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정책 담론의 참조점 경합과 이중 참조점 구조: 전망이론의 해석적 적용
초록
우리나라 기후・에너지 정책 갈등은 감축 수치를 둘러싼 이견이 아니라, 어떤 상태를 ‘정상’으로 삼고 무엇을 ‘손실’로 규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준거의 문제로 구조화되어 있다. 본 연구는 이 갈등 구조를 전망이론의 해석적 틀로 분석했다. 2021년 상향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 및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2024년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 2025년 2035 NDC 53~61% 확정, 2024–2025년 전기요금・전환비용 논쟁이라는 네 결정적 국면을 설정하고, 정책집단과 기후운동단체가 발행한 약 30건의 보도자료・성명서를 참조점・손실 유형・시간 범위・확률 서술・가치함수 영역의 5개 범주로 코딩한 뒤, 기후・에너지 여론조사 데이터와 병치했다. 분석 결과, 세 가지 구조적 양상이 도출되었다. 첫째, 정책집단의 참조점은 정권 교체와 헌재 결정에 따라 반복적으로 이동했다(참조점 진동). 둘째, 운동단체의 참조점은 헌재 결정을 기점으로 일시 수렴한 뒤 NDC 재확정 국면에서 재분화했다(참조점 연합과 분화). 셋째, 공중에서는 기후안전 지지와 전기요금 인상 저항이 공존하는 이중 참조점 구조가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세 양상의 결합은 개선입법 시한이 도래하였음에도 지속되는 입법 교착을 설명하며, 교착이 정보나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지 않는 참조점의 충돌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이상의 분석에 근거해, 본 연구는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감축경로의 법적 고정과 역진 금지를 통한 참조점 진동의 제도적 제한, 전환비용의 가시화를 통한 손실 불확실성 축소와 공정 분담을 통한 손실 수용성 제고, 다원적 참조점을 수용하는 숙의 거버넌스의 제도화이다.
Abstract
South Korea's climate and energy policy conflict is structured not as a disagreement over reduction figures, but as a contest over reference points—over what is taken as "normal" and what is defined as a "loss." This study analyzes that structure through the interpretive lens of prospect theory. Across four critical junctures—the 2021 strengthening of the 2030 NDC (a 40% cut from 2018 levels) with the enactment of the Framework Act on Carbon Neutrality, the 2024 constitutional nonconformity decision on that Act, the 2025 confirmation of the 2035 NDC at 53–61%, and the 2024–2025 dispute over electricity rates and transition costs—roughly 30 press releases and statements from policy actors and climate movement organizations were coded across five categories (reference point, type of loss, time frame, probability framing, and value-function domain) and juxtaposed with public opinion survey data. Three structural patterns emerged. The reference points of policy actors shifted repeatedly with changes of government and the Court's decision (reference point oscillation). Those of movement organizations briefly converged around the Court's decision, then re-diverged as the 2035 NDC was reconfirmed (reference point coalition and divergence). Among the public, a dual reference point structure persisted, in which support for climate safety coexisted with resistance to electricity rate increases. Together these patterns explain the legislative deadlock that endured past the deadline for remedial legislation, suggesting it stems not from a lack of information or will, but from a collision between reference points that do not align. The study accordingly proposes three directions: restraining oscillation by legally fixing the reduction pathway with a non-regression clause; reducing the uncertainty of losses by making transition costs visible while enhancing their acceptability through fair burden-sharing; and institutionalizing deliberative governance that accommodates plural reference points.
Keywords:
Carbon Neutrality Act, Climate Policy Discourse, Prospect Theory, Reference Point Contestation, Dual Reference Point키워드:
탄소중립기본법, 기후정책담론, 전망이론, 참조점 경합, 이중 참조점I.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문제제기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했다. 같은 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탈탄소 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 경로와 전환비용을 둘러싼 정책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어떠한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 2021헌마1264・2022헌마854・2023헌마846(병합)). 헌법불합치란 위헌임을 확인하되 해당 법률의 효력을 일정 기한까지 잠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국회에 개선입법을 명하는 변형 위헌 결정 유형이다. 그러나 개선입법 시한인 2026년 2월 28일이 도래한 현재까지도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입법 교착의 이면에는 정책집단과 기후운동 단체 사이의 근본적인 준거 차이가 자리한다. 산업통상자원부・기후에너지환경부(구 환경부) 등 정책집단은 민생, 전기요금, 산업경쟁력, 에너지안보를 정책 평가의 준거로 삼는다. 반면, 기후솔루션・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을 비롯해 그린피스・환경운동연합・플랜1.5・참여연대・민변 등 기후운동단체(이하 ‘운동단체’)는 기후안전, 1.5°C 경로, 미래세대 권리, 정의로운 전환을 준거로 삼아 현행 정책이 이미 충분하지 않은 상태, 즉 본 연구가 Ⅱ장에서 검토할 전망이론의 ‘손실 영역’에 위치한 것으로 규정한다. 양측은 동일한 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정상 상태’를 전제하며, 이로 인해 감축 경로와 전환비용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수치 조정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성격을 띤다.
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2025)의 『2025년 기후변화・에너지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 찬성은 92.6%에 달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은 50.1%에 머문다. 나아가 “전기료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능동적 당위에 동의한 비율은 18.9%에 그친다(기후정치바람, 2025). 공중 역시 추상적 환경 이익에는 높은 지지를, 구체적 경제 손실에는 강한 저항을 보이는 이중적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Kahneman and Tversky(1979)의 전망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해석적 틀을 제공한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특정 참조점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실을 비대칭적으로 평가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갈등은 얼마나 감축할 것인가라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태를 ‘정상’으로 삼고 무엇을 ‘손실’로 규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참조점 경합의 문제로 재해석될 수 있다.
정책집단과 운동단체 양측이 ‘미래세대’나 ‘에너지 전환’처럼 유사한 주제어를 공유하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말하는 주제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이익으로 보느냐 손실로 보느냐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의 비대칭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면 동일 사건에 대한 양측의 보도자료를 교차 분석하고 여론조사와 병치하는 설계가 필요하나, 그러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2. 연구 목적과 질문
본 연구의 분석 기간은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부터 2026년 2월 동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개선입법 시한까지다. 이 기간에 정책집단과 운동단체가 발행한 보도자료・성명서를 전망이론의 해석적 틀로 분석해 양측의 참조점 경합 구조와 그 동학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둔다. 분석 기간 내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의 제도적 구조가 유동화되어 참조점 선택이 첨예해지는 시기를 본 연구는 ‘결정적 국면’으로 설정하고(구체적 선정 기준과 국면은 Ⅲ장에서 상술), 이를 중심으로 다음 세 가지 연구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정책집단의 참조점은 정권 교체와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제도적 충격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며, 이러한 이동은 감축경로의 일관성에 어떤 함의를 갖는가? 둘째, 운동단체의 참조점은 결정적 국면에 따라 어떻게 분화・수렴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은 운동단체 간 연합의 형성과 해체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셋째,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높은 지지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강한 저항이 공존하는 공중의 이중적 인식 구조는 양측의 서술 전략과 어떤 긴장 관계에 있는가? 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전망이론의 참조점・손실 유형・시간 범위・확률 서술・가치함수 영역이라는 다섯 가지 분석 차원을 활용하며, 그 구체적 조작화는 Ⅲ장에서 제시한다.
Ⅱ. 선행연구
1. 전망이론의 정책 적용
전망이론은 Kahneman and Tversky(1979)가 제안한 이래, 위험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절대적 효용이 아니라 특정 참조점 대비 이익과 손실을 평가한다. 동일한 규모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2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 회피가 두드러지고, 낮은 확률의 사건을 과대평가하는 확률 가중 경향을 보인다(Tversky and Kahneman, 1992).
