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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Environmental Policy and Administration - Vol. 33, No. 3, pp.49-85
ISSN: 1598-835X (Print) 2714-060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Sep 2025
Received 08 May 2025 Revised 14 May 2025 Accepted 09 Jun 2025
DOI: https://doi.org/10.15301/jepa.2025.33.3.49

글로벌 녹색분류체계 비교 연구: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선 방향 탐색

금병욱** ; 서교원***
**주저자, 환경부 사무관, 회계학 박사
***교신저자, 명지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
A Comparative Study of Global Green Taxonomies:Toward an Improved K-Taxonomy
Byounguk Keum** ; Kyowon Seo***

초록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속에서, 녹색분류체계는 지속가능금융의 핵심적인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각기 상이한 산업 구조와 정책 목표를 반영하여 분류체계를 설계하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 공시제도 연계, 전환활동 수용 여부 등에서 차별화된 특징을 보인다. 본 연구는 유럽연합, 중국, 아세안,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를 비교·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고도화 과정에서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In the global effort to address climate change and achieve carbon neutrality, green taxonomies have emerged as a core institutional framework for promoting sustainable finance. Major countries have designed their own taxonomies reflecting distinct industrial structures and policy goals, exhibiting differentiated features in legal enforceability, integration with disclosure systems, and accommodation of transition activities.

This study aims to analyze and compare the green taxonomies of the European Union, China, ASEAN, and Singapore, and to derive practical policy recommendations for improving the Korean Green Taxonomy. The findings are expected to enhance the institutional effectiveness of the Korean taxonomy and serve as a useful reference in the advancement of the Korean taxonomy.

Keywords:

K-Taxonomy, EU Taxonomy, ASEAN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 Green and Low Carbon Transition Industry Guidance Catalogue, Singapore-Asia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

키워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EU 택소노미,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 중국 녹색 및 저탄소 전환을 위한 산업 카탈로그, 싱가포르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

I. 서론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에너지, 산업, 소비 구조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에서 친환경・저탄소 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개인, 기업 단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대규모 민간 자본의 유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친환경・저탄소 산업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배분할 것인가는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 부분의 전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자금의 흐름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녹색금융(Green finance)이다. 녹색금융의 개념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논의됐으며, 초기에는 주로 환경보호를 위한 금융 활동이라는 협의의 개념으로 정의되었다. Jianliang(1998)는 녹색금융을 환경보호라는 정책 목표 아래 환경과 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금융 운영 전략으로 정의하였으며, Xiong(2004)는 녹색금융을 금융기관이 환경보호, 거버넌스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 경제와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2015년 파리협정과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채택을 계기로 녹색금융의 개념은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의미로 발전하였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은 녹색금융을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이라는 큰 틀에서 정의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한 금융 활동 중 기후변화와 환경 요인에 주력하는 금융으로 규정하였다. Sachs, Woo, Yosino and Taghizadeh-Hesary(2019)은 녹색금융을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 채권, 녹색 펀드, 녹색 대출 등을 통해 장기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정의하였으며, Taghizadeh-Hesary and Yoshino (2019) 또한 녹색성장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 정책 및 수단의 도입으로 녹색금융을 정의하였다. 이처럼 녹색금융의 정의가 지속가능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괄적 금융 활동으로 그 범주가 확장되었지만, 여전히 개념적 정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어떤 활동이 환경을 개선하는 친환경 활동인지,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의는 없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2020년 세계 최초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하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1)를 제정하여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 경제활동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였다. 유럽연합은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기업과 금융기관, 투자자가 친환경 경제활동에 자금을 유입하도록 촉진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녹색위장행위(Greenwashing)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의 투명성을 높여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공공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유럽연합은 녹색분류체계를 녹색금융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각국 정부는 유럽연합이 법제화한 녹색분류체계 개념을 중심으로 자국의 기후 정책과 산업구조, 금융제도에 적합한 개별 녹색분류체계를 도입하거나 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기후 전략, 산업 전략, 자본시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K-Taxonomy) 초안을 발표하고, 2022년과 2024년 2차례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녹색분류체계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국 정부가 육성하려는 녹색산업 부문에 자금을 집중하기 위해 목록(Catalogue) 형태의 분류체계를 개발하였다(중화인민공화국 중화인민정부, 2024).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도 회원국의 경제구조와 개발 단계, 기후 취약성을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ASEAN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를 제정하였다(ASEAN Taxonomy Board, 2024). 이 외에도 싱가포르, 남아프리카 공화국, 몽골 등도 각기 다른 경제 상황과 산업구조,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자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구축하거나 준비 중이다. 즉, 국가별로 자국의 탄소배출 구조, 산업 특성,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친환경 경제활동의 범위를 재정의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친환경 자본을 유치하여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일석이조의 정책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상이한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적 현실은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에게 여러 국가의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동시에 검토하고 충족해야 하는 부담을 초래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 및 금융기관은 해외 다수의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국제 채권시장 등 해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각국의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대응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각국의 녹색분류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구조적 특성과 차이점 비교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실무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요 국가의 정책 분석을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보완 가능성과 주요 국가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향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발전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유럽연합, 한국, 중국, 아세안 등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를 중심으로 각 제도의 구조, 적용 기준, 법적 지위, 공시와의 연계성 등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국가별 상이한 녹색분류체계로 인해 겪는 대응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자본시장 내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녹색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울러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금융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보완 방향을 도출함으로써, 국내 지속가능금융 정책의 실효성과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녹색분류체계와 관련된 기존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제3장에서는 유럽연합, 한국, 중국, 아세안 등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 주요 내용과 특징을 분석한다. 제4장에서는 3장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본 연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결론을 제시한다.


