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명칭과 정보 제공이 탈원전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행동경제학적 접근
초록
이 연구에서는 정책 명칭(‘탈원전’ vs ‘감원전’)과 정보 제공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인이 수용성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함께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정책 명칭과 통계 정보를 제시한 온라인 설문 실험을 설계하고,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진보적 정치 성향, 원전 안전성・경제성・친환경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높은 수준의 기후 행동 실천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유의미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책 명칭 차이는 정책 수용성이나 정책 효과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 발전량 변화에 대한 대중 인식과 실제 통계 간 괴리가 뚜렷하게 확인되었으며, 정보 제공 효과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응답자의 기존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탈원전 정책 수용성 형성이 단순히 정책 용어 선택보다는 정치적 성향, 정보 해석 방식, 기대 수준 등 복합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됨을 시사한다. 따라서 논쟁적인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위해서는 정책 수용자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심층적 이해가 필수적이며, 맥락에 부합하면서도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mpirically examine, from a behavioral economics perspective, how the framing of policy terminology (“de-nuclear power” vs “nuclear phase-out”) and the provision of factual information influence public acceptance of nuclear phase-out policies. In addition, it investigates how various socio-psychological factors contribute to the formation of policy acceptance. To this end, an online survey experiment was designed and conducted with 300 adults, in which both the policy label and statistical information were systematically manipulated. The analysis revealed that progressive political orientation, negative perceptions of nuclear power in terms of safety, economic efficiency, and environmental impact, and a high level of climate action engagement were all positively associated with greater acceptance of de-nuclear power policies. In contrast, differences in policy labeling had no statistically significant impact on either policy acceptance or perceptions of policy effectiveness. The results also revealed a clear gap between public perceptions and actual statistics regarding changes in nuclear power generation under the de-nuclear power policy, and the effect of information provision varied significantly depending on respondents’ prior attitudes toward the policy. These findings suggest that public acceptance of de-nuclear power is shaped not simply by the choice of policy terms but more substantially by the interaction of multiple factors such as political orientation,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and expectation levels. Accordingly, the design and implementation of contentious energy policies require a more nuanced and in-depth understanding of policy recipients, as well as context-sensitive and differentiated communication strategies.
Keywords:
De-Nuclear Power, Nuclear Phase-Out, Behavioral Economics, Policy Naming, Policy Acceptance키워드:
탈원전, 감원전, 행동경제학, 정책 명칭, 정책 수용성I. 서론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관련 정책을 시민 친화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홍보나 교육과 함께 정책 수립 이유와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실무적인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이 실제 개인의 기후 행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지는 못했다. 탄소중립 정책,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일회용품 사용규제 등 기후・환경정책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유나리・문승민, 2020). 나아가 기후・환경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이고 직접적인 정책 추진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범국민적인 인식 변화와 행동 변화 유도를 위한 공공정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 시행과정에서 국민 동참을 이끌어내고 정책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 변화와 관련된 심리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김정해・조세현・오윤경, 2018).
전통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안정적이고 정합성 있는 선호체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한다(홍승희, 2019). 하지만 실제 인간은 상황에 따라 선호가 달라지기도 하고,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이완수・김찬석・박종률, 2016).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은 인간 행동과 동기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틀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황재홍, 2019).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공공정책에 행동경제학을 활용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거나 정책연구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안기정・김범식・김승연・이진학, 2018; 이민호・심우현, 2020). 반면 국내에서는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에서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정책 보고서에서 해외 연구를 그대로 인용하여 분석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으나, 사회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적용과정에서 오류와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기후・환경정책 중에서 국민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행동경제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실증분석을 통해 뒷받침하고자 한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고조되었던 탈원전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다(정원준, 2018).1)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며 ‘탈(脫)원전’ 정책을 공식화하였다.2) 당시 논의된 탈원전 정책은 모든 원전을 일시에 폐쇄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 6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장기적 감축 전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이러한 기조가 반영되어,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단계적인 원전 감축 방안을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다만, 해당 정책은 약 60년에 걸쳐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장기 계획이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원전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이었던 2017년 5월에는 가동 중인 원자로가 24기(약 23.2GW)였으나 임기 종료 시점인 2022년 5월에도 원자로 수는 24기로 동일했지만 시설용량은 24.7GW로 증가하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동안 고리1호기(587MW)가 2017년 6월에, 월성1호기(678MW)가 2019년 12월에 영구 정지되었지만 새울1・2호기(각각 1,400MW)가 2016년 12월과 2019년 8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원자로 수는 동일하게 유지되었으나 원전 시설용량은 늘어났다.
