017년 1월 1일 부터 2021년 1월 1일 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시기(2017.5-2022.4)에는 전반기는 중국발 미세먼지, 후반기는 코로나19에 총력으로 대응하는 시기였다. 2017년 7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먼지총량제를 시범 도입하여 추진하면서 12개 대형사업장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다. 2017년 6월에는 4대강 6개보를 개방하여 수질을 측정하고 보의 지속적 개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면서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 2018년 6월에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강화하였고, 환경부의 30년 숙원사업이던 물관리 일원화를 물관련 3법(물관리기본법, 물기술산업법,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며 달성하게 되었다. 2018년 12월에는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수립하여 이명박 대통령 이후 침체되어있던 지속가능발전 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2019년 8월에는 통합물관리정책의 추진기반 마련을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출범하였다(2019.9).
환경문제에 대하여 국민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2018년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82.5%의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을 가장 우려하였고, 2019년 OECD가 발표한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의 종합순위는 조사국 40개국 가운데 30위, 영역별로 사회적 관계, 환경영역에서 40위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사회적관계 영역은 10점 만점에 0점, 환경영역은 OECD 최악수준의 초미세먼지 지표와 40개국중 29위인 수질지표로 10점 만점에 2.4점을 얻어 꼴찌를 기록하였다(세계일보, 2019.6.23.).8)
4. 2020년대 환경정책의 변화
2020년대는 2020년 1월부터 중국발 코로나19가 국내로 전파, 확산되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대면접촉 활동이 금지되고 온라인 교육과 회의 등 비대면 활동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람들간의 직접적인 만남과 접촉이 급격히 축소되는 변화로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거버넌스를 작동시키는 사회적자본의 핵심인 신뢰, 협동, 가치의 공유를 치명적으로 축소시키는 변화였고, 결과적으로 협동적 거버넌스의 저변이 심각히 훼손되는 기간이기도 하였다. 코로나와 병행하여 극단적 기후변화 현상은 더 빈발해지고 IPCC 5차 보고서와 특별보고서에 따라 지구평균 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이하로 억제할 것을 기후변화 대응 목표로 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국제사회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게 되고 한국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와 기후변화에 대한 종합적 대응책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2020년 7월에 발표하였다. 2025년까지 3대 분야 8대 프로젝트9)에 총 73.4조원을 투자하고 65.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합계획이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환경부는 2021년 3월 자연자원총량제를 도입하여 시행하였고, 2020년 12월에 하천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여 통합물관리체계를 완성하였다. 2021년 9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2022년 2월 25일부터 시행하였다. 동법의 시행에 따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설치되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주요정책과 계획 및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게 되었다. 주요기능은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기본방향의 수립, 국가비전과 중장기 감축목표, 국가 기본계획등의 설정과 이행현황의 점검,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수립, 변경 및 점검, 국민 이해증진과 홍보, 소통, 국제협력 등이다.10) 동법의 시행에 따라 기존의 환경영향평가제도에 포함하여 전략환경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기후영향평가를 포함하여 시행하게 되었다.
한편 2022년에는 그동안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숙원사업이던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민주당 발의로 2022년 1월 4일에 제정되었고 기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국가위원회로 변경되었으며 동법은 2022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위원회로 격상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2024년 6월 현재까지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2022.5~)의 환경정책과 변화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처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패권경쟁에서 촉발된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위하여 기업에 대한 정부의 모든 형태의 지원과 보조금을 금지하고 무역장벽을 없애던 자유무역시스템에서 미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수출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정보를 제출케하여 EU의 탄소비용과의 차액을 탄소국경조정세로 부과하는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제적 정치경제구조와 자유무역의 틀 자체를 변화시키는 급변하는 새로운 경쟁질서 속에서 정부는 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불가피해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의 요구와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익을 위한 기업에 대한 규제나 민주적 통제는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정책결정, 특히 환경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1990년 이전과 이후 2023년까지 한국의 환경정책 변화를 설명하였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20년대 까지는 10년 단위로 구분하고 10년 기간내에서는 정권별로 구분하여 시기별, 정권별 환경정책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표 2>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환경정책 수단의 변화는 명령강제방식, 경제적 유인책, 사전예방책, 적극적 환경창조 등으로 분류하여 변화의 흐름을 같이 정리하였다.
한국의 환경행정과 환경정책 변화의 흐름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그림 1>과 같다.
정책의 시간적 틀은 사후적 억제에서 사전적 예방, 미래지향적 창조적 정책으로 변하고 있고, 정책수단은 규제정책에서 경제적 유인책으로 그리고 자발적 참여와 협력적 정책, 그리고 분절적 단편적 정책에서 통합적이고 연계된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기능별로 세부화되고 부처간의 높은 칸막이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정부조직과 기능은 융합적, 통합적, 협력적 행정과 정책의 제도적 정합성을 확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2000년대 이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RA)의 흐름은 특히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클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어 이에 대한 정부-기업간의 관계가 정밀하고 공정하게 조정 될 필요가 있다.
