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개발과 인권침해: 베트남과 미얀마를 중심으로
초록
기후변화의 영향은 불공평하게 나타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기 쉽고, 일기예보 시스템 같은 유무형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보다 농업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쉽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류 공동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개도국의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개발이 시급하지만, 많은 개도국의 경우 에너지정책이 경제개발정책과 맞물려 있어 무조건적 추진이 쉽지 않다. 최근 국제사회는 에너지전환 비용 분담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사례 또한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후위기 심화와 국제 기후 거버넌스 확대의 맥락에서 재생에너지 개발과 인권의 함수 관계를 살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 미얀마 사례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체제 아래 에너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구조를 분석하고, 향후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기울여야 하는 인권 증진 방안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Abstract
Climate change impacts are distributed unevenly, with vulnerable groups disproportionately affected. Developing countries, especially those reliant on agriculture and possessing limited adaptive capacity, face heightened risks. In this context, accelerating energy transitions and expanding renewable energy in these countries is essential for an effective global response to the climate crisis. Yet energy policy in many developing countries remains closely tied to economic development agendas, making rapid or unilateral shifts toward renewable energy difficult. Althoug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increasingly emphasized fairness and burden-sharing in the energy transition, associated human rights violations have become more visible. This study examines the relationship between renewable energy development and human rights, focusing on Vietnam and Myanmar. It analyzes the structural patterns of rights abuses that arise as authoritarian governments pursue energy policy objectives. The study concludes by offering insights into how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an better safeguard human rights while promoting sustainable development and responding to the climate crisis.
Keywords:
Energy Transition, Human Rights, Climate Change, Climate Governance, Renewable Energy Development키워드:
에너지전환, 인권, 기후변화, 기후 거버넌스, 재생에너지 개발I. 서론
기후변화의 영향은 불공평하게 나타난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경험하기 쉽고, 일기예보 시스템 같은 유무형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보다 농업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가가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쉽다. 예컨대 이상기후는 물부족(예: 가뭄), 또는 물 과다 현상(예: 폭우)을 야기하고, 이는 상하수도 같은 위생시설의 파괴를 가져와 전염병 확산을 가져오며, 그 결과 영유아, 노약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이재희, 2023, p.320). 폭염은 실외 작업 노동자들의 건강 및 경제활동 악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강제이주 피해자 또는 기후난민 수가 최소 2억 명(World Bank, 2021)에서 최대 12억 명(UNHCR)1)까지 될 것으로 전망한다(이태혁, 2023). 이때 피해는 저개발국가와 취약계층에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이재희, 2023). 실제로 1999-2018년 사이 기후변화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경험한 상위 10개국은 모두 개발도상국(개도국) 또는 최빈국이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박덕영・유연철, 2020).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속에 국제사회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4 파리협정 등을 채택하며 각국의 책무를 촉구하는 기후 거버넌스(climate governance)를 수립해 왔다(이상수, 2023; 김민주, 2019).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 가운데 2023년 기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75%가 개도국에서 나왔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 개도국의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이 시급해진 것이다.
하지만 개도국 입장에서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정책이 경제개발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에너지 관련 문제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하나는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으로 이는 가정에서 전기 등의 에너지 사용이 어려운, 다시 말해 에너지 접근과 활용이 제한적인 경우를 말한다(Butler, 2022). 2023년 기준 전세계 인구의 약 6.75억 명이 에너지 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UN, 2023) 약 절반이 사하라 이남에 거주한다. 에너지 빈곤 수치는 2009년 14억 명(Sovacool, 2012), 2019년 10억 명(Shengfang and Ren, 2023), 2022년 7.5억 명과 같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으나 개도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해결이 필요한 숙제다(Tongia, 2022). 두 번째 과제는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로 이는 에너지 수요에 맞춰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개도국의 경우 전기제품 제조, 사용 등을 위한 전기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수요 증가분에 대한 에너지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Aklin, Bayer, Harish, and Urpelainen, 2018). 