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플라스틱의 재구성: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기술・산업・정책
초록
플라스틱 폐기물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러한 사회적・기술적・정책적 지원 속에서도 그린워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논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이오플라스틱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은 바이오 기반 원료를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둘째, 생분해가 완전히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생분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와 미생물 조건이 필요하지만, 현재 한국의 폐기물 관리체계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수거체계나 처리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 플라스틱 대안으로 부상하는 과정과 그린워싱 논란 속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 화이트바이오 산업 육성, 그리고 순환경제와 같은 국가 환경 의제 속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의미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 살펴본다. 본 연구는 정부 주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개발사업, 생분해성 제품 인증 및 규제, 기술 실증화 사업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보도 자료 등을 분석하고, 생물학자・화학자를 포함한 바이오플라스틱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생분해가 실현되기 위한 시간적・물질적・인프라적 조건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검토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본래부터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 기술 개발, 규제와 인증기준의 조정, 산업 진흥과 시장 활성화, 그리고 처리시설을 포함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회기술적 실천 속에서 ‘친환경성’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지속적으로 협상되고 재구성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과학적・기술적・사회적 기반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
Abstract
Plastic waste is a significant global environmental issue that threatens the Earth's sustainability. As an alternative to this problem, interest in biodegradable plastics has been rapidly increasing in Korean society. However, biodegradable plastics have faced greenwashing controversy amidst this social, technological, and policy support. This controversy can be understood from two perspectives. First, biodegradable plastics constitute a subcategory of bioplastics, a broader term encompassing bio-based plastics derived from biological resources, and biodegradable plastics that break down into water and carbon dioxide. Second, the necessary infrastructure for complete biodegradation remains insufficient. Biodegradation requires specific temperature and microbial conditions, yet Korea’s current waste management system lacks both the collection schemes and treatment facilities needed to meet these requirements. Against this backdrop, this study traces how biodegradable plastics emerged as an ostensibly “eco-friendly” alternative while simultaneously becoming subject to greenwashing controversy. It examines how the meaning of biodegradable plastics has been reconfigured within technology development, white-bio industry promotion, and national environmental agenda such as the circular economy. Drawing on government-led R&D projects, regulations and certification standards for biodegradable products, and technology demonstration initiatives, this study analyzes research reports, press releases, and related documents. In addition, interviews with experts in biology, chemistry, and the broader bioplastics field provide insight into differing understandings of the temporal, material, and infrastructural conditions required for biodegradation. Ultimately, this research argues that biodegradable plastics are not inherently eco-friendly. Rather, the conditions for achieving “eco-friendliness” are continuously negotiated and reconfigured through diverse social and technical practices—including policy design, technological development, regulatory and certification adjustments, industrial promotion and market activation, and the establishment of physical treatment facilities. This research illuminates the multilayered scientific, technological, and social foundations that shape the meaning and practice of biodegradability in contemporary Korean society.
Keywords:
Biodegradable Plastics, Bioplastics, Greenwashing, Circular Economy, Eco- friendliness키워드: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플라스틱, 그린워싱, 순환경제, 친환경I. 서론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표적인 전 지구적 환경 문제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Jambeck et al., 2015; UN Environment, 2018).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 빨대 사용 거부와 같은 개인의 일상적 실천은 컵, 빨대, 비닐봉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쓰레기 문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배달 음식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례 없는 양의 일회용 식품 용기가 생산・폐기되었고, 이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집단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이소라, 2022). 환경단체와 주요 언론 매체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플라스틱 중독”, “플라스틱 대한민국”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김이서, 2019; 녹색연합, 2021.4.20.; 주영재, 2021.5.8.). 더불어 국립부산과학관과 국립중앙과학관에서도 플라스틱의 역사와 환경 문제를 다룬 특별전을 개최하며 일상 속 플라스틱과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국립부산과학관, 2020; 국립중앙과학관, 2021.3.26.).1)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강진구, 2021.5.8.).2) 썩지 않고 환경에 잔류하여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이며(Choe, Kim, Won, and Myung, 2021), 국내에서도 2016년~2020년 사이 5년간 관련 특허출원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윤희일, 2022.5.15.; 특허청, 2022.5.16.). 이러한 흐름은 정부가 2020년을 기점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과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한 바이오플라스틱 및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가속화된 연구개발 및 실증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4월부터 울산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수행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 사업, 2021년 6월 산자부의 150억 원 규모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에서 인천대학교가 플라스틱대체물질센터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러한 사회적・정책적・기술적 지원 속에서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더 큰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자연에서 원료 물질을 추출하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bio-based plastics 혹은biomass plastics)과,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s)을 통칭하는 용어다(Choe et al., 2021). 다시 말해, 그림1에서처럼 바이오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 기반이지만 생분해성은 아닐 수 있고(①) 바이오매스는 아니지만 생분해성일 수 있으며(②) 바이오매스이면서 동시에 생분해성일 수도 있다(③).3)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석유 원료 기반 플라스틱에 비해 원료 추출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고온, 고습 등의 일정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에 따라 원료 물질과 생분해 가능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I AM NOT PLASTIC”, “No! PLASTIC STRAW”, “Plant-derived plastic straw” 등의 문구가 붙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①) 제품이 생분해 역시 가능한(③) 제품인 것처럼 홍보되며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오홍석, 2022.4.10.).
