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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Environmental Policy and Administration - Vol. 34, No. 2, pp.1-38
ISSN: 1598-835X (Print) 2714-060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6
Received 26 Dec 2025 Revised 14 Jan 2026 Accepted 25 Feb 2026
DOI: https://doi.org/10.15301/jepa.2026.34.2.1

개발・보존 갈등에서의 정책실패에 관한 탐색적 연구: 옹호연합과 인지적 편향의 상호작용 중심으로

오치옥* ; 박주영** ; 김강민***
*주저자, 교신저자,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공동저자,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학과 박사수료
***공동저자,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학과 박사과정
An Exploratory Study of Policy Failure in Development vs. Conservation Conflicts: Interactions between Advocacy Coalitions and Cognitive Biases
Chi-Ok Oh* ; Joo-Young Park** ; Kangmin Kim***

초록

이 연구는 옹호연합이론과 행동경제학의 인지편향 개념을 통합하여, 개발・보존 갈등에서 정책실패가 반복・고착화되는 구조적 요인과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옹호연합의 신념 체계를 확증 편향, 현상유지 편향, 손실회피 편향, 프레이밍 효과와 연계하여, 선택적 학습이 정보의 정치화를 통해 경로의존 및 대안 축소로 이어지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흑산공항과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를 대상으로 문헌 및 행정자료에 대한 질적 분석과 미디어 빅데이터 기반의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연합 간 담론 구조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사례 모두 선택적 해석이 강화되면서 재검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양상을 보였다. 둘째, 흑산공항 사례는 수요와 효과에 대한 낙관적 가정과 손실회피가 결합하여 정책 정체가 지속된 반면, 새만금 사례는 강력한 현상유지 성향이 매몰비용 오류와 결합하여 비효율적 경로가 고착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셋째, 정책 학습은 신념 수정이 아닌 기존 신념의 강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의사결정 지연과 사회적 비용의 누적을 초래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정책 데이터의 객관적 검증 기준 마련, 재평가 지표의 제도화, 인지적 편향에 따른 정보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도입 등 구체적인 절차적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갈등 상황에서 정책 설계와 갈등 관리를 위한 실증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며, 유사 정책 분야의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유용한 분석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integrates the Advocacy Coalition Framework (ACF) with cognitive bias concepts from behavioral economics to analyze the structural factors and interactions that lead to repeated and entrenched policy failures in development-preservation conflicts. By linking the belief systems of advocacy coalitions with confirmation bias, status quo bias, loss aversion, and framing effects, this research explores the process where selective learning leads to the politicization of information, resulting in path dependency and the narrowing of alternatives. Using the Heuksando Airport and Saemangeum Seawater Circulation cases, this study complements qualitative analysis of literature and administrative data with media-based text mining to empirically examine the discourse structures between coalitions. The key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in both cases, the intensification of selective interpretation fundamentally blocked opportunities for policy reconsideration. Second, while the Heuksando Airport case exhibited persistent policy stasis due to a combination of optimistic assumptions and loss aversion, the Saemangeum case led to a path lock-in, where inefficient trajectories were solidified by strong status quo bias coupled with the sunk cost fallacy. Third, policy learning focused on reinforcing existing beliefs rather than belief revision, resulting in decision-making delays and the accumulation of social costs. Accordingly, this study proposes specific procedural improvements, such as establishing objective verification standards for policy data, institutionalizing indicators for mandatory reconsideration, and introducing mechanisms to prevent information distortion caused by cognitive biases. This integrative approach contributes to providing an empirical basis for policy design and conflict management and serves as a valuable analytical framework for preventing failures in similar policy domains.

Keywords:

Policy Failure, Advocacy Coalition Framework, Cognitive Bias, Development vs. Conservation, Conflict

키워드:

정책실패, 옹호연합이론, 인지적 편향, 개발・보존, 갈등

I. 서론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생태계 보존과 지역개발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책의 실효성 저하와 사회적 조정 비용의 증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환경 보존과 지역개발이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보다는 집단적 확신, 정치적 압력, 정보의 선택적 해석 등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 새만금 해수유통과 같은 사례는 이 같은 문제의 구조적 양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공정책은 정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식적 결정과 행동의 체계를 의미하며(Birkland, 2019), 법률, 규제, 예산, 제도 및 정책 수단의 설계 등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된다(Dye, 1972). 원칙적으로 공공정책은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 문제 해결의 수단이어야 하지만, 실제 과정에서는 본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하거나 심지어 부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정책실패(policy failure)로 정의한다. 정책실패는 정책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집행 및 의사결정의 지연, 재정부담의 확대,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상태를 의미한다(FitzGerald, O’Malley and Ó Broin, 2019; McConnell, 2010).

정책실패는 단순한 목표 미달에 그치지 않고, 기술적, 제도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Bovens와 ’t Hart(1998)는 정책실패를 설계・집행의 절차적 오류(프로세스 실패), 정책 수단의 부적합성(프로그램 실패), 사회적 정당성의 결여(정치 실패)로 구분하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와 같은 실패의 원인으로 권력 불균형(power imbalance)에 주목하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발・보존 갈등과 같이 사회적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분야에서는, 특정 집단이나 가치가 정책 과정에서 과도하게 배제되거나 우세해지면서 정보 해석과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권력 불균형이 나타난다(Lukes, 2005; Stone, 2012). 이는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정책실패를,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넘어 정책 학습과 수정이 반복적으로 좌절되면서 기존 정책 경로가 제도적으로 정체되거나 비효율적 경로로 고착화되는 상태로 정의한다.

공공정책은 단일 행위자의 합리적 결정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형성된다. 여기서, 옹호연합이론(Advocacy Coalition Framework(ACF))은 복잡한 정책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Sabatier and Jenkins-Smith, 1993). ACF는 유사한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행위자들이 연합체(coalition)를 형성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ACF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특정 옹호연합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정책 변동이 지체되거나 기존 경로가 고착화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상대 연합의 지식과 해석이 체계적으로 차단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정책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로를 유지하게 된다(Weible, Sabatier, Jenkins-Smith, Nohrstedt, Henry and DeLeon, 2011).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정책 학습의 실패가 지적된다. 이는 다양한 정보와 관점이 다원적으로 공유되고 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연합의 신념 체계가 지나치게 고착되면서 상대 진영의 지식이 쉽게 차단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조정 가능성은 줄어들고, 오히려 정책의 경직성과 실패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Weible et al., 2011). 이와 같은 경직된 정책 경로는 단순히 자원의 부족이나 집행 상의 오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기술적 결함만으로는 반복되는 정책실패를 설명할 수 없으며, 최근 연구는 하위체계에서 작동하는 인지적 편향이 이러한 실패를 심화하고 지속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ACF의 구성 요소 중 신념 체계와 정책 학습 실패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실패의 구조적 원인과 전개 과정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ACF는 정책실패의 구조적 조건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옹호연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자들의 판단과 선택이 왜곡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옹호연합이론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상호보완적인 분석 틀로 활용될 수 있다. ACF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유사한 신념을 공유하는 행위자들이 옹호연합을 형성하고, 이들 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책 변화를 설명하는 구조적 분석 틀을 제공한다(Sabatier and Jenkins-Smith, 1993).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개념을 바탕으로, 행위자들이 정보와 대안을 해석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편향 메커니즘을 설명한다(Simon, 1972; Kahneman, 2011).