Ⅱ. 선행연구 검토

지속가능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연합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녹색분류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란 경제활동 중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의하는 기준으로서, 기업과 투자자가 친환경 경제활동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녹색위장행위를 방지하고, 친환경 프로젝트로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 세계 최초로 녹색분류체계를 법률로 제정하여, 친환경 경제활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녹색분류체계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이하 ‘EU Taxonomy’)를 중심으로 최근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선행연구들은 EU Taxonomy의 규제구조를 분석하고 정책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거나, EU Taxonomy 도입이 경제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Bond and Dusik(2022)은 EU Taxonomy의 도입이 단순한 규제 변화를 넘어 금융시장 참여자의 사고방식 전환을 촉진하여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Inderst and Marcus(2025)는 최적의 환경규제가 존재할 경우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녹색위장행위 및 금융 제약(Financial frictions) 문제가 존재하므로 EU Taxonomy를 통한 녹색자금 유도는 사회적 후생을 개선할 수 있음을 이론 모형을 통해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Taxonomy의 균형 잡힌 설계는 녹색자금 투자 참여 확대와 녹색위장행위 방지 사이의 균형을 달성하는 핵심 조건이라고 주장하였다. Bassen, Kordsachia, Lopattaand and Tan(2025)은 EU Taxonomy 부합 비율(Alignment)이 높은 기업일수록 높은 주식수익률을 기록하며, 특히 투자자가 EU Taxonomy에 관심이 많을수록 수익률 프리미엄이 강화된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ESG 점수보다 EU Taxonomy 부합 비율이 주식수익률에 대한 설명력이 높다고 밝혀, EU Taxonomy가 주식시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EU Taxonomy가 기존 ESG 등급 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EU Taxonomy 도입이 오히려 녹색경제 이행 과정에서 자금 배분 왜곡(distortion)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Fuest and Meier(2023)는 EU Taxonomy를 통한 녹색 투자 장려가 생산성 손실과 소득 감소를 초래하여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권 총량 축소와 같은 직접적인 정책 수단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Brühl(2022)은 EU Taxonomy가 ESG 정보의 투명성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와 정보 공개가 실제 녹색 투자 확대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녹색자산비율(Green Asset Ratio) 기준 재설정과 단순화된 녹색 등급(Green rating) 제도 도입을 제안하였다. Garcia-Torea, Luque-Vílchez and Rodríguez-Gutiérrez(2024)은 EU Taxonomy의 세부 규정과 실행 방법론이 명확하지 않아 높은 수준의 규제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O'Reilly, Gorman, Mac An Bhaird and Brennan(2024)은 중소기업이 EU Taxonomy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으며, Lygnerud, Romanchenko, Unluturk, Popovic and Schultze(2025)은 복잡하고 엄격한 EU Taxonomy 구조가 투자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사례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기술별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국내의 경우,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이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이 발표된 이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녹색분류체계 제도가 단계적으로 정착되고 있으나, 학술적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임동순・박광수(2023)는 EU Taxonomy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내에 원자력 발전 활동에 대한 주요 쟁점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오덕교・이다원・윤승영(2024)은 EU Taxonomy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구조적 차이를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하였다. 먼저 활용성 측면에서 유럽연합은 분류체계가 다양한 규제・공시 제도와 연계되어 있지만, 한국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경제활동 범위 측면에서는 유럽연합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목록을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였다. 배제 기준에서도 유럽연합은 체계화된 위험 기반 접근을 적용하는 반면, 한국은 일부 자율적 검토에 의존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향후 국제기준과의 정합성 및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적격성 개념의 도입, 배제 기준의 고도화, 그리고 제도적 활용성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금병욱(2025a)은 EU Taxonomy 제정 과정을 중심으로 유럽연합의 법제화 절차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2020년에 EU Taxonomy Regulation 제정 이후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s, 2021)2), 보완기후위임법(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s, 2022)3), 환경위임법(Environmental Delegated Acts, 2023)4) 등 후속 위임입법의 단계적 제정 과정을 분석하여 유럽연합의 정책 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 EU Taxonomy 법제화는 단순한 규범 제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정치적 합의가 결합한 복합적 과정이며, 유럽연합의 다층적이고 정교한 입법 체계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어 절차적 합리성과 제도적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국내 탄소중립 정책 수립 과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금병욱・노태우(2025)는 녹색분류체계 포함에 논란이 되었던 원자력 에너지를 중심으로 EU Taxonomy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원자력 에너지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이상의 국내외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EU Taxonomy를 중심으로 정책적 효과와 시장 영향,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대부분 유럽연합 사례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연구 역시 EU Taxonomy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비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국가 간 제도 차이와 공통점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연구는 제한적이다. Koppl and Schwarzbauer(2023)는 녹색분류체계가 녹색 투자 유도 외에 산업과 무역에도 구조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국가 간 녹색분류체계 정책의 상호 연계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공급망 전반에 걸친 녹색 기준 준수가 요구됨에 따라, 단일 국가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연계성과 조화를 고려한 비교 분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 간 정책 연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국 녹색분류체계의 구조와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국가별 녹색분류체계 비교 연구는 국제적 정합성과 국내 정책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유럽연합 법령, 각국의 녹색분류체계 기준, 학술논문 등을 폭넓게 검토하는 질적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유럽연합, 한국, 중국, 아세안 등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구조적 특성과 차이점을 비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국가별로 상이한 녹색분류체계 적용으로 인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대응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녹색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주요 국가의 제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업 및 금융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개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지속가능금융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Ⅲ. 국가별 녹색분류체계 분석

