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이념, 죄책감, 그리고 친-기후행동
초록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기후행동은 개인 간에 지속적인 차이를 보인다. 기존 연구는 정치이념이 환경 태도와 정책 선호를 구조화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왔으나, 이러한 이념적 차이가 비용과 불편을 수반하는 일상적 행동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에 주목하여,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간의 관계를 정서적・규범적 경로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정치이념이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규범적 반응이 친-기후행동 성향과 어떠한 패턴으로 함께 관찰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분석에는 한국의 2024년 국민환경의식조사 자료(n = 3,040)를 활용하였으며, 정치이념, 죄책감, 도덕적 의무감, 친-기후행동 간의 관계를 연쇄 매개 모형을 통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진보적 이념을 지닌 개인일수록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더 강하게 보고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정서적・규범적 반응은 친-기후행동 성향과 유의미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반면 정치이념의 직접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이념이 친-기후행동 성향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기보다는, 환경 문제를 도덕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방식과 연관됨으로써 행동 성향과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개인행동 간의 관계를 감정과 규범이라는 미시적 차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친-기후행동의 이념적 분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Abstract
Despite the widespread diffusion of societal awareness regarding the severity of the climate crisis, persistent differences in pro-environment behavior remain across individuals. Previous studies have repeatedly demonstrated that political ideology structures environmental attitudes and policy preferences; however, they have offered relatively insufficient explanations of how such ideological differences are linked to everyday behaviors that involve costs and inconvenience. Focusing on this limitation, the present study analyzes the relationship between political ideology and pro-environment behavior from the perspective of emotional and normative pathways. Specifically, this study empirically examines how political ideology is associated with environmental guilt and moral obligation, and how these emotional and normative responses are observed alongside pro-climate behavior. The analysis uses data from the 2024 National Environmental Awareness Survey in South Korea (n = 3,040) and estimates a serial mediation model examining the relationships among political ideology, guilt, moral obligation, and pro-environment behavior. The results indicate that individuals with more progressive ideological orientations tend to report stronger feelings of environmental guilt and moral obligation, and that these emotional and normative responses are significantly associated with pro-environment behavior. By contrast, the direct effect of political ideology remains at a relatively limited level. These findings suggest that political ideology is not directly translated into pro-environment behavior but may instead be linked to behavior through the ways individuals morally interpret environmental issues and emotionally respond to them. By re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political ideology and individual behavior at the micro level of emotions and norms, this study contributes to a better understanding of ideological differentiation in pro-environment behavior.
Keywords:
Political Ideology, Pro-Environment Behavior, Guilt, Moral Obligation키워드:
정치이념, 친-기후행동, 죄책감, 도덕적 의무감I. 서론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이미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다수의 개인은 기후변화가 실재하며 그 결과가 중대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식이 일관되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에너지 절약, 친환경 소비, 일상적 불편을 감수하는 선택과 같은 친-기후행동은 여전히 개인 간에 뚜렷한 편차를 보인다. 동일한 사회에 거주하며 유사한 기후 위험과 정보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일부 개인은 친-기후행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반면 다른 개인은 그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회피한다. 이러한 행동의 분화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나 인식 격차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다.
이러한 설명의 한계는 친-기후행동의 성격을 고려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친-기후행동은 대체로 즉각적 보상을 수반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과 비용, 편의의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전력 소비를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그 효과는 개인 차원에서 가시적으로 체감되기 어렵다. 더 나아가 개별 행동의 결과는 집단적 수준에서만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개인은 자신의 실천이 기후위기 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인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친-기후행동을 지속한다.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히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을 넘어, 비용과 불편을 동반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가?