옹호연합 행위자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정보 환경 속에서 휴리스틱, 직관, 감정, 사회적 규범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은 단순한 판단 실수를 넘어, 정책 학습을 왜곡하거나 제약하며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누적되어 제도화된 오류로 고착된다. 결과적으로, 인지적 편향은 개인의 심리적 오류가 아니라, 정치적, 제도적 맥락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적 현상으로 작동하며, 궁극적으로 정책실패를 초래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 된다(강은숙・김종석, 2014; Rayner, 2012; Schnellenbach and Schubert, 2015).

기존 연구들은 인지적 편향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ACF를 통한 정책 변동과 갈등 구조를 설명하는데 주로 집중해왔다. 그러나 옹호연합 행위자(특히 정책결정자)의 심리적 왜곡이 옹호연합의 신념 체계와 결합하여, 어떻게 제도적으로 강화되고 재생산되어 정책실패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통합적 탐구는 아직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의 연구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개발 중심 옹호연합이 지배적인 정책 하위체계에서, 이 연합에 속한 행위자들의 인지적 편향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제도화되는가? 둘째, 이로 인해 정책실패는 어떻게 지속되고 장기화되는가? 본 연구는 옹호연합이론의 구조적 관점과 행동경제학의 인지적 편향 이론을 통합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편향이 제도 속에 내재화되는 경로와 그 결과 정책실패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특히 ACF는 하위체계 내 공유된 신념이 정보 해석과 대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신념이 인지적 편향과 결합할 때 특정 관점이 배제되고 기존 경로가 강화되어 변화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Rayner, 2012; Weible et al., 2011).

이와 같은 구조적 편향은 특히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대형 개발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이한 신념 체계가 얽혀 있어 때문에, 단순한 기술적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실패 양상을 나타낸다. Head와 Alford(2015)는 문제 정의가 주관적이고 해석이 다양하며, 해결책도 임시적일 수밖에 없는 사안을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로 정의한다. 환경정책은 내재적 가치 충돌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책 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비선형적 갈등의 연속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전통적 계량 분석만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으며, 심리적 편향과 제도 구조를 함께 고려한 분석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옹호연합이론과 행동경제학적 인지편향 이론을 통합하여,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심리적 편향이 제도 속에 내재화 되는 매커니즘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흑산공항 건설과 새만금 해수 유통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두 사례는 개발 중심 옹호연합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환경적 고려를 포함한 대안적 접근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정책실패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특정 정책 경로가 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울러, 미디어 기사의 핵심 키워드 빈도와 연합 간 키워드 일치율 등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보완적으로 활용하여, 연합 간 신념 차이와 담론 구조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다음으로 이론적 배경에 대한 검토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거쳐 결론 및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순서로 구성된다.


Ⅱ. 이론적 배경

공공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단순한 기술적 절차나 계량 분석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환경, 지역개발 갈등과 같은 복합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이한 신념 체계, 제한된 합리성, 인지적 왜곡이 얽혀 있어, 제도적 경직성과 심리적 편향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본 장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한 주요 이론적 틀로 옹호연합이론의 핵심 개념(하위체계, 신념 구조, 정책 학습)과 행동경제학의 인지편향 이론(확증 편향, 현상유지 편향, 프레이밍 효과 등)을 살펴본다.

1. 옹호연합이론과 신념 구조의 제도화

옹호연합이론은 정책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Sabatier와 Jenkins-Smith(1993)에 의해 제안되었다. ACF는 정책 변화를 단순히 정부의 의지나 외부 충격의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신념과 연합체 간 경쟁의 산물로 파악한다(Weible and Ingold, 2018). 이러한 접근은 환경, 에너지, 보건 등 이해관계 충돌이 큰 정책 영역에서 높은 설명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Weible et al., 2011). <그림 1>의 ACF 도식은 정책 하위체계 내부의 행위자 신념 체계뿐 아니라, 정책 하위체계 외부에 존재하는 외적 변수와 외부 충격이 정책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함께 보여준다. 이러한 외적 요인의 구체적 작동 방식은 본 절 후반부에서 정책 변동 경로(외부 충격, 내부 사건, 정책 학습)를 중심으로 논의한다. ACF는 정책과정 분석의 핵심 단위를 정책 하위체계(policy subsystem)로 보고, 이는 특정 정책 영역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상호작용하는 공공 및 민간 행위자들의 집합으로 규정한다(Sabatier and Jenkins-Smith, 1999; Jenkins-Smith, Silva, Gupta and Ripberger, 2014).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행위자들은 유사한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옹호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정책 변동은 이러한 연합 간의 경쟁과 협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학습을 통해 설명된다.

<그림 1>

ACF 도식화 출처: Sabatier and Jenkins-Smith(1993, p. 224), 최재원(2024)

ACF에서 행위자의 신념 체계는 계층적인 특징이 있으며, 변화 저항성 정도에 따라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된다(March and Simon, 1993; Peffley and Hurwitz, 1985). 첫째, 깊은 핵심신념(deep core beliefs)은 인간 본성과 사회 정의, 정부와 시장의 역할과 등에 대한 근본적・규범적 가치관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둘째, 정책신념(policy core beliefs)은 특정 정책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단에 대한 선호로 구성되며, 깊은 핵심신념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지만, 단기적인 정책 학습만으로 변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반면, 보조신념(secondary aspects)은 정책 집행 수단, 행정절차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한 신념으로 정책 학습을 통해 가장 쉽게 변화할 수 있다(Sabatier and Weible, 2007; Weible et al., 2011)<표 1>.

옹호연합모형의 신념 체계

이러한 신념 체계를 바탕으로, 옹호연합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행한다. 정책 변동은 주로 외부 충격(external shock), 내부 사건(internal subsystem events), 정책 학습(policy-oriented learning)을 통해 발생한다. 외부 충격과 내부 사건은 정치적 자원의 재분배를 초래하여 지배적 옹호연합의 교체와 주요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반면, 정책 학습은 연합 간, 또는 내부에서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보조신념의 조정을 가져오며 점진적인 정책 변화를 촉진하는 원동력으로 파악하고 있다(신용배, 2010; Jenkins-Smith et al., 2014; Sabatier and Jenkins-Smith, 1993; Weible et al.,2011 ).

그러나 최근 ACF 연구에서 이러한 정책 변동 경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접근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Ma and Vieira(2020)는 외부 충격과 정책 학습을 독립적인 경로로 구분하기보다, 이들 요인이 모두 행위자의 신념 업데이트를 매개로 자원 동원과 전략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통합적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Ma and Vieira, 2020).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정책 학습은 반드시 정책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신념을 강화하고 정책 정체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 정체 현상은 정책 변화를 단절적 사건이 아닌 점진적이고 누진적 제도 변화의 과정으로 보는 점진적 제도 변화 이론의 관점과도 동일시 된다(Mahoney and Thelen, 2010)<그림 2>.

<그림 2>

옹호연합모형 기반 정책 변동 경로출처: Ma and Vieira(2020)

즉, 동일한 과학적 정보라도 개발연합과 보존연합이 신념에 따라 상이하게 해석하며, 이러한 선택적 학습이 정책 학습의 왜곡, 정보의 정치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Heikkila and Gerlak, 2013). 실제로 Weible et al.(2011)은 ACF의 주요 가설 중 하나로, 정책 학습은 기존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제시한다.

선행연구는 ACF가 기후변화나 환경 갈등과 같이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쟁점화된 이슈에서 정보 활용 방식과 정체의 발생 등 다양한 측면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임을 강조하였다(Gabehart, Nam and Weible, 2022). 국내에서도 ACF는 환경정책, 도시개발, 에너지 전환 등 복잡한 갈등 사안에서 널리 적용되고 있으며, 정책실패의 원인을 특정 연합체의 과도한 영향력, 정보 왜곡, 또는 공론장의 축소에서 찾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김영미, 2019; 윤종빈, 2014). 하지만 ACF는 복잡한 정책 갈등 상황에서 행위자 간 신념 경쟁과 정보 해석 과정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틀이지만,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정보가 어떠한 인지적 과정을 통해 선택되고 해석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어 왔다.