Osberghaus(2013)는 전망이론을 감축과 적응의 선택 구조에 적용해, 개인이 현재 기후 상태를 참조점으로 삼을 때와 미래 예상피해를 참조점으로 삼을 때 정책 선호가 달라진다는 점을 논증했다. 이 발견은 한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현재 전기요금 수준’을 참조점으로 삼을 것인지, ‘기후안전이 보장되는 감축 경로’를 참조점으로 삼을 것인지가 정책 설계의 핵심 갈림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pence and Pidgeon(2010)은 동일 정보를 이익・손실 프레임1)으로 달리 제시한 실험에서, 이익 프레임이 손실 프레임보다 기후완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었음을 보고했다. 다만 이후의 체계적 문헌검토는 이익・손실 프레임의 효과가 측정 변수와 맥락에 따라 혼재됨을 보여주며(Homar and Cvelbar, 2021), 이는 프레임 효과의 보편적 방향성을 전제하기보다 참조점 설정의 구조 자체를 분석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망이론을 정책 분석에 적용할 때는 분석 수준 전환(level-of-analysis shift) 문제가 따른다. 전망이론은 본래 개인의 판단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정부나 단체와 같은 조직의 전략적 발언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Stein(2017)은 실험실에서는 연구자가 선택지의 제시 방식을 통제할 수 있지만, 현실 정책 현장에서는 정책 행위자가 어떤 상태를 ‘정상’으로 삼았는지 사후에 추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Osberghaus(2013) 역시 전망이론의 정책 적용이 기술적(descriptive) 기여에 한정되며, 처방적(prescriptive) 규범을 직접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명시했다. Levy(2003) 또한 전망이론의 정치학 적용에서 대규모 통계 분석보다 사례 기반의 구조적 비교가 참조점의 작동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데 더 적합할 수 있음을 논증한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본 연구는 전망이론을 가설 검증의 대상이 아닌 해석적 렌즈(interpretive lens)로 위치시킨다. 즉 이익・손실 프레임이 여론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행위자들이 텍스트를 통해 참조점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동일한 정책을 이익 영역 또는 손실 영역에 위치시키는 구조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다만 전망이론을 담론 분석에 적용할 때 행위자를 효용을 계산하는 합리적 경제인(homo economicus)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본 연구가 참조점을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담론을 통해 구성・경합되는 것으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참조점 경합에는 비용・편익이라는 이해(interest)뿐 아니라, 기후정의・세대 간 형평처럼 도덕적・정서적으로 동원되는 열정(passion)이 함께 작동한다(Hirschman, 1977; Mouffe, 2005). 따라서 본 연구는 전망이론을 효용 극대화 모형이 아니라, 행위자들이 손실과 이익을 무엇으로 규정하는지를 읽어 내는 해석적 렌즈로 활용한다. 본 연구는 이 구조를 ‘참조점 경합(reference point contestation)’으로 개념화한다. 양측은 각자의 참조점을 정상 상태로 제도화하려는 서술 전략을 전개하지만, 손실을 서사화하는 시간 범위와 확률 표현이 서로 달라 상대의 논거가 자기 기준으로는 환산되지 않는 구조적 긴장을 형성한다. ‘경쟁(competition)’은 동일한 청중을 두고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을 함의한다. 그러나 본 연구가 분석하는 갈등은 한쪽의 참조점이 제도화되더라도 상대측의 참조점이 소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동원되는 양상을 띤다. 본 연구는 ‘경쟁’ 대신 ‘경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경합’은 합의 불가능한 가치 간의 지속적 긴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Mouffe, 2005), 한쪽이 제도화되더라도 상대측이 소멸하지 않는 본 연구의 갈등 양상에 부합한다.
경합이 갈등의 구조를 가리킨다면, 그 구조 안에서 행위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이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연합’ 개념이 필요하다. 기존의 연합 개념은 결합 원리에서 차이를 보인다. Hajer(1993)의 담론 연합은 공유된 스토리라인을, Sabatier(1988)의 옹호 연합은 공유된 핵심 신념 체계를 각각 결합 원리로 삼는다. 그러나 두 개념 모두 연합의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치・서사・서술 방식에 있어, 특정 제도적 사건을 계기로 형성되었다가 그 거점이 약화되면 해체되는 일시적 연합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본 연구는 Ⅳ장에서 ‘참조점 연합’ 개념을 도출하며, 그 이론적 위치는 Ⅴ장에서 상술한다.
2. 국내 기후정책 담론 연구의 한계와 본 연구의 위치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이하에서는 참조점 경합의 관점에서 국내 기후정책 담론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다. 기존 연구는 분석 대상과 초점에 따라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담론・주제 분류 유형은 정부 정책 문서와 언론 기사를 대상으로 기후담론의 주제 구성과 유형을 분석해 왔다. 윤순진(2009)은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사회 갈등 구조를 성장・환경・복지 등 정책 목표 간 긴장으로 진단하며 거버넌스적 해법을 모색했고, 홍덕화(2020)는 기후정의 담론이 기후불평등 진단에서 체제 전환 요구로 급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한빛나라・김혜정・김영욱(2021)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후변화 보도의 주제와 유형이 상이하게 구성됨을 실증했다. 이 유형의 연구들은 기후정책 담론이 단순한 환경 범주를 넘어 다양한 정책 목표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었으나, 대부분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라는 주제 범주 수준의 분류에 머물러 있다. 같은 정책을 한쪽은 이익으로, 다른 쪽은 손실로 규정하는 비대칭 구조를 분석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양측이 미래세대나 에너지 전환처럼 유사한 주제어를 사용하면서도 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갈등의 원인이 말하는 주제의 차이가 아니라, 같은 주제를 이익으로 보느냐 손실로 보느냐의 방향 차이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책 수용성・인식-행동 간극 유형은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중의 수용성과 심리적 반응 메커니즘에 초점을 둔다. 이승준(2018)은 저탄소・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개편의 수용성을 분석하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정보 제공 방식과 소통 전략에 따라 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본 연구가 Ⅳ장에서 분석할 ‘전기요금・민생’ 참조점에서의 손실 회피가 소통 설계에 의해 조절 가능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정책 제언과 접점을 형성한다. 오수빈・윤순진(2022)은 기후위기 위험 인식이 실제 대응 행동 의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감정적 반응이 매개 역할을 함을 실증했다. 이 유형의 연구들은 공중의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개인의 심리적 변인으로 설명하는 데 기여했으나, 정책 행위자 간 담론 구조가 공중 인식의 이중성—기후위기 대응 지지와 전환비용 저항의 공존—을 어떻게 반영하고 강화하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
셋째, 법・제도 분석 유형은 기후정책의 법적 기반과 제도적 구속력에 주목한다. 이준서(2021)는 탄소중립기본법의 법제화 과정을 분석하며,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법적 기반의 실질적 구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감축목표의 법적 구속력이 정책 행위자의 준거 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분석 기간 설정(탄소중립기본법 제정~개선입법 시한)의 제도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유형 역시 법・제도의 내용과 절차를 기술하는 데 초점을 두어, 법적 기준이 담론 행위자의 참조점으로 전용되는 동학—본 연구가 Ⅳ장에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운동단체의 참조점 수렴으로 분석하는 현상—까지는 포착하지 못했다.