한국 환경정책의 발전에 대하여 OECD 보고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도입, 대기와 수질기준의 강화,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높은 폐기물 회수율,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자원순환기본법(2016), 토양오염에 대한 강력한 책임제도, 녹색성장,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설립, 녹색기후기금 유치(GCF), 환경정의, 생태계서비스 제도 기반의 확립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 에너지와 기후정잭의 조정, 저탄소국가로의 전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비점오염증가, 폐기물부문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효율성개선, 생물다양성감소 및 훼손, 환경상품 및 서비스의 지역별 차이, 도로 교통량의 증가, EIA, SEA등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참여와 정보접근권은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OECD, 2017).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한국 환경정책 변화는 국제적 변화, 대통령의 관심, 기업의 영향력, 관료정치, 환경관련 사고, 언론과 여론의 동향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우선, 한국의 환경정책은 국제적 변화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1967년 공해방지법의 제정, 1980년대 자유무역의 영향으로 인한 규제완화와 난개발, 1992년 리우정상회의 이후 지속가능발전의 국내보급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의제21 수립과 이행에서 보여준 높은 참여율, 1998년 IMF 금융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극복을 위한 녹색성장 정책, 2015년 UN SDGs를 수용한 K-SDGs의 수립,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한국의 2050 탄소중립선언(2022)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변화하는 국제흐름을 빨리 수용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국제적 변화 흐름의 근저에 놓인 가치와 구조적 변화를 충분히 우리에 맞게 소화하고 체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표면적 수용은 정책의 내실과 이행력을 약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국내의 정치경제적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아왔는데 가장 절대적인 것은 대통령의 관심이었다. 대통령의 환경문제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 따라 환경정책은 큰 영향을 받아왔다. 타 정부부처들의 반대와 비협조로 환경행정과 정책이 지지부지하던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의 관심으로 환경청이 설립된 것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관심으로 대통령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설립된 것, 반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무관심과 녹색성장 정책으로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후퇴하게 된 사례들을 보면 대통령의 관심과 정책수용력의 정도가 정책변화와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정치이념과 비전은 정책의 좌우 균형을 취하면서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전임 정부의 정책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되고 연속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문제는 악화되고 정책의 개선은 더욱 요원해질 따름이다.
환경사건과 사고도 환경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두산의 페놀사고, 구미공단의 휴브그로벌사의 불산사고, 여수산단 배출농도 조작사건(KBS 뉴스. 2019.4.19.),11) 가습기 살균제 사고,12) 작업장 안전문제 등은 여론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관련 환경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모든 문제에 같은 강도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환경정책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변하는 수요를 잘 파악하면서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사건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는 양면적인 역량이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 공무원들의 노력, 그리고 환경행정 시스템의 항상성 또한 환경정책의 변화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배출권거래제를 환경정책에 도입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10년 이상의 기간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진행시켜 정책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출권거래제(ETS)의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2002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상 지역배출총량제 도입을 준비한다. 그리고 2003년 12월 특별법을 통하여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법상 지역배출총량제를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에는 배출권거래법을 제정하고, 2015년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다. 13년을 준비하고 진행하여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고 시행하게 한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환경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90년 이전에 환경정책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은 주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연합회)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단체 조직을 통하여 특정 환경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분명하게 밝히고 환경정책의 변화에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이러한 건의들이 정부의 경제부처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환경행정과 환경정책이 약화되거나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제단체들이 설립하는 연구원의 연구들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를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규제로 인한 비용편익 분석 등을 근거로 경제와 산업정책은 물론 환경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면 통합환경관리제도(IPC)는 도입기에 기업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은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년 발간한 규제개혁보고서에서는 규제비용의 절감과 규제로 인한 행정비용의 절감을 근거로 통합환경관리제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고, 이러한 주장의 많은 부분이 반영된 통합환경관리시스템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규제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1970년대나 2020년대나 일관되게 규제기관의 단일화, 규제완화, 규제비용의 감소를 주장하는 것이었다. 정부와 환경부가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기업들의 주장들에 대하여 시장실패나 공공이익에 기반한 정부의 새로운 역할과 정부의 정책 지평이 확대되지 않으면(Daly, 1991, 2014; Jackson, 2017; 칼레츠키, 2011; 레이워스, 2018) 현재의 정부정책과 각종 규제는 그 존재 이유를 설득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점차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 국민여론도 환경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국민여론 역시 환경정책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거가 있는지, 건강과 생활, 그리고 환경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우호적이기도 적대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규제개혁의 논리적・경험적 근거가 새로운 정부 역할의 필요성과 규제의 합리적 근거에 대한 논의와 병행되지 않고는 기업이건 국민이건 지지를 받는 환경정책으로 발전해나가기는 점차 더 힘들어질 것이다.