기존 연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 특성에 주목해 왔다. 성별, 교육 수준, 종교적 정체성, 사회경제적 지위 등은 친-기후행동 성향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을 지니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Jenkins, Berry and Kreider, 2018; McCright, 2010; McCright, Dunlap and Marquart-Pyatt, 2016). 이 가운데 정치이념은 환경 문제에 대한 태도와 정책 선호를 구조화하는 핵심 변수로 특히 강조되어 왔다. 다수의 실증 연구는 진보적 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이 보수적 성향의 개인보다 친-기후행동 성향을 더 빈번하거나 적극적으로 보고하는 경향이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Aasen, 2017; Feinberg and Willer, 2013; Leiserowitz, 2006; Theodori and Luloff, 2002). 이러한 결과는 정치이념이 정치적 태도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일상적 선택과 생활양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정치이념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실제 행동과 연관되는가? 기존 연구는 정치이념이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게 하고 친환경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해 왔으나(Feygina, 2013; Sherman, Rowe, Bird, Powers and Legault, 2016), 이러한 태도가 비용과 불편을 동반한 행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과 실제로 행동을 선택하는 판단 사이에는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과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 전자는 가치나 신념에 대한 인지적 동의의 문제인 반면, 후자는 시간・비용・불편과 같은 개인적 부담을 실제로 감수할 것인지를 정당화하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도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미시적 연결 고리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간극이 감정과 규범 인식이라는 심리적 차원에서 관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행동은 항상 합리적 계산의 결과로만 나타나지 않으며, 감정적 반응과 도덕적 판단이 결합된 상태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즉각적인 보상이 없고 개인적 효용이 불분명한 행동일수록, 감정은 행동 선택과 지속에 중요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다(Forgas and George, 2001). 실제로 공감, 불안, 두려움, 죄책감과 같은 감정은 친-기후행동 성향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지니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Han, Hwang and Lee, 2017; Mayer and Frantz, 2004; Rees, Klug and Bamberg,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의 관계를 다룬 다수의 연구는 감정보다는 인지적 판단이나 동기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Chan and Faria, 2022; Nabi, 1999). 즉, 정치이념이 감정적・규범적 반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다.
본 연구가 특히 주목하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 또는 사회적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식할 때 경험되는 자기의식 감정으로, 행동을 재평가하고 수정하려는 경향과 연관되어 있다(Estrada- Hollenbeck and Heatherton, 1998; Lewis, 2008). 환경 문제의 맥락에서 개인은 자신의 생활 방식이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통해 죄책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은 친-기후행동 성향과 연관된 규범적 판단과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점은 동일한 환경 정보와 위험 인식을 공유하더라도, 모든 개인이 동일한 수준의 죄책감이나 도덕적 책임감을 경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감정적・규범적 반응의 차이가 정치이념에 따라 체계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를 정서적・규범적 경로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정치이념이 환경에 대한 죄책감 및 도덕적 의무감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죄책감 및 도덕적 의무감이 친-기후행동 성향과 어떠한 패턴을 보이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와 연구가설
1.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친-기후행동(pro-environmental behavior)은 일반적으로 환경의 보존 또는 보호에 기여하는 행동으로 정의된다(Axelrod and Lehman, 1993). 이후 연구들은 이 개념을 확장하여, 물질과 에너지 사용 방식이 생태계와 생물권의 구조 및 역동성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를 개선하는 행동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제시해왔다(Stern, 2000). 이러한 정의에는 환경 훼손을 회피하는 소극적 선택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 편의의 감소를 감수하면서 환경 보호나 복원을 지향하는 적극적 실천 역시 포함된다. Lee, Kim, Kim and Choi(2014)은 친-기후행동을 녹색 소비, 일상적 환경 시민성, 환경 행동주의로 구분함으로써, 이 개념이 일회적 선택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일상적 행태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논의에 비추어 볼 때, 친-기후행동은 단순한 태도나 정책 선호의 표현이라기보다, 개인이 자신의 가치 판단을 실제 선택과 행동으로 구현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친-기후행동은 ‘환경을 중요하게 인식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인식을 일상적 판단과 행동에서 어떻게 감당하고 실천하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정치이념은 개인이 환경 문제를 해석하고 행동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인지적 틀로 기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이념은 사회가 어떠한 가치와 원칙에 따라 조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근본적 관점을 구성하는 신념 체계로 정의된다(Jost, Nosek and Gosling, 2008). 이는 단순한 정치적 태도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목표 설정, 동기 형성, 그리고 도덕적 판단 전반과 연관된 포괄적 세계관으로 작동한다(Jung and Mittal, 2020). 따라서 정치이념은 선거나 정책 선호와 같은 정치적 영역을 넘어, 소비 선택이나 생활양식, 그리고 일상적 판단과 같은 비정치적 영역에서도 일정한 연관성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선행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에 비교적 일관된 연관성이 관찰된다는 점을 보고해왔다. 다수의 연구는 진보적 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이 보수적 성향의 개인보다 더 높은 친-기후행동 성향을 보인다고 제시한다(Aasen, 2017; Feinberg and Willer, 2013; Leiserowitz, 2006; Theodori and Luloff, 2002). 이러한 차이는 추상적인 환경 태도에 그치지 않고, 식물성 식품 선택(Shao and Jeong, 2024)이나 태양광 설비 설치에 대한 지불의사(Badole, Bird, Heintzelman and Legault, 2024)와 같은 구체적 행동 영역에서도 유사한 패턴으로 관찰된다.