한편, 여론조사 데이터는 세 유형의 연구가 공통적으로 다루지 못한 공중의 참조점 인식 구조에 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2025)의 조사 결과는 추상적 전환 지지와 구체적 비용 수용 사이에 현저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존 여론조사 보고서는 이 격차를 수치로 제시할 뿐 이론적 해석을 제공하지 않는다.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이 구조는, 공중이 기후안전과 전기요금 안정이라는 ‘이중 참조점(dual reference point)’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며, 추상적・장기적・확률적 이익(기후안전)에는 지지를 보내면서도 구체적・즉각적・확정적 손실(전기요금 인상)에는 손실 회피 반응을 보이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전망이론의 참조점・손실 구조 차원을 도입해 정부 보도자료와 운동단체 성명을 동일 사건 기준에서 교차 분석하고, 이를 여론조사와 결합해 체계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거의 부재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공백에 위치하며, 세 가지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첫째, 기후・에너지 정책 텍스트 분석에 전망이론을 해석적 틀로 도입해, ‘누가 무엇을 손실로 규정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정책 담론을 재구성한다. 이는 담론・주제 분석 연구의 한계를 참조점 수준의 분석으로 보완한다. 둘째, 주요 결정적 국면별 횡단 비교를 통해 참조점 경합의 시간적 동학을 포착한다. 이는 법・제도 분석 연구가 제도의 내용 기술에 한정된 한계를, 제도적 사건이 담론 행위자의 참조점을 재설정하는 동학으로 확장한다. 셋째,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시점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관찰되는 이중 참조점 구조(재생에너지 확대 대 전기요금 인상)를 전망이론으로 해석함으로써, 정책 수용성・인식-행동 간극 유형이 개인 심리 변인에 한정한 설명을 담론 구조 차원으로 확장하는 구조적 설명을 제공한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설계와 분석 기간
본 연구는 전망이론을 해석적 틀로 위치시키고, 정책 행위자들과 기후운동 단체들의 보도자료・성명서 텍스트에서 참조점 경합의 구조를 드러내는 질적 텍스트 분석을 수행했다. 본 연구의 분석 단위는 행위자의 심리 상태가 아니라 조직이 공식적으로 발화한 텍스트의 수사적 구조다. 따라서 코딩은 행위자가 실제로 손실을 두려워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사안을 손실 또는 이익으로 규정하는 전략적 서술 방식을 식별하는 작업이다. Stein(2017)의 비판과 Osberghaus(2013)의 논점을 반영해 전략적 프레이밍이 여론에 미치는 인과적 효과를 검증하기보다는, 정책 행위자 간 참조점 경합의 구조와 동학을 기술・해석하는 데 분석의 범위를 한정했다.
분석 기간은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부터 2026년 2월 28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시한까지다. 이 기간은 문재인 정부(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윤석열 정부(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헌법재판소 결정), 이재명 정부(2035 NDC 재확정)를 포괄한다. 분석 기간의 시작점은 탄소중립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 최초의 제도적 전환점(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종점은 헌재가 부여한 개선입법 시한(2026년 2월 28일)에 각각 근거하며, 양 끝점 모두 연구자의 자의적 설정이 아닌 제도적 사건에 기반한다.
이 기간 내에서 참조점 경합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4개 결정적 국면을 중심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본 연구에서 ‘결정적 국면(critical juncture)’이란 기후・에너지 정책의 제도적 구조가 유동화되어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참조점 선택이 이후의 전략적 프레이밍 경로를 결정하는 비교적 짧은 시기를 의미한다. 결정적 국면은 본래 역사적 제도주의에서 제도 변화의 경로를 설명하는 개념이지만(Capoccia and Kelemen, 2007), 본 연구에서는 이론틀 전체를 채택하지 않고 전망이론의 참조점 분석을 위한 시점 선정의 조작적 기준으로 한정해 활용했다.
결정적 국면의 선정 기준은 ① 기후・에너지 정책의 제도적 전환점 또는 전환비용 배분 구조의 재편 시도에 해당할 것, ② 정책집단과 운동단체 양측의 공식 텍스트가 존재해 교차 분석이 가능할 것, ③ 코딩틀의 5개 분석 범주가 텍스트에서 명시적으로 식별 가능할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선정된 4개 결정적 국면은 NDC 40% 상향 및 탄소중립기본법 제정(2021년 10월),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2024년 8월), 2035 NDC 53~61% 확정(2025년 11월), 전기요금・기후환경요금・전환비용 논쟁(2024년 10월~2026년 1월)이다. 앞의 세 국면은 감축목표의 제도화 경로(NDC 상향→헌법불합치→NDC 재확정)를, 네 번째 국면은 그 경로와 병행해 전개된 전환비용 배분 논쟁을 다룬다. 네 번째 국면은 산업용 전기요금 9.7% 인상(2024년 10월 23일)을 기점으로 전개된 논쟁으로 선정 기준 ①의 전환비용 배분 구조의 재편 시도에 해당하며, 전망이론의 ‘확정적・즉각적 손실 대 장기적・불확실한 손실’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국면이다. 이 논쟁은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개선입법 시한(2026년 2월 28일)을 전후한 입법 교착 속에서 지속되었으며, 시한이 도과하고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전환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었다. 본 연구는 새로운 참조점 범주가 더 관찰되지 않는 2026년 1월을 분석 종점으로 삼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국면의 분석 기간이 부분적으로 중첩되지만, 각 텍스트는 발행 시점이 아닌 대응 사건을 기준으로 해당 국면에 배정했다. 각 국면의 시기와 분석 텍스트는 <표 1>에서 명시했다.
9・24 기후정의행진(2022년)은 운동단체의 참조점 분화가 관찰되는 사건이나, 정책집단의 공식 대응 텍스트가 부재해 선정 기준 ②를 충족하지 못했다.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관계부처 합동, 2023)은 정책집단 텍스트는 존재하나, 운동단체의 대응이 개별 성명이 아닌 연대 논평 형태로 분산되어 코딩틀의 다섯 분석 범주를 체계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선정 기준 ③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집단의 참조점 이동과 운동단체의 참조점 분화가 이 시기에 발생했으므로, 4.5절 종합 해석에서 참조점 진동의 맥락으로 약술한다.
각 결정적 국면별로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보도자료・성명・기자회견문 등을 각 1~3건씩 선정했으며, 총 분석 텍스트는 약 30건이다. 분석 대상 운동단체는 헌법소원・NDC 논쟁・전환비용 논쟁에서 공식 텍스트를 산출한 주요 단체로, 핵심 분석은 참조점 분화가 뚜렷한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솔루션・기후정의동맹을 중심으로 수행하되 플랜1.5・환경운동연합・녹색소비자연대 등의 텍스트 또한 포함했다. 핵심 분석 대상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수백 개 단체가 결합한 전국 연대체이고, 기후솔루션은 정책・법률 전문성을, 기후정의동맹은 정의로운 전환 의제를 각각 대표해, 한국 기후운동의 전략적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정책집단은 감축목표・전환비용을 법적 권한으로 결정・집행하는 중앙행정부처로 한정했다. 국책연구소・국회・협회는 결정 권한이 아니라 자문・매개 기능을 수행하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텍스트 수의 제한은 결정적 국면별로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핵심 텍스트를 목적 표집(purposive sampling)한 결과다(Patton, 2015). 분석 과정에서 새로운 참조점・손실 유형 범주가 더는 출현하지 않는 이론적 포화(theoretical saturation)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시점에서 표집을 종료했다. 이론적 포화란 새로운 사례를 추가해도 더 이상 새로운 범주나 속성이 출현하지 않는 지점을 의미한다(Glaser and Strauss, 1967). 실제로 국면 4의 2026년 1월 텍스트에서도 기후안전 손실과 전기요금・민생 손실이라는 두 참조점 외에 새로운 범주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기관 보고서는 분석적・중립적 서술을 지향하므로 참조점을 전략적으로 경합하는 행위 주체의 발화로 보기 어렵다. 보도자료・성명서로 자료를 한정한 것은 접근의 한계가 아니라 분석 단위에 따른 설계상의 선택이다.