세 번째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으로 파리협정 채택 이후 국별 상세 계획수립과 이행이 필요한바, 개도국도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도국 입장에서는 ‘경제개발을 위한 에너지 확보’란 기존 과제에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탄소중립’이란 추가 과제를 안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개도국이 에너지 빈곤과 에너지 안보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이다. 석탄 발전의 경우 오늘날 1MWh에 필요한 평균 생산비용은 $109 정도다. 태양광 발전으로 같은 전기량 평균 생산비용은 2010년 $378에서 2019년 $68 수준으로 석탄 발전 단가보다 낮아졌다(Armstrong, 2021).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만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일몰 후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에너지 저장을 위한 배터리 가격은 여전히 높다. 결국 개도국 입장에서 에너지전환, 탄소중립은 또 하나의 경제적 부담인데, 기후변화의 피해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어 비용 문제로 기후・환경문제를 좌시하며 에너지전환을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발전과 탄소중립 사이 딜레마에 놓인 개도국의 에너지전환 비용 분담 문제가 불거지게 되자 국제사회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이하 ‘JETP’)이 좋은 보기이다. JETP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의 에너지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자금 조달 메커니즘(financing mechanism)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다자간 협정(multilateral agreement) 형태로 이루어진다. 협정에 서명한 개도국은 국내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정・기술 지원을 받게 된다. 2021년 11월에 개최된 COP26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JETP의 첫 번째 수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해당 협정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EU 등이 참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JETP의 초기 지원 규모는 85억 달러이며, 이는 무상원조(grants), 유상원조(concessional loans), 투자, 위험분담(risk-sharing) 프로그램등에 분배된다. 해당 파트너십의 기대효과는 향후 20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대 1 ~ 1.5기가 톤의 탄소 배출량 감축, 석탄 발전 에너지원 의존도 감소, 저탄소배출 경제로의 전환 등이다. 이후 1년 동안 인도네시아, 베트남, 세네갈, 인도 등이 JETP 수혜국으로 떠오르며, 자금조달 방식,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JETP의 구체적인 기여 내용, 새로 야기될 문제와 해결 방안 등이 주요 논제로 부상했다.
JETP에서 ‘공정(just)’은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불평등・불공정한 측면을 고려하여 인권 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이행함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JETP 수혜국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직면하는 고용 시장의 변화, 직업훈련 제공, 기회의 재분배 등과 같은 문제를 자금투입으로 보조함을 뜻한다(Kramer, 2022). 성공적인 JETP를 위해 민관협력, 혁신, 기술・환경영향평가, 중소기업의 참여, 리스크 경감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 등이 필수로 알려진 가운데 2023년 6월 JETP 수혜국의 시민사회연대가 ‘공정한 JETP 이행을 위한 수혜국의 원칙(Principles for a Fair JETP by Recipient Countries)’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첫 JETP가 체결되고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아 JETP 이행에 있어 정보접근권 침해, 토지 불법점유, 강제이주, 강제노동, 성불평등, 환경파괴, 허위정보, 인권활동가 및 환경단체 탄압 등 다양한 인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JETP의 공정한 이행을 위해 JETP 관련 정보접근강화, 인식 증대 및 개선, 현지 문제 공론화, JETP 수혜국 지역사회・CSO・전문가 역량강화, 고충제도 수립, 지역연구, 투명성・책무성・독립성・전문성을 갖춘 공공정책과 사회・환경 영향을 감시하고 취약계층의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의 역할 보장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논문은 기후변화 위기의 심화, 국제 기후 거버넌스의 확대, 그리고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요구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재생에너지 개발과 인권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의 베트남과 미얀마를 비교 사례로 선정하였다. 두 국가는 모두 권위주의 체제 아래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으나,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각기 다른 정치・경제・외교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회주의 체제와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국제기구와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에너지전환을 이루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내 시민사회, 특히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존재한다. 반면 미얀마는 에너지 빈곤 문제 해결이 시급함에도 군사정권 아래 지속되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에너지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이 약하다. 동시에 천연가스와 수력발전에의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수력댐 개발 과정에서 강제이주, 토지 몰수, 생계 파괴, 소수민족 억압 등과 같은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은 동일 지역 내 정치・경제・외교적 변수가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유의미한 틀이 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에너지 빈곤 해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적 도전을 밝혀 인권침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기후 거버넌스 논의에서 인권 기반 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을 위해 마련해야 할 인권 증진 및 국제 연대 방안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각국의 정책 문서, 국제기구 및 연구기관의 통계자료, 기존 학술연구, 언론보도, 인터뷰, 그리고 NGO 및 시민사회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례연구 접근법을 활용하였다.
Ⅱ. 베트남 정부의 환경운동가 탄압
오늘날 베트남은 경제개발에 성공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86년 시작된 도이모이(Đổi mới) 개혁 개방 정책을 시작으로 베트남은 강력한 정부 주도 개발계획을 추진하며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2000년대 초 약 1,12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는 2022년 세 배 이상 증가한 3,655달러를 기록했다(World Bank, 2024a). 빈곤율도 2010년 14%에서 2020년 3.8%로 감소했다(World Bank, 2024b).