2. 정책 결정과 인지적 편향

전통적으로 공공정책 분석은 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전제로, 정책 결정이 과학적 분석과 최적 대안 선택의 결과라고 간주되었다. 그러나 실제 정책 환경은 정보 불완전성, 인지 능력 한계, 시간 제약, 가치 충돌 속에서 이루어지며, 의사결정은 대부분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의 제약을 받는다(Simon, 1957). 이러한 맥락에서 행동경제학은 인간 합리성의 한계를 드러내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 정책실패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주었다(강은숙・김종석, 2014; Kahneman, 2011; Thaler and Sunstein, 2009 ).

인지적 편향은 옹호연합 구성원이 정보를 수집, 해석하고 대안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특정 방향으로 왜곡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인지적 편향 가운데 정책 결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논의되어 온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손실회피(loss aversion),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확증 편향은 옹호연합 행위자가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반대 증거나 시민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으로, 이를 통해 오류가 고착화된다(Kosnik, 2008; Rabin and Schrag, 1999). 현상유지 편향은 새로운 정책 대안이 제시되더라도 기존 정책 경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Samuelson and Zeckhauser, 1988). 이는 손실회피 성향과 결합하여 정책 전환에 대한 저항을 강화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는 경제성 분석의 공정성을 저해하면서까지 기존 선택을 지속하려는 경향을 보인다(Berthet, 2022; Kahneman and Tversky, 1979). 이러한 경향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정책에서 손실 정보를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의사결정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프레이밍 효과는 동일한 정보라도 표현 방식(프레임)에 따라 정책 평가와 시민들의 수용이 달라진다(Tversky and Kahneman, 1981).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보 해석과 대안 선택이 특정 방향으로 고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표 2>.

주요 편향 유형

ACF 관점에서도 인지적 편향은 정책 하위체계 내 옹호연합이 형성하고 유지하는 신념 체계와 결합해 정책 해석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동일 신념을 공유하는 옹호연합은 편향적 정보 해석을 상호 강화하며 정책 담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끈다(Weible et al., 2011). 이 과정에서 선택적 학습, 정보의 정치화, 대안 배제가 나타나 비판적 학습은 억제되고 정책 조정은 지연되거나 왜곡된다(Berthet, 2022). 같은 자료도 개발연합은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보존연합은 되돌리기 어려운 훼손으로 프레이밍함으로써, 서로 다른 정책 방향과 선택으로 이어진다.

Head and Alford(2015)에 따르면,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 상황에서는 정보 불완전성과 가치 충돌, 절차적 복잡성 등으로 인해 편향 의존이 심화된다. 이는 기존의 제도적 구조와 결합하여 정책의 정체를 초래하고, 결국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실패를 단순히 집행상의 오류나 무능 탓으로 돌리기보다, 심리적 편향과 제도적 경직성이 맞물린 구조적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행동경제학과 ACF의 통합적 분석은 인지적 편향이 정책 과정(의제 설정, 정보처리, 대안 선택) 속에서 제도화되고, 이를 통해 반복적인 정책 문제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이는 환경, 지역 개발, 재정, 법제 분야 등 복잡하고 갈등이 격화된 정책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와 취약성의 원인을 파악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설계를 위한 제도적, 심리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3. 인지적 편향과 옹호연합의 상호작용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인지적 편향은 옹호연합의 신념 체계와 결합할 때 정책 경로를 크게 제약할 수 있다. 여기서 인지적 편향이란 개인이 정보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발생하는 체계적 오류를 의미하며, 확증 편향, 현상유지 편향, 프레이밍 효과, 가용성 휴리스틱 등이 대표적이다(Kahneman, 2011; Thaler and Sunstein, 2009). 본 연구는 이러한 편향이 단순한 심리적 오류에 그치지 않고, 정책 하위체계 내 옹호연합의 신념 체계와 결합하여 구조화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Sabatier와 Jenkins-Smith(1993)에 따르면, ACF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집단이 정보와 자원을 활용해 정책 과정을 주도한다고 본다. 이 때 신념 체계는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가 중요하고 신뢰할 만한지 선별하는 인지적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즉, 이러한 신념 체계는 가치와 이해관계에 기반한 선택적 인지를 반영한다. 예컨대 확증 편향은 주도 집단이 기존 신념에 유리한 정보만 수용하고, 반대 증거나 시민 의견은 배제하도록 만든다. 이는 경직된 정책 연합을 형성해 비판적 학습을 막고, 정책실패의 위험을 높이는 구조로 이어진다.

또한, 현상유지 편향은 기존 경로를 고착화하고 전환적 정책 설계를 억제한다. 프레이밍 효과는 동일한 정보라도 제시 방식에 따라 상반된 해석을 유발하며, 옹호연합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정책 담론을 주도할 수 있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큰 환경정책에서는 이러한 편향과 프레이밍이 정책실패를 초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Weible et al.(2011)은 ACF의 가설 중 하나로 정책 학습이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향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ACF가 이미 인지적 편향의 가능성을 함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정책실패는 무능이나 우연이 아니라 제도화된 신념 체계와 왜곡된 정보처리 구조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그림 3>. 기존 선행연구들은 신념과 인지적 편향 간의 이러한 순환적 관계를 서로 다른 연구 흐름을 통해 밝혀 왔다. 한편 개인이나 집단이 보유한 기존 신념이 정보의 중요성과 신뢰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하며, 그 결과가 확증 편향이나 동기화된 추론과 같은 인지적 편향이 유발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입증되어왔다(Kunda, 1990; Lord, Ross and Lepper., 1979; Taber and Lodge, 2006). 다른 한편으로는, 편향된 정보 처리와 선택적 노출, 그리고 이에 기반한 정책 학습이 반복적으로 기존 신념을 재확인하거나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들도 제시되어 왔다(Lodge and Taber, 2013; Nyhan and Reifler, 2010; Ross and Anderson, 1982).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신념과 인지적 편향은 정책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원인이 되기 보다는 서로를 강화, 재생산하는 상호작용적이고 순환적인 구조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

옹호연합의 상호작용출처: Ma and Vieira(2020)의 모형을 연구자가 보완 및 재구성

따라서 본 연구는 정책실패를 단순한 집행상의 오류가 아닌, 인지적 편향이 옹호연합 내에서 구조화된 결과로 파악한다. ACF와 인지적 편향의 통합적 분석은 주도 집단의 의사결정이 특정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대안적 관점을 배제함으로써, 정책실패를 초래하는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음 장에서는 흑산공항 건설과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실제 정책 과정에서 옹호연합의 신념과 인지적 편향이 결합하여 어떻게 정책 성과를 저하시키고 조정을 지연시키는지 규명함으로써, 앞서 제시한 이론적 틀의 타당성과 설명력을 검토하고자 한다.


Ⅲ. 사례분석

본 장에서는 앞서 논의한 신념 구조와 인지적 편향의 상호작용이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어떻게 정책 결정의 정체로 이어지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분석의 대상은 대표적인 개발과 보존 갈등 사례인 흑산공항 건설과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사례는 환경과 개발이라는 유사한 갈등 구조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전개 경로와 결과 측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흑산공항 사례는 옹호연합 간 팽팽한 대립 속에서 의사결정이 장기간 지연되며 정책 변화가 정체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새만금 해수유통의 사례는 수질 악화라는 객관적 신호에도 기존 경로를 답습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경로 고착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 연구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의 미디어 기사, 문헌, 행정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하였다. 특히 1차 자료 접근의 한계를 보완하고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자 Python 기반의 텍스트마이닝 분석을 병행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된 정량적 수치는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로 활용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사례를 분석하였다.