두 번째는 생분해가 완료될 수 있는 일련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생분해되려면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온도 및 습도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주요 언론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인지를 논하며 수거와 퇴비화가 필요한 ‘조건부’ 친환경 플라스틱일 뿐이며(이재은, 2022.2.21.a; 최우리, 2022.2.23.), 이에 따라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생분해성 빨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편광현, 2022.4.10.). 쓰레기 문제에 관한 사회적 진단과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해 온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빨대뿐 아니라 생분해성이라고 표기된 비닐봉지 역시 특정 환경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썩지 않는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부터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분리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홍수열, 2022). 환경단체들도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그린피스, 2023.3.7.). 대표적으로 녹색연합은 증가하는 생분해성 제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고(녹색연합, 2020.10.23.), 뒤이어 바이오플라스틱의 정의와 국내외 정책,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통해 본 그린워싱”이라는 사례 연구를 포함한 이슈 페이퍼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을 펴냈다(허승은, 2020).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이 매립하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고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분해성 제품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소각되거나 생분해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일반 매립지에 매립된다는 것, 일반 플라스틱류와 함께 배출하면 재질이 다른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섞여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1. 선행 연구
한국은 광역시・도 단위의 대형 자원순환센터(재활용폐기물 선별장)와 시군구 직영 혹은 민간 위탁 소규모 선별장이 운영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생활폐기물 관리 체계는 국내외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김광임, 김윤정, 2012; UNDP, 2017). 이러한 체계가 형성되기까지 역사적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1990년대 이후 음식물쓰레기와 유해 물질을 포함한 폐가전제품 재활용 등 생활폐기물의 세분화와 함께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부터 재활용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 창출 수단으로서 환경 기술을 넘어 정책 설계와 기술 개발을 함께 다루는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환경연구원(당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당시 한국환경기술개발원)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수행되었다(이승희1993; 김광임, 1994; 장기복, 1996; 이희선, 김강석, 공성용, 구현정, 1999; 이희선, 이민주, 주현수, 김광임, 2011).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재활용이 폐기물 처리 차원을 넘어,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통한 순환경제 달성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환경 의제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재정의되었다(김광임, 2006; 주현수, 이희선, 고은영, 2010; 신현하 등, 2024)
이러한 폐기물 관리 정책은 일상에서는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한 재활용 활성화’와 ‘일회용품 사용 억제’라는 실천 규범으로 체감됐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화하면서, 재활용 확대나 일회용품 사용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3월 10일 발표된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본 조사는 국민의 환경 인식과 실천 태도, 정책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로, 한국환경연구원이 실시하고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결과를 발표한다.4)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96.8%, 전문가 98.0%가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 사용의 책임 주체로는 정부를 가장 많이 지목하였다(일반 국민 40.3%, 전문가 40.7%). 해결 방안으로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45.6%, 43.7%), 재활용 시설 및 인프라 개선(24.7%, 23.2%),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 필요성(18.5%, 23.0%)이 그 뒤를 이었다(환경부, 2024a).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 강화와 인프라 개선, 대체 소재 개발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체재로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개발은 관련 제도 마련과 처리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 조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정책 논의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시사한다. 재활용이 이미 배출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이고,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는 소비를 제한하는 접근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물질 개발 단계부터 폐기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생애주기적 접근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공학 내부에서조차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적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최신형 등(2021)은 이러한 논쟁의 원인으로 첫째, 미생물 구성, 온도, 수분, 산소 조건 등 다양한 생물적, 비생물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생분해성 측정 결과가 연구마다 상이하게 보고되며 표준화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둘째, 실험실에서 설정된 생분해 시험 조건과 실제 토양이나 해양 등 폐기물이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자연환경 사이의 괴리로 인해 실험 결과가 현실의 분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셋째, 이러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시장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곧 ‘친환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단순화되어 이해되는 경향이 존재한다(Choe et. al., 2021). 환경정책 분야에서는 UN 플라스틱 국제협약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대상으로 환경적, 사회적 측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이소라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괄하는 바이오플라스틱의 범주를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아, 유형별 자연환경 영향, 재활용 및 폐기물 처리 흐름에 대한 영향, 그린워싱과 같은 사회적 영향까지 분석하며 국내 환경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이소라, 2024).