지속가능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반으로써 녹색분류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각국은 자국의 경제 상황, 산업구조, 정책 목표, 금융시스템 특성 등을 반영하여 독자적인 녹색분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별 녹색분류체계는 공통적으로 친환경 경제활동을 명확히 정의하여 친환경 프로젝트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자 하나, 국가별로 경제・산업 구조, 에너지 믹스, 기후정책 우선순위 등에 따라 녹색분류체계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친환경 경제활동의 인정 범위와 기술기준의 엄격성, 과도기적 전환 활동 수용 여부, 법적 구속력의 강도 등은 국가별로 상이한 특성을 보이며, 이는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자본시장 참여자에 실질적인 규제 대응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연구의 필요성과 선행연구 검토를 바탕으로 주요 국가별 녹색분류체계의 구조, 적용 기준, 법적 지위, 공시 연계성 등을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논의에서 영향력이 큰 유럽연합과 국내 기업의 자본 조달 수요가 많은 한국,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특유의 제도적 특색을 보이는 아세안이다. 국가별 녹색분류체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실무적 대응 역량을 제고하고, 향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개선 방향을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1.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며, 2018년 지속가능금융 행동계획(Action plan on financing sustainable growth)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서는 민간 자본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2020년 6월 EU Taxonomy를 세계 최초로 제정하였다. EU Taxonomy는 유럽연합의 입법 형태 중 하나인 규정(Regulation)5)으로 제정되었으며, 규정은 회원국 내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 모든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EU Taxonomy는 이러한 규정 형식을 취함으로써 법적 강제력을 갖춘 구속적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EU Taxonomy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네 개의 위임입법(Delegated Acts)을 추가로 제정하였다. 기후위임법은 기후변화 완화 및 기후변화 적응 목표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의 세부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보완기후위임법은 천연가스 및 원자력 등 일부 에너지 부문을 특정 조건하에 친환경 활동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위임법은 수자원 보호, 순환 경제 전환, 오염방지 및 통제, 생물다양성 보전 등 기후 이외의 환경목표와 관련된 세부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의무를 구체화하고 EU Taxonomy의 실질적 이행력을 확보하고자 공시위임법(Disclosure Delegated Acts)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법적 체계는 유럽연합이 EU Taxonomy 활성화를 위해 다층적이고 구체적인 규범체계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EU Taxonomy는 기술 선별 기준(Technical Screening Criteria, TSC)과 최소한의 사회적, 인권 보호 기준을 충족(Minimum Safeguards, MS)해야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된다. TSC는 경제활동이 환경목표6)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Substantial Contribution, SC), 그리고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지(Do No Significant Harm, DNSH)를 판단하기 위한 기술적 기준이다. 이는 경제활동별로 정의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목표 등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정량적 수치가 제시되기도 한다. MS는 기업의 경제활동이 사회 및 인권 관련 기본 원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장치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노동 기준 등 국제기준의 준수를 요구한다. EU Taxonomy는 이처럼 SC, DNSH, MS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경제활동만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며, 총 36개 분야 242개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EU Taxonomy에 열거된 경제활동이라 하더라도, 위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EU Taxonomy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분류 기준을 넘어,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지속가능 금융공시 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와 연계하여,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의무와 직접 연결되는 체계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EU Taxonomy는 기업으로 하여금 경제활동 중 EU Taxonomy에 부합하는 활동 비율(Alignment)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총매출액(Turnover), 총투자지출(CapEx), 총운영비용(OpEx) 중 EU Taxonomy에 부합하는 활동의 비율을 산정하여 보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친환경 경제활동 비중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금융기관(은행, 자산운용사 등) 역시 투자 포트폴리오 내 EU Taxonomy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에 얼마나 투자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며, 금융기관이 녹색위장행위를 방지하고 더욱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편, 유럽연합은 EU Taxonomy에 포함된 경제활동 위주로 녹색자금이 활용되도록 유럽 녹색채권기준(EU Green Bond Standards, EU GBS)을 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유럽 금융시장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할 때 EU Taxonomy 부합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자사 ESG 펀드 상품의 심사 기준에 EU Taxonomy 부합 비율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EU Taxonomy는 독립적인 분류체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 체계에 실질적으로 내재화되어 녹색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업과 금융기관이 지속가능성을 전략적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도록 하는 변혁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EU Taxonomy는 단순한 녹색분류체계를 넘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기준을 내재화하고자 한 유럽연합의 전략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규정으로 제정하여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기술 선별 기준 등 객관적인 친환경 활동 판단 기준을 도입하였으며, 지속가능성 공시제도(CSRD, SFDR)와의 체계적인 연계를 통해 녹색금융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EU Taxonomy의 구조와 운용 방식은 타국의 녹색분류체계 제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의 규범 형성에 있어 중요한 참조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EU Taxonomy는 유럽연합 내부의 정책적 수단을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 지속가능경제 이행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림 1>

EU Taxonomy 친환경 경제활동 판별기준출처: 유럽 녹색채권기준(EU GBS) 분석(금병욱, 2025b)

2. 한국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설정하고,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기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금융 기반 조성에 주력해 왔으며, 그 일환으로 녹색분류체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환경부는 2021년 4월『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개정하여 환경책임투자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녹색분류체계의 수립을 명문화하였다. 환경부는 동 법령에 따라 2021년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하였고(환경부, 2021), 산업계와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녹색분류체계 적용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 12월 최종안이 확정되었다(환경부, 2022). 이후 2024년 12월에는 기후변화 외 환경목표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신설, 보완하는 개정을 하였다(환경부, 2024).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기본적으로 EU Taxonomy를 참고하여 설계되었으나, 국내 산업구조, 정책 목표, 기술개발 수준 등을 고려하여 제정되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6대 환경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EU Taxonomy의 구조를 상당 부분 준용하고 있다.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의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활동 기준). 둘째, 환경목표 달성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배제 기준). 마지막으로 인권, 노동, 안전, 반부패, 문화재 파괴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보호 기준). 다만 EU Taxonomy가 기술선별기준을 별도로 명시한 것과 달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경제활동별 인정 기준을 통해 기술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적합성판단 절차라는 과정을 통해 활동 기준, 인정 기준, 배제 기준, 보호 기준의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할 때 녹색분류체계에 적합한 활동으로 판단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경제활동을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 및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으로 총 18개 분야 77개 경제활동이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차량 제조 활동 등이 있다. 반면 전환부문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도기적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활동으로, 1개 분야 7개 활동이 해당된다. 여기에는 원자력 기반 에너지 생산, 블루수소 제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이원적 구조는 탄소중립 이행을 목표로 하면서도, 산업 현실을 고려하여 점진적인 전환 과정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지침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2022년 개정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2024년 제정된 녹색여신 관리지침의 녹색판단 기준으로 적용되며, 녹색금융 상품의 발행과 운용에 있어 일관된 판단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제도의 정착과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녹색금융 심사 과정에서도 통일된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녹색금융 정책 추진을 지원하고, 금융기관 간 녹색금융 실적의 비교 가능성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EU Taxonomy를 참조하되, 국내 산업 구조와 정책 목표에 부합하도록 독자적으로 녹색분류체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을 구분하여 현실적인 산업 전환 과정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경제활동별 인정 기준을 설정하여 기술 요건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중요한 특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지침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실제 금융시장과 투자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기반 조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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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합성판단 절차출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환경부, 2024)