첫째, 각 옹호연합이 자신의 핵심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신뢰하고, 반대 증거를 배척하는 확증 편향과 추론 과정을 살펴본다. 둘째, 새로운 정보와 환경적 변화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정책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 신념을 강화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셋째, 유사한 인지적 편향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두 사례에서 나타난 정책 결정의 정체와 경로 고착의 차이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이론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정책 설계에 필요한 정책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인지적 개선 요인을 도출한다.

1. 사례 분석 1: 흑산공항 건설의 추진 경과와 갈등의 구조화

1) 흑산공항 추진 개요와 과정

본 절은 흑산공항 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개발과 보존 간의 갈등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정책 주도 집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보 선택과 해석의 편향, 옹호연합 간 상반된 신념 충돌이 어떻게 제도적 갈등 구조를 형성하며, 정책 판단의 왜곡과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본다. 흑산공항 사례는 단순한 지역 인프라 개발을 넘어, 복잡한 사회적 가치 충돌과 환경적 쟁점이 얽힌 대표적 정책 갈등 사례로 평가된다.

흑산공항은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흑산도 예리 일대에 조성될 예정인 소형 공항으로, 총 사업비는 약 1,835억 원이며 부지면적은 약 32.3ha에 달한다. 활주로는 1,200m로 계획되어 있으며, 50석 규모의 항공기 운항을 목표로 하였다(국토교통부, 2015). 해당부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멸종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이자 국제 철새 이동 경로로 지정된 지역이다. 기존 교통수단은 선박에 의존하고 있으며, 육지 이동에는 평균 6~7시간이 소요되고 결항률도 약 11%에 달해, 주민 불편과 응급의료 접근성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공항 건설은 지역주민들에게 교통 인프라 확대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숙원 사업이자, 주민 이동권 및 생존권 보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책 담론에서 적극 활용되어 왔다.

정책 추진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정치권과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었으며,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편익/비용 비율)가 4.38이라는 높은 수치로 제시되며 사업의 경제성이 강하게 부각되었다(한국개발연구원, 2013). 이러한 수치는 개발연합이 정책 추진을 정당화하는 핵심 가치로 기능하였다. 이는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 불편 해소라는 명분을 확보하여 공항 건설의 정당성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사업부지가 국립공원 핵심 구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필수적이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기후부에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하였지만 2015년과 2016년 심의 과정에서 환경훼손 우려가 제기되며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이윤수, 2024). 이 시점부터 보존연합(환경단체, 조류 전문가)의 반대 의견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2017년 국토교통부는 기후부의 요구에 따라 보완 타당성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보고서에서 제시된 B/C는 2.60으로 절반가량 하락하였다(정성환, 25.9.24.). 이와 같은 B/C 수치의 급격한 변화는 초기 정책 설계 단계에서 특정 가정과 자료가 선택적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후 제기된 비판적 정보가 정책 판단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초기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항공 수요 예측이 과장되었고, 국립공원 훼손에 따른 환경 비용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과 경관 훼손 등 핵심 쟁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의 객관성과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18).

이후 2018년과 2020년 국립공원위원회는 재심의를 진행하였으나 모두 보류 결정을 내렸다. 특히 2018년 심의 과정에서는 지역주민 공청회가 병행되었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환경영향 재조사 요구, 청원 등을 통해 보존연합의 입장을 확산시키며 반대 여론을 확대해 나갔다. 반면 정책 추진 주체를 중심으로 한 개발연합은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당위성 중심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였고, 반대 여론을 수용하거나 조정하려는 노력은 미흡하였다. 이러한 대응 방식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판적 정보가 축소되거나 배제되는 확증 편향의 작동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2022년 1월 31일, 기후부 국립공원위원회는 공항 예정지의 국립공원 해제안을 심의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결정은 ACF에서 말하는 외부 충격이 연합 간 힘의 균형을 뒤흔든 사례라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흑산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 및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정치적 우선순위가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되었다. 대신 비금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신규 지정되어 포함되었다(박상수, 2023.1.31; 광주in, 2023.2.2).

국립공원 해제 결정 이후, 2023년 하반기 착공이 예상되었으나 실제 공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2024~2025년 사이에는 공사비가 약 6,411억 원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는 항공기 규모가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활주로 끝단 안전구역 확장과 해양 기초공사 추가 등이 필요해져 설계 변경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가 15% 이상 증가할 경우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하므로, 2025년 2월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하였다. 이로 인해 사업 착공 및 개항 일정은 다시 불투명해졌으며, 재예타 결과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전원, 2025.4.15.; 양시원, 2025.4.14.)<표 3>.

흑산공항 정책 추진 과정

흑산공항 사례는 경제성, 환경성, 사회적 요구 등 복합 요소가 충돌한 가운데, 초기 정책 설계와 분석 과정의 한계, 옹호연합 간 조정 실패, 정치적 환경 변화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갈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정책 학습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부정적 정보가 일관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정책 결정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2) 옹호연합 구도와 신념 충돌

흑산공항 건설 사례는 ACF 이론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정책 하위체계 내 상이한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옹호연합 간의 경쟁이 인지적 편향과 결합하며 구조적 갈등으로 심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ACF에 따르면 정책 하위체계에는 유사한 핵심 신념과 정책 신념을 공유하는 행위자들이 옹호연합을 구성하여, 정책 변화를 유도하거나 저지하려는 활동을 펼친다(Sabatier and Jenkins-Smith, 1993; Weible et al., 2011).

흑산공항 사업에서는 개발연합과 보존연합이라는 두 집단의 주요 옹호연합이 형성되었다. 개발연합은 국토교통부, 전라남도, 신안군의 지역 정치권과 관광산업 이해관계자로 구성되며, 교통 복지, 지역 경제 활성화, 섬 소멸 방지 등의 담론을 중심으로 정책을 정당화하였다. 이들의 핵심 신념은 지역 개발과 국가 균형 발전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념은 항공 접근성 확보와 경제성 평가를 정치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정책 신념으로 구체화되었다. 반면 보존연합은 환경단체, 조류 전문가, 일부 지역주민과 생태학자 등의 환경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국립공원의 생태적 가치, 멸종위기 조류 보호, 국제 철새 이동 경로 보존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들은 국립공원의 비시장 가치와 장기적인 생태계서비스 손실에 주목하며, 기존 비용편익분석이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의 정당성 문제와 누락된 항목을 지적하며, 조건부가치측정법 등 비시장가치 측정 방법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두 연합의 충돌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과학적 정보 해석 방식, 정책 담론 구성,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이어졌다. 개발연합은 비용편익분석 결과와 응급환자 이송 시간 단축, 주민 생명권 보장, 섬 지역 소외 해소와 같은 감정적・상징적 언어를 강조한 반면, 보존연합은 자연공원법과 법・제도에 근거한 논리를 통해 장기적인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동일한 자료와 정책 정보를 상이한 신념 체계에 따라 해석하였고, 결과적으로 정책 담론이 양분화되었다.