집권 초기인 2018년에 원자력 발전량과 이용률이 크게 하락하였는데 그 이유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발생한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및 부적합 부품 사용 등 원전 부품 비리와 그에 따른 안전성 문제 때문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련 원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원전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원전의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길어졌고, 일부 원전은 장기간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비와 보수 작업 증가로 인해 2018년 원전 이용률은 65.9%로 떨어졌는데, 이는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2019년부터는 정비를 마친 원전들이 재가동되면서 원전 이용률이 2019년 70.6%, 2020년에는 75.3%로 점차 회복되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전 적자가 심각해졌고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보도하였으며, 탈원전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정책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강주리, 2022; 박성명, 2023; 조재희, 2023; Yun, Ahn and Soh, 2022)
이 연구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실제로는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급진적이고 단기적인 정책으로 인식되어 부정적 평가를 받는 원인을 정책 명칭과 정보 제공과 연결해서 탐색하고자 한다. 즉, ‘탈원전’이라는 정책 명칭 자체가 주는 상징성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 제공이 정책 수용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행동경제학적 이론과 개념을 활용하여 동일한 정책 내용을 두고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언급했던 ‘감(減)원전’ 용어(허동준, 2021)와 비교를 통해 정책 명칭이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업체 패널을 활용하여 전국 각지의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량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응답자의 성, 연령, 정치적 성향, 교육・소득 수준, 에너지 정책 관심도, 원전 안전성・경제성・친환경성 평가, 기후 행동 등 다양한 인구・사회・심리적 요인들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정책 수용성 형성과정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나아가 정책 명칭 차이에 따른 수용성 변화와 더불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이후 수용성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정책 명칭, 정보 제공 효과, 개별 수용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수용성 형성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향후 에너지 정책 소통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Ⅱ. 선행연구 검토
이 연구에서는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정책 명칭과 정책 정보 제공이 수용성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선행연구 검토는 크게 ‘탈원전 정책 연구’와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행동경제학 연구’로 구분하여 이루어졌다.
1. 탈원전 정책 연구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정책이나 원전 수용성에 관한 연구들은 다수 진행되었지만, 탈원전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심준섭・김지수, 2015; 왕재선・김서용, 2013; 정정화, 2015). 현재까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연구는 대부분 해외 사례를 분석하거나, 국내에서는 담론 분석이나 정책 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연구인 박현정・윤혜선(2023)의 연구에서는 독일에서 탈원전 정책이 법제화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입법 과정을 검토하였다. 나아가 단계적 원전 폐지 결정 이후 원전 해체에 관한 법・제도 형성 과정과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둘러싸고 발생한 법적 문제에 대한 연방행정법원 판결을 분석하였다. 윤혜선・박현정(2021)도 벨기에 탈원전 정책 추진 사례를 검토하여 탈원전 법률 제정이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 필요조건이지만, 지속적인 법률 집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환경과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탈원전 법률 도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직접적인 민주적・사회적 허가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외에도 박성하(2018)는 일본과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비교하였으며, 구유진・윤혜선・박현정(2019)은 일본 탈원전 정책 전개 과정과 ‘원전 제로 기본법안’을 분석하여 법적・정책적 함의를 도출하였다.