3. 중국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녹색금융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여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의하는 녹색분류체계와 녹색채권 발행 지침 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규모 녹색채권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녹색산업 안내 카탈로그(Green industry guiding catalogue)를 발표하고,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국 정부가 육성하려는 녹색산업 부문에 자금을 집중하기 위해 이 카탈로그를 활용해 왔으며, 이는 친환경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을 효과적으로 녹색산업으로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중국은 정책 목표를 구체화하고, 산업 전환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자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Reform Commission, NDRC)와 생태환경부, 자연자원부 등 다양한 부처와 협력하여 2024년 녹색 및 저탄소 전환을 위한 산업 카탈로그(Green and low carbon transition industry guidance catalogue, 이하 ‘녹색 및 저탄소 전환산업 카탈로그’)를 발표하였다. 이 카탈로그는 기존의 녹색산업 안내 카탈로그 대비 저탄소 전환에 보다 집중하고, 저탄소 핵심 산업과 세부 항목을 정의하는 방식으로 개정되었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녹색산업 육성을 넘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녹색 및 저탄소 전환산업 카탈로그는 환경목표를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7개의 주요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경목표를 유추할 수 있다. 7개 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에너지 절감 및 탄소 감축(Energy saving and carbon reduction), 환경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 자원재활용(Resource recycling), 사회기반시설 친환경 개선(Infrastructure green upgrading), 친환경 서비스(Green services), 에너지 저탄소 전환(Energy green low-carbon utilization), 생태 보호, 복원 및 활용(Ecological protection, restoration and utilization)이다. 각 부문은 31개 분야와 245개 활동으로 세분화되며,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녹색산업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분류는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녹색산업 분야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로드맵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녹색분류체계는 EU Taxonomy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는 달리, 기술적 기준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산업 목록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중국은 해당 산업에 포함되는 경제활동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며, 이를 통해 친환경 경제활동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녹색분류체계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적용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기술기준이나 환경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존재하며, 이러한 방식은 실질적인 환경적 효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의 녹색 및 저탄소 전환산업 카탈로그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식적인 법령은 아니지만, 정부가 이를 가이던스로 제시하고 있어, 중앙집권적인 정책 구조 속에서 사실상 강력한 준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이 녹색채권 발행, 친환경 프로젝트 심사 등 다양한 금융 활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금융기관들은 카탈로그를 기준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투자 프로젝트를 평가하며, 정부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의 녹색분류체계는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 실행력과 경제 유인 체계를 바탕으로 친환경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실용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산업 목록 중심의 녹색분류체계는 기술적 기준에 기반한 EU Taxonomy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비해 적용의 유연성과 행정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으며, 중앙정부의 산업 정책과 연계되어 정부의 재정지원 및 금융기관의 투자심사에 실질적인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기술적 요건이나 환경 기여 기준의 부재는 녹색위장행위 방지나 환경성과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향후 중국이 녹색 및 저탄소 전환산업 카탈로그에 기술기준 강화 및 실질적 환경 기여 요건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경우, 중국 녹색분류체계의 국제적 신뢰성과 녹색금융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4. 아세안

아세안은 지리적, 경제적 특성상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국가들이 밀집해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극심한 가뭄, 홍수 등 기후 재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재난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안전성과 사회적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농업 및 관광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은 기후위험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와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실업 문제 등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세안은 기후위험 완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아세안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ASEAN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를 제정하였다. 아세안은 분류체계를 통해 회원국 간의 기후 정책과 환경 기준을 조화시키고 민간 부문의 녹색투자를 효과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아세안 지역의 지속가능금융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아세안은 회원국의 금융당국 및 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아세안 분류체계 위원회(ASEAN Taxonomy Board, ATB)를 설립하여 분류체계 개발에 착수하였다. 2021년 11월,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맞춘 아세안 분류체계 초안이 발표되었고, 이후 2023년 6월, 2024년 4월 두 차례 개정을 통해 기후변화 외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술선별기준과 사회적 측면도 주요 판단 기준으로 포함되어,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반영되었다. 아세안 분류체계는 회원국 간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베이스라인을 제시하되, 각국의 정책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현실을 고려한 지역 중심의 분류체계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또한, 실물 기업보다는 금융기관을 주요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민간 자본의 녹색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투자 및 대출 과정에서 자산의 환경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공통 기준을 제공하려는 정책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며, 분류체계의 구조와 적용 방식도 이러한 목적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아세안 분류체계는 회원국의 다양한 경제 및 산업구조, 기술개발 수준, 금융체계 등을 반영하기 위해 회원국 간 조화성, 국제적 정합성 및 지역 특수성, 포용성 및 실용성, 과학 기반의 신뢰성, 금융 부문 정합성이라는 5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네 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한 경제활동만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 첫째, 하나 이상의 환경목표에 기여해야 한다. 환경목표는 기후변화 완화(Climate Change Mitigation),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 건강한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호(Protection of Healthy Ecosystems and Biodiversity), 자원 회복력 및 순환경제 전환(Resource Resilience and the 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의 네 가지로, 이는 EU Taxonomy 및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유사한 환경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둘째,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Do No Significant Harm, DNSH) 하며, 셋째, 전환을 위한 개선책(Remedial Measures to Transition, RMT)이 있어야 한다. 이는 특정 경제활동이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 5년 이내에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Social Aspects)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측면이란 특정 경제활동이 환경목표를 기여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나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세안 분류체계는 특정 개별 경제활동의 수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산업과 경제활동을 포괄적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회원국의 다양한 경제구조와 현실을 반영해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아세안 분류체계는 기반 체계(Foundation Framework, FF)와 추가 기준(Plus Standard, PS)의 이원화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기반 체계는 원칙 기반의 정성적 평가 방법으로 자료의 가용성이나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활동의 평가 및 분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추가 기준은 기술선별기준을 적용하는 정량적 평가 방법으로 기반 체계보다 높은 기술적 기준과 정량적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보다 엄격하고 정밀한 평가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원적 구조는 아세안 분류체계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기술개발 수준이나 데이터 접근성 차이가 큰 회원국 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수용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세안 분류체계의 또 다른 중요 특징은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녹색(Green), 황색(Amber), 적색(Red)의 신호등 체계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이는 친환경 경제활동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유럽연합, 한국, 중국과 차이가 있다. 특정 경제활동이 기반 체계 또는 추가 기준 방식으로 평가했을 때 분류체계에 완전히 충족하는 경우 녹색 FF 또는 녹색 PS를 부여한다. 경제활동이 일정 부분 분류체계에 부합하지만, 일부 환경목표에 피해를 주고 있거나 전환을 위한 개선책을 이행 중일 때 또는 기술적 심사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지만, 지속해서 개선 중일 때 황색 FF 또는 황색 PS로 분류하며, 이 외의 경우에는 적색 FF 또는 적색 PS로 분류한다. 신호등 체계는 기존의 이분법적 분류에서 벗어나, 녹색과 비녹색 사이의 황색을 추가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이 많은 아세안 국가가 각기 다른 발전 단계와 여건에 따라 점진적으로 녹색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