다만 이러한 실증적 축적에도 불구하고,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 못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정치이념이 가치관이나 태도를 구조화한다고 설명해 왔으나, 태도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어떠한 심리적 경로를 통해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즉, 정치이념이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태도와 일관되게 연관된다는 점과, 실제로 비용과 불편을 동반한 행동 선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영역이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는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은 정치이념이나 정당일체감에 따라 환경 인식이나 정책 태도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해 왔으나(김도균, 2012; 이서영・박영득, 2024; 이태동・권순환, 2022; 정수현, 2015), 친-기후행동 성향이라는 구체적 변수와 정치이념 간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환경 문제는 일반적인 정책 쟁점과 달리, 개인의 생활양식 변화와 사적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치이념과의 연관성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성향은 단순한 선호의 표현이 아니라, 편의・비용・책임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적 판단을 수반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은 환경 문제를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영역으로 해석할 것인지, 혹은 집단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의 문제로 인식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정치이념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결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비용을 감수하는 행동 성향에서도 이념적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도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사이에 체계적인 연관성이 관찰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한다.
- 연구 가설 1: 한국의 맥락에서, 진보적 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은 보수적 성향의 개인에 비해 친-기후행동 성향이 더 높을 것이다.
2. 정치이념, 죄책감, 그리고 친-기후행동
정치이념과 행동 간의 연관성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도나 신념 그 자체보다 행동 선택과 함께 나타나는 미시적 심리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죄책감은 개인의 판단과 행동과 연관된 대표적인 자기의식 감정(self-conscious emotion)으로 논의되어 왔다. 죄책감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개인적 또는 사회적 규범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식할 때 경험되는 감정으로, 이후의 행동 평가와 선택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Estrada-Hollenbeck and Heatherton, 1998; Lewis, 2008).
특히 죄책감은 규범 위반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도덕적 의무감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죄책감은 과거 행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향후 유사한 위반을 회피하려는 방향의 판단과 연관되며(Monteith, 1993), 이러한 과정은 보상적 행동이나 규범적 선택과 함께 관찰된다(Gilbert, 2003; Tangney and Dearing, 2002). 이러한 점에서 죄책감은 감정적 반응인 동시에, 도덕적 판단과 행동 선택이 결합되는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특성은 친-기후행동의 맥락에서도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개인이 환경 보호의 가치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충분히 실천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경우, 환경과 관련된 죄책감이 보고되며, 이는 친-기후행동 성향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Mallett, 2012). 실제로 다수의 연구는 환경 관련 죄책감이 친-기후행동 성향과 강한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점을 제시해왔다(Ferguson and Branscombe, 2010; Nielsen and Gamborg, 2024; Shipley and Van Riper, 2022).