이 같은 베트남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전력 수요 증가를 불러왔다. 1990년-2022년 사이 베트남의 전력수요는 17,969Toe에서 99,485Toe로 약 다섯 배 증가했다(EnerData, 2022). 베트남은 2017년 처음 전체인구의 전기접근율 100%를 달성하였다. 2030년까지 연평균 8% 이상의 경제 성장률과 더불어 전력수요 역시 매년 약 10~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이중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원의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2022; Nguyen, Hoang, Wilson and Managi, 2019).
2021년 기준 에너지원에 따른 베트남의 전력 생산은 석탄 45.4%(115TWh), 수력 31%(79TWh), 태양광 11%(27.8TWh), 천연가스 10.4%(26TWh), 풍력 1.3%(3.3TWh) 순서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이는 베트남의 풍부한 석탄 매장량과 관련이 있다(IEA, 2022). 베트남의 석탄 매장량은 2021년 기준 약 37억 톤으로 세계 19위 수준이다. 앞으로 급증할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력발전소 증설이 예정되어 있다(PWC, 2023).
문제는 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다. Ha-Duong, Truong, Nguyen, and Trinh(2016)에 따르면, 석탄 채굴과 가공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공기오염도는 예외 없이 베트남 평균의 30배에서 300배까지 높았으며, 수자원의 중금속 함유량 역시 베트남 평균치를 훨씬 상회했다. 발전소 지역주민 대다수는 공기오염 때문에 창문을 닫고 생활하거나 실내를 더 자주 청소하는 등 일상생활이 전과 달라졌다고 답했다. 화력발전소 증설과 석탄공장 개발은 폐기물 배출량 증가, 토지오염, 생태계 파괴, 농작물 생산량 감소, 주민 생계 악화를 차례로 가져왔으며 강제이주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 개발업자들은 지역 내 일자리 기회 창출과 직업훈련 제공을 약속하였으나 실제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다수 보고되었다. 석탄 오염으로 베트남에서 매년 4,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으며, 석탄발전소 운영을 지속할 경우 2030년 환경오염으로 연간 사망자는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환경운동가들의 활동이 증가한 배경이다. 이들은 화력발전소 운영・증설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 가운데 2021년 10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소속 10개국 가운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8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의지를 표명했다. 달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태양광, 수력, 지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 증대인데, 베트남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른 국가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 2017년까지만 해도 태양광 발전은 전무하였으나 2022년 상반기 총 전력 수요의 11%가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되었고, 2020년 태양광 발전량은 16.5GW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한국의 태양광 발전량 14.5GW를 넘어선 수치다(허경주, 2024년 10월 3일).
베트남 정부는 2007년 ‘2050년 전망을 포함한 베트남 국가에너지개발계획2) 수립 이후 에너지 공급 확대, 전기 보급률 증대, 에너지 시장 구조 개편, 전력망 확대 등을 담은 전력개발계획(PDP)를 발표하고 지속 보완해 왔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경우 2011년 수립한 PDP7에서 6%, 2016년 재조정한 PDP7 rev에서 10.7%, 2021년 발표한 PDP8에서 2030년까지 최대 39.2%, 2050년까지 최대 71.5%로 상향 조정되었다.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21년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베트남은 재생에너지 개발 확대와 석탄 단계적 감축을 담은 기후 공약을 발표하였다. 뒤이어 2022년 12월 베트남 정부는 EU,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로 구성된 International Partners Group (IPG)과 JETP를 체결하였다. JETP 체결은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재정과 기술 지원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IPG는 2022년 12월부터 향후 3~5년간 무상원조, 차관, 투자 등의 형태로 약 15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베트남 정부는 당시 시민사회의 기여와 이행 단계에서의 모니터링 역할을 인정한다고 밝혔으나, 현실에서는 JETP 체결 전후로 환경운동가와 기후 전문가들이 심각한 탄압을 겪었다. (OHCHR, 2023; Wee, 2023; OHCHR and UNEP, 2022, April, 22).
대표적 사례로 2021년 6월 24일 비영리기관인 지속가능발전법정책연구센터(Law and Policy of Sustainable Development Research Center, ‘LPSD Center’)의 소장이자 환경운동가이며 공익변호사인 당 딘 박(Dang Dinh Bach)이 탈세 혐의로 체포되었다. LPSD Center는 법인세 납부 의무 여부가 불분명한 비영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1월 24일 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였다(Walker, 2023 April 21). 그는 체포 전 석탄발전소 인근 지역사회의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했으며,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자문단(Domestic Advisory Group, ‘DAG’) 설립에도 참여하여 노동권, 토지권, 환경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였다. 그의 구금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구금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지만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독방에 수감되어 가족 면회도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88 Project, 2025). 그의 배우자 쩐 푸엉 타오(Tran Phuong Thao)는 유럽연합에 해당 사건을 알리고 호소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당 딘 박의 재판 당일에는 보안군(security force)이 쩐 푸엉 타오의 접근을 막은 것으로 알려진다.