본 연구는 이러한 환경공학 및 환경정책 연구를 토대로, ‘친환경’ 혹은 ‘환경성’이라는 개념이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밀접하게 결합해 사용되어 온 맥락에 주목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대체 물질로 기대받는 과정에서, 이러한 담론이 기술 개발, 산업 정책, 규제 변화와 어떻게 결합하고 분리되며 상호 구성하는지를 살펴보고자 과학기술학(STS)과 환경사회학의 선행 연구를 검토한다. 과학기술학자 미셸 머피(Michelle Murphy)는‘화학적 인프라(chemical infrastructure)’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가 구축한 물질적 기반이 일상과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며, 그러한 화학적 인프라 속에서 화학적 위험이 순환함을 지적하였다(Murphy, 2008; Murphy 2013a; Murphy 2013b). 이는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이 단순한 제품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 체제 전반에 편재한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인프라로서 물질의 의미를 바라본다면, 특정한 물질이 내포하는 ‘친환경’과 같은 의미는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고 변화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5) 예컨대, 20세기 초 플라스틱의 전신 격인 베이클라이트(bakelite)와 셀룰로이드(celluloid)의 등장은 당구공 제작을 위해 사용되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며 코끼리 밀렵을 줄이고 자연 보호에 이바지하는 ‘친환경적’ 물질로 인식되었다(부라니, 툴리스, 왓츠, 자메일, 2019). 그러나 석유 추출의 환경 영향이 본격적으로 문제화되면서 플라스틱은 오염 물질로 재규정되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비롯한 대체 소재 개발 요구가 확대되었다.
환경사회학에서는 사회적 맥락과 정책 변화에 따른 환경 의식과 실천을 분석하는 연구가 수행됐다. 구도완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인의 환경 의식 변화를 분석하여, 사회문제의 부상과 중앙 환경 행정 체계 및 환경 정책의 발전이 환경운동과 환경주의 가치 확산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었다(구도완, 1999). 장승욱과 신상헌은 대학생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 연구를 통해 환경의식 유형과 친환경적, 비환경적 소비 행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장승옥, 신상헌, 2008). 또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포하매 외의 연구는 ‘사용 및 처분’ 행위가 친환경 행동 인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플라스틱 제품과 일회용품 사용 감소가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포하매, 박진채, 정순희, 2019). 사회학자 전준은 국립환경연구소의 설립과 환경정책의 과학적 제도화 과정을 통해 ‘환경’ 개념이 어떻게 과학 활동과 정책 체계 속에서 재정의되었는지를 분석하였다(전준, 2023). 이러한 연구들은 ‘친환경’과 ‘환경성’이 사회적 논쟁과 제도적 변화 속에서 구성되며,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인프라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연구 질문 및 방법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높은 사회적 기대 속에 기술・정책・산업적 지원을 받아왔지만, 바이오플라스틱의 복잡성, 수거 및 처리 인프라 부재, 일회용 중심 시장 구조 속에서 그린워싱 논란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친환경’ 플라스틱 대안으로 부상하는 과정과 그린워싱 논란 속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과정을 추적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진흥을 위한 사회기술적 기반은 어떻게‘친환경’ 플라스틱 담론을 형성하고 재구성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역설을 드러내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술개발, 화이트바이오 산업 육성, 그리고 순환경제와 같은 국가 환경 의제 속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의미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 살펴본다. 본 연구는 정부 주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개발사업, 생분해성 제품 인증 및 규제, 기술 실증화 사업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보도 자료 등을 분석하고, 생물학자・화학자를 포함한 바이오플라스틱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생분해가 실현되기 위한 시간적・물질적・인프라적 조건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검토한다.