물론 환경 관련 죄책감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인식할 경우, 죄책감은 무력감으로 인해 건설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Ágoston et al., 2022). 또한 죄책감을 유발하는 메시지에 과하게 의존할 경우, 수용자에게 심리적 반발 또는 회피적 반응을 촉발할 위험 역시 존재한다(Nielsen, 2024). 따라서 환경에 대한 죄책감은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죄책감이나 도덕적 의무감이 모든 개인에게 동일한 강도로 경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정치이념에 따라 감정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도덕적 판단 양식이 체계적으로 상이할 수 있음을 보고한다. 예컨대 감정 자극은 진보적 성향의 개인에게서 정책 태도나 판단과 더 강하게 연관되는 반면, 보수적 성향의 개인에게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연관성을 보이는 경향이 관찰된다(Pliskin, Bar-Tal, Sheppes and Halperin, 2014). 또한 진보적 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은 공감과 같은 타인 지향적 감정을 더 강하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려는 동기 역시 더 높게 나타난다(Hasson, Tamir, Brahms, Cohrs and Halperin, 2018).
더 나아가 정치이념에 따라 강조되는 도덕적 기준 자체가 상이하다는 논의도 제기되어 왔다. 진보적 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은 돌봄/위해(care/harm)나 공정성(fairness)과 같이 타인의 피해와 관련된 도덕 기준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보수적 성향의 개인은 질서, 권위, 전통과 관련된 도덕 기준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Milfont, Davies and Wilson, 2019).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환경 피해 상황을 접하더라도, 해당 상황이 도덕적 문제로 해석되는 방식이 이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는 행동 선호의 차이라기보다, 환경 문제를 도덕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대해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경험하는 방식과 연관된 패턴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치이념은 개인이 환경 문제를 얼마나 규범적 위반으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정서적 반응과 함께 어떻게 보고되는지를 구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서적・규범적 반응은 친-기후행동 성향으로 발현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한다.
- 연구 가설 2: 한국의 맥락에서, 진보적인 정치이념 성향을 지닌 개인은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더 강하게 보고할 것이며, 이러한 정서적・규범적 반응은 더 높은 친-기후행동 성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Ⅲ. 연구 방법
1. 데이터
본 연구는 한국환경연구원(Korea Environment Institute, KEI)이 수집・관리한 2024년 국민환경의식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해당 조사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69세 사이의 성인 남녀 3,040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지역,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방식을 통해 표본을 구성한 후 웹 기반 설문조사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설문 문항은 국민의 전반적인 환경 인식, 환경 만족도, 환경 관련 정서적 반응, 그리고 환경정책에 대한 태도와 수요를 폭넓게 포괄하고 있다.
본 연구가 2024년 국민환경의식조사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해당 자료는 환경 문제와 관련된 정서적 반응, 특히 죄책감과 같은 자기의식 감정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있는 드문 대규모 설문 자료라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이론적 관심과 부합한다. 이전 연도의 동일 조사에서는 이러한 감정 관련 문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둘째, 2024년 자료는 연구 수행 시점 기준 가장 최신의 조사로서, 최근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석의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
2. 변수 측정
응답자의 정치이념은 자기보고식 이념 성향 문항(F7)을 통해 측정하였다. 해당 문항은 “귀하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진보적 또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1점(매우 진보적)부터 5점(매우 보수적)까지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잘 모르겠음” 응답 항목을 포함한다. 분석의 해석 편의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해당 문항을 역코딩하여 값이 클수록 진보적 이념 성향을 의미하도록 재구성하였다. “잘 모르겠음” 응답은 중도(3점) 범주에 포함하여 분석에 포함하였으며, 이를 결측치로 처리하여 분석에서 제외하더라도 주요 결과의 방향이나 통계적 유의성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응답자의 친-기후행동 성향은 일상적 생활양식에 대한 자기보고식 문항(B1)을 통해 측정하였다. 해당 문항은 “현재 귀하의 생활에 가까운 항목을 선택하여 주십시오.”라는 질문으로 제시되며, 1점에서 5점까지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점수가 낮을수록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 친화적 행동을 우선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분석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당 문항은 역코딩하여, 값이 클수록 친-기후행동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함을 의미하도록 처리하였다. 이러한 측정 방식은 실제 행동의 빈도나 강도를 직접적으로 포착하기보다는, 개인이 자신의 생활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고하는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행동 의향과 규범의 내재화 수준을 함께 포착하는 지표로 이해될 수 있다. 자기보고식 문항은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본 연구의 맥락에서는 실제 행동이 제도적・구조적 제약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선택 성향과 규범적 판단을 비교적 일관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환경에 대한 죄책감은 두 개의 설문 문항(A14_5, A14_6)의 평균값으로 측정하였다. 해당 문항은 기후위기나 환경재난 관련 정보를 접했을 때, 자신의 생활 방식이 기후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죄책감과 미래 세대에 대한 미안함을 각각 측정한다. 각 문항은 1점(전혀 느끼지 않음)부터 5점(매우 많이 느낌)까지의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문항은 개념적으로 환경과 관련된 자기의식 감정을 반영한다. 신뢰도 분석 결과, 두 문항 간의 내적 일관성은 충분한 수준으로 나타났다(Cronbach’s α = 0.77). 이에 본 연구는 두 문항의 평균값을 환경 관련 죄책감 변수로 사용하였다.