2. 코딩틀과 절차
전망이론은 개인의 판단 구조를 참조점 의존성, 손실 회피, 시간 할인, 확률 가중, 가치함수의 비대칭성으로 설명한다. 본 연구는 이 이론적 구성 요소 각각을 텍스트에서 관찰 가능한 서술 특성으로 조작화(operationalization)해 다음 다섯 분석 범주와 그 하위 범주로 구성된 코딩틀을 구축했다(<표 2> 참조). 참조점이 ‘무엇을 정상 상태로 보는가’를 규정한다면, 손실 유형・시간 범위・확률 서술・가치함수 영역은 그 참조점이 손실 또는 이익으로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구성하는 하위 차원이다. 동일 참조점을 공유하는 행위자 간 분화는 이 네 범주를 통해서만 포착된다. 각 범주의 하위 범주는 예비 코딩 단계에서 텍스트를 반복 검토해 귀납적으로 추출한 뒤 본 코딩에 적용했다.
첫째, 참조점 의존성은 텍스트가 전제하는 기준 상태인 ‘참조점’—무엇을 정상 상태로 삼는가—으로 조작화했다. 하위 범주는 ① 전기요금・민생, ② 산업경쟁력, ③ 기후안전(1.5°C), ④ 미래세대 권리, ⑤ 헌법적 기준, ⑥ 정의로운 전환으로 구분했다. ‘전기요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서술에서는 현재 전기요금 수준을, ‘1.5°C 경로에 부합해야 한다’는 서술에서는 기후안전을 참조점으로 판별했다.
둘째, 손실 회피는 텍스트가 환기하는 ‘손실 유형’으로 조작화했다. 하위 범주는 ① 경제・생계 손실, ② 환경・안전 손실, ③ 기본권・정의 손실, ④ 법・국제규범 손실로 구분했다. 같은 참조점에서 출발하더라도 경제적 타격을 부각하는지, 환경 피해를 부각하는지, 기본권 침해를 부각하는지, 법・국제규범 위반을 부각하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서술에 주목했다.
셋째, 시간 할인은 손익이 귀속되는 ‘시간 범위’—손실과 이익을 언제의 일로 서술하는가—로 조작화했다. 시간적 거리가 멀수록 결과의 심리적 체감이 약화되는 경향(Frederick, Loewenstein and O’Donoghue, 2002)을 반영한다. 하위 범주는 ① 즉각적(1–3년), ② 중기적(5–10년), ③ 장기적(2035–2050)으로 구분했다. ‘지금 당장 서민경제에 타격이 온다’라는 서술은 즉각적, ‘2050년까지 기후피해가 누적된다’라는 서술은 장기적으로 판별했다.
넷째, 확률 가중은 결과의 확실성에 대한 ‘확률 서술’—결과를 얼마나 확실하게 서술하는가—로 조작화했다. 이는 행위자의 내면적 확신이 아니라 조직이 채택한 수사적 서술 양식을 가리킨다. 전망이론의 확률 가중 함수—낮은 확률의 과대평가와 높은 확률의 과소평가(Tversky and Kahneman, 1992)—가 텍스트에서 확정적 또는 조건부 서술로 구현되는 양상을 포착한다. 하위 범주는 ① 확정적 서술과 ② 조건부 서술로 구분했다. ‘불가피하다’처럼 결과를 기정사실로 제시하는 경우는 전자로, ‘가능성이 있다’처럼 전제 조건을 수반하는 경우는 후자로 판별했다.
다섯째, 가치함수의 비대칭성은 ‘가치함수 영역’—전체 메시지가 이익 쪽인가, 손실 쪽인가—로 조작화했다. Spence and Pidgeon(2010)이 실증한 이익・손실 프레임 효과의 차이를 코딩 차원으로 조작화한 것이다. 하위 범주는 ① 이익 영역과 ② 손실 영역으로 구분했다. 텍스트가 전반적으로 기회・성장을 강조하면 이익 영역, 위기・파국・침해를 강조하면 손실 영역으로 판별했다.
코딩 절차는 세 단계로 수행했다. 첫 단계(예비 코딩)에서 연구자와 보조 코더 1인이 결정적 국면 1(NDC 40% 상향, 탄소중립기본법 제정)과 2(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해당하는 텍스트 각 3건, 총 6건을 독립적으로 코딩한 후, 불일치 사례를 바탕으로 코딩틀의 하위 범주 경계와 경계 사례 처리 기준을 정교화했다. 둘째 단계(본 코딩)에서 정교화된 코딩틀을 전체 텍스트에 적용했다. 총 분석 텍스트는 30건이며, 문단 단위 코딩에 따른 분석 단위는 293개 문단, 5개 분석 범주에 걸쳐 부여된 코드(코딩 인스턴스)는 총 860건이다. 셋째 단계(신뢰도 검증)에서 전체 텍스트의 약 20%(6건)를 대상으로 두 코더 간 Cohen’s κ를 산출한 결과, 다섯 분석 범주의 Cohen’s κ는 참조점 0.79, 손실 유형 0.76, 시간 범위 0.72, 가치함수 영역 0.82, 확률 서술 0.61이었다(평균 κ = 0.74). 한 문단에 복수의 참조점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각 참조점을 독립적으로 코딩하되 문단 전체의 지배적 가치함수 영역은 하나로 판별했다. 문단별 평균 코드 수는 2.9건(860코드/293문단)이었다.
본 연구는 목적 표집과 제한된 사례 수로 구성되어 있어 통계적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코딩 결과는 집단별・결정적 국면별 이익・손실 프레임의 경향과 변동을 기술・비교하는 데 활용했다. 빈도의 통계적 유의성보다 참조점 경합의 구조적 패턴—헌재 결정 이후 법・국제규범 손실 범주의 증가, 정권 교체에 따른 참조점 이동 등—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3. 여론조사 참조 분석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서술 전략이 공중의 인식 구조와 어떻게 호응하거나 긴장하는지를 탐색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보도자료 코딩 결과와 함께 기후・에너지 여론조사 데이터를 참조했다. 여론조사 데이터는 특정 결정적 국면에 대한 동시적 반응이 아니라, 분석 기간(2021~2026) 내 공중의 인식 구조—기후안전 지지와 전기요금 인상 저항의 공존—가 시점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관찰되는지 확인하는 구조적 배경 자료로 활용했다. 참조의 목적은 국면별 인과 추론이 아니라, 보도자료 코딩 결과에서 도출된 참조점 경합 구조가 공중 인식의 이중 참조점 구조와 정합적인지를 탐색적으로 검토하는 데 두었다.
참조에 활용한 여론조사는 <표 3>과 같다. 세 조사의 조사 수행 시점은 2025년 3・4월로, 특정 결정적 국면과 동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 조사 모두에서 기후위기 대응 지지와 전기요금 인상 저항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가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본 연구는 이를 분석 기간 전반에 걸친 공중 인식의 구조적 패턴으로 해석하고, 보도자료 코딩 결과와의 정합성을 검토하는 데 활용했다.