Ⅱ. 본론
1. 주목받는 ‘친환경’ 소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한국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연구 활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이영목, 2001). 초기 정부 주도 연구 사업으로는 “청정기법 개발” 및 “청정제품개발” 사업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선도기술개발사업(일명G7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선도기술개발사업은 1991년 수립된<2000년대 과학기술 선진7개국 수준 구현을 위한 세부실천계획(안)>을 바탕으로 1992년부터 당시 과기처를 비롯한 8개의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한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되어 1996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되었다.6)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 확보를 위해 2001년까지 약 10년 동안 총 3조 6천억 원이 투입된 최초의 국가 주도 중장기 대형 연구과제 기획이었다.7)
청정기법 개발 연구 사업은 환경부가 주도하고 여러 연구 기관과 대학이 참여하여 추진되었다. 1차 연도인 1997년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 CFC 연구부 신평균 선임연구원이 주도한 「청정기법개발: 환경친화성 생분해성 고분자의 규격 및 시험방법의 개발」 연구가 수행되었다.8) 연구진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 친화성” 물질로 주목 받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생분해성을 평가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관련 제품의 개발, 사용, 규제에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하였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97, p.18). 이에 따라 연구는 생분해도 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생분해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환경 친화성 제품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97, p.19).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시료의 생분해도 측정과 실제 제품으로서의 생분해성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문제의식이다. 연구진은 미국, 일본, 독일, 유럽 등 선진 사례의 분석을 통해 실험실 조건에서의 생분해 정도가 실제 폐기 환경—예를 들어 하천, 해양, 토양 매립지, 퇴비화 시설 등 물질이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환경—의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환경 차이를 고려한 평가 기준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97, pp.36-39). 즉, 생분해성 제품의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버려진 최종 환경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는 동국대학교 환경공학과(연구책임자: 이명천)에 위탁 과제를 부여하여 생분해성 시료의 종류별 및 전처리 조건별 생분해 속도 가속화 효과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생분해성 물질의 분자구조, 분자량, 결정도와 같은 재료적 특성뿐 아니라 시료의 두께와 표면적 등 물성 요인을 검토하고, 분해 미생물의 종류, 온도, 습도, pH, 산소 존재 여부 등 환경조건이 분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함으로써 생분해 가속화 조건을 찾고자 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97, p.90). 실험은 주로 PCL(polycaprolactone), PLA(poly lactic acid), PEG(polyethylene glycol)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열분해와 가수분해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180°C, 80°C, 45°C 등 특정한 온도 조건을 설정하여 수행되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97, pp.101-102).9)
이어지는 2차 및3차 연도에는 국립기술품질원 연구책임자 강혜정의 주도로 「청정제품개발: 환경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료의 개발(생분해성 쓰레기봉투 및 완충재의 개발)」이라는 연구가 수행되었다.10) 이 연구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쇼핑백과 일회용 완충재 등 구체적인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나아가 환경 산업 분야의 기술 개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대체함으로써 국내 수요를 창출하고자 했다(국립기술품질원, 1999). 1차 연도가 생분해도 평가 기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2・3차 연도 연구는 포장재료라는 구체적 응용 분야를 설정하고 실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보다 실질적인 연구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1999년5월 설립된 한국생분해성플라스틱협의회(현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의 출범에서도 확인된다. 협의회의 설립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연구를 정부 주도의 개별 연구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 대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개발 체계와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협의회는 초기 활동으로 국제 워크숍“Environmentally Degradable Plastics: Industrial Development and Application”을 개최하여 제품화와 활용 가능성을 논의한 바 있으며, 생분해성 플라스틱 봉투의 퇴비화 실험과 매립 환경에서의 분해성 실험, 당시 과학기술부 용역 사업 등을 수행하며 관련 기술의 실증과 산업 진흥을 동시에 추진했다.11) 이러한 맥락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정부를 넘어 학계와 산업계로부터 “썩는 플라스틱”, “환경 친화성” 물질로 호명되며 플라스틱의 대안적 소재로 부상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개발에 이어, 생분해성 제품의 확산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의 첫 단계로 환경표지인증제도를 들 수 있다. 환경처는 1992년, 제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환경성’과 품질 기준을 검토하여, 동일한 용도의 제품 가운데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인증을 부여하는 환경표지인증제도를 도입하였다.12) 당시 환경처는 환경성을 ‘재료와 제품을 제조・소비・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및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로 정의했다(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17).