도덕적 의무감은 친-기후행동에 대한 규범적 인식을 측정하는 두 개의 문항(B3_3, B3_4)의 평균값으로 구성하였다. 해당 문항은 각각 주변의 사회적 기대와 환경 보호에 대한 도덕적 책임 인식을 측정하며, 1점(전혀 느끼지 않음)에서 5점(매우 많이 느낌)까지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두 문항의 신뢰도 역시 충분한 수준으로 확인되었으며(Cronbach’s α = 0.77), 이에 따라 평균값을 도덕적 의무감 변수로 사용하였다.
정치이념, 정서적 반응, 그리고 친-기후행동 간의 연관성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인구통계학적 변수와 환경 관련 변수를 통제하였다. 인구통계학적 통제변수로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소득 수준, 그리고 자녀 보유 여부를 포함하였다. 자녀 보유 여부는 친-기후행동과의 연관성이 선행연구에서 보고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여 분석에 포함하였다(Shrum, Platt, Markowitz and Syropoulos, 2023).
환경 관련 통제변수로는 환경 정보 수준, 환경교육 수강 여부, 그리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사용하였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환경 정보 접근성이 높고(Pothitou, Hanna and Chalvatzis, 2016), 환경교육 경험이 있는 개인일수록(Suárez-Perales, Valero-Gil, Leyva-de la Hiz, Rivera-Torres and Garces-Ayerbe, 2021) 친-기후행동과 관련된 태도나 선택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한 기후변화 정보 노출은 친환경 소비 행동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Chen, Ghosh, Liu and Zhao, 2019). 각 변수의 기술통계는 <표 1>에 제시하였다.
3. 분석 전략
본 연구는 정치이념, 죄책감, 도덕적 의무감, 그리고 친-기후행동 성향 간에 관찰되는 연관성이 어떠한 경로적 패턴을 보이는지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이념을 핵심 독립변수로, 죄책감을 1차 정서적 변수로, 도덕적 의무감을 2차 규범적 변수로, 친-기후행동 성향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연쇄적 분석 구조를 구성하였다.