Ⅳ. 분석
4개 결정적 국면별로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보도자료를 코딩틀에 따라 교차 분석했다. 보도자료 코딩 결과를 여론조사 데이터와 대조해, 참조점 경합 구조가 공중 인식의 이중 참조점 구조와 정합적인지를 탐색적으로 검토했다. 각 결정적 국면의 이익・손실 프레임 구조는 <표 4> ~ <표 7>로 제시하고, 참조점 경합의 구조적 해석을 서술한다.
1. 결정적 국면 1: NDC 40% 상향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2021년 10월)
2021년 10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NDC 상향안을 확정했다(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관계부처 합동, 2021). 같은 해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가 법률에 명시되었다. 이 결정적 국면은 기후・에너지 정책의 참조점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된 최초의 제도적 전환점이다.
정책집단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 ‘탄소중립 선도국가 도약’이라는 서술로 NDC 상향을 이익 영역에 위치시킨 반면(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관계부처 합동, 2021), 운동단체는 ‘1.5°C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불충분한 목표’라는 서술로 동일 정책을 손실 영역에 위치시켰다(기후위기비상행동, 2021). 양측 모두 미래세대를 사용하지만 정책집단은 미래세대를 국제적 위상과 경제 성장의 수혜자로, 운동단체는 현행 정책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피해자로 호명한다. 동일한 참조점으로 미래세대 권리를 공유하면서도 가치함수 영역(이익・손실 프레이밍 방향)이 이익 대 손실로 분화하는 이 구조는 결정적 국면 2(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운동단체의 손실 프레임이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전개의 출발점이 된다. 시간 범위에서도 양측의 차이가 드러난다. 정책집단은 2030~2050이라는 중기~장기 시간 범위 안에서 감축 성과를 서술하는 반면, 운동단체는 2050년 이후의 장기적 기후피해를 현재의 긴급한 위기로 압축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확률 서술에서도 정책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건부 표현을 사용하는 데 비해(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관계부처 합동, 2021), 운동단체는 ‘반드시 심화될 것이다’라는 확정적 표현을 사용해 기후피해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기후위기비상행동, 2021). 이러한 확률 서술의 비대칭은 전망이론의 확률 가중 개념과 맞닿아 있다. 결정적 국면 1에서의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구조적 대비를 요약하면 <표 4>와 같다.
2. 결정적 국면 2: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2024년 8월)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선입법을 명령했다. 이 결정의 핵심은 2030년까지의 NDC 40% 감축목표 자체가 아니라, 2031년 이후의 장기 감축경로를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입법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결정적 국면은 운동단체의 참조점에 헌법적 권위가 부여된 구조적 전환점이다.
정책집단과 운동단체 간 가장 주목할 대비는 정책집단의 가치함수 영역이 결정적 국면 1(NDC 상향)의 이익 우세 혼합형에서 중립적(의무 이행)으로 전환된 점이다. 결정적 국면 1에서 정책집단은 한국을 세계 14번째 탄소중립 법제화 국가이자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로 위치시키며 선도국가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탄녹위・관계부처 합동, 2021). 그러나 헌재 결정 이후에는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수동적 수용으로 후퇴하면서, 적극적 프레이밍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환경부, 2024, 『뉴스1』 재인용).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헌재 결정은 정책집단의 참조점을 현 경제 상태에서 헌법적 기준 아래의 손실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외부적 충격으로 해석된다. 기대 기반 참조점 모형(Kőszegi and Rabin, 2006)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외부 사건은 행위자의 기대를 재설정해 참조점 자체를 이동시키며, 단절균형이론(Baumgartner and Jones, 1993)은 사법 판결과 같은 외생적 사건이 기존 정책 균형을 깨뜨리고 새로운 쟁점 틀을 촉발한다고 설명한다.
운동단체는 헌재 결정에 대해 정부의 불충분한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한국의 기후정책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강조했다(기후위기비상행동, 2025). 이는 결정적 국면 1에서는 식별되지 않았던 표현으로 헌재 결정이 운동단체에 헌법적 기준이라는 새로운 참조점 거점을 제공했음을 보여준다. 이 거점은 이후 결정적 국면 3(NDC 재확정)과 4(전기요금 논쟁)에서 운동단체가 헌법적 기준을 반복 인용하는 양상의 시작점이 된다.
시간 범위에서 양측의 전략은 뚜렷하게 분기한다. 정책집단은 ‘개정 시한까지 이행하겠다’며 즉각적~중기적 시간 범위를 제시한다(환경부, 2024, 『뉴스1』 재인용). 반면, 운동단체는 2031~2049년의 장기 감축경로 부재를 손실로 규정하면서도 ‘지금 즉시 입법해야 한다’는 즉각적 조건을 병치하는 이중 시간 전략을 구사한다(기후솔루션, 2024). 확률 서술에서는 양측 모두 확정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근거가 상이하다. 정책집단은 ‘판결 취지를 이행하겠다’는 의무 이행의 확정성에 기대는 반면(환경부, 2024, 『뉴스1』 재인용), 운동단체는 ‘헌재가 위헌임을 확인했다’는 사법적 판단의 확정성에 기댄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24). 결정적 국면 2에서의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구조적 대비를 요약하면 <표 5>와 같다.
3. 결정적 국면 3: 2035 NDC 53~61% 확정(2025년 11월)
2025년 11월 이재명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하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2025.11.10.) 의결을 거쳐 2035 NDC를 53~61% 감축으로 확정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이 결정적 국면은 정권 교체에 따른 참조점 재이동, 운동단체 내부의 분화, 여론조사 병치가 동시에 가능한 핵심 분석 지점이다. 정책집단의 가치함수 영역이 결정적 국면 2(헌법불합치 결정)의 ‘중립적(의무 이행)’에서 ‘이익과 손실 혼합’으로 전환된 점은 정권 교체에 따라 적극적 프레이밍이 재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전환을 이익으로 서사화하면서도 경제 부담을 손실로 인정하는 이중 전략이 관찰된다.
정책집단은 2035년이라는 중기적 시점에 집중한 반면, 운동단체는 장기적 기후피해와 현재 진행형의 불의를 동시에 서사화했다. 확률 서술에서도 양측은 갈렸다. 정책집단은 산업계 여건과 감축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이라는 범위로 제시하며 유보적 표현을 사용한 반면(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운동단체는 확정적 표현을 일관되게 구사했다. 결정적 국면 3에서의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구조적 대비를 요약하면 <표 6-1>과 같다.
운동단체 내부 분화는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기후위기비상행동(2025)은 현재 정책을 손실 영역에 위치시키며, 전망이론의 구조적 유비에 따르면 손실 영역에서 관찰되는 위험 추구적 선택과 유사한 방향(급진적 감축)을 촉구한다. 기후솔루션(2025a)은 감축 상향을 이익 영역에 위치시키며, 전망이론의 유비로 보면 위험 회피적 선택에 대응하는 방향(합리적 상향)을 유도한다. 기후정의동맹(2025)은 분배의 공정성을 참조점으로 삼아, 전환비용의 불공정한 전가를 손실로 규정한다. 같은 손실 프레임 안에서도 플랜1.5는 손실을 정량 기준으로 환산한다. 플랜1.5는 IPCC 공정배분 원칙을 적용해 ‘2035년 NDC는 2018년 대비 약 67% 수준이어야 한다’고 산정했고(플랜1.5, 2024), 이후 국제 법규범을 들어 최소 61% 이상을 제시했다(플랜1.5, 2025). 앞서 거론한 기후안전・헌법적 기준・정의로운 전환의 세 기준은 서로 다른 정상 상태를 전제하므로 단일 축에 정렬되지 않는 독립적 참조점이다. 기후안전은 물리적 위험을, 헌법적 기준은 규범적 의무를, 정의로운 전환은 분배 공정성을 각각 정상 상태로 삼는다.