아세안 분류체계는 법적 강제력 없이도 회원국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 적용이 가능한 유연한 구조, 기반 체계와 추가 기준의 이원적 분류 방식, 그리고 신호등 체계를 통한 단계적 전환 유도라는 고유한 설계 원칙을 통해 아세안 지역의 제도적 현실과 발전 격차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원적 분류 방식과 신호등 체계는 아세안 분류체계의 독자적 특징으로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체계적 접근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러한 특징은 아세안 분류체계가 단순한 분류 도구를 넘어, 회원국 간 지속가능금융의 공통 언어이자 지속가능경제 이행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3>

아세안 지속가능 분류체계 기본구조출처: 아세안 지속가능 분류체계 참고하여 저자 재구성

5.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금융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지역 내 저탄소 전환을 위한 자본 유입을 촉진하고자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MAS)은 2019년 정부, 금융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녹색금융산업협의체(Green Finance Industry Taskforce, GFIT)를 출범시켰다. 이후, 기후채권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 CBI)의 기술 자문과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23년 12월 싱가포르-아시아 지속가능분류체계(Singapore-Asia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를 발표하였다.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목표(Aims), 원칙(Principles), 실천 방식(Practices)이라는 3단 구성 체계로 설계되었다. 첫째, 싱가포르 분류체계의 주요 목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일관된 분류체계 구축(Create a consistent classification system), 친환경 활동에 대한 벤치마크를 제시(Provide a benchmark for green activities), 녹색위장행위에 대한 방지(Protect against greenwashing)이다. 이러한 목표는 투자자와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녹색 활동 기준을 바탕으로 친환경 경제활동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과학 기반(Science-based)의 기술선별기준을 설정하여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지원(Support transition to green)하기 위한 유연한 경로 설정을 통해 고탄소 부문의 점진적 전환을 제도적으로 수용한다. 또한, 동태적이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Be dynamic and responsive to change)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향후 과학 발전, 기술 변화, 정책적 수요에 따라 기준과 적용 범위를 주기적으로 갱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셋째, 싱가포르 분류체계의 목표와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실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용과 적용의 용이성(Easy to use and apply)을 고려하여 금융기관과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다른 나라 분류체계와 연계성(Link to other regional and national taxonomies)을 확보하여 싱가포르 분류체계 기준을 충족하면 다른 나라의 분류체계를 충족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을 최대한 고려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현지 법규 및 산업 규제 요구사항과 부합(In line with local requirements)하도록 구성하여, 금융기관과 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총 10개 분야, 63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환경목표는 기후변화 완화(Climate Change Mitigation),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 건강한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호(Protect healthy ecosystems and biodiversity), 자원 회복력 및 순환경제 촉진(Promote resource resilience and circular economy), 오염방지 및 통제(Pollution prevention and control)의 다섯 가지로 설정되어 있다. 다만, 현재 발표된 분류체계는 기후변화 완화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나머지 네 가지 환경목표에 관한 내용은 향후 단계적으로 보완될 예정이다. 또한, 유럽연합과 한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중대한 피해 방지(Do No Significant Harm, DNSH)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나, 분류체계가 초기 도입 단계임을 감안하여 이를 규범적 기준이 아닌 모범사례(Best practice) 수준에서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향후 분류체계의 고도화 과정에서 DNSH 원칙은 필수적 판단 기준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명시하여, 제도적 유연성과 점진적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아세안 분류체계에서 제안한 신호등 체계를 채택하여,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녹색, 황색, 적색으로 구분한다. 녹색 활동(Green activity)은 온실가스 배출이 극히 낮거나 없는 활동을 의미하며, 황색 활동(Amber activity)은 현재는 녹색 활동을 충족하진 않지만, 녹색 전환을 위해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황색 활동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기존 기반 시설 및 활동의 녹색 전환 프로젝트만 해당하며 신규 프로젝트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황색 활동에는 전환 완료를 위한 만료 기한(Sunset date)이 설정되어 있어, 일시적 전환 단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제도적 제약을 두고 있다. 반면, 녹색 및 황색 활동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활동은 적색 활동(Red activity)으로 분류하여 녹색금융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포용하는 유연한 구조와 아세안 및 유럽연합 분류체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실용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신호등 체계를 통해 녹색과 적색 활동 사이의 이행 경로를 제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고탄소 부문의 점진적 전환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사용 편의성과 현지 규제 정합성에 대한 고려는 싱가포르 분류체계가 단순한 분류 기준을 넘어 금융시장 참여자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향후 아시아 지역의 녹색분류체계 통합 논의 및 국제기준 조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녹색분류체계 비교