비슷한 사례는 더 많다. Green Innovation and Development Centre (GreenID) 설립자 응우옌 티 칸(Nguy Thi Khanh)은 2022년 2월 탈세 혐의로 구속되어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베트남 정부의 석탄발전 확대 계획에 반대 발언을 한 것이 체포의 원인으로 알려진다. 칸은 Vietnam Rivers Network (VRN)에서 수질오염 문제를 연구한 뒤, 에너지정책・환경오염 문제로 활동 영역을 넗혀 왔으며, 2018년에는 골드만환경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을 수상할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나 베트남 정부의 탄압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에너지 전문가 응오 띠 또 니엔(Ngo Thi To Nhien)은 JETP 협상 과정에서 기술・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베트남 최초의 에너지전환 싱크탱크인 ‘베트남 에너지전환 이니셔티브(VIET)’ 대표로 활동하며 UN, EU, ADB, US Aid 등 국제기구에 자문해 왔다. 그러나 니엔은 2023년 9월 국영 전력회사 EVN 관련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COP28 참석도 불발되었다. 그의 체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를 방문해 양국의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히고 기후변화 관련 인권 문제를 논의한 직후 이뤄져 국제적 파장을 불러왔다(International Rivers, 2023). 2023년 9월 베트남 NGO 연합은 니엔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그녀의 석방은 2025년에야 이루어졌다. 이 밖에도 Center of Hands-on Actions and Networking for Growth and Environment (CHANGE) 설립자인 호앙 티 민 홍(Hoang Thi Minh Hong)은 2023년 5월 탈세 혐의로 체포되었고, CHANGE 홈페이지는 즉각 폐쇄되었다. 언론인 마이 판 로이(Mai Phan Loi) 역시 2021년 6월 체포되어 단체가 해체되었으며, 2023년 미국의 외교적 압력으로 조기 석방되었다.
베트남은 일당 체제로 베트남 공산당이 통치권을 가진다. 베트남의 시민사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니는 서구식 시민사회와 달리 개도국이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자주 눈에 띄는 ‘국가주도 시민사회(state-led civil society)’성격을 띤다(이화용・한재광, 2017; 최호림, 2008; Lux and Straussman, 2004). 따라서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표출하거나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은 체제의 위협으로 간주되어 박해를 받기 쉽다. 베트남 정부가 선호하는 시민사회 활동은 공식 정책・법률・국가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순수한 지역사회 지원, 즉 비정치적 봉사활동에 한정된다.3) 2016년 응우옌 푸 쫑(Nguyen Phu Trong) 서기장 재선 이후 시민사회의 활동 공간은 더욱 축소되었고, 외국계 NGO의 모금 활동과 기부금 수취도 법으로 금지되었다(Walker, 2023 April 21).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분야는 다른 인권 관련 이슈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활동 공간이 허용되어 온 영역이었다. 그러나 점차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국제적으로 부각되고 관련 네트워크와 연대가 강화되자 정부는 이를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비공무원이 정책 형성과정에 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인데 JETP 체결을 앞두고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정책 제언을 강화하거나 정부 방침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통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예컨대 2021년 2월 22일 베트남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가입 의사를 표한 이후 52인의 골드만환경상 수상자들은 인권이사회에 반대 공개서한을 보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점차 환경운동가들이 탈세, 횡령과 같은 모호한 혐의로 구금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탈세 혐의로 활동가들을 체포하는 것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박해하는 베트남 정부의 전형적인 조치 가운데 하나다(허경주, 2023년 10월 3일). 베트남에서 탈세 혐의를 받은 사람이 재판 전에 구금되는 것(pretrial detention)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겪은, 또는 겪고 있는 탈세 혐의에 따른 구금이 시민사회 탄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또한 이들의 체포 과정에서 베트남 보안수사국(security investigations agency)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베트남에서 보안수사국은 대개 국가 안보나 전쟁과 관련한 심각한 범죄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할 권한을 가진다. 많은 베트남의 인권 운동가들이 환경운동가 체포가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 믿는 까닭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OHCHR은 2021년 이후 베트남 정부의 환경운동가 구금을 문제 삼았으며, 2023년 5월에는 여섯 명의 유엔 특별보고관이 당 딘 박 사건에 대해 공식 서한을 보냈다. 그럼에도 베트남 정부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약 583명의 시민사회 활동가가 구금되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Wee, 2023 November 28). 국제적 압박이 간헐적으로 효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베트남 정부의 환경운동가 탄압은 심화되고 있다.