이와 같은 신념 간 충돌은 정책 결정 전 과정에 걸쳐 재현되었으며, 옹호 연합 내부에서도 대안적 관점이나 조정 가능성은 약해졌다. 이는 ACF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강한 정책 신념을 공유하는 연합이 형성될수록 정보 해석의 유연성이 감소하고, 연합 간 학습과 타협 가능성이 제한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3) 인지적 편향의 제도화

흑산공항 사례에서 정책 갈등이 장기화되고 합리적 대안 도출에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확증 편향, 프레이밍 효과, 현상유지 편향, 그리고 손실회피 편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갈등 구조가 경직화되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표 4>. 우선, 확증 편향의 경우 개발연합과 보존연합 모두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였다(Kahneman, 2011). 국토교통부를 주축으로 한 개발연합은 2017년 보완 타당성 보고서에서 제시된 B/C 값의 하락이나 경제적 편익 분석의 미비점, 조류 충돌 위험성 등 정책 추진에 불리한 데이터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소평가하거나 논의에서 배제하였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18). 반면, 보존연합 역시 공항 건설이 가져올 주민 이동권 보장이나 응급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개발 측의 주장보다는, 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며 상호 학습의 기회를 차단하였다.

흑산공항 건설의 옹호연합 별 주요 인지적 편향 분석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적 수용은 프레이밍 효과를 통해 감정적 대립으로 심화되었다. 개발연합은 공항 건설을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닌 섬 주민의 생명권이자 이동권이라는 인권적 프레임으로 규정하여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특히 이들은 반대 측의 환경 보존 논리를 새가 사람보다 우선이냐는 비인도적 처사로 규정하거나,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몰아세우며 갈등을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진영 논리로 프레임화하였다. 이에 맞서 보존연합은 해당 사업을 국립공원 가치 훼손이자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라는 프레임으로 강력하게 규정함으로써, 정책 논의를 과학적 타당성 검토의 장에서 도덕적 가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이처럼 양측이 형성한 배타적 프레임은 상대방의 논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장벽으로 작용하였다(Gabehart et al., 2022).

결국 이러한 인지적 대립은 현상유지 편향과 손실회피 편향이 결합하며 정책 결정의 정체 상태로 이어졌다. 보존연합에게 있어 국립공원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환경적 가치의 상실을 의미했기에, 불확실한 변화보다는 현재 상태의 보존을 강력하게 선호하였다. 반면, 개발연합은 수년간 추진해 온 사업의 중단이나 변경을 매몰비용의 상실과 정책 신뢰도 하락이라는 정치적 손실로 인식하였다. 그 결과, 2018년과 2020년 감사원과 국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존 원안을 고수하려는 강한 현상유지 편향을 보였으며(김도년, 2020.1.20.), 이는 양측 모두가 대안 탐색보다는 기존 입장을 방어하는 데 몰두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결론적으로 흑산공항 사례에서 나타난 정책실패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나 기술적 미비가 아니라, 행위자들의 신념에 기반한 인지적 편향과 제도적 관성이 상호작용하여 의사결정의 지연과 정책 결정의 정체를 초래한 구조적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

2. 사례 분석 2: 새만금 해수유통 추진 경과와 갈등 구조

새만금 해수유통 논쟁은 30여 년에 걸쳐 지속된 대규모 간척 개발사업이 환경 파괴와 생태계 훼손 문제에 직면하면서, 옹호연합 행위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정책을 고수하며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 갈등은 해수유통 반대연합(이하 개발연합이라 칭함,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 정치권, 일부 지역주민)과 찬성연합(이하 보존연합이라 칭함, 환경단체, 생태학계, 시민사회 등) 간의 신념에 기반한 대립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이는 ACF가 제시하는 전형적인 갈등 구조와 부합한다. 또한, 흑산공항 사례가 대립으로 인한 정책의 정체 상태를 보여준다면, 새만금 사례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관성에 의해 정책의 경로가 유지되는 경로 고착화의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1) 새만금 해수유통 추진 개요와 과정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착공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대의 해안을 따라 총연장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총 40,900ha에 이르는 육지와 내수면이 조성되었으며, 내부는 약 29,100ha의 토지와 11,800ha의 담수호로 구분되었다. 초기에는 농업용지 확보와 국토 확장, 식량안보 강화가 주된 정책 목표였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산업단지 조성, 관광 개발, 정주 기능 확보, 환경보존 등을 포함하는 다기능 복합개발 구상이 추가되었다(국토해양부・새만금개발청, 2023).

2006년 방조제 완공 이후 정부는 새만금 내부를 담수호로 활용하는 정책을 본격화하였고, 2010년 최종 물막이 공사 완료를 통해 담수화 정책이 실질적으로 추진되었다. 이 시점부터 새만금 개발의 핵심 기조는 담수호 조성에 기반하여 농업용지와 산업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확립되었다. 정부와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는 새만금호의 수질을 생활용수 일부, 농업・공업용수로 활용 가능한 수준(환경기준 3~4등급)으로 개선하기 위해 10여 년간 약 4조 2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였다(김정연, 2019.10.10.; 김남희・최성록・오치옥, 2020). 또한, 2020년 12월부터 1일 1회(주간)에서 1일 2회(주・야간)으로 배수갑문 운영시간 조정 등의 행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전면적 해수유통이 아닌 부분적인 운영 확대에 그친 수준으로, 실질적인 수질 개선 효과를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기후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새만금호의 수질은 연속적으로 4등급(매우 나쁨) 판정을 받으며 정책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3; 서윤덕, 2024.5.1.).

이러한 수질 악화는 녹조 대량 발생, 어류 폐사, 악취 확산, 멸종위기종의 감소, 갯벌 생태계 소실 등 다양한 환경적 피해를 초래하였고, 어업, 농업, 관광업 등 지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세계잼버리대회(2023년) 개최 당시 녹조 발생과 수질 문제가 국제적으로 보도되며 국내외적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정부의 해수유통 관련 정책 판단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었다(김수민, 2023.8.7.).

2010년대 중반 이후, 시민사회단체, 생태학계, 일부 지역주민들은 담수화 정책의 한계를 비판하며, 방조제 갑문 개방을 통한 해수유통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해수유통 전환에 대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제시되었다. 첫째, 담수화 정책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해수유통이 수질 정상화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둘째, 유사 사례인 시화호의 성공적인 해수유통 전환을 통해 수질 개선 및 생태 회복의 효과가 이미 실증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해수유통이 생태관광과 수산업 활성화 등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여 지역 사회에 실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반면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 일부 지역 정치권과 농축산・산업용지 수혜 집단은 해수유통 전환에 대해 강한 반대를 나타내는 정책 주도 집단인 개발연합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들은 기존 개발 계획의 연속성과 정당성, 이미 투입된 인프라 투자 보호, 그리고 농업용수 확보, 스마트팜 기반 조성 등 다양한 개발 수요를 근거로 삼았다. 특히 해수유통 전환이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사안이므로, 이에 따른 행정적 책임과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개발연합은 판단을 유보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고수하였다(박기홍, 2025.12.13).

정부 또한 2021년 수질목표 달성 여부에 따른 단계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결정을 유보하였고, 2024~2025년 현재에도 추가 모니터링 후 판단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 유보는 단순한 행정적 지연이라기 보다, 기존 담수화 정책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 이미 형성된 정책 경로에 대한 의존성, 그리고 정책 전환에 대한 개발연합의 지속적인 반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새만금 사례의 정책실패는 특정 시점의 수질 악화 자체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확인된 부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책 전환이 구조적으로 지연되고 정책 학습이 제도적으로 차단된 경로 고착화 상태를 의미한다<표 5>.