Ⅳ.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선 방향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친환경・저탄소 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유입하는 지속가능금융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녹색분류체계는 지속가능금융 이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3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연합, 아세안, 중국,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 정책 환경과 제도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녹색분류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분류체계는 각기 다른 정책 목표와 기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환경목표의 구체화, 과학 기반의 기술선별기준 마련, 과도기적 전환을 고려한 유연한 구조, 법적 구속력 부여, 공시 제도와의 연계, 국제기준과의 정합성 확보 등을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산업계, 금융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과 협업을 통해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최초 발표하고, 이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제도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특히 저탄소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물, 순환 경제, 오염,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환경목표에 대한 경제활동을 체계화하였고,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을 구분하는 이원적 구조, 분야별 경제활동에 대한 인정기준 마련,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국제적으로도 선도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최근 국제적 논의가 더욱 정교하고 통합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또한 제도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제3장에서 도출된 주요 국가 사례의 핵심 요소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정합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ESG 공시제도와의 연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기준만 제시할 뿐,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어떻게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나 의무가 없다. 이는 분류체계의 실질적인 활용성을 제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특히 금융기관은 대출, 투자 등 금융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친환경 경제활동에 기여한다. 따라서 기업의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정보와 비중을 명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투자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나아가 금융기관 자체의 친환경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도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분류체계에 부합한 경제활동에 얼마나 투자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즉, 기업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경제활동 비중을 공시해야만 관련 정보에 기반하여 친환경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분류체계 기반 공시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이다. EU Taxonomy는 독립적인 분류체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인 CSRD, SFDR에 통합되어 있다. 유럽연합은 기업의 경제활동 중 EU Taxonomy에 부합하는 활동 비율을 총매출액, 총투자지출, 총운영비용 기준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에는 투자 포트폴리오 내 EU Taxonomy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의 투자 비중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유럽연합은 EU Taxonomy를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 체계에 실질적으로 내재화시켜 제도적 실용성과 활용성을 모두 높이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유럽 그린딜 자금의 집행 기준으로 EU Taxonomy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EU Taxonomy에 기반한 공시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며, 공시 정보를 바탕으로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정책자금을 배분하고 있어 녹색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가 기업공시제도를 총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회계기준원 내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KSSB)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분류체계가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시제도에 통합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제도적으로 자연스럽게 공시와 연계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경부 주도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반 정보공개 매뉴얼을 개발했으나, 이는 녹색채권 등 녹색금융 상품 발행을 위한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며, ESG 공시제도를 위한 직접적인 활용을 전제로 설계되지는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의 ESG 공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의 기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해당 기준에는 녹색분류체계 관련 공시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공시의무로 연결할 수 있는 법적 규정도 부재하다. 이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ESG 공시제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정비와 함께, 분류체계 기반 공시의 개념, 절차,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KSSB의 공시 기준 제정 시 녹색분류체계의 단계적 반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단계에서는 기업이 영위하는 경제활동 중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경제활동 목록에 포함된 총매출액, 총투자지출, 총운영비용 비중을 공시하는 것이다. 이는 제시된 77개 경제활동 목록에 포함되는지만 확인하면 되므로 비교적 간단하게 공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영위하는 7개 경제활동 중 3개가 분류체계 경제활동 목록에 포함된다면, 7개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전체 매출액 중 3개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의 비중을 산출하면 된다. 이러한 1단계 공시는 기업이 자사 경제활동 중 분류체계에 포함된 활동을 식별하는 수준의 공시로서, 분류체계 기반 공시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제도적 의의가 있다. 특히 기업들이 자사의 경제활동을 분류체계 목록과의 정합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2단계 공시로의 전환을 위한 실무 역량 확보 및 인식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1단계 공시는 분류체계의 기술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활동 포함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녹색위장주의를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며,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업종의 경우 공시할 수 없는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1단계 공시는 전환기적 공시 방식으로서 실무 준비용 역할에 의미를 두고, 향후 기술기준 충족 여부까지 판단하는 2단계 공시로의 단계적 이행 구조를 명확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1단계 공시가 정착된 이후에는 2단계로, 분류체계 기준을 실제 충족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공시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단계에서는 경제활동이 단순히 분류체계 목록에 포함되는지를 넘어, 해당 활동이 활동 기준, 인정 기준, 배제 기준, 보호 기준 등 분류체계의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지를 검토하여 공시를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정보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도 공시를 바탕으로 신뢰성 높은 녹색투자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자료 수집 부담 등을 고려하여 기업 규모를 고려한 단계적 도입 및 차등 적용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시 체계의 형식적 완성뿐 아니라, 이를 실제로 운영하는 주체들의 역량과 활용 조건 또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시 이행 구조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실무적 역할과 활용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기업은 CSRD를 통해 경제활동별 환경성과를 공시하고, 금융기관은 SFDR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녹색 비중을 보고함으로써 분류체계가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주로 녹색채권 발행이나 녹색여신 심사에 활용되는 정책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참조하는 비의무적 지침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활용 방식은 제도에 대한 실무 수용성과 활용 편의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선 과정에서는 유럽연합 사례를 참고하여 분류체계의 적용 주체(기업・금융기관), 활용 목적(공시・투자・정책 자금 배분 등), 적용 방식(공시 연계, 상품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동시에 제고할 필요가 있다.

2. 전환부문 확대를 통한 고탄소 산업의 녹색 전환 유도

녹색과 비녹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녹색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2050 탄소중립 및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서, 녹색 경제활동에 대한 엄격하고 명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제한적인 적용 범위는 특히 탈탄소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산업에 있어 제도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고탄소 배출 산업은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탈탄소화 과정이 장기적, 복합적인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분류체계에서는 국내 제품 벤치마크 상위 20% 수준의 엄격한 성과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한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인 환경성과에만 초점을 맞추어 대규모 장치 산업의 중장기적 전환 투자를 친환경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녹색금융의 사각지대를 야기할 수 있다. 고탄소 산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들이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 분류체계가 도입하고 있는 기반 체계, 추가 기준의 이원화 된 평가 방식과 아세안, 싱가포르 분류체계가 도입하고 있는 신호등 체계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세안 분류체계는 기반 체계와 추가 기준의 이원적 구조를 채택하여,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두 개의 축을 마련하였다. 기반 체계는 모든 활동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환경적 원칙과 최소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추가 기준은 정량적 임곗값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기준 충족을 요구한다. 이러한 구조는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달성 가능성을 고려함으로써 현실적인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아세안과 싱가포르 분류체계는 기존의 이분법적 녹색, 비녹색 구분을 탈피하고, 녹색(친환경), 황색(전환), 적색으로 구분하는 신호등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전환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유도하는 틀을 마련하였다. 황색 등급은 현재 친환경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향후 일정한 시간 안에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과도기적 활동을 포괄하며, 이들을 대상으로도 일정 요건 충족 시 녹색금융 접근이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제도 자체가 전환을 장려하고 점진적 개선을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효과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서문에서 전환부문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최종 지향점이 아니므로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으로 볼 수는 없지만, 현재 단계에서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구성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도 전환부문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아세안, 싱가포르 분류체계의 황색 신호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환 부문의 분야와 경제활동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 과도기적 투자 활동에 대한 장려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전환부문에서 아세안 분류체계의 기반 체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녹색부문에서 제시한 인정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활동・배제・보호 기준을 충족하고 온실가스 감축량 등 실질적인 환경 기여 효과가 명확히 제시되며, 중장기적으로는 녹색부문 인정 기준 달성을 위한 개선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된 경우에는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전환부문으로 수용하여 녹색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신호등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전환 과정과 개선책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아세안 분류체계의 RMT 원칙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정량적 기술기준을 모두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활동・배제・보호 기준을 충족하고 실질적인 환경 기여와 전환 계획이 명확히 제시되는 경우, 일정 조건하에 전환부문으로 포괄할 수 있다는 제도적 유연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여 전환부문을 확대하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실제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금융지원을 이끌어내는 실효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녹색금융의 흐름을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포용적이고 역동적인 구조로 개편될 수 있으며, 탈탄소화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산업군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국가 탄소중립 전략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글로벌 분류체계 기준과 연계 및 협력