Ⅲ. 미얀마 수력발전소 개발과 인권침해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후 다수인 버마족과 여러 소수민족 사이 분쟁을 겪어왔다. 미얀마 내부에서 사회통합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소수민족 동의 확보에 실패, 이들의 지속적인 독립 시도 속에서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어 왔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22). 그 가운데 본격적인 경제・정치적 전환은 2011년 테인세인(Thein Sein) 대통령의 군사정부 주도로 시작되었다. 이후 경제개방, 민주주의 전환 시도로 미국이 대(對)미얀마 경제제재를 해제하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었으나 이것도 잠시, 미국은 2017년 로힝야 학살 사태 후 경제제재를 재개했다(김형주, 2024). 그럼에도 2021년 2월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집권하기 전까지 미얀마는 정치적 안정 속에서 매년 평균 6%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쿠데타 직후인 2021-2022년 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했다(김희숙, 2024). 대표적인 경제 악화 원인은 인플레이션, 인력부족, 통화가치 하락, 전력난 등이며, 2024년 초 미얀마 빈곤율은 32%를 넘어섰다(김서영, 2024년 6월 13일).
에너지를 둘러싼 미얀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에너지의 수요-공급 격차 해소, 즉 에너지 빈곤 해결이다(World Bank, 2023). 미얀마의 전기접근율(access to electricity rate)은 2000년대 후반 50%를 가까스로 넘겼고, 2021년에는 72.5%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전력부족은 여전히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3-5월 양곤의 일평균 정전 시간은 8시간에 달했고, 미얀마 기업의 42%가 전력난을 기업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목하였다(김희숙, 2024). 오늘날 미얀마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만이 정부소유 그리드(national grid)에 연결된 전기에 접근 가능하고, 농촌 인구의 80%는 그리드 전기(grid electricity)에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2023). 인근 국가들이 지난 20년간 에너지 빈곤을 상당 부분 극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기준 1인당 전력소비량은 베트남이 2.44MWh였던 반면 미얀마는 0.275MWh에 불과했다(IEA, 2023). 미얀마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 빈곤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4)
미얀마의 전력부족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수출 중심 에너지 전략이다. 미얀마 군부는 원유와 가스 수출을 통한 외화 확보에 집중하며 국내 전력 공급을 소홀히 하여 에너지 부족을 심화시켰다. 2010년대 들어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고 내부 공급에 힘쓰는 등 에너지 수급 전략에 변화를 보였으나 국내 에너지 수요 충족에는 역부족이었다. 둘째 장기간의 군부 지배에 따른 정치 불안정이다. 군부정권 아래 에너지 개발은 국영기업 주도로 진행되어왔으나 계약 불이행, 사업 중단 등으로 외국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1년 쿠데타 중 군사공격으로 그리드가 파괴되어 공급이 마비되기도 했다. 셋째 높은 전력손실율이다. 미얀마는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수력발전 비중도 45%-50%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력발전소가 북부에 위치해 양곤 등 전력수요가 높은 남부까지 송전 과정에서 전력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전력손실율이 10% 이하인 반면, 미얀마는 26.7%에 달한다(유천, 황윤섭, 2016).
2021년 기준 에너지원에 따른 미얀마의 전력 생산량은 수력 48.4% (9.5TWh), 천연가스 40.1%(7.9TWh), 석탄 10.8%(2.1TWh), 석유 0.6% (0.1TWh), 태양광 0.1%(0.017TWh) 순서로 수력과 천연가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5) 이때 높은 수력발전 비율은 탄소중립 목적의 에너지전환보다는 단순히 수자원이 풍부해서이다. 미얀마의 잠재 수력 발전량은 100GW에 달하나 실제 개발은 3%에 불과해 국제 금융기관과 주변국 전력회사의 관심을 받아왔다(Dapice, 2016). 특히 태국, 중국과 같은 이웃국은 미얀마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등 투자개발에 적극 관여해 왔다. 하지만 수력발전소 개발에만 집중하기 어려운데 이는 우기(5월-11월)와 건기(12월-4월)의 강우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양곤 기준 가장 건조한 2월 평균 강우량은 3mm, 8월 평균 강우량은 602mm로 약 200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수력발전소 전기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제 건기에는 전력을 아예 생산하지 못하는 댐도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기저부하(base load)6)에,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낮동안 첨두부하(peak load)7)에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얀마 정부가 수력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천연가스 등을 이용한 화력발전소 개발 비중을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유천・황윤섭, 2016).