국내 탈원전 사례를 분석한 연구로 강세현(2020)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언론 담론을 비판적 담론 분석 관점에서 접근하여,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는 탈원전을 부정적으로, 진보 성향의 한겨레는 긍정적으로 보도하며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형성했음을 밝혔다. 또한, 언론이 탈원전 담론을 변형・굴절시키며 사회・문화적 실천을 통해 권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주었다. 윤순진(2018)은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이루어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원자력발전 정책 분야에서 시민 참여 기반 숙의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로 보고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향후 공론화가 대표성과 숙의성을 갖춘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정보의 충분한 제공과 공론화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반면 김수진(2018)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확대 기조를 전환시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윤리적 근거와 정치적 비전이 부재하고 입법적 기반이 부족해 정책의 모호성과 책임 회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였다.3) 또한, 원자력 정책에서 정치의 부재가 입법부의 통제 실패와 사후 관리의 무책임으로 이어졌음을 국회 회의록 분석을 통해 드러내면서 정책 규범 정립을 위한 정치의 책임 있는 개입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탈원전 정책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법・제도적 쟁점, 정책 결정 과정, 언론 담론 분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정책 수용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원전 수용성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정책 투명성, 위험 인식, 경제성 인식 등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다(김근식・김서용, 2017; 김주경・임은옥, 2019).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행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수용성 형성과정에 내재된 다양한 인구・사회・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밝히고자 한다.
2.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행동경제학 연구
그간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활용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부 연구를 통해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행동경제학적 접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Gowdy(2008)는 기후변화 문제는 현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임과 동시에 인간이 누린 풍요의 결과이므로 인간의 행동과 생활양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이기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Safarzyńska(2017)도 그간 거시경제 접근을 통해 제안되어 온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이 개인의 행동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들로 인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즉, 기후변화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편향(bias)’, ‘습관 형성(habit formation)’, ‘손실 회피(loss aversion)’,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와 같은 개인의 행동에 나타나는 합리성 가정과 충돌하는 비합리적 행동 경향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기초하여 에너지 효율 개선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비 변화를 살펴보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에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4) 이외에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조세를 결정하는 연구(Aronsson and Schob, 2018)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는 잠재적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연구(Udalov, 2018) 등 기후변화나 환경과 관련된 많은 영역에서 행동경제학적 접근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재환・강승진(2017)이 전기 절약에 관한 정보 습득이 소비자 심리와 전기 절약 행동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행동경제학적으로 해석하고 한계를 제시하였다. 김태형・천승환・김수・김주리・이지원(2018)은 다양한 행동경제학 개념을 소개하고 환경정책 분야에서의 접근 타당성과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기후・환경 분야에서의 행동경제학적 접근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실증적 연구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존 국내외 선행연구에서 제기된 행동경제학적 접근의 유용성에 주목하여 다양한 기후・환경정책 중 탈원전 정책을 대상으로 행동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Ⅲ. 이론적 배경과 가설 설정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정책 명칭과 관계없이 정책 내용과 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동일하다면 정책 수용성은 같거나 유사하게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적 관점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이성적이면서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직관이나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오류 추론(fallacious reasoning)’이나 ‘인지 편향(cognitive biases)’을 범하게 된다(이완수, 2019; Gilovich, Griffin and Kahneman, 2002; Kahneman, 2011). Tversky and Kahneman(1981)도 같은 정보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수용자의 해석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며 ‘틀짓기 효과(framing effect)’를 제시하였다.
따라서 전통적인 경제학 관점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과 감원전 정책이 같은 목표와 내용을 담고 있다면 두 정책에 대한 수용성은 유사하게 나타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탈원전’이라는 용어가 모든 원전을 당장 또는 일시에 폐쇄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어감을 지닌 ‘감원전’ 정책과 비교하였을 때 수용성이 더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가설을 설정하였다.
- H1: ‘감원전’이라는 용어를 접한 집단은 ‘탈원전’이라는 용어를 접한 집단보다 원전 폐쇄까지의 소요 기간을 더 길게 인식할 것이다.