환경표지인증제도는 1991년 5월 중앙환경보전위원회의 도입 의결을 거쳐, 1992년 4월 환경마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1994년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13) 제도 시행 초기인 1992년 6월에는 재생종이 제품류,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스프레이류, 재생 화장지의 4개 제품군이 최초의 인증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위 환경성의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제품의 생애주기를 폭넓게 고려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화석연료 대신 식물 및 농업 부산물을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모두 환경성을 개선할 잠재적 소재로 평가될 수 있었으나, 당시 관련 소재와 제품의 연구개발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환경표지인증제도의 대상 제품군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이후 2003년 6월, 환경부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영향을 저감하고 매립지의 조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생분해성 합성수지(플라스틱)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환경부, 2003). 환경부가 수립한 「생분해성 합성수지 도입 및 사용확대 계획」은 생분해성 합성수지의 생분해도 측정 방법과 인증 기준을 설정하고 전담 기관을 지정・운영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생분해성 재질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정하기 위한 인증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환경표지인증제도에 생분해 제품을 대상으로 한 하위 항목을 신설했다. 생분해도 값이 초기 45일 이내에 표준물질 대비 60%(절대치 42%) 이상 분해되거나, 180일 이내에 90%(절대치 63%) 이상 분해되는 경우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정하고 EL724 인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환경부, 2003).
동 계획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공공부문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생분해성 재질로 제작할 수 있도록 봉투 물성에 대한 규격을 새롭게 마련하고, 자치단체의 여건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민간부문에서는 종량제봉투 내에 다량으로 배출되는 일회용 비닐봉투 문제에 주목하여, 대표적으로 식품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속봉투를 비롯해 도시락 용기, 수저, 포크, 나이프, 비닐 식탁보 등 다양한 일회용 비닐 및 플라스틱 제품에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1993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자원재활용법)」 세부 조항과 「제품의 포장방법 및 포장재의 재질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점차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온 일회용품 사용 억제 및 포장폐기물 발생 억제 규칙과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2005년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제도화되었다(환경부, 2005). 이후 생분해성 종량제 봉투 도입은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박소희, 2018.10.22.a), 10여 년간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던 일부 일회용품이 생분해성 재질로 제작된 경우에만 사용이 허용되는 전환을 일으켰다.
환경표지인증제도 EL724 아래 생분해성 제품 항목 신설은 생분해성 제품의 분해 정도와 속도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치를 설정하고, 측정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을 장려하고 소비 형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분해성과 환경성이 처음 제도적으로 결합한 변화를 보여준다.14) 더 나아가, 한 번 사용되고 폐기되는 제품의 ‘용도’보다는 폐기 이후 제품이 도달하는 ‘최종 상태’를 중시하는 정책적 경향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이는 기존 일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이 전제해 온 ‘사용 자체의 규제’ 논리와 대비되며, 생분해성을 조건으로 한 규제 완화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일회용 제품이라 하더라도 생분해성 재질로 제작되면 규제가 완화되었다는 점은, ‘친환경’의 의미가 생분해성 제품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수행한 역할을 드러낸다.