분석에는 Hayes(2017)가 제안한 PROCESS 매크로의 Model 6을 활용하였다. 해당 분석 전략은 경로 단계마다 통제변수를 포함한 다중회귀분석을 직렬적으로 추정한 뒤, 해당 회귀계수들을 바탕으로 간접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평가하는 분석 전략이다. 이는 다수의 사회과학 연구에서 경로적 연관성을 탐색하는 분석 전략으로 활용되어 왔다(Chan and Faria, 2022; Lauren, Fielding, Smith and Louis, 2016). 통제변수로는 앞서 언급한 정치이념과 환경 관련 태도 및 행동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을 포함하였다. 여기에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자녀 보유 여부와 더불어, 환경 교육 경험, 환경 관련 정보 수준, 언론 신뢰도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가 특정 외생 변수에 의해 설명되는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혼란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유지되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간접 경로에 대한 추정치는 5,000회의 부트스트래핑 재표집을 통해 산출하였으며, 이를 통해 각 경로 추정치의 95% 신뢰구간을 제시하였다. 부트스트래핑 기법은 간접효과 추정치의 표집분포에 대한 정규성 가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Sobel, 1982), 본 연구의 분석 목적에 적합한 방법으로 판단된다. 모든 분석은 R 환경에서 PROCESS Macro(v5.0)를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Ⅳ. 연구 결과1)
매개변수별 회귀분석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부트스트래핑 기반 간접 경로 추정치는 <표 3>에 보고하였다. 각 변수 간의 관계를 요약한 경로적 구조는 <그림 1>에 시각화하였다.
<표 2>에 제시된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치이념은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이념 성향을 보고한 응답자일수록 환경 문제와 관련된 죄책감을 더 강하게 보고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β = 0.09, p < 0.001). 또한 환경에 대한 죄책감은 도덕적 의무감과 강한 정적 관련을 보였으며(β = 0.29, p < 0.001), 정치이념 역시 도덕적 의무감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을 나타냈으나, 그 계수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이었다(β = 0.03, p = 0.02).
친-기후행동 성향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모형에서는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이 모두 친-기후행동 성향과 강한 정적 관련을 보였다. 죄책감(β = 0.62, p < 0.001)과 도덕적 의무감(β = 2.01, p < 0.001)은 각각 친-기후행동 성향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반면,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동일 모형에서 통계적 유의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β = 0.14, p = 0.10).
이러한 패턴은 <표 3>에 제시된 부트스트래핑 기반 경로 추정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는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포함한 경로(β = 0.06), 도덕적 의무감을 포함한 경로(β = 0.06), 그리고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순차적으로 포함한 경로(β = 0.05) 모두에서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는 추정치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직접 경로에 대한 신뢰구간은 0을 포함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종합하면, 정치이념은 친-기후행동 성향과 단순히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과 함께 관찰되는 경로 패턴을 통해 친-기후행동 성향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이념, 정서적 반응, 규범적 인식, 그리고 친-기후행동 성향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상호 연관된 구조 속에서 함께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본 연구의 주요 관심은 아니지만 일부 통제변수에서도 의미 있는 연관성이 관찰되었다. 여성 응답자와 연령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을 더 강하게 보고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경향은 친-기후행동 성향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었다. 이는 친-기후행동 성향과 인구통계학적 특성 간의 연관성을 보고한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패턴이다(Casaló and Escario, 2018). 또한 환경 정보 수준이 높은 응답자는 죄책감과의 관련성은 제한적이었으나, 도덕적 의무감과 친-기후행동 성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보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Ⅴ. 결론
본 연구는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개인의 정치이념이 친-기후행동 성향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관되어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 관계가 어떠한 정서적・규범적 경로와 함께 관찰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기존 연구들은 정치이념이 환경 태도나 정책 선호를 구조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고해왔으나, 이러한 이념적 차이가 일상적 실천이라는 행동 수준에서 어떠한 심리적 조건과 함께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논의에 머물러 왔다. 이에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연관성을 정서적・규범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고,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이 이 관계와 어떻게 함께 분포하는지를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보다 진보적인 이념 성향을 보고한 개인일수록 친-기후행동 성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또한 이러한 연관성은 정치이념과 행동 간의 직접적인 연결이라기보다는 환경에 대한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과 함께 나타나는 경로적 패턴으로 설명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제한적인 반면, 정서적・규범적 변수를 포함한 경로에서는 일관되게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었다. 이는 정치이념이 친-기후행동 성향을 자동적으로 산출하는 요인이라기보다는, 환경 문제를 도덕적으로 해석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방식과 결합될 때 행동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해석의 틀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정치이념은 행동을 그 자체로 결정하기보다는, 행동이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조건과 규범적 맥락을 구조화하는 배경 요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학문적 기여를 제시한다. 첫째,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를 감정과 규범이라는 미시적 요소와 함께 분석함으로써 기존 논의를 확장한다. 선행연구들이 정치이념의 효과를 주로 가치, 신념, 혹은 인지적 판단의 차원에서 설명해왔다면, 본 연구는 죄책감이라는 자기의식 감정과 도덕적 의무감이라는 규범적 인식이 정치이념과 행동 간의 연관성과 함께 관찰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정치이념–태도–행동이라는 단선적 도식을 넘어, 정치이념–정서–규범–행동이 하나의 경로적 구조로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론적 함의를 지닌다.