Ⅴ. 환경정책의 과제와 발전방향
1. 환경부처 조직과 환경정책 범주 – 제도적 정합성의 확보
환경정책의 과제와 발전방향은 크게 환경조직의 형태와 환경정책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지금까지 환경정책의 영역은 환경 및 건강상의 위해방지를 위한 오염물질 배출 억제와 제거, 그리고 수질, 대기질, 생태계 등 환경질의 제고를 위한 정책과 행정영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오염물질의 배출이나 환경질의 악화는 환경정책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사용과 관리, 국토이용, 산업정책, 경제정책, 인구정책의 부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책의 범주가 자원사용량과 자원사용 방식의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경제성장 방식, 인구관리 정책과도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환경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2> 참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다른 정책의 가치, 목표, 수단과의 일관성과 다른 부처와의 수평적 협력, 중앙-광역-지방간의 수직적 협력이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제도적 정합성의 문제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정책은 다른 여러 정책들과 더욱 긴밀히 연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관료 시스템은 분야별로, 기능별로 고도로 분화되어 있어서 배타적 영역주의가 강하고 수평적, 수직적 협력과 조정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과 정책, 타부처와의 협력과 제도적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조적인 두가지 접근방식-프랑스와 미국-의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프랑스처럼 국토관리, 에너지관리, 교통, 주택, 기후 및 환경관련 기능들을 모두 통합하여 대부처 조직으로 운영하거나(김희석・이영성, 2021; 문태훈, 김희석, 2022), 미국처럼 환경청이 강력한 규제기관으로 기능하면서 환경정책의 수직적・수평적 통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백악관의 대통령 소속 환경질위원회(CEQ, Council on Environmental Quality)가 전략환경평가를 포함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최종적으로 조율하면서 부처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통합해 나가는 두가지 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는 경제관련 기능을 통합한 경제・재정・활성화부13)와 환경관련 기능을 통합한 생태전환부를 2개의 대부처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의 생태방어회의는 국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이 기후와 생물다양성 보호원칙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하고, 생태방어회의를 최상위에 위치시켜 환경인식의 중대성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시민협의체를 설치하고 협의체 제안을 생태방어회의에서 논의하여 국민 의견이 권력 최상부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생태전환부와 경제재정활성화부 두 부처를 제외한 다른 기능들은 소부처주의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국토결합지자체부는 균형개발과 지자체 관련 정책만을 담당하는 소규모 부처로 기능하고 있을 따름이다(문태훈, 김희석, 2022).
한국은 경제정책이 모든 면에서 최우선순위를 유지해왔고,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빠른 속도로 커져왔다. 환경정책은 우선순위의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이제 기후변화 문제를 비롯하여 경제는 물론 삶의 질에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처간 정책협력과 통합이 지난하게 힘든 현재 상황에서 경제, 사회, 환경 3 부총리제를 도입하여 부총리 수준에서의 통합성과 정합성을 높이는 합의체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상 두가지 접근방식에 대한 대안으로는 환경부를 미국의 환경청(EPA)과 같은 강력한 규제기관으로 기능하게 하고, 부처간의 정책 조정과 정합성 제고를 대통령 소속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이러한 방식은 단명할 가능성이 크다.
2. 생태적 한계용량의 설정과 생태적 한계를 유지하기 위한 환경정책
생태전략적 예방정책의 관점에서 보다 큰 차원의 환경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한국의 생태적 한계용량을 최대한 과학적으로 추정하고 사회적 동의에 기반한 총량목표를 정하고 그 범위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수요를 충족시키는 환경정책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리차드슨과 윌 스테펜 연구팀(Richardson, et al., 2023; Steffen, et al., 2015)의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지구의 생명유지 시스템의 한계”(Planetary boundries)에 대한 연구,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2017)의 “도넛경제” 처럼 생태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인간의 수요를 적정하게 충족시키는 환경정책과 계획 역량을 향상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2050 탄소배출제로를 향한 노력이 예가 될 수 있는데, 1.5℃ 이상의 기온 상승을 막아서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등이다. 필요 최소한의 인간 욕구보다는 더 높게, 그러나 생태계가 허용하는 한계내의 범위에서 사회경제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환경정책으로 전환되어 나갈 필요가 있다(<그림 3> 참조. Richardson et al. 2023; 레이워스, 2017).