새만금 사업 추진 과정

2) 옹호연합 구도와 신념 충돌

새만금 해수유통 논쟁은 개발연합과 보존연합 간의 첨예한 신념 충돌로 설명된다. ACF의 관점에서 정책 하위체계 내 연합체들은 각자의 핵심 신념에 기반하여 정보를 해석하고 정책 전략을 구성한다(Sabatier et al., 1993; Weible et al., 2011). 개발연합은 기존 간척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 그리고 투입 예산의 경제적 성과 확보를 핵심 가치로 공유한다. 이들은 장기간 추진된 개발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맥락에서 담수화 정책은 수질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누적된 행정적 성과를 방어하고 개발의 연속성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하였다. 따라서 담수화 정책의 성과가 반복적으로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연합은 이를 정책실패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관리 방식의 개선이나 추가 투자를 통해 보완 가능한 문제로 재해석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직된 신념 구조는 정책 변화의 범위를 기존 경로를 유지하기 위한 미세 조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책의 지속은 정치적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되는 동시에, 중앙정부의 예산 집행, 농・산업 기반 구축, 정주 인프라 확장 논리와 맞물리며 제도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반면 보존연합은 해양생태계 복원과 환경정의,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중심 가치로 설정한다. 이들은 새만금호의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근거로 담수화 정책의 구조적 한계로 해석하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보존연합은 시화호 사례와 같은 선행 경험을 토대로, 해수유통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입증된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김남희 등, 2020).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근거와 대안적 해석은 정책 결정 구조 내부에서 기존 개발 논리를 대체할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지는 못하였다.

정책 과정에서 두 연합은 상반된 담론을 통해 언론 보도, 공청회, 국회 발언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책 학습을 선택적으로 유도하였다. 개발연합은 담수화의 경제적 정당성과 농업 및 산업 기반 유지를 내세우며 공공성과 효율성을 주장한 반면, 보존연합은 환경권과 생태적 회복력, 기후변화 대응 등을 중심으로 정책 정당성 담론을 재구성하였다. 이는 ACF의 맥락에서 각 연합이 지지 확보를 위해 프레이밍 효과를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실증하는 사례이다. 나아가 이러한 신념 충돌은 단순한 교착 상태를 넘어, 기존 담수화 정책의 비효율성이 드러났음에도 경로가 수정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는 경로 고착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3) 인지적 편향의 제도화

새만금 해수유통을 둘러싼 정책 결정이 반복적으로 유보된 원인은 정책 학습이 부재하기보다는, 행위자들의 신념 체계가 확증 편향, 프레이밍 효과, 현상유지 편향, 손실회피 편향을 통해 강화되고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확증 편향은 새로운 정보와 경험이 기존 신념을 수정하기보다는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다. 개발연합은 지난 20여 년간 4조 원이 넘는 예산이 수질 개선 사업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만금호 수질은 여전히 목표 수질(3∼4급수)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3). 객관적인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수화의 구조적 실패가 아닌 일시적인 관리 미비나 시간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며 기존의 논리를 고수하였다. 반면, 보존연합 역시 새만금 사업이 창출할 잠재적인 경제적 편익 가능성보다는,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라는 환경 재앙의 증거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내세우며, 양측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정보만을 편식하는 인지적 폐쇄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은 프레이밍 효과를 통해 담론 차원에서 더욱 공고해졌다. 개발연합은 해수유통 전환을 합리적인 대안 검토가 아닌 농업용지 축소, 지역경제 위축, 기존 발전 계획의 좌초라는 부정적 결과 중심의 위협 프레임으로 재구성하였다<표 6>. 이에 따라 해수유통은 정책적 선택지가 아닌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었다. 반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존연합은 생태 복원, 수질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으나, 이는 개발연합의 경제적 위기 프레임에 밀려 정치적 담론에서 비현실적인 요구로 치부되거나 주변화되었다. 이처럼 상충되는 프레임의 대립은 양측의 타협 가능성을 차단하고 갈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하였다.

새만금 해수유통 갈등의 옹호연합 별 주요 인지적 편향 분석

결국 이 논쟁은 손실회피 편향이 현상유지 편향을 강력하게 지탱하는 형태로 구조화되었다. 개발연합과 정책 주도 집단에게 해수유통으로의 전환은 수십 년간 투입된 예산, 행정 자원, 물리적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거대한 매몰비용의 손실을 의미했다. 이러한 손실에 대한 두려움은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담수화를 유지해야만 이미 조성된 기반 시설을 활용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현상유지 편향으로 이어졌다(Kahneman and Tversky, 1979).

결과적으로 새만금 사례는 객관적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손실회피 심리가 변화를 위험한 선택으로, 현상유지를 안전한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듦으로써 정책 전환을 구조적으로 제약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ACF의 이론적 가정핵심 가설인 정책 연합은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한다는 점과 정확히 부합한다.

3. 흑산공항과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 비교

본 연구는 ACF의 신념 체계가 실제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인지적 편향을 정량화하였다. 인지적 편향은 신념을 대체하는 외생적 변수가 아니라, 행위자가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기존 정책 경로를 고수하게 만드는 심리적 매개 변수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인지적 편향이 정책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실증 분석을 위해 빅카인즈를 활용하여 2021년부터 2026년까지의 뉴스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분석 대상은 흑산공항 관련 679건, 새만금 해수유통 관련 1,281건이며, Python 3.10.2를 이용하여 한국어 형태소 분석 패키지인 KONLPy 기반의 텍스트마이닝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각 연합의 담론 구조 내에서 인지적 편향의 양상이 정량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를 위해 적용한 구체적인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확증 편향 파악을 위한 정보 고립도(Jaccard Index) 분석이다. 이는 두 연합간의 담론 유사도를 정량화하여 정보의 폐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카드 지수가 낮을수록 각 연합이 상대방의 논리를 배제한 채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배타적으로 생산 및 소비함을 의미한다.

JCA,CB=CACBCACB×100%(1) 
  • (단, CA, CB는 각 연합이 사용한 핵심 키워드 집합)

둘째, 기존 정책 경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측정하는 현상유지 편향 지수(Status Quo Bias Index, ISQ)이며, 현상유지 단어로 분류된 단어의 비중으로 산출한다. 해당 지수가 높을수록 기존의 정책 경로를 고수하려는 경직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ISQ=fksqfK(2) 
  • (ksq∈{기본계획, MP, 이행, 완공, 경로고수 등}. K는 연합 내 전체 키워드 빈도)

셋째, 변화로 인한 잠재적 손실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하는 손실회피 편향 지수 (Loss Aversion Bias Index, ILA)이며, 손실회피 단어로 분류된 어휘의 비중을 통해 측정한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발생할 잠재적 손실이나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ILA=fklafK(3) 
  • (kla∈{피해, 우려, 위험, 훼손, 파괴 등}

우선, 첫 번째 지표를 통하여 정보 고립도를 확인해 본 결과, 두 사례 모두 정보 고립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흑산공항 사례에서 두 연합 간 키워드 일치율(Jaccard Index)은 37.0%에 불과했으며, 이는 양측이 상대방의 논리를 수용하기보다 각자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 역시 42.9%의 낮은 일치율을 기록하며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비록 흑산공항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이나, 여전히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공유도는 개발과 보존연합이 동일한 정책 의제를 다루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맥락과 프레임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재생산하며 소통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실증한다.