- H2: ‘감원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탈원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보다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주류경제학인 신고전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적 접근 필요성을 주장한 Daniel Kahneman과 Amos Tversky는 197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안하였다. 전망 이론은 불완전한 합리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사람들이 잠재적 이득(gain)과 손실(loss)을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지를 설명한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현재 형성된 기준점에 비추어 이득(gain)과 손실(loss)을 평가한다(Kahneman and Tversky, 1979). 다시 말해 개인은 현재 상태나 기대치를 기준으로 결과를 해석하며, 이러한 기준점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동일한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 회피’ 성향이 있는데, 이는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예상했던 이득의 상실로 받아들여 더 큰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소비자학에서 소비자 만족 연구에 많이 사용되어 왔던 ‘기대 불일치 이론(Expectation Disconfirmation Theory)’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대 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만족에 관한 판단은 단순히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한 성과를 기존의 기대와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Erevelles and Leavitt, 1992; Oliver, 1980). 따라서 결과가 기대보다 더 긍정적이면 ‘긍정적 불일치(positive disconfirmation)’가 발생하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부정적 불일치(negative disconfirmation)’가 나타나 만족도나 수용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제갈돈, 2013). 최근에는 공공서비스나 정책연구에서도 기대 불일치 이론이 많이 활용되었는데, 전영환・목진휴・김병준(2016)은 원자력 정책에 대한 긍정적 불일치가 원자력 정책 수용성을 강화하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수용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전망 이론과 기대 불일치 이론에서 발견된 특성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따라서 기존 탈원전 정책 지지자가 기대했던 효과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 수용성이 감소하며, 이러한 감소 폭이 기존 탈원전 정책 반대자가 정확한 정보를 통해 정책을 재평가하며 수용성을 높이는 폭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 H3: 탈원전 정책을 찬성했던 사람은 자신이 기대한 정책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해당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라는 정보를 접하였을 때 정책 수용성이 감소할 것이다.
- H4: 탈원전 정책을 반대했던 사람은 원전 발전량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해당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라는 정보를 접하였을 때 정책 수용성이 증가할 것이다.
- H5: 탈원전 정책을 찬성했던 사람이 정보 제공을 통해 기대한 정책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 나타나는 수용성 감소 폭은, 탈원전 정책을 반대했던 사람이 같은 정보를 접하고 수용성이 증가하는 폭보다 더 클 것이다.
Ⅳ.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이 연구에서는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정책 명칭과 정책 정보 제공에 따른 수용성 변화 효과를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설계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는 설문에 참여하는 응답자가 조사 초기에 이 연구가 탈원전 정책과 관련되어 있음을 인지하는 경우, 정치적 성향이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에 따라 응답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연구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탈원전’과 ‘감원전’ 정책 명칭 간 인지적 반응 차이를 분석하는 데 있기 때문에 연구 목적 노출은 실험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설문 전반에 걸쳐 ‘눈가림법(blinding)’을 적용하여 연구 핵심 주제와 목적이 응답자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따라서 설문조사 제목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로 설정하였으며, 설문 문항 또한 원자력발전 외에도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함께 묻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응답자 편향을 최소화하고, 질문 맥락에 대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설문지에 대한 응답 종료 후에는 모든 응답자에게 사후 설명문을 제공하여 연구의 실제 목적과 실험 설계 취지를 설명하고 연구 참여자에게 재차 동의를 구함으로써 윤리적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이와 같은 설계를 통해 응답자가 탈원전 정책에 국한된 연구가 아닌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조사로 인식한 상태에서 설문에 응하도록 하여 응답 정확성과 연구 내적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2. 표본 구성
온라인 설문조사는 2025년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으며, 불성실 응답자와 중도 포기자를 제외한 총 300명의 유효 표본을 확보하였다.5) 응답자는 성별과 연령대별 대표성을 고려하여 구성하였으며, 성별은 남성과 여성을 각각 150명씩,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각각 75명씩 균등하게 할당하였다. 또한, 원자력 정책 수용성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장하영・백경민, 2019), 표본 구성을 정치적 성향이 실제 국민 분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설문조사 직전인 2025년 4월 둘째 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전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 정치적 성향은 보수 33.2%, 중도 38.3%, 진보 28.5%로 나타났다.6) 이를 반영하여 이 연구에서는 전체 응답자를 보수 90명, 중도 120명, 진보 90명으로 배분함으로써 실제 국민 여론 분포와 유사한 표본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이 연구에서는 정책 명칭이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실험 설계에 따라 전체 응답자를 ‘탈원전’ 용어가 제시된 A집단과 ‘감원전’ 용어가 제시된 B집단으로 무작위 배정하였으며, 각 집단 내에서도 성별과 연령대가 균등하게 분포되도록 할당하여 집단 간 비교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집단별 응답자 분포는 <표 1>과 같다.