시간 범위에서도 네 단체의 분화가 나타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장기적 기후피해와 즉각적 입법 조건을 병치하는 이중 시간 전략을, 기후솔루션은 2035년이라는 중기적 목표 시점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기후정의동맹은 전환비용의 불공정한 전가가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확률 서술에서는 네 단체 모두 확정적 표현을 사용하되, 기후솔루션(2025a)만 ‘실행 가능하다’라는 실현 가능성 중심의 확정성을 구사해, 기후위기비상행동(2025)의 위기 중심 확정성(‘반드시 악화된다’)과 대비된다.
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의 2035 NDC 조사(전국 성인 2,000명)에서는 응답자의 61.7%가 국제 권고 수준인 ‘2019년 대비 60% 감축’에 동의했으며, 그 이유로 폭염・홍수・산불의 심각화(50.7%),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42.6%), 대응 지연 시 비용・피해 확대(40.0%)를 꼽았다(기후솔루션, 2025b). 이 세 이유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의 환경・안전, 기본권・정의, 법・국제규범 손실과 기후정의동맹의 기본권・정의 손실에 정확히 대응하고 있어, 운동단체의 손실 프레임이 공중의 감축 지지 근거와 구조적으로 호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의 직전 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찬성이 92.6%에 달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수용은 50.1%에 그쳤다(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 2025). 이 격차는 전기요금・민생이라는 참조점에서의 확정적・즉각적 경제 손실에 대한 손실 회피가, 기후안전이라는 참조점에서의 장기적・확률적 환경 손실에 대한 인식을 심리적으로 압도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Ⅱ장에서 제시한 이중 참조점 해석이 이 여론조사 데이터의 패턴과 정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구조는 한 대상에 대한 상반된 감정인 ‘양가성’과 구별된다. 이중 참조점은 기후안전과 전기요금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기준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해, 어떤 기준이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동일 집단의 태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세 운동단체 중 기후솔루션의 가치함수 영역이 유일하게 이익 영역으로 판별되었다. 이 단체가 감축 목표를 손실이 아닌 경제적 기회로 재위치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솔루션(2025a)은 2035년 NDC 61%를 ‘기후환경적 당위성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순수 손실 서술과 구별되는 ‘교량형 프레이밍(bridging framing)’의 성격을 띤다. 사회운동 프레이밍 이론에서 운동 조직은 진단적 프레이밍(문제 규정)과 예후적 프레이밍(해결책 제시)을 하나의 해석틀로 결합한다(Gamson and Modigliani, 1989; Snow and Benford, 1988). 기후솔루션의 텍스트는 감축 실패라는 손실 진단에 산업 전환이라는 이익 처방을 접합함으로써,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손실 영역과 이익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같은 운동 진영 내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손실 영역에 집중하는 반면, 기후솔루션이 양 영역을 결합하는 이러한 분화는 운동 조직 간 프레이밍 전략의 분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정적 국면 3에서의 운동단체 내부 분화를 정리하면 <표 6-2>와 같다.
4. 결정적 국면 4: 전기요금・기후환경요금・전환비용 논쟁(2024.10~2026.1)
전기요금과 전환비용을 둘러싼 이 결정적 국면은 전망이론의 확정적・즉각적 손실 대 장기적・불확실한 손실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결정적 국면은 2024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발표에서 2026년 1월 용량요금 규제정비요청서 제출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보도자료・논평이 단속적으로 발행된 약 1년 3개월을 분석 구간으로 설정했다.
양측 프레임의 결정적 차이는 가치함수 영역의 역전이다. 동일한 대상(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정책집단은 ‘인상=손실’로, 운동단체는 ‘인상 지연=환경・안전 손실과 기본권・정의 손실’로 규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2024)는 2024년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하고 주택용・일반용은 ‘국민경제 부담・생활물가 안정’을 이유로 동결한다고 밝혀, 정책집단이 가정용 요금 동결을 민생 손실 회피의 근거로 삼았음이 확인된다. 운동단체는 값싼 전기요금이 수요를 왜곡하므로 외부비용이 반영된 ‘합리적 비용’으로 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환경운동연합, 2019; 2023). 이는 값싼 전기를 정상 상태로 전제하는 정책집단의 참조점 자체를 공격하는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인상의 총량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라는 공정성 프레임으로 논쟁을 전환하려는 시도다.
양측의 괴리는 시간 범위에서 두드러진다. 정책집단은 즉각적(1~3년) 시간 범위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민생 충격을 서술하는 반면, 운동단체는 중기적~장기적 시간 범위에서 요금 인상 지연이 누적시키는 기후피해와 전환비용을 서술한다. 확률 서술에서는 양측 모두 확정적 표현을 구사하지만 대상이 상이하다. 정책집단은 ‘요금 인상 시 서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경제 손실의 확정성을, 운동단체는 ‘인상 지연은 미래 비용을 확대한다’는 기후・전환 손실의 확정성을 각각 주장한다.
여론조사 데이터는 이 국면에서의 참조점 경합이 공중의 인식 구조와 어떻게 호응하는지를 탐색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2025)의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서는 전기요금 안정화가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됐고(36.5%), 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2025)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찬성(92.6%)과 전기요금 인상 수용(50.1%) 사이에 약 42.5%p의 낙차가 확인되었다. 기후정치바람(2025) 조사에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찬성(54.8%)과 ‘인상되어야 한다’는 능동적 당위 동의(18.9%) 사이에도 35.9%p의 간극이 나타나, 문항 표현이 수동적 수용에서 능동적 당위로 바뀔수록 지지가 급감하는 양상이 두 조사에서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기후정치바람(2025)의 『2025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는 이 낙차의 내적 메커니즘을 더 세밀하게 드러낸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54.8%가 찬성했으나, ‘전기료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동의를 직접 물었을 때는 동의가 18.9%에 그치고 비동의가 50.5%에 달했다. 동일한 전기요금 인상이라도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제될 때와 능동적 선택으로 제시될 때 수용도가 크게 달라지는 이 격차는, 전망이론이 예측하는 손실 프레이밍의 비대칭성과 정합적이다.
이 구조에서 정책집단의 ‘서민경제 부담 경감’ 서술은 공중의 전기요금・민생 참조점에서의 손실 회피와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2024). 그러나 운동단체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값싼 전기 시대’라는 참조점 자체를 공격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외부비용이 반영된 ‘합리적 비용’으로 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며 값싼 전기요금이 수요 왜곡을 낳는다고 비판했고(환경운동연합, 2019), 산업용 요금 인상안에 대해서는 기후・환경 비용을 적극 부과하되 그 재원을 재생에너지 전환에 투입하고 에너지 기본권으로 부작용을 차단하라고 주문했다(환경운동연합, 2023). 이 단체는 2025년 8월 민주노총・에너지정의행동과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이어갔다(민주노총・에너지정의행동・환경운동연합, 2025). 국면 후반의 전환비용 논쟁에서 현행 용량요금이 실제 발전하지 않는 화력발전소의 운영까지 보장해 사실상 화력발전 보조금으로 기능한다고 비판하며, 2024년 기준 용량정산금 8조 2,274억 원 중 74.8%가 화석연료 발전에 지급된다는 수치와 함께 규제정비요청서를 제출했다(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2026). 같은 시기 전문가・기후매체의 동조 담론도 이 프레임을 강화했다(김용만, 2026; 정연제, 2025). 운동단체의 ‘인상 지연 = 미래 손실 누적’ 서술은 기후안전 참조점과는 호응하되, 전기요금・민생 참조점과는 구조적으로 긴장한다. 공중은 기후안전과 전기요금・민생이라는 이중 참조점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손실의 제시 방식에 따라 회피 강도가 조절되는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결정적 국면 4에서의 정책집단과 운동단체의 구조적 대비를 정리하면 <표 7>과 같다.