이러한 정보 단절의 구조적 환경 속에서, 각 연합이 고립된 신념을 고수하고 정책 결정의 정체나 경로 고착화를 유발하는 인지적 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앞서 정의한 편향지수들을 산출하였으며, 사례별로 차별화된 인지적 편향의 양상을 <그림 4>를 통해 비교하였다. 우선 흑산공항 개발연합의 경우, 현상유지 편향 지수가 0.880으로 보존연합(0.35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국립공원 부지 변경과 같은 전략적 유연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는 공항 건설이라는 기존 정책 경로를 고수하려는 관성이 매우 강력함을 시사한다. 반면, 보존연합은 손실회피 편향 지수가 0.746으로 개발연합(0.250)보다 월등히 높게 측정되었다. 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환경 훼손에 대한 잠재적 공포가 개발의 경제적 편익을 압도하며, 타협을 거부하는 강력한 반대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림 4>

사례별 연합 간 인지적 편향 비교

반면, 새만금 사례는 흑산공항의 정책 결정의 정체와 달리, 이미 심화된 경로 고착화를 외부 견제 장치로도 돌이키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질 악화라는 객관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개발연합의 현상유지 편향 지수는 0.926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즉, 인지적 편향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정을 가로막아 더욱 심각한 경로 고착화를 초래한 것이다. 또한 주목할 점은 보존연합의 손실회피 편향 지수(0.439)가 흑산공항(0.746)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는 30년 넘게 지속된 갈등 피로감으로 인해 환경 훼손에 대한 민감도가 둔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개발연합의 손실회피 편향 지수(0.650)가 보존연합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이들의 손실회피 성향이 환경적 가치가 아닌 막대한 매몰 비용과 기득권 상실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했음을 시사한다. 즉, 이미 투입된 막대한 예산과 정치적 성과를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합리적 대안 모색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분석에 활용된 미디어 빅데이터는 인지적 고착과 정보 단절이 정책 하위체계 내에 얼마나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례 분석은 이처럼 인지적 편향이 정책 학습을 차단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객관적 데이터 제시만으로 실질적인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기 역부족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갈등이 심화된 현장일수록 정보의 단순 주입보다는, 이해관계자 간의 인지적 간극을 좁히고 신념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갈등 관리와 제도적 장치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Ⅳ. 결론

본 연구는 정책실패를 단순 오류로 보지 않고, 인지적 편향과 옹호연합의 신념이 결합해 정책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기존 경로를 고착화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Sabatier and Jenkins-Smith(1993)가 제시한 옹호연합이론을 분석 틀로 채택하고, Kahneman(2011) 의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접목하여 인지적 편향의 작동 원리와 정책적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해석하였다.

분석 대상이 된 흑산공항과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뚜렷한 연합 구도가 형성되고, 각 연합이 자신들의 핵심 신념에 따라 정보를 해석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전형적인 ACF의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정책 주도 집단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확증 편향, 기존 정책 경로에서 이탈하려 하지 않는 현상유지 편향, 정책 전환에 따른 잠재적 비용을 과대평가하는 손실회피 편향, 그리고 정책 담론을 감정적으로 설계하여 대중의 판단을 왜곡하는 프레이밍 효과 등은 두 사례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특정 옹호연합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정당화되며 제도적 판단 기준으로 고착된다. 그 결과 정보는 객관적으로 평가되기보다,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정책 학습 역시 비판적 수정이 아닌 신념 강화의 수단으로 작동하게 된다. Weible et al.(2011)은 ACF의 정책 학습이 기존 신념을 변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이를 강화하는 선택적 학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는 정책실패가 일시적 판단 오류가 아닌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경향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Kahneman(2011)이 제시한 제한된 합리성과 직관적 판단 체계는 ACF의 신념 기반 연합 구조와 결합될 때, 개인의 인지적 왜곡이 어떻게 집단적 차원의 결정 지연이나 잘못된 경로의 고착화로 확대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는 유사한 개발과 보존 갈등 구조에서도 정책실패 경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흑산공항 사례에서는 정치・제도적 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연합 간 힘의 균형을 흔들며 정책 정체를 유발한 반면, 새만금 해수유통 사례에서는 수질 악화라는 명백한 외부의 실패 신호에도 불구하고 주도 연합의 신념 구조와 인지적 편향이 결합하여 기존의 잘못된 방향을 고수하는 경로 고착화를 심화시켰다. 이를 ACF의 시각에서 보면, 정책 하위체계 내 연합체 간의 정보 해석 차이와 정치적 갈등은 단지 의견 충돌이 아니라, 신념에 기반한 전략적 담론 경쟁이며, 이 과정에서 정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상대 연합을 견제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다. Weible et al.(2011)은 정책 학습이 중립적인 신념 수정 과정이라기 보다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선택적 학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선택적 학습이 동기화된 추론 및 인지적 편향과 결합할 경우, 합리적 정책 변동 대신 구조적인 정책 정체나 경로의 고착화를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기능함을 시사한다(Kunda, 1990; Taber and Lodge, 2006).

본 연구는 이론적으로 다음 세 가지 함의를 도출하였다. 첫째, 거시적 정책 변동 모델인 ACF에 미시적인 부분을 인지적 편향 이론으로 보완함으로써 옹호연합의 신념 체계가 유지 및 강화되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기존의 ACF 연구는 외부 충격에 의한 신념 변화와 정책 변동이라는 거시적 관점에 집중한 반면, 행위자의 판단과 선택을 이끄는 심리적 동인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본 연구는 Kahneman(2011)이 제시한 제한된 합리성과 손실회피, 현상유지 편향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연합의 신념 체계가 정보를 인지적으로 차단하고 왜곡하는 심리적인 방어막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새만금 사례에서 도출된 높은 현상유지 지수(0.926)는 이미 공고해진 경로 고착화가 행위자의 심리적 방어막을 어떻게 강화하며,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고착화를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 행위자들의 제한된 합리성이 어떻게 구조적인 경직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해 준다.

둘째, Weible et al.(2011)이 제시한 선택적 학습의 가설을 흑산공항과 새만금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유사한 개발과 보존 간의 갈등이라 하더라도 외부 충격 성격과 편향 종류에 따라 정책 학습의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흑산공항 사례에서 나타난 낮은 자카드 유사도(37.0%)와 보존연합의 높은 손실회피 편향 지수(0.746)는 외부 정보가 객관적 판단으로 이어지는 대신, 확증 편향과 프레이밍 효과를 거치며 신념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정책 결정의 정체로 이어짐을 확인하였다. 반면, 새만금 사례는 매몰비용 오류와 결합된 현상유지 편향이 정책 전환의 동력을 무력화하여 경로 고착화를 초래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책 학습의 성패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행위자의 인지적 편향과 해석 방식에 의해 결정됨을 시사한다.

셋째, 정책실패의 해법은 정보의 양적 확대가 아닌, 행위자의 인지적 편향을 제어하고 완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 마련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는 객관적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더라도, 확증 편향과 매몰 비용 오류가 작동할 경우 그 정보가 정책 수정으로 이어지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즉, 개인의 인지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견제 장치가 의사결정 구조 내에 내재화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정책 학습과 변동이 가능함을 뒷받침한다.