3. 설문지 구성
설문지는 응답자의 환경・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되, 핵심 연구 주제인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를 주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설문 문항 구성 과정에서 분석에 활용될 주요 독립변수들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모든 문항은 문항 간 비교 가능성과 분석 일관성을 고려하여 5점 리커트 척도로 구성하였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성(안형기, 2010; 원두환, 2019), 연령(김근식, 2019; 박천희・김서용, 2015), 교육 수준(송하중・김주경・고대유・황원동, 2011; 장하영・백경민, 2019), 소득 수준(김근식・김서용, 2017) 등 인구 사회학적 특성이 원전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7) 따라서 이 연구에서도 이러한 요인들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설문 문항에 포함하였다.
다음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를 질문하고, 에너지원별 인식(안전성, 경제성, 친환경성, 거주지와의 거리 등)을 파악하기 위한 문항을 구성하였다(김대중・정봉훈・장정헌, 2013; 윤형준・서영욱, 2024; 이민재・정진섭・박기성, 2014). 나아가 기후변화 인식에 관한 문항과 함께 응답자가 사회제도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행동하는 ‘기후 행동’을 측정하기 위한 항목이 포함되었다.8)
이어서 이 연구의 주요 분석 대상인 정책 명칭과 정보 제공 효과와 관련된 문항을 배치하였다. 실험 설계에 따라 응답자들은 ‘탈원전 정책’이나 ‘감원전 정책’으로 상이한 정책 명칭이 포함된 문항을 제시받았으며, 해당 정책에 대한 수용성, 예상 폐쇄 소요 기간 등을 응답하였다. 이때 특정 정권에 대한 정치적 연상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미래에 들어설 어떤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여 문항을 구성하였다.
이후 두 정책 명칭 모두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장기적 정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책 수용성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응답자들에게 <그림 1>의 가상 정보를 제시하고, 정책 수용성을 질문하여 정보 제공 전후 수용성 변화를 측정하였다.9)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실제 추진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확인하기 위한 문항도 포함되었다. 응답자에게는 해당 정부 시기 원자력 발전량이 어떻게 변화했을 것이라고 인식하는지를 묻고, 이어서 실제 정책 내용과 발전량 변화를 요약한 정보를 제공한 뒤 동일한 정책 수용성 문항을 다시 제시하여 정보 제공 전후 태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설문 응답자에게 제공된 문항과 정보는 <그림 2>에 제시하였다.
4. 자료 분석 방법
설문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통계 소프트웨어인 IBM SPSS Statistics 29.0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과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10) 이어서 정책 명칭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하여 ‘탈원전’ 용어를 제시받은 집단과 ‘감원전’ 용어를 제시받은 집단 사이에 원전 폐쇄까지 소요되는 예상 기간과 정책 수용성에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독립표본 t검정을 통해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탈원전 정책을 찬성했던 집단과 반대했던 집단에 정확한 정책 정보를 제공하기 전과 후의 수용성 변화를 대응표본 t검정을 통해 비교함으로써, 정보 제공이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토하였다.
5. 윤리적 고려
이 연구는 대학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심의 승인(No. 2505/002-003)을 받은 이후 수행되었으며, 승인된 연구계획에 따라 참가자 모집과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에 앞서 모든 참가자에게 연구의 목적, 절차, 권리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받았으며,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정치적 성향’을 설문 문항에 포함함에 따라 추가로 민감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확보하였다.