5. 참조점 경합의 세 구조적 양상과 입법 교착
네 결정적 국면의 분석을 관통하는 참조점 경합의 동학은 세 가지 구조적 양상으로 수렴한다.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양상은 연구질문 1(정책집단의 참조점 이동)과 연구질문 2(운동단체의 분화・수렴)에, 셋째 양상은 연구질문 3(공중의 이중적 인식 구조와 양측 서술 전략의 긴장)에 각각 대응한다.
첫째, 정책집단의 ‘참조점 진동(oscillation)’이다. 정책집단의 지배적 참조점은 미래세대 권리・산업경쟁력에서 2022년 정권 교체 이후 전기요금・민생・산업경쟁력으로 이동하고, 국면 2에서 헌재 결정에 의해 수동적으로 헌법적 기준을 수용하며, 국면 3에서 다시 산업경쟁력・기후안전 혼합형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진동은 참조점이 기후과학의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자의 이념적 지향과 외부 제도 충격에 의해 전략적으로 선택・재선택됨을 보여준다. 특히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NDC 재확정 국면에서 산업경쟁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은, 헌법적 충격이 기존 참조점을 완전히 전환시키기보다 새로운 참조점과 공존하는 이중 구조를 낳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운동단체의 ‘참조점 연합(reference point coalition)과 분화’다. 기후안전에 집중되었던 운동단체의 참조점은 2022년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안전과 정의로운 전환으로 분화하고, 국면 2에서 헌법적 기준이라는 새로운 거점을 중심으로 일시 수렴한 뒤, 국면 3에서 네 갈래(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안전 손실 강조, 플랜1.5의 손실 정량화, 기후솔루션의 산업경쟁력 이익, 기후정의동맹의 공정성)로 재분화했다. 참조점 연합은 전망이론의 참조점이라는 특정 인지적 고정점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해당 고정점이 약화되면 연합이 재분화하는 일시성이 핵심 속성이다. 이는 공유된 스토리라인을 결합 원리로 삼는 담론 연합(Hajer, 1993)이나 공유된 핵심 신념 체계를 결합 원리로 삼는 옹호 연합(Sabatier, 1988)과 구별된다.
셋째, 공중의 ‘이중 참조점 구조의 지속’이다. 국면 3과 4에서 병치한 세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은, 공중이 기후안전과 전기요금・민생이라는 이중 참조점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추상적 전환 지지에서 구체적 비용 부담으로 이동할 때 수용도가 대폭 하락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정책집단과 운동단체 모두에게 부분적으로만 호응하며, 양측 어느 쪽의 이익・손실 서술도 공중의 이중 참조점을 동시에 해소하지 못한다.
세 양상의 결합은 분석 기간 종점의 제도적 결과—2026년 2월 28일 개선입법 시한 도래에도 불구한 입법 교착—와 정합적이라는 해석을 제시한다. 정책집단의 참조점 진동이 감축경로의 시간적 일관성을 훼손하고, 운동단체의 참조점 분화가 단일한 대안 제시를 어렵게 하며, 공중의 이중 참조점 구조가 정치적 압력의 방향성을 분산시킨다. 이 세 조건의 동시 작동은 전망이론의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Samuelson and Zeckhauser, 1988)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양상을 정책 수준에서 형성한다. 이상의 분석을 행위자별・시간순으로 정리하면 <표 8>과 같다.
Ⅴ. 결론 및 정책제언
1. 세 구조적 양상의 이론적 함의
같은 의제를 놓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구조는 주제의 차이가 아니라 참조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기존 국내 기후담론 연구는 성장・환경・안보 등 주제 범주의 분포를 분류하는 데 초점을 두어(윤순진, 2009; 홍덕화, 2020), 양측이 동일한 의제를 공유하면서도 한쪽은 이익으로, 다른 쪽은 손실로 규정하는 참조점 수준의 경합을 포착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세 연구질문에 대응하는 세 양상—참조점 진동(연구질문 1), 참조점 연합과 분화(연구질문 2), 이중 참조점 구조(연구질문 3)—을 도출하고, 그 결합이 입법 교착의 담론적 조건과 정합적임을 보여주었다. 이하에서는 각 양상의 이론적 함의를 기존 연구와의 대비 속에서 논의한다.
첫째, ‘참조점 진동’은 기존 참조점 이론과 정책 변동 이론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개념이다. Kőszegi and Rabin(2006)이 개인 수준에서 기대 변화에 따른 참조점의 내생적 조정을 모형화했다면, 본 연구의 진동은 정권 교체・사법 결정이라는 제도적 충격에 의해 정책 행위자 집단의 참조점이 외생적으로 재설정되는 집합 수준의 동학이다. 이는 Baumgartner and Jones(1993)의 단절적 균형에서 정책 이미지가 급격히 전환되는 구조와 유사하나, 전망이론의 참조점 개념을 통해 전환의 방향—손실 회피에 의한 선택적 강조—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본 연구의 고유한 발견은, 헌법불합치라는 강력한 외부 충격 이후에도 기존 참조점(산업경쟁력)이 소멸하지 않고 새로운 참조점(헌법적 기준)과 공존하며 진동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단절적 균형 이론은 외부 충격 이후 기존 정책 이미지가 새로운 이미지로 교체되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본 연구에서 관찰된 참조점 진동은 교체가 아닌 중층화—새로운 참조점이 추가되되 기존 참조점이 병존하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제도적 충격의 강도가 참조점 전환의 완결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기존 참조점의 관성이 손실 회피라는 심리적 기제에 의해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참조점 연합과 분화’는 기존 연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일시적 연대의 형성・해체 동학을 포착한다. Hajer(1993)의 담론 연합은 공유된 스토리라인을, Sabatier(1988)의 옹호 연합은 공유된 핵심 신념 체계를 각각 결합 원리로 삼는다. 두 개념 모두 연합의 기반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치・서사에 있으므로, 특정 제도적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형성되었다가 해체되는 연합을 설명하기 어렵다. Ⅳ장에서 도출한 참조점 연합은 헌재 결정이라는 제도적 기점을 중심으로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솔루션・기후정의동맹이 일시 수렴했다가, NDC 수치라는 구체적 평가 국면에서 손실 서술・이익 서술・공정성 서술의 세 갈래로 재분화한 과정에서 관찰되었다. 이 발견이 갖는 이론적 함의는, 연합의 지속성이 가치의 공유 깊이가 아니라 거점의 제도적 유효성에 의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론 연합・옹호 연합이 ‘왜 연합이 유지되는가’를 설명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면, 참조점 연합은 ‘왜 연합이 해체되는가’를 설명하는 데 보완적 시각을 제공한다.