둘째, 본 연구는 정치이념을 행동의 직접적 원인으로 전제하기보다,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둘러싼 심리적・규범적 조건을 조직하는 배경 변수로 재개념화한다. 기존 연구가 “왜 진보적 개인이 더 친환경적인가”라는 결과 중심의 질문에 집중해왔다면, 본 연구는 “어떠한 정서적・규범적 맥락 속에서 정치이념과 행동이 함께 나타나는가”라는 관계 중심의 질문으로 논의를 이동시킨다. 이러한 관점은 정치이념 연구를 태도 분석에 국한시키지 않고, 실제 행동이 관찰되는 조건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이론적 여지를 제공한다.
물론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첫째,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정서적 경로를 죄책감과 도덕적 의무감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그러나 친-기후행동은 분노, 두려움, 자부심 등 다양한 감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향후 연구에서는 정치이념에 따라 어떠한 감정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지, 그리고 각 감정이 행동과 어떠한 방식으로 연관되는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보다 다층적인 정서적 경로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단면 자료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변수 간의 인과적 방향성에 대한 해석에는 본질적인 제약이 따른다. 본 연구에서는 죄책감을 과거 또는 현재의 행동에 대한 정서적 평가로, 도덕적 의무감을 향후 행동을 규율하는 규범적 판단으로 개념화함에 따라, 죄책감이 도덕적 의무감에 선행하는 경로를 이론적 출발점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이 두 변수 간의 인과적 선후관계를 확정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도덕적 의무감이 선행하여 죄책감을 유발하는 대안적 경로나, 두 변수 간의 상호작용적・순환적 관계 역시 이론적으로 충분히 상정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동일한 분석 설정 하에서 도덕적 의무감이 죄책감에 선행하는 대안적 경로를 추가적으로 검토하였으나, 해당 경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 연구의 자료와 설계 하에서 역인과적 설명의 가능성이 제한적임을 시사하지만, 단면 자료라는 한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친-기후행동의 반복적 실천이 환경에 대한 도덕적 민감성을 강화하거나, 행동 실패 경험이 죄책감을 증폭시키는 등 정서와 규범, 행동 간의 피드백 구조가 존재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연구에서는 패널 자료나 실험적 접근을 활용하여 이러한 관계의 시간적 순서와 인과적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 분석한 친-기후행동 성향은 실제 행동이 아니라 행동에 대한 자기보고식 성향 지표에 해당한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정서적・규범적 요인이 친-기후행동 성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었으며, 실제 행동 자료를 활용한 검증은 연구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이다. 그러나 행동의 성향을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 여부를 관찰 데이터의 형식으로 측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연구주제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객관적 행동 지표나 반복 측정 자료를 활용하여,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경로가 실제 친-기후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정치이념과 친-기후행동 성향 간의 관계를 정서적・규범적 경로와 함께 실증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정치이념과 개인의 일상적 실천을 연결하는 미시적 조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 이는 친-기후행동을 둘러싼 학문적 논의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동이 어떠한 심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탐구하는 보다 넓은 연구 흐름에도 의미 있는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25년 2학기 연세대학교에서 개설된 <국제환경-에너지 정치: 이론과 실천(POL6200-01)> 과목을 통해 착안 및 발전된 것임. 또한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BK21 교육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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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성: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정치행태, 정치커뮤니케이션 및 계산사회과학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AI를 통한 사회과학 분석을 진행중이다(garfild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