미얀마에서 수력발전소 개발은 1990년대부터 에너지 빈곤 해결책으로 본격 추진되었으며 2022년 기준 미얀마 전역에 27개의 수력발전소(총 3.2GW)가 가동 중이다. 이들 가운데 22곳(최대 출력량 2,110MW)은 미얀마 정부 단독 개발, 2곳(172MW)은 현지 기업 BOT8) 방식, 나머지 3곳(939MW)은 외국기업 합작투자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외국 기업이 투자한 발전소는 수적으로 적으나 발전량 비중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토지 몰수, 강제이주, 범람, 붕괴 위험 등으로 인권침해 문제가 다수 보고되었으며(소예니・신재혁, 2019), 주민들은 대형 수력발전소를 생계에 도움이 되기보다 피해를 야기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Dapice, 2016). 대표적 사례가 살윈강 유역 타상댐(몽톤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에너지 빈곤 해결 전략, 민족 간 갈등, 외국자본 개입에 따른 문제를 다각도에서 보여준다.
살윈강(일명 땅륀강)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샨・카야・카렌주를 거쳐 태국과 안다만해로 흐른다(소예니, 신재혁, 2019). 길이는 3,200km에 이르러 동남아시아에서 메콩강 다음가는 길이이며, 약 1천만 명의 삶의 터전이자 200여 종의 어류와 7천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얀마 정부는 살윈강에 7개 대형댐(쿤롱, 농파, 타상, 유와팃, 웨이기, 다그윈, 핫지) 건설을 계획했으며 이 중 타상댐은 높이 230미터 규모로 완공 시 동남아시아 최대 수력발전소가 된다. 문제는 이때 약 870km²에 해당하는 지역이 수몰되고, 지역주민 수십만 명의 이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상 발전량은 연간 35,446GWh로 미얀마 전체 전력 소비량의 두 배에 달하지만, 생산 전력의 85%는 태국과 중국에 판매되고 수익은 군부로 귀속될 예정으로 완공 후에도 지역주민의 전력난은 지속되게 된다.
태국 정부는 자국의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1997년 미얀마 정부와 살윈강 댐 건설 양해각서(MOU)에 서명하였다(소예니, 신재혁, 2019). 일본의 Nippon Koei가 1981년과 2002년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태국의 MDX 그룹은 2002년에 해당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태국과 중국은 현재 전력 공급에 크게 문제가 없는 국가들이다. 미얀마 정부의 타상댐 개발 계획 발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으며 지금까지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종족 갈등이 댐 건설로 격화된 양상처럼 보이지만, 과거 미얀마 정부가 소수종족 박해를 목적으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전례가 있어 앞으로도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샨주는 타상댐의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주민 대다수가 샨족이다. 샨족은 역사적으로 독자적 왕국을 세운 경험이 있고, 1948년 헌법은 샨주의 분리독립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나 이후 군부 집권으로 버마화가 추진되며 반정부 활동이 거세졌다. 현재 미얀마 정부가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건설을 계획 중인 43개 댐의 절반 이상이 샨주에 있다. 타상댐 건설에 따른 피해 대부분은 샨주 주민들의 몫이다. 예컨대 타상댐 건설시 켕캄(Keng Kham) 커뮤니티가 거주하는 샨주 남부의 114개 마을과 성지(sacred cave temples), 숲, 폭포 대부분이 수몰되게 된다. 타상댐 개발계획은 중앙정부가 주도한 반란 진압 작전(counterinsurgency campaign)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다.