셋째, 공중의 ‘이중 참조점 구조’는 기존 인식-행동 간극 연구가 개인 심리 변인에 한정한 설명을 담론 구조 차원으로 확장한다. 오수빈・윤순진(2022)은 기후위기 인식이 대응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감정적 반응의 매개 역할을 보여주었으나, 왜 높은 인식이 비용 수용으로 전환되지 않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본 연구의 독자적 발견은 이 간극이 단순히 한 조사 안의 추상적 지지(92.6%)와 비용 수용(50.1%)의 차이(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 2025)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조사 내에서도 손실의 제시 방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변동한다는 점이다. 기후정치바람(2025)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제 하에서는 찬성이 54.8%였으나, ‘인상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동의를 물었을 때는 18.9%로 급락했다. 이는 공중이 두 참조점을 동시에 보유할 뿐 아니라,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제시될 때와 능동적 선택으로 제시될 때 손실 회피의 강도가 체계적으로 달라짐을 보여준다. Spence and Pidgeon(2010)이 실험 환경에서 손실 프레임의 효과를 검증했다면, 본 연구는 이 비대칭성이 실제 정책 담론과 여론조사 수준에서도 구조적으로 관찰됨을 보였다는 점에서, 프레이밍 효과 연구를 정책 담론 맥락으로 확장하는 함의를 갖는다. 분석 기간 이후인 2026년 4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의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를 지지했다고 보고해(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2026), 본 연구가 확인한 운동단체의 손실 정량화 프레임이 공중 인식과 호응함을 사후적으로 뒷받침한다.
다만 전망이론은 본 연구에서 인과적 효과 검증이 아닌 해석적 렌즈로 한정되었으며, 서술 구조가 수용자의 심리적 참조점에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설계 범위를 넘는다(Osberghaus, 2013). 세 양상의 ‘정합성’은 서술 전략과 공중 인식 사이의 구조적 대응을 가리키는 것이지, 전자가 후자를 야기했다는 인과적 주장은 아니다. 이 한계는 Ⅴ장 3절에서 후속 연구 과제와 함께 상술한다.
2. 정책적 함의
Ⅳ장에서 도출한 세 구조적 양상은 각각 대응하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 참조점 진동에는 감축경로의 법적 고정이, 이중 참조점 구조에는 전환비용의 가시화와 공정 분담이, 참조점 분화에는 다원적 참조점을 수용하는 숙의 거버넌스가 각각 대응한다. 참조점 진동을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Ⅳ장에서 확인된 정책집단의 참조점 진동은 감축목표가 정권 교체마다 전략적으로 재선택되어 정책의 시간적 일관성을 훼손함을 보여주었다. 헌재 결정이 명한 2031년 이후 장기 감축경로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이미 헌법적 요청이므로, 후속 입법의 실질적 쟁점은 경로의 하향 수정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시 5년 단위 중간목표를 설정하되, 하향 조정에는 ① 국회 재적 과반수 의결, ② 독립 기후영향평가 공개를 선행 조건으로 부과하는 ‘역진 금지(non-regression) 조항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참조점의 법적 고정을 넘어, 하향 조정의 정치적 비용을 높임으로써 진동의 폭을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된다.
둘째, 전환비용의 가시화로 손실의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공정 분담으로 손실의 수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중의 이중 참조점 구조는 전환비용이 불투명할 때 강화된다.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불확실한 손실은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용의 총량과 분배 경로의 사전 공시는 이 경향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Ⅳ장 4절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동일한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프레임에서는 과반이 수용하지만 ‘인상되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는 수용이 급감한다. 이는 전환비용의 총량뿐 아니라 그 제시 방식—불가피한 비용인지, 능동적 선택인지—이 공중의 손실 회피 강도를 좌우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용 공시 시 전환을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기후피해, 좌초자산)을 함께 제시해 ‘인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실’이라는 참조점 재설정을 유도하는 소통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① ‘기후전환비용 보고서’의 법정 연차 공시 의무화, ② 에너지 요금 고지서에 기후환경요금의 용도・편익 병기, ③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확대 및 다소비 산업체 차등 요금제 도입이 검토될 수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용량정산금의 74.8%가 화석연료 발전에 지급되는 현행 구조(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2026)는 전환 재원이 노후 발전 보전에 쓰이는 비가시적 손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용 용도의 공시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비용의 가시화가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기반한 역진성 완화 장치가 공정성 인식을 높일 때, 기후안전과 전기요금이라는 두 참조점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들 조건이 형성된다.
셋째, 참조점의 다원성을 수용하는 숙의 구조의 확보다. 운동단체의 참조점 분화는 기후정책 거버넌스가 단일 참조점을 전제할 때 오히려 경합이 심화됨을 시사한다. 현행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이 정부 위원 중심이라는 비판을 고려하면, 감축목표 설정과 전환비용 배분에 시민숙의 과정—기후시민회의—을 법적 자문 절차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안된다. 숙의 과정은 상이한 참조점을 가진 행위자들이 서로의 손실 인식을 교차 확인하는 장을 제공하며, Ⅳ장에서 확인된 교차 설득 부재의 구조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세 제언은 개별 처방이 아니라 연동 구조로 작동한다. 감축경로의 법적 고정이 참조점 진동을 제한하더라도 전환비용의 공정 분담이 없으면 공중의 손실 회피가 입법 지지를 약화시키고, 두 장치가 갖추어져도 다원적 참조점을 수용하는 숙의 구조가 없으면 운동단체의 분화가 정책 정당성을 잠식한다. Ⅳ장에서 세 패턴의 결합이 입법 교착을 낳는다고 해석한 것과 대칭적으로, 세 제언의 결합이 교착의 구조적 조건에 대응하는 방향이 된다.
3. 연구의 한계와 후속 과제
본 연구의 한계는 세 수준에서 존재한다. 첫째, 방법론적 한계다. 목적 표집에 의한 약 30건의 텍스트 분석이므로, 결과는 통계적으로 일반화될 수 없으며 해석적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의 수준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전이 가능한 조건은 참조점 경합이 핵심 갈등 구조를 이루고 양극적 행위자 구조가 존재하는 정책 영역이다. 둘째, 분석 범위의 한계다. 정책집단과 운동단체라는 이항 구조는 경합의 양극성을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산업계・학술 전문가・지방자치단체 등 중간 행위자를 포괄하지 못했다. 셋째, 여론조사 병치는 동시적 구조 비교에 한정되며, 서술 전략과 여론 간의 인과적 방향성은 판별하기 어렵다. 또한 기후정치바람(2025) 조사 내 두 문항 간 수용도 격차는 문항 설계(불가피성 전제 대 당위적 동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으나, 응답 순서 효과나 문항 간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 격차가 손실 프레이밍의 비대칭성에 기인하는지를 엄밀히 검증하려면, 문항 순서를 무작위화한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가 참조한 자료는 집단별 분포 집계표이므로, 동일 응답자가 두 문항에서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확인하는 응답자 단위 교차분석은 수행하지 못했다. 참조점(reference point)을 참조선(reference line)으로 확장하는 모형화, 즉 두 참조점 사이의 거리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후속 연구는 다음 세 방향에서 본 연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첫째, 결정적 국면 직전・직후 동일 패널 반복 측정 설계를 통해 서술 전략과 여론 변화 간의 인과적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도출한 5개 분석 범주는 실험 자극으로 변환될 수 있으므로, 이중 참조점 조건에서 서술 순서와 조합이 정책 지지에 미치는 효과를 개인 수준에서 검증하는 실험 연구가 가능하다. 셋째, 본 연구의 정책 제언은 담론 분석의 구조적 발견에서 도출한 방향 제시이며, 각 제언의 실효성과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별도의 제도 분석 연구로 남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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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도시계획・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딥바이오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AI 지향도시 담론과 기후정의의 충돌”(2026), “AI 데이터센터의 환경법적 규율과 입법적 대응”(2026) , “탄소중립 기본조례와 환경예산의 괴리”(2026), “데이터센터 설립승인・건축허가 분리운용의 공법적 쟁점”(2026)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기후위기・지역전환의 상호모순을 연구한다(yoonkse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