2. 복합적인 바이오플라스틱의 일부
생분해성 제품에 대한 EL724 인증은 실제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의 활성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국내 특허출원 동향을 살펴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특허는 2003년 이후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그 규모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전반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그림 2>. 언론에서도 이 시기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세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박소희 2018.10.25.b). 이러한 점에서 EL724 인증이 단기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의 실질적 확대를 견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연구개발과 산업 진흥 정책의 흐름은, 이를 단일 기술이나 시장으로 보기보다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보다 넓은 범주 속에 재위치시킬 때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2008년 이전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관련 특허는 2008년을 기점으로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대에는 연간 약 10건 내외를 기록하며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특허 건수를 따라잡고, 심지어는 웃돌기까지 했다<그림 2>. 이러한 변화는 산학연 협력체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언급했던 한국생분해성플라스틱협의회는 2008년 3월 당시 산업자원부의 인가를 받아 사단법인 바이오플라스틱협회로 전환하며 활동 범위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에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까지 포괄하도록 확장했다.15)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심의 접근이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복합적 범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한 국제 환경 의제의 부상과 맞물리며 더 뚜렷해졌다. 2020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은 한국 환경 정책의 주요한 변곡점으로 자리잡았다.16)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실현이라는 새로운 정책 목표 하에 화이트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게 되었다. 화이트바이오 산업이란 바이오 기술을 화학산업에 접목해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이나 미생물, 효소 등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석유 기반 화학 소재를 바이오 기반 소재로 대체하는 산업을 말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의 맥락에서 보면, 화이트바이오 산업은 재생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과 미생물 및 효소를 분해 단계에 활용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모두 포괄하는 산업이다. 2020년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 전략」은 ‘바이오플라스틱 개발, 보급 확대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하며, 바이오플라스틱을 국책 사업 차원에서 육성할 대상으로 명시했다 (관계부처 합동, 2020). 이 전략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및 제품화 기술개발 지원, 실증 사업을 통한 효용성 검증과 단계적 사용 확대, 인증 제도의 현실화, 전주기 처리 시스템 구축 등 비교적 구체적인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17)
이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의 주도로 2018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추진된 바이오화학소재 공인인증센터 구축 사업은 생분해성 여부와 바이오매스 함량을 전문적으로 시험・평가할 수 있는 기관을 마련함으로써 정책 담론을 넘어 소재 개발과 제품 생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본 사업은 정부 주도의 시험・평가 기관 설립뿐 아니라 바이오플라스틱협회, 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등 민간 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민간 인증 신설 가능성까지 검토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정책 연구 기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 역시 화이트바이오 산업 내 핵심 분야로서 바이오플라스틱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예컨대 2022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화이트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유망 분야 중 하나로 바이오플라스틱을 주요 바이오 화학 소재로 다루었다(박지현, 홍미영, 2022). 정부는 2027년까지 화이트바이오 기업 2천 개를 육성하고, 2030년까지 기능성 바이오 소재의 대량 생산 기술 개발과 제품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권민지, 2022).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폐기물 관리 영역에서도 바이오플라스틱 진흥으로 구체화되었다. 2021년 산자부와 환경부는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의 세부 과제를 도출했으며, 생산 및 유통 단계에서의 자원순환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2021). 특히, 205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을 순수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는 바이오플라스틱을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전략의 핵심 소재로 위치시킨다. 이처럼 국제적 환경 의제와 국내 정책 맥락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바이오플라스틱, 그중에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담론은 단일 기술의 문제를 넘어 보다 복합적이고 확장된 정책적, 산업적 전환을 의미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바이오플라스틱의 복합성이 정책 및 산업의 무게 중심 이동과 전략의 재구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정책 변화는 연구개발을 넘어 구체적인 산업 기반 마련을 위한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광역시(울산시)와 인천광역시(인천시)다. 두 지역은 생분해성 플라스틱뿐 아니라 바이오플라스틱 전반을 둘러싼 연구, 실증, 인증 인프라를 구축하며 정책 기조를 물질적・공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2016년 3월 개소 이래 바이오플라스틱을 포함한 바이오화학 소재 전반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18) 특히, 바이오플라스틱 연구개발은 원료 추출, 재질 개발, 제품 가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융합 영역으로,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내에서도 농생명, 생명공학, 화학, 화학공학, 고분자공학, 가공학 등 서로 다른 전공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9) 이 센터가 울산시에 위치한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울산시는 2021년 ‘세계5대 바이오화학 산업 중심도시 도약’을 선언하고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화학 소재 공인인증센터를 구축하는 등 기존 석유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이현진, 2021.3.22.).