1990년대 중반 버마 중앙정부군은 반란 진압 명목으로 켕캄 커뮤니티를 점령했고 당시 버마군의 지속되는 불심검문, 자의적 구금, 고문, 강제처형, 강간, 강제노역, 강제이주, 거주지의 군사화, 인간방패로 민간인 활용, 강제철거, 차별, 갈취로 수많은 켕캄 주민이 태국으로 망명하였다. 그 결과 약 14,800명이던 켕캄 주민 수는 오늘날 약 3천 명 정도로 감소했다. 2015년 살윈강의 Kunlong 댐 개발지역에 코캉(Kokang) 저항군과 버마군의 교전으로 10만 명의 난민이 발생, 중국으로 이주한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타상댐 건설 문제로 강제이주를 경험한 인구는 30만 명에 이른다(Environmental Justice, 2022). 강제이주의 책임은 미얀마 군사정부(Myanmar’s Junta)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업개발 초기 타상댐 건설비용은 약 60억 달러로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지연과 보상비 상승으로 8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3월 기공식 이후 실질적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사업이 지연되자 MDX 그룹은 2009년 투자 의사를 철회했고 이후 태국 전력청(Electricity Generating Authority of Thailand)과 중국삼협공사(China Three Gorges Corporation)가 공동 투자자로 나섰다. 2014년-2015년 호주의 스노위 마운틴 엔지니어링(Snowy Mountain Engineering Corporation, ‘SMEC’)이 환경사회영향평가(Environmental and Social Impact Assessment, ‘ESIA’)를 진행하였으나 주민 동의 없이 강행되고 뇌물 제공 의혹까지 제기되며 갈등은 심화되었다. 중국 기업들도 지역 안정화를 시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Ⅳ. 개도국의 재생에너지 개발과 인권적 함의
2023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74억 톤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약 20%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였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에는 약 8,500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약 90%가 아시아지역 개도국에 집중되어 있다(IEA, 2024). 석탄화력발전소의 사용 연한은 약 40-50년이고, 아시아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연령은 13년 정도다. 경제가 발달한 국가에는 노후발전소가 많으나 개도국에는 비교적 신생 발전소가 대부분으로, 조기 폐쇄 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폐쇄 과정도 만만치 않다. 적절한 절차 없이 폐쇄할 경우 각종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폐광 후에도 메탄가스는 계속 방출된다. 결국 개도국의 획기적인 에너지전환 없이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지만, 경제개발정책과 에너지정책 사이의 이해충돌로 적극적 전환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 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소 개발 관련 인권침해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과 인권 리소스 센터(Business and Human Rights Resource Center)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소 개발 관련 인권침해 사례 중 약 80%가 수력발전소, 16%가 풍력발전소, 나머지 4%가 태양광발전소 개발과 관련이 있다. 가장 많이 보고된 인권침해 유형은 토지 몰수 등 토지권 침해, 살해・협박・물리적 폭력, 강제이주, 아동노동,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저임금, 식량・식수 오염 및 생태계 파괴, 성지(sacred places) 파괴, 단체 협상권 제한(restrictions on collective bargaining and workplace organizing), 그리고 사전 동의권(right to 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침해 등이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베트남과 미얀마 사례와 유사한 양상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구조적으로 발생함을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인권증진을 위해 다양한 규범과 기준을 발전시켜 왔다. 대표적으로,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은 환경권・생존권・참여권 보장의 근간이 된다. 또한,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 (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UNGPs’)’은 기업 활동이 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초래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전문에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명시되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인권 기반 접근을 통합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본문에서 다룬 베트남과 미얀마 사례를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권리 침해 가능성이 특히 높다.
- ・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및 안전(세계인권선언 제3조)
- ・ 노예제 및 강제노동 금지(세계인권선언 제4조, 자유권규약 제8조)
- ・ 고문・잔혹・비인도적 처우 금지(세계인권선언 제5조, 자유권규약 제7조)
- ・ 법 앞의 평등(세계인권선언 제7조, 자유권규약 제26조)
- ・ 자의적 체포・구금 금지(세계인권선언 제9조)
- ・ 표현의 자유(세계인권선언 제19조, 자유권규약 제19조 2항)
- ・ 평화적 집회(세계인권선언 제20조 1항, 자유권규약 제21조)
- ・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세계인권선언 제23조 1항)
- ・ 적절한 생활수준 - 식량, 주거, 의료 등(세계인권선언 제25조)
- ・ 과학의 진보와 혜택 향유(세계인권선언 제27조 1항, 사회권규약 제15조 1항 b)
- ・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향유(사회권규약 제12조 1항)
최근 들어 에너지전환 비용 분담 문제와 함께, 전환 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ETP)이며, 이 외에도 2023년 아프리카 환경단체와 변호사들이 결성한 ‘아프리카 공정에너지전환 이니셔티브(Just Energy Transition Africa Initiative)’, 같은 해 APEC이 발표한 ‘논바인딩 공정에너지전환 원칙(Non-Binding Just Energy Transition Principles for APEC Cooperation)’을 기반으로 한 ‘공정에너지전환 이니셔티브(Just Energy Transition Initiative, ‘JETI’)’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자금이 개도국으로 유입・분배되는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권위주의 정부를 통한 자금 분배는 투명성 보장이 어렵고,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의 사례는 경제개발과 성장을 우선하는 강력한 정부 주도 정책 속에서 환경운동가의 감시 활동이 체제 위협으로 간주되어 탄압당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베트남의 하향식(top-down) 에너지전환은 탄소중립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치른 인권적 대가에 대해 국제사회의 인식과 공조가 필요하다. 이들의 활동 없이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환경・사회・경제・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얀마 사례는 에너지 빈곤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수력발전소 개발을 추진하며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보여준다. 