Ⅴ. 연구결과
1.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이 연구에서는 다중회귀분석에 앞서 하지훈・윤순진(2022)이 정의한 기후 행동 개념을 바탕으로 구성한 5문항의 구성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표본적합도(Measure of Sampling Adequacy, MSA)는 0.804로 분석한 자료가 요인분석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artlett 구형성 검정 결과 x2=636.168, p=.000으로 각 문항 간의 상관성이 인정되어 요인분석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5개 문항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기후 행동’ 변수를 생성하여 활용하였다.
요인분석 결과와 선행연구 검토를 바탕으로 총 10개 변수를 독립변수로 설정하고, 탈원전 정책 수용성을 종속변수로 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독립변수는 성, 연령, 정치적 성향, 교육 수준, 소득, 원전에 대한 안전성・경제성・친환경성・인접성 인식, 기후 행동으로 구성되었으며, 성은 여성 0으로 남성을 1로 하는 더미변수로 처리하였다.
분석 결과, 다중회귀모형의 F 값은 23.402(p<.001)로 회귀모형 전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보여주었다. 수정된 결정계수(R²)는 .428로, 다중회귀모형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의 약 42.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urbin-Watson 통계량은 2.071로, 잔차 사이에 자기상관이 존재하지 않으며 회귀분석 독립성 가정이 충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친 변수는 정치적 성향, 원전 안전성 인식, 경제성 인식, 친환경성 인식, 기후 행동이었다. 각 요인의 표준화 계수(β)를 기준으로 영향력을 비교해 보면, 정치적 성향(β=.306), 원전 안전성(β=–.222), 원전 경제성(β= –.213), 원전 친환경성(β=–.153), 기후 행동(β=.137)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응답자일수록 탈원전 정책 수용성이 높고, 원전이 위험하다고 인식하거나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낮다고 평가할수록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음을 시사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제도와 정책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개인일수록 탈원전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 연령, 교육 수준, 소득, 현 거주지와 원전과의 거리 인식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정책 명칭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
성과 연령을 고려하여 150명씩 균등하게 배분된 두 집단을 대상으로, A집단에는 “만약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다면, 몇 년 내 모든 원전이 폐쇄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B집단에는 동일한 문장에서 ‘탈원전’을 ‘감원전’으로만 변경한 문항을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A집단 응답자는 원전 폐쇄까지 평균 38.34년 소요될 것으로 인식한 반면, B집단은 평균 38.73년으로 응답하였다. 두 집단 간 차이에 대한 독립표본 t검정 결과, t=-.112, p=.313으로 나타나, 정책 명칭에 따라 원전 폐쇄 소요 기간에 대한 인식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감원전’이라는 용어를 접한 집단은 ‘탈원전’이라는 용어를 접한 집단보다 원전 폐쇄까지의 소요 기간을 더 길게 인식할 것이다.”라는 연구가설 H1은 지지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A집단에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귀하의 지지도는 어떠하십니까?”, B집단에는 동일한 문장에서 ‘탈원전’을 ‘감원전’으로 대체한 문항을 제시하고 5점 리커트 척도를 활용하여 정책 수용성을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A집단 평균 정책 수용성은 2.91, B집단은 2.93으로 나타났으며, 독립표본 t검정 결과 t=–.149, p=.672로 두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원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탈원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때보다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라는 연구가설 H2는 지지되지 않았다.
한편 정보 제공에 따른 정책 수용성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A집단에는 “미래에 들어설 어떤 새로운 정부에서 향후 6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라는 설명과 함께 <그림 1>을 제시하였으며, B집단에는 동일한 설명과 도해에서 ‘탈원전’을 ‘감원전’으로만 수정하여 제시하였다. 이후 정책 수용성을 다시 측정한 결과, 두 집단 간 차이는 t=.452, p=.667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 집단 내 정보 제공 전후의 수용성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대응표본 t검정을 실시한 결과, A집단에서는 정보 제공 전 수용성이 평균 2.91에서 정보 제공 후 3.18로 0.27 증가하였으며, t=–4.720, p<.001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B집단도 정보 제공 전 수용성이 평균 2.93에서 정보 제공 후 3.12로 0.19 증가하였으며, t=–3.227, p<0.001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정책 명칭 자체보다 해당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는 정책 정보 제공이 정책 수용성 향상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3.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에 따른 수용성 변화 차이
응답자들에게 “귀하께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이후 원자력 에너지 발전량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58.7%는 원자력 발전량이 ‘약간 감소(42.0%)’ 또는 ‘매우 감소(16.7%)’했을 것으로 인식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량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으며, 구체적으로 ‘약간 증가’ 4.3%, ‘매우 증가’ 0.7%로 나타났다.11) ‘변동 없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6.3%였다.