국제 주요 분류체계와의 정합성 및 상호운용성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형 분류체계는 EU Taxonomy를 참고하여 설계되었으나 용어 정의, 분류 방식, 기술선별기준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기후정책, 산업구조, 에너지 믹스, 금융시장의 특수성 등을 반영한 개별 녹색분류체계의 필요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글로벌 공급망 참여 과정에서 비효율적 대응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기반한 금융상품의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도 한계가 될 수 있다. 이는 녹색경제 활동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수렴과 정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핵심적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싱가포르 등과 상호인정 메커니즘 구축이나 공동 기준 개발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연합과 중국이 국제지속가능금융플랫폼(International 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 IPSF) 산하 협의체에서 공동으로 개발 중인 공통 기준 분류체계(Common Ground Taxonomy, CGT)를 들 수 있다. CGT는 양국의 기존 녹색분류체계를 비교・분석하여 상호 인정가능한 공통 분모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 간 제도 연계 및 국제 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향후 글로벌 분류체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국제정합성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CGT는 국가 간 제도 구조와 기술기준의 유사성이 전제되어야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하므로, 우리나라가 직접 참여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국제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EU Taxonomy 간의 정렬 문서(Reference alignment guide)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양국 간 분류 범주와 기술기준 등 항목별로 비교・대조한 교차표(Mapping table)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 분류체계 간의 상호 정합성과 운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제도 간 연계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제도 연계 및 통합 가능성을 촉진할 수 있다. 둘째, 유럽연합의 제3국 동등성 평가 기준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EU Taxonomy의 절차적 요건과 기술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우선하여 적용할 수 있는 경제활동 군을 선별하여 유럽연합과의 협의를 통해 상호인정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기준이 상이하거나 정합성이 낮은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보완 기준 또는 정렬 문서를 활용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향후 유럽연합의 동등성 평가 대상국으로 포함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세안,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기술기준 공동화 협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ATB 또는 MAS와 기술 세미나 및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분류체계 표준화 협의체 등의 신설을 통해 정례적인 정책 연계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국제적 정합성과 상호인정 논의는 기존 제도의 실제 운영 경험과 정책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U Taxonomy는 세계 최초로 법제화된 녹색분류체계로, 시행 초기부터 다양한 제도적 보완과 실무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하였다. 예를 들어, EU Taxonomy 관련 Q&A 문서를 제공하고, 공시제도(CSRD, SFDR) 및 유럽 녹색채권 기준(EU GBS)과 체계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분류체계가 실질적인 자금 배분 기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제도 운영 경험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실효성 확보와 정책 수용성 제고를 위한 설계 및 운용상의 참고 사례로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각국 분류체계와의 연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계가 주요 국가 분류체계의 요구사항과 판단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설계의 이해를 넘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실무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많은 경제활동에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량적인 기술기준의 충족 여부를 기술적 기준으로 요구하므로, 우리 기업은 생산공정의 탄소배출량, 에너지 소비량 등 환경성과 데이터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한편, 중국의 산업 목록 기반 분류체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군과 자사 사업의 연계 가능성을 점검하고, 이에 부합하는 프로젝트 설계를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사전적 준비는 향후 분류체계 간 상호인정 논의에 있어 우리 기업이 실질적인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Ⅴ. 결론