울산시는 산자부 및 바이오화학연구센터와 함께 2020년 4월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 사업을 운영하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봉투를 스포츠 경기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를 실험했다.20) 이 과정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생분해성 제품 구매촉진 조례」를 2022년 4월 7일 제정 및 시행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조례 제 2580호). 더 나아가 울산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분해 모사 평가를 위한 매립부지 환경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소재 개발부터 제품화, 상용화, 폐기 이후 실질적인 생분해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산학연 협동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울산의 시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공업 산업 단지를 바이오화학 중심 산업 생태계 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천시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연구 및 실증화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인천시는 국가 목표보다 5년 빠른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관련 정책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인천광역시, 2024), 이러한 맥락에서 인천대학교는 2021년 6월부터 산자부의 ‘플라스틱 대체물질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센터(친환경플라스틱센터)’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함께 5년 동안 총 150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이다.
인천대 친환경플라스틱센터는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사무국도 유치하며 산학연 협력의 거점을 형성하는 한편,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의 플라스틱 생분해도 평가, 분해 산물의 생태독성 평가, 온실가스 저감 확인을 위한 바이오매스 함량 평가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험, 평가 및 인증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폐기・재자원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정창교, 2021.6.22.). 또한2024년 5월에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수출을 위한 해외 인증시험 서비스를 개시하며, 최근 수년간 침체를 겪던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받았다(최은지, 2024.5.7.).
그러나 이러한 산학연 협력 기반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 및 실증, 그리고 최종 처리 방식에 대한 모색은 울산시와 인천시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2023년 6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 역시 폐자원의 순환이용 필요성은 강조하고 있으나, 생분해성 소재의 개발 이후 처리 기반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3. 6. 11). 2024년 1월, 환경부 산하의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재질을 측정하는 시험방법을 새롭게 개발해 국가표준으로 발표했다(환경부, 2024b). 이러한 표준 마련은 시험 비용을 절감하고 상용화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생산 및 유통 단계에서의 장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1)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종합해 보았을 때, 여전히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실제 폐기 및 처리 기반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생산 및 유통 단계에 논의의 초점이 집중되어 있다.
3. ‘현실적’ 생분해 조건과 일회용 제품군 검토
2021년 11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환경표지인증제도 EL724 인증 품목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일회용품을 2022년 1월부터 제외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EL724 인증의 전반적인 재정비 과정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이라 하더라도 일회용품에 대해서는 환경표지 신규 인증을 중단하고, 기존 인증 기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현실적 생분해’ 인증 기준을 추가하겠다는 결정이었다. 환경부는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 기준이 58℃ 조건에서 180일 이내에 90% 이상이 분해되는지를 평가하는 산업 퇴비화 기준에 근거하고 있어, 실제 국내 폐기물 처리 환경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실적인 생분해 인증기준을 추가하고 집중 사용 품목을 구체화하여 환경을 보호하는 한편, 생분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는 취지를 밝혔다(환경부, 2022.11.25.).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바이오플라스틱 분야 연구자와 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국내에는 산업 퇴비화 시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인증 기준이 사실상 형식적인 제도에 가까웠다는 문제 제기에는 공감이 있었으나, 일회용 생분해성 제품을 환경표지인증 대상에서 일괄 제외하는 방식은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주요 언론 역시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정책의 잦은 방향 전환이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비판했다(이재은, 2022.21.b; 최현목, 2022.2.21.).
이후 1년 뒤인 2022년 11월, 산자부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일회용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2024년부터 환경표지인증 대상에 다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2024년 12월, EL724 고시 개정안이 발표되었으며, 기존 산업 퇴비화 조건에 더해 20~28℃ 의 일반 토양 환경에서 24개월 이내 90% 이상 분해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새롭게 추가되었다.22) 환경부는 이를 ‘현실적 생분해’ 조건으로 설명했으나, 전문가 집단과 산업계는 이번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온의 일반 토양에서는 분해되면서도, 제품 사용 동안에는 분해되지 않고 내구성을 유지하는 제품을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김경미, 2023.9.27.).