이어서 실제 탈원전 정책의 주요 내용과 원자력 발전량 변화에 대한 요약 정보를 제공한 뒤, 정책 수용성 문항을 다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정보 제공 이후 수용성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특히 응답자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에 따른 수용성 변화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정책에 찬성했던 집단과 반대했던 집단을 구분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12) 또한, 연구가설(H3~H5)을 검증하기 위하여 자신이 알고 있었던 사실과 상반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나타나는 인식과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이후 원자력 발전량이 감소했거나 변동 없었을 것이라고 응답한 집단만을 분석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이러한 분석 설계를 통해 정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정책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우선, 기존에 탈원전 정책에 찬성했던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림 2>의 정보 제공이 정책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대응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정보 제공 이전 평균 수용성이 79.52점이었으나, 정보 제공 이후 61.94점으로 17.58점 감소하였으며,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t=11.311, p<.001)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에 탈원전 정책을 반대했던 집단은 정보 제공 전 평균 수용성이 39.42점, 정보 제공 후는 40.31로 0.89 증가하였으나,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t=-.629, p=.530).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가설 검증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탈원전 정책을 찬성했던 응답자는 자신이 기대한 정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으며 해당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된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 정책 수용성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연구가설 H3은 지지되었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반대했던 집단은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은 이후 정책 수용성이 소폭 증가하였으나, 이러한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연구가설 H4는 지지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찬성 집단 수용성은 17.58점 감소한 반면, 반대 집단은 0.89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유의미한 변화는 찬성 집단에서만 확인되었기 때문에 연구가설 H5는 지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동일한 정보 제공이라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에 따라 수용성 변화 크기와 방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Ⅵ. 논의와 시사점
이 연구에서는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정책 명칭 틀짓기 효과, 정보 제공에 따른 정책 수용성 변화, 정책에 대한 기존 입장에 따른 수용성 변화 차이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치적 성향, 원전 안전성・경제성・친환경성에 대한 인식, 기후 행동 실천 수준은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보적 정치 성향과 원전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강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결과는 탈원전 정책 수용이 기술적, 경제적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성향, 원전에 대한 인식, 환경적 가치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 방향 설정과 소통 전략 수립 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원전에 대한 인식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탈원전’과 ‘감원전’ 정책 명칭 차이는 응답자의 정책 수용성이나 정책 효과에 대한 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태도가 단순한 언어적 표현보다는 구조적이고 고착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박철구・황철환・김동현, 2017). 다시 말해, 원전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사회적 이념 갈등과 결부되어 왔다는 점에서 정책 명칭 변경만으로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소통 전략으로서 정책 명칭 변경보다는 실질적인 정책 내용과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전달이 정책 수용성 향상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탈원전 정책 추진 이후 원자력 발전량에 대한 대중 인식과 실제 통계 간 차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기 원자력 발전량은 소폭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 중 58.7%는 감소했을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의 설문조사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인상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6.0%,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심화되었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44.3%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탈원전 정책의 실질적 효과와 추진 배경에 대한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으며,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대중 인식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언론 보도나 정치적 담론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정책 추진과 소통 과정에서는 정책의 실제 성과와 추진 맥락에 대한 정확하고 반복적인 정보 제공이 수용성 제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못된 언론 보도에는 ‘사실 확인(fact check)’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정정 보도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넷째, 정보 제공에 따른 수용성 변화는 응답자의 사전 태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탈원전 정책에 찬성했던 집단은 정보 제공 이후 수용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반면, 반대 집단에서는 수용성 변화가 유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전망 이론’과 ‘기대 불일치 이론’에서 제시하는 통찰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대치를 기준점으로 삼아 이익과 손실을 평가하며, 특히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Kahneman and Tversky, 1979).