3. 지속가능발전을 지향하는 참발전지수(GPI)등 대안 지수의 활용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따라 세계 각 국가들은 국가별 지속가능발전지표를 만들어서 매년 지표평가를 통하여 지속가능성의 정도와 추이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목표 지표 평가는 지속가능발전의 정도를 나타내는데는 훌륭한 지표가 되겠으나 이를 경제성장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돈의 가치(원, 달러)로 환산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GDP는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만 평가하기 때문에 소득불평등, 가사노동, 교육, 자원봉사, 여가시간의 가치등을 평가하지 못하고 범죄비용의 증가, 오염제거비용, 교통비용, 의료비용 등은 모두 합산되면서 GDP를 크게 한다. 이런 이유로 GDP의 상승이 지속가능성이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지표들이 제안되고 있는데 이중 참발전지수(GPI, Genuine Progress Index)는 이런 요구에 비교적 가깝게 접근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안지수이다.
<그림 4>의 왼편 그림은 세계 부유국, 중진국, 개발도상국들의 평균 GDP와 GPI를 비교하여 나타내고 있는데 GDP를 종합한 평균적인 추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GPI는 GDP가 일정수준 이상을 넘으면 GDP와 GPI 간의 간극이 점차 멀어지다가 결국 GDP는 증가하는데도 GPI는 감소하는 패턴을 보여준다(Kubiszewski et al., 2013).14) <그림 4>의 오른편 그림은 한국의 GPI와 GDP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GDP와 GPI의 추세는 양자간의 간극이 점차 더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GDP는 커지는데 GDP와 GPI의 간격은 점차 더 커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김경아, 2022; 김경아 문태훈, 2022). 성장으로 인한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는 시점에서 GDP와 GPI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장할수록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는 상태가 된다면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정책은 이제 새로운 방향의 경제정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Ⅵ. 토론과 소결
개발을 위한 외국 원조를 받기 위해 1963년 보건사회부의 위생계로, 인원도 예산배정도 없는 영(zero)의 상태에서 출발했던 한국 정부의 환경조직과 환경정책은 지난 60년 동안 무한대의 양적・질적발전을 이루었다. 1963년 1인당 국민소득 US$110, 1964년 총수출액 US$1억불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한국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 US$ 31,000, 2011년 수출입 무역규모 US$ 1조를 처음으로 돌파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2009년에는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면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발전하였다.15)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성장의 업적에 상응하는 높은 비용–환경오염, 자연훼손, 빈부격차, 양극화, 지역격차, 지역소멸, 사회적 갈등, 세대갈등, 자살, 저출산 고령화 등-을 지불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한가지만 꼽는다면 단연 합계출산율 0.72(2023년, 2023 4분기는 0.68명, 통계청 2024 예상 합계출산율 0.68명)를 기록하고 있는 초저출산 현상이다. 종의 멸종위기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에서 시작된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희망적이지도 않다. 청년들이 처한 남획수준의 낮은 임금과 높은 근무량, 노동시장의 2중구조, 치열한 경쟁, 일자리의 부족, 서식처 마련의 절망적인 어려움, 지역간 불균형의 심화, 미래에 대한 불안은 한국인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멸종위기종으로 지목되는 상황에 이르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기후위기는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생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뜻을 결집하여 표출할 수 있는 리더십은 점차 실종되어 가고,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하는 개인의 역량을 발전시켜 자유의 범위를 증진시키는 좋은 정치나 토크빌이 추구한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말하는 위대한 정치를(서병훈, 2017) 기대하기는 더욱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해관계로 얽힌 사회에서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없고 이익과 집단적 주장만 난무하고 협의는 없고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환경정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필요하고, 아직 남아 있는 자연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환경을 보존하여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고, 성장의 방식과 시스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시스템 전환은 누구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UN이 1987년부터 제창하고 있는 친환경지속가능발전(ESSD) 모델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전환모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정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생각이 변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같이 모이고, 말하고, 협력할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생각과 행동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가 모두 변해야 할 때이다. 환경정책은 환경정책으로 그치지 않는다. 환경정책이면서도 환경정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개개인이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미래의 비전과 목표, 방향을 제시하고 담론을 제공하고,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환경정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환경정책학회 발표논문(23.10.31)과 한국환경정책학회. 2023. 11. 탄소중립시대의 환경정책(박영사) 4장을 보완 수정한 논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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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훈: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이며, 한국환경정책학회장, 한국지역개발학회장,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장, 한국 지속가능발전위원장,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환경정책, 지속가능발전, 시스템다이내믹스 모델링이다. 저서는 환경정책론(1997), 시스템사고로 본 지속가능한 도시(2007), 논문으로 성장의 세가지 모습: 경제성장, 지속가능발전, 동태적균형 상태의 발전(2022), Analyzing climate impacts on health, energy, water resources, and biodiversity sectors for effective climate change policy in South Korea(2020) 등이 있다(sapphire@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