이처럼 인증 기준의 철회와 재도입, 그리고 수정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더는 ‘친환경’ 소재로 단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연구를 선도해 온 한 전문가는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환경부의 입장을 일정 부분 이해하면서도, 플라스틱 관리 정책이 일관되게 실행되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2019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로 촉발된 플라스틱 대란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반복된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강화와 완화의 과정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23) 재활용 중심의 석유계 플라스틱 관리 정책과 더불어 생분해성 플라스틱 역시 독자적인 물질 순환 관리 체계 속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플라스틱의 물질 재순환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해법만이 최선일 수는 없으며, 여러 가지(석유계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24)
이 논란은 환경표지인증제도의 목적이라는 제도적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표지인증제도는 본래 규제 수단이 아니라, 제품의 환경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자원 활용이나 폐기물 처리에 관한 규제는 「폐기물관리법」 과 「자원재활용법」 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 및 화학물질 시험평가 분야의 한 전문가는, EL724 인증은 특정 제품이 생분해성이라는 물성을 지녔는지를 검증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며, 일회용품 규제를 목적으로 해당 물성을 가진 제품에 대한 인증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운영이라고 지적했다.25)
반면, 환경부의 생분해성 일회용품의 환경표지인증 제외 결정을 환영한 주체는 환경단체였다. 녹색연합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증한 배달쓰레기 문제를 통해 일회용품 쓰레기의 문제를 언급하며, “생분해 수지 제품의 친환경 인증 제외를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생분해성이라는 이유로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생분해성 제품이 퇴비화 처리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종량제 봉투를 통해 배출되어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으며, 오히려 ‘친환경’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오인시키는 그린워싱의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녹색연합, 2021.11.5.).
요컨대, 생분해성 일회용 제품의 환경표지인증 제외와 더불어 생분해 인증 기준을 엄밀하게 다듬기로 한 환경부 및 산자부의 결정과 그로 인한 일련의 논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더는 ‘우수한 환경성’을 자동으로 인정받는 소재가 아님을 의미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작을 것으로 기대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오히려 일회용품 위주로 생산되고 버려져서 또 다른 일회용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역설적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EL724 인증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기술적 특성과 실제 폐기 및 분해 환경 간의 괴리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표류해 왔는지를 드러내고,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개념 자체가 도전받고 재정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Ⅲ. 결론: 변화하는 ‘친환경’ 생분해의 조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1990년대 후반 국내외 환경 의제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부상하면서‘청정 기술’, 나아가‘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 기술’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초, 환경표지인증제 설립 및 EL724 하위 항목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포함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 개념과 제도적으로 결부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목표 설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목표와 순환경제 담론이 확산하면서, 정책과 산업의 관심은 생분해성 플라스틱보다는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개발로 이동하였다. 이와 맞물려 실제로는 생분해성이 아닌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이 확산되면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그린워싱 논란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환경에너지부(당시 환경부)는 생분해 인증의 현실적 기준을 강화하고, 생분해성 제품 중 일회용품을 생분해 인증 체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 초점의 변화와 인증 기준의 수정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라는 믿음에 균열을 일으키고, 관련 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러한 과정을 살핌으로써 본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본래부터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 기술 개발, 규제와 인증기준의 조정, 산업 진흥과 시장 활성화, 그리고 처리시설을 포함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회기술적 실천 속에서 ‘친환경성’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지속적으로 협상되고 재구성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폐기물 관리 체계 내에서 기존 플라스틱에 대한 완전한 대체재가 아닌 부분적 보완재로 접근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둘러싼 과학적・기술적・사회적 기반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연구지원 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본 논문은 2024년 한국환경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 (“무엇이 생분해를 (불)가능하게 하는가: 한국의 바이오플라스틱 기술 개발과 관련 정책 실행의 국소적 작동”)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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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현아: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국 생활폐기물 처리 인프라의 발전 과정을 과학기술학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사례연구로 박사 논문을 작성 중이다(kumha1130@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