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던 집단의 경우, 원자력 발전량의 실질적 감소라는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접하면서 이를 예상했던 이익의 상실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이 심리적 손실로 작용하여 수용성의 유의미한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기대 불일치 이론은 개인의 만족이나 수용이 단순한 결과 자체가 아니라 기존 기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는 ‘부정적 불일치’를 유발하여 수용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Erevelles and Leavitt, 1992; Oliver, 1980). 이 연구에서도 탈원전을 지지했던 집단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인 부정적 불일치를 경험하여 수용성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반면,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집단은 사전 기대와 충돌하지 않는 정보였기 때문에 수용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탈원전 정책을 반대했던 집단은 이미 확고한 신념을 형성하고 있었거나 제공된 정보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하여 정보 제공 이후에도 정책 태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단일하지 않으며, 정치적 성향, 사전 태도, 기대 수준, 정보 해석 방식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인식이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는 에너지 정책과 같은 복합적 사회문제에 대한 수용성 확보가 단순한 정보 전달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정보 제공이 항상 긍정적인 수용성 향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 이념, 특성을 포괄할 수 있는 다층적이고 정합적인 소통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Ⅶ. 결론
이 연구에서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탈원전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탈원전’과 ‘감원전’이라는 정책 명칭이 수용성에 미치는 효과, 정보 제공, 사전 태도에 따른 수용성 변화를 통합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탈원전 정책 수용성은 정치적 성향, 원전에 대한 인식, 기후 행동 실천 수준 등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보적 정치 성향과 원전 안전성・경제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탈원전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반면, 탈원전과 감원전 정책 명칭 간에는 수용성 수준이나 원전 폐쇄 예상 소요 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계획이 약 60년에 걸친 장기 구상이었음에도, 두 정책 명칭 모두에서 응답자들은 폐쇄까지 약 38년이 소요될 것으로 응답하여 폐쇄에 소요되는 기간을 더 짧게 예상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정보 제공 효과는 응답자가 정책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던 입장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탈원전 정책에 찬성했던 집단에서 정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이후 수용성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전망 이론과 기대 불일치 이론에서 설명하는 심리적 손실과 기대-현실 간 불일치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의 학술적 기여는 에너지 정책 수용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실증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 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정치적 성향이나 기술·경제적 요인에 주목한 반면, 이 연구에서는 정책 명칭에 따른 틀짓기 효과, 정보 제공 과정에서의 기대 불일치, 손실 회피적 반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전통적 합리성 가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책 수용성의 심리적 기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정책과 원전 수용성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나, 탈원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차별성이 있다. 나아가 기후・환경・에너지 정책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적 접근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 연구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연구에서는 행동경제학적 이론을 활용함으로써 관련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다양한 에너지 정책 수용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이고 정합적인 소통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에너지 정책 설계와 소통 과정에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심리적 편향과 인식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소통 전략과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여기서 선택 설계란 정책 명칭, 정보 제시 방식, 표현의 틀 등과 같이 수용자가 정책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둘러싼 맥락적 조건을 의미하는데(Thaler and Sunstein, 2008), 이는 동일한 정책 내용이라도 수용성 수준을 달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찰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정합적인 정책 소통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와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S1A5B5A1708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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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훈: 한국외국어대학교 환경학과(정치외교학 이중전공) 졸업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를 수료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후・환경・재생에너지 정책, 환경 심리학, 환경 커뮤니케이션, 환경운동 등이며, 연구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aunaturel@snu.ac.kr).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후,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도시행정・공공정책 석사학위와 환경・에너지정책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관심 영역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으로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지, 또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정책학과 환경사회학, 환경교육학적 접근을 시도한다(ecodemo@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