댐 완공 시 정부 수익과 국민 전기 접근률 향상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댐 주변 주민들의 강제이주와 생계 파괴라는 인권침해를 수반한다. 독재의 장기화, 에너지 빈곤에 따른 경제 저하, 지역사회의 필요를 외면한 개발계획, 중앙 정부와 지역사회 사이의 갈등 등의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 없이 구조적 인권침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정치・사회・경제적 맥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권위주의 체제 아래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인권침해 양상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빠르게 추진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환경운동가와 시민사회의 감시・참여 활동이 국가 주도의 개발 논리와 충돌하면서 활동가 탄압이라는 형태의 인권침해가 나타났다. 반면, 미얀마는 에너지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대규모 수력발전소 개발이 강제이주, 토지 몰수, 생계 파괴로 이어져 특히 소수민족 공동체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즉, 베트남은 ‘시민사회 억압’, 미얀마는 ‘지역사회 생존권 침해’라는 차이를 보이지만, 두 경우 모두 피해 공동체의 배제와 국가・엘리트 집단의 이익 우선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는 향후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인권보장을 제도적으로 내재화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다음의 조치가 요구된다. 첫째, 정보 접근권 보장과 환경정보 공개의 의무화이다. 미얀마 사례에서 확인되듯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EIA’) 결과가 시민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제화, 언론 접근 보장, 시민 의견 청취 절차 강화, 그리고 사전・자유・정보에 근거한 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 ‘FPIC’) 원칙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시민사회 및 환경 NGO의 제도적 참여 보장이다. 베트남 사례에서 드러나듯 시민사회는 인권침해를 기록・공론화하고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주체로,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셋째, 기업의 인권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해외투자 기업의 지역사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의 국내법화와 피해 구제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국가 기능이 제한되므로, 기업 주도의 인권 기반 재생에너지 개발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정의(climate justice) 관점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Halawa, 2024). 개도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개발이 농촌지역 전력 접근성 저하나 생계 파괴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JETP와 같은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중심에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Ⅴ. 결론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은 전 지구적 과제로, 앞으로 확대・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개도국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온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개도국의 재생에너지 개발은 경제발전, 에너지 안보, 에너지 빈곤, 탄소중립이라는 복합적 과제 속에서 다양한 이해충돌을 수반하며,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권위주의나 정치적 불안정이 더해지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21세기 들어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이 전례 없이 증가하고 단가 또한 크게 하락하였으나 화력발전소를 전면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개발과 에너지 빈곤 해소가 시급한 개도국의 입장에서 탄소중립만을 우선하기 어려운 이유이자 동시에 선진국의 책임과 기여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최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시도가 나타나고 있으나, 권위주의 정부가 주체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인권침해와 그 구조적 심화가 관찰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베트남과 미얀마 사례는 제도적 장치 없이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개발이 인권 보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선제 조치 없이 취약계층의 인권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며 시민사회의 감시 활동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지역주민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공정한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기술혁신, 재생에너지 투자를 넘어 기업의 인권 존중, 정부의 엄격한 인권 정책 수립과 이행, 시민사회의 지속적 감시, 국제사회의 공정한 기후 거버넌스 확립이 요구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협의 및 동의 확보, 인권실사를 포함한 철저한 환경사회영향평가, 시민사회의 활동 보장, 인식제고, 투명성과 책무성 확보, 인권침해 발생 시 고충 처리 및 구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규범에 기반한 국제 협력과 초국가적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인권옹호, 교육, 문제제기, 인권운동가 구명활동, 정부압박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뚜렷이 관찰됨에 따라 기후변화 문제와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인권영향평가와 관련 담론 확대가 절실하다. 기술발전에 대한 인류의 노력은 특히 북반구를 중심으로 생활의 편의, 이동통신의 자유를 가져왔으나 성장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은 기후변화를 촉발하고 가속화시켰다. 그 결과, 취약계층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제시되는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조차 저개발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인과 관계는 앞으로 인권담론이 심도있게 다루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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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음: 휴먼아시아 사무국장. 국제관계학 박사. 대표 논문으로 《세계인권선언과 아브라함계 종교: 고문받지 않을 권리, 성평등, 종교의 자유를 중심으로》등이 있다(z_choi@korea.ac.kr).
서창록: 고려대학교 교수. 유엔인권위원회 위원장. 휴먼아시아 대표. 대표 저서로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Issues and Actors in the Global Arena, 논문으로 “Business and Human Rights Case Study of Korean Companies Operating Overseas: Challenges and a New National Action Plan” 등이 있다(crsoh@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