유럽연합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녹색분류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녹색위장행위를 방지하고 환경책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각국은 자국의 산업구조, 기술 수준, 정책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녹색분류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단순히 친환경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도구를 넘어 지속가능금융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기후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본 연구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녹색분류체계가 갖는 제도적 의의를 조명하고, 주요 국가별 녹색분류체계의 구조와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정합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녹색분류체계를 법제화하고,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와 연계하여 녹색금융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높였다. EU Taxonomy는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준으로 기능하며, 타국 분류체계의 주요한 참조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산업 목록 기반의 실용적 분류체계를 운영하며, 정부 주도의 자금 배분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세안은 정성적 평가 방식인 기반 체계와 정량적 평가 방식인 추가 기준을 결합한 이원적 구조와 신호등 체계를 통해 회원국 간의 발전 격차와 제도적 다양성을 조화롭게 수용하고자 하였다. 싱가포르는 과학 기반 기술기준과 유연한 전환 수용 원칙, 그리고 높은 상호운용성을 갖춘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각국이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정책 목표 달성뿐 아니라 산업 전환, 금융시장 신뢰 제고, 국제적 정합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가 간의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제도적 정합성과 실효성 제고를 위한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도출하였다. 첫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연계하여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총매출액, 총투자지출, 총운영비용 항목별로 분류체계 부합 활동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내 친환경 투자 비중을 공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탄소 산업의 중장기적 녹색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전환부문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세안 분류체계의 기반 체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실질적 환경 기여가 명확하고, 중장기적으로 녹색부문의 인정 기준 달성을 위한 계획을 제시한 활동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친환경 투자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국제 주요 분류체계와의 정합성과 상호운용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유럽연합과 중국의 공통 기준 분류체계는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우리나라도 글로벌 분류체계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분류체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점진적인 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산업의 전환 유도를 위한 전환부문 확대와 국제기준의 정합성 확보 과정은 정책적으로 상충하는 목표가 될 수 있다. EU taxonomy와 같이 엄격한 기술 선별 기준을 요구하는 국제기준과 제도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전환부문 확대는 동시 달성이 용이하지 않으며, 정책 설계상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분류체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산업별 특성과 국제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계적 도입과 차등 적용 등의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개선 방향을 제안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학문적, 정책적 공헌점을 가진다. 첫째, 기존 문헌들이 주로 유럽연합 사례에 국한되거나 유럽연합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의 비교에 머무른 한계를 넘어 유럽연합, 중국, 아세안,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의 녹색분류체계 구조적 특성과 정책 설계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국가 간 제도 비교 및 정책 수렴 논의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였다. 둘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국내 제도 환경과 국제정합성을 동시에 고려한 실천 가능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와의 연계, 전환부문 확대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고도화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유용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첫째, 분석 대상 국가의 선정이 유럽연합, 중국, 아세안, 싱가포르 등 일부 주요 국가에 제한되어 있어 분석의 외연이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둘째, 문헌 분석을 중심으로 한 질적 비교 분석이라는 점에서 정책효과에 대한 실증적 검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여 보다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포함한 비교 분석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각국의 녹색분류체계 도입이 기업 투자 행태, 금융시장 구조, 정책 집행 효율성 등에 미치는 실증적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적용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정책 수용성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체계적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분류체계의 제도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의 내용은 저자 소속기관의 견해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Notes
1) 유럽연합이 법률로 제정한 녹색분류체계의 공식 명칭은 Regulation (EU) 2020/852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8 June 2020 on the establishment of a framework to facilitate sustainable investment로 본 논문에서는 편의상 EU Taxonomy로 지칭한다.
2)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s)의 공식 명칭은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1/2139 of 4 June 2021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널리 쓰이고 있는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s)으로 작성하였다.
3) 보완기후위임법(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s)의 공식 명칭은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2/1214 of 9 March 2022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널리 쓰이고 있는 기후위임법(Climate Delegated Acts)으로 작성하였다.
4) 환경위임법(Environmental Delegated Acts)의 공식 명칭은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3/2486 of 27 June 2023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널리 쓰이고 있는 환경위임법(Environmental Delegated Acts)으로 작성하였다.
5) 유럽연합의 법률 종류는 규정(Regulation), 지침(Directive), 결정(Decision), 권고(Recommendation), 의견(Opinion)이 있다. 이 중 규정, 지침,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나 권고,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규정은 유럽연합의 주된 입법 형태로 모든 회원국에 직접 적용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이 활용된다.
6) EU Taxonomy에서는 6가지 환경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 완화(Climate Change Mitigation),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 수자원・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및 보호(Sustainable Use and Protection of Water and Marine Resources), 순환경제 전환(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 오염 방지 및 통제(Pollution Prevention and Control), 생물다양성・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Protection and Restoration of Biodiversity and Ecosystems) 이다.
7) EU Taxonomy는 전환부문을 명시적으로 구분하진 않지만, 기술적・경제적으로 저탄소 대안이 없는 경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활동에 대해 전환활동(Transition Activity)으로 언급하고 있다(EU Taxonomy Regulation, Annex I Article 10(2)). 여기서 일정 조건은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성능 기준을 충족하고, 저탄소 대안의 개발을 저해하지 않으며, 탄소 집약 자산의 고착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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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ropean Union, 2023a,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3/2485 of 27 June 2023 amending Delegated Regulation (EU) 2021/2139 establishing additional technical screening criteria for determining the conditions under which certain economic activities qualify as contributing substantially to climate change mitigation or 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for determining whether those activities cause no significant harm to any of the other environmental objectives.
  • European Union, 2023b,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3/2486 of 27 June 2023 supplementing Regulation (EU) 2020/852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by establishing the technical screening criteria for determining the conditions under which an economic activity qualifies as contributing substantially to the sustainable use and protection of water and marine resources, to the 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 to pollution prevention and control, or to the protection and restoration of biodiversity and ecosystems and for determining whether that economic activity causes no significant harm to any of the other environmental objectives and amending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21/ 2178 as regards specific public disclosures for those economic activ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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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욱: 환경부에 재직 중이며 회계학 박사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환경정책, 환경경제, 환경회계, 녹색금융, 녹색분류체계,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ESG, 기업가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bukeum@gmail.com).

서교원: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환경정책, 녹색 혁신, ESG 마케팅, 디지털 전략, O2O 리테일, 상권 분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kyowon@mju.ac.kr).

<그림 1>

<그림 1>
EU Taxonomy 친환경 경제활동 판별기준출처: 유럽 녹색채권기준(EU GBS) 분석(금병욱, 2025b)

<그림 2>

<그림 2>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합성판단 절차출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환경부, 2024)

<그림 3>

<그림 3>
아세안 지속가능 분류체계 기본구조출처: 아세안 지속가능 분류체계 참고하여 저자 재구성

<표 1>

국가별 녹색분류체계 비교

구분 유럽연합 한국 중국 아세안 싱가포르
출처: 저자 작성
분류체계
명칭
EU Taxonomy Regulation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
Green and low carbon transition industry guidance catalogue ASEAN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 Singapore-Asia
Taxonomy for
Sustainable
Finance
수립 주체 유럽집행
위원회
환경부 국가발전
개혁위원회
아세안
분류체계
위원회
싱가포르
통화청
법적 강제력 있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적용 대상 CSRD, SFRD 적용 기업 기업, 금융기관 기업, 금융기관 금융기관 기업, 금융기관
환경목표 6대 환경목표 6대 환경목표 없음 4대 환경목표 5대 환경목표
분야 및
경제활동 수
36개 분야
242개 활동
19개 분야
84개 활동
31개 분야
245개 활동
제한 없음 10개 분야
63개 활동
평가 방법 정량 정량 정성 정성 또는 정량 정량
전환과
정포함 여부
없음7) 전환부문 없음 황색 황색
공시 연계 있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핵심 특징 법적 구속력 및 공시제도 연계한 세계 최초 분류체계 녹색부문과 전환부문 구분 산업 목록 기반의 실용적 분류체계 이원적 구조와 신호등 체계 국제 정합성
확보 노력 및
신호등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