정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갈등이 심화된 정책 영역에서 상호 검증과 교차 설계가 가능한 공론장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연합 간의 상호 검증 절차와 상대 진영의 대안을 공동 검토하는 교차적 정책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동일한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정보의 정치화와 대안 배제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정책 결정 초기 단계부터 인지적 편향을 교정할 수 있는 숙의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 참여 중심의 공론화와 다양한 정책 대안 시뮬레이션을 병행하여 행위자들의 손실회피 및 현상유지 편향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사전에 합의된 임계치(수질 악화, 비용 초과 등) 도달 시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재평가를 자동 개시하는 규정을 두어, 매몰 비용 오류에 의한 정책 고착화를 예방해야 한다. 셋째, 정책 평가의 기준을 다층적 분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성 위주의 단일 지표에서 벗어나 사회・환경적 가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정책 학습의 질을 포괄하는 다원적 평가 틀을 구축해야 한다(Lodge and Wegrich, 2012). 이는 정책 하위체계 내 행위자들이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선택적 학습과 정보의 도구화를 방지하고, 행위자의 인지적 편향이 정책실패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체계적으로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문헌 및 정책자료 기반으로 사례 분석을 수행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개별 사례에 대해 인과관계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ACF와 인지적 편향 이론을 결합하여 정책학적 논의를 제안하는 탐색적 연구(exploratory study)의 성격을 띤다.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디어 빅데이터 기반의 정량적 검토를 병행하였으나, 정책 결정자 및 실무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나 과정 추적 등 질적 분석 기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정책실패의 원인을 단순히 구조적 요인이 아닌 행위자의 인지적 차원에서 재해석하는 이론적인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기여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가 제시한 분석 틀은 불확실성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정책 갈등 현장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질적 데이터(인터뷰, 과정 추적)와 정량적 분석을 결합한 혼합 연구로 확장함으로써, 더욱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설계 방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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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환, 2025.9.24., ”제동 걸린 ‘흑산공항’ 건설사업...감사원“수요 산성 부풀려졌다,” 시사저널,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47590, , [2026.3.30]

오치옥: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문화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환경경제학적 접근을 통한 생태계서비스 가치 및 정책평가이며, 시민들의 친환경행동 발현과정을 규명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chiokoh@jnu.ac.kr).

박주영: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학과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여가, 생태관광, 환경태도 및 행동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zhuying@jnu.ac.kr).

김강민: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AI 윤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디지털 콘텐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kkm3724@jnu.ac.kr).

<그림 1>

<그림 1>
ACF 도식화 출처: Sabatier and Jenkins-Smith(1993, p. 224), 최재원(2024)

<그림 2>

<그림 2>
옹호연합모형 기반 정책 변동 경로출처: Ma and Vieira(2020)

<그림 3>

<그림 3>
옹호연합의 상호작용출처: Ma and Vieira(2020)의 모형을 연구자가 보완 및 재구성

<그림 4>

<그림 4>
사례별 연합 간 인지적 편향 비교

<표 1>

옹호연합모형의 신념 체계

구분 정의 특성
깊은 핵심신념 인간의 본성에 관한 규범적・존재론적 가정, 자유・평등과 같은 근본적인 가치, 복지에 대한 우선 순위, 정부와 시장의 역할, 좌파/우파 이데올로기 등 -모든 하위체계에 영향
-변화가 매우 어려움
정책신념 정책가치의 우선순위, 복지의 상대적 중요성, 정부와 시장의 상대적 권한, 대중의 역할 등 -깊은 핵심신념을 정책하위체계에 확대 적용
-깊은 핵심신념과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님
-변화가 매우 어려움
보조신념 규칙, 특정 프로그램, 예산 항목, 특정 지역문제, 대중 참여 가이드라인 등 -변화가 비교적 용이

<표 2>

주요 편향 유형

구분 정의 출처
확증 편향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수용 Kosnik (2008); Rabin and Schrag (1999)
손실회피 편향 손실을 이익보다 크게 인식 Kahneman and Tversky (1979)
현상유지 편향 기존 정책을 유지하려는 경향 Samuelson and Zeckhauser (1988); Berthet (2022)
프레이밍 효과 정보 표현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짐 Tversky and Kahneman (1981)

<표 3>

흑산공항 정책 추진 과정

시기 주요 내용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 발표(B/C: 4.38)
2015-2016년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보류 결정
2017년 국토교통부, 보완 타당성 보고서 제출(B/C: 2.60)
2018-2020년 국립공원위원회 재심의 진행, 지역주민공청회 병행, 보류 결정
2022년 국립공원위원회, 국립공원 해제안 심의 통과
2024년 공사비 6,411억 원 대폭 증가
2025년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에 재예비타당성 조사 의뢰

<표 4>

흑산공항 건설의 옹호연합 별 주요 인지적 편향 분석

구분 흑산공항 건설
연합 구분 개발연합 (추진측) 보존연합 (반대측)
주요 이해관계자 -국토교통부, 전라남도, 신안군, 관광업계 -기후부, 환경단체, 생태전문가
확증 편향
(선택적 정보 수용)
-초기 높은 B/C(4.38) 고수
-낮아진 B/C(2.60) 및 환경훼손 비용 정보 축소/무시
-주민 이동권 개선 편익을 과소평가
-철새 서식지 훼손 등 부정적 생태 정보만 수용
프레이밍 효과
(담론 전략)
-주민 생존권 및 교통기본권 반대 의견을 지역 차별이나 비현실적 이상주의로 규정 -국립공원 사수 및 생태 보존 개발을 자연에 대한 파괴이자 되돌릴 수 없는 악으로 프레임화
현상유지 편향
(경로 의존성)
-기존 추진 계획 고수
-경제성 하락 등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안 추진 고집
-국립공원 구역 절대 보존
-대체부지나 환경 저감 기술 논의보다 지정 해제 불가 입장 고수
손실회피 편향
(변화 저항)
-이미 투입된 행정 비용과 예타 통과라는 기득권 상실 우려(매몰비용 효과) -국립공원 구역 해제 시 발생할 생태계의 비가역적 손실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표 5>

새만금 사업 추진 과정

시기 주요 내용
1991년 새만금 간첩사업 착공
2000년대 이후 산업단지 조성, 관광 개발, 정주 기능 확보, 환경 보존 등 다기능 복합개발 구상 추가
2006년 새만금 방조제 완공, 정부는 내부를 담수호로 활용하는 정책 본격화
2010년 최종 물막이 공사 완료로 담수화 정책 실질 추진 시작, 농업・산업단지 중심 개발 기조 확립
2010년대 초~중반 수질 개선을 위해 정부・새만금개발청・전라북도가 약 4조 2천억 원을 투입하며 수질 개선 사업 추진(목표: 3~4등급 수준)
2010년대 중반 이후 시민단체・생태학계・일부 지역주민이 담수화 정책의 한계를 비판하며 해수유통 전환 요구 확산
2013년 기본계획이 변경되며 토지의 30%만 농업용으로 사용, 나머지 70%의 토지는 산업이나 관광 등복합용 사용
2021~2024년 기후부・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새만금호 수질이 4등급(매우 나쁨)판정을 연속적으로 받음. 정책 목표 달성 실패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개최 중 녹조 발생과 수질 문제 국제적 보도로 비판 여론 확산
2024~2026년 현재 정부, 추가 모니터링 후 판단 방침 유지. 해수유통 전환 여부 결론 미도출

<표 6>

새만금 해수유통 갈등의 옹호연합 별 주요 인지적 편향 분석

구분 새만금 해수유통
연합 구분 개발연합 (반대측) 보존연합 (찬성측)
주요 이해관계자 전라북도, 새만금개발청, 농어촌공사 환경단체, 전북 시민사회, 생태전문가, 어민
확증 편향
(선택적 정보 수용)
-수질개선 실패 및 데이터 무시
-담수화 유지의 기술적 가능성만 선택적으로 신뢰
-시화호 해수유통 성공 사례를 절대적 비교 기준으로 채택
-해수유통에 따른 용수 부족우려 등 비용 정보 배제
프레이밍 효과
(담론 전략)
-해수유통을 정책실패나 개발 포기로 규정하여 위기감 조성 -수질 오염을 생명 윤리의 문제로 치환하여 감정에 호소
현상유지 편향
(경로 의존성)
-담수화 정책 기조 유지
-30년 지속된 간척사업의 마스터플랜 변경 거부
-자연 상태로의 회귀
-인공적 개입 이전의 갯벌 상태로 복귀하려는 강한 성향
손실회피 편향
(변화 저항)
-기 투입 예산 및 기반시설의 매몰비용 전락에 대한 공포 -남은 갯벌의 훼손과 수산자원의 소멸에 대한 위기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