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주체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대한 주민 인식: 서울시 서대문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서울시 서대문구 주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지방자치단체 주도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한다. 500명의 서대문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인식, 관심, 우려, 정책 인지 등이 주민들의 정책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폭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주민일수록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폭우 심각성 인식 및 기후변화 경험 정도는 정책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개인적 적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지자체 정책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지자체가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수립할 때, 주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및 관심을 고려하여 맞춤형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perceptions of climate change among residents of Seodaemun-gu in Seoul and their preferences for local government-led climate change adaptation policies. A survey was conducted with 500 residents, and binary logistic regression analysis was used to examine how factors such as climate change awareness, interest, concern, and policy recognition affect policy preferences. The results indicated that residents with a higher perception of the severity of heatwaves showed a stronger tendency to prefer local government-led climate change policies. In contrast, perceptions of the severity of heavy rainfall and the extent of personal experience with climate change did not significantly influence policy preferences. Additionally, recognition of the importance of personal adaptation to climate change had an insignificant effect on the preference for local government policies. These findings suggest that when local governments formulate climate change adaptation policies, there is a need to develop customized strategies that consider residents’ perceptions and interests regarding climate change.
Keywords:
Climate Change, Climate Change Policy, Local Government, Heatwaves, Heavy Rainfall키워드:
기후변화, 기후변화정책, 지방자치단체, 폭염, 폭우I. 서론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 및 이례적인 양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한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을 초래하며 인류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의 피해를 줄이고, 이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응(adaptation)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사회적 취약성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양상 속에서 발생하는 기회를 활용하도록 돕는 방안으로, 향후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재경・예민지, 2022; 정윤지・하종식, 2015; Fankhauser, 2017).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 및 집행은 지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 체계 구축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고재경・최충익・김희선・좌승희, 2008). 기후변화 적응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수적인데, 이는 기후변화의 대표적 현상인 폭염, 홍수,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 등의 자연재해가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빈도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기후변화 문제에 적응하는 능력 또한 각 지역의 자금, 인프라, 주민 인식, 거버넌스 구조 등과 같은 지역 고유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고재경, 2011). 다시 말해, 자연재해의 양상과 기후변화 적응 능력이 지역별로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실효성 향상에 있어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 단위의 정보 수집 능력이 우수하고 중앙 정부에 비해 관할 지역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기후변화 적응의 지역 단위의 대응에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는 주체이다(최충익, 2011). 또한 일반 시민, 지역 사회 등 주요 수용 주체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사회 집단 간 이해관계 대립 및 충돌의 위험을 낮추는 역할은 중앙 정부보다 지자체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Cloutier, Joerin, Dubois, Labarthe, Legay, and Viens, 2015).
본 연구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주요 수용 주체인 지역 주민이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그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자체 수준에서 기후적응 정책이 효과적으로 수립・이행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직접적 수용자인 주민들이 해당 정책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책에 대한 수용성과 참여 의향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정책의 실효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주민의 인식과 참여 의향을 살펴보는 것은 지자체 주도 적응 정책뿐만 아니라 전 국가적 기후변화 적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대한 중요성 인식 및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하고,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성 인식 및 수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수준의 요인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2024년 6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와 기후 적응 대책에 관한 구민 인식 파악 조사” 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수행하여 개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폭염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식하는 경우 지자체가 주도하는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반면 폭우에 대한 인식이나 개인적 기후변화 경험은 정첵 선호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변화 경험의 정도 역시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도에 영향력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Ⅱ. 지방자치단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성
국제사회와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 꾸준히 협력해 왔으며, 이러한 체계는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의 개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응이며, 적응은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을 낮추고 유익한 기회를 창출・활용하는 방식이다. 1980년대에는 주로 감축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1990년대 IPCC 평가보고서 이후 적응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Barnett, 2010). 이에 따라 완화 중심이던 국가들의 기후 정책 기조도 점차 적응의 중요성을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지자체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중앙정부의 통합적 정책이 효과적이지만, 적응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있다(Berrang-Ford, Siders, Lesnikowski, Fischer, Callaghan, Haddaway, et al., 2021). 기후재난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단위가 지역이라는 점에서, 적응의 일차적 주체 역시 지역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지역 맞춤형 전략이 적응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존재한다(최충익, 2011).
또한, 기후 적응은 정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주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다. 사회 인프라, 건강, 식량 등과도 밀접히 연결된 적응 정책은 다양한 행위자와 대상 집단을 포괄하며, 이를 위해 수직・수평적으로 연계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Bauer, 2014; Ebi and Semenza, 2008). 중앙정부 중심 체계는 이러한 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반면 지자체는 주민과의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 적응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권과 책임을 갖는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정책 결정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 회복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중앙정부 기후변화 계획에 지자체의 기후변화 대책이 포함된 것은 「제3차 기후변화 종합대책(2005~2007)」이 처음이다. 한편, 적응의 경우에는 그 이전부터 지자체의 역할이 강조되어 왔기 때문에 중앙정부 적응계획 수립 초기부터 지자체 적응 대책이 고려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지자체의 참여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능력 향상의 필요성과 지자체가 기업 및 시민의 기후 인식을 제고하고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고재경, 2018).
그렇다면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기후변화 적응 정책 관련 선행 연구는 이해당사자와의 협업과 당사자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Grothmann, 2011). 예를 들어, Bhave, Mishra and Raghuwanshi(2014)의 연구는 기후변화 적응 전략 실행에서 상향식과 하향식 접근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전략 개발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고재경 등(2008) 또한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상향식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지자체가 지역 기반 정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적응 전략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임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거버넌스를 조직하기 위해 고려하고 반영해야 하는 부분은 크게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기후 적응에 대한 인식 제고임을 밝히고 있다. 먼저 이해관계자들, 특히 주요 행위자인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수평적・참여적 거버넌스의 구성은 지자체 기후적응정책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 단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이루어질 경우, 지역 특성과 우선순위가 반영된 적절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으며, 이는 주민 수용성 제고에도 기여한다(김진아・윤순진, 2014).
한편, 거버넌스 구성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기후 적응에 대한 지식과 정보 제공을 통한 인식 제고가 그 요인이다. 이태동・류소현・정혜윤・김한샘・고인환・박재영(2020)의 연구는 적절한 지자체 거버넌스 구성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관련 공무원의 인식 증진, 지자체의 기후 인식, 특히 그 안에서도 기후 리더십의 주류화 등을 통한 지자체의 기후 적응 제도적 역량 향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해관계자들의 기후 변화 적응 인식 제고를 통해 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사회에서 수용되는 정도를 높임으로써 효과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정윤지・하종식, 2015; 차주영・이희찬, 2017; De Sousa, Casanoves, Sellare, Ospina, Suchini, Aguilar, and Mercado, 2018). 또한 이러한 기후 변화 적응 인식 제고의 측면에서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교육은 적응 조치에 대한 대중의 동의 및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임영신・신지영・배채영, 2013; Derkzen, Van Teeffelen and Verburg, 2017).
마지막으로, 지방 정부 기후 변화 적응 정책의 성공 요인을 탐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지역 주민’의 특성 및 역할에 주목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민을 배제한 정책은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오수빈, 윤순진(2022) 연구에서는 주민을 고려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세대 간 기후변화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 각 세대의 특성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역 주민과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상호 연결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접근 및 분석을 통해, 이러한 네트워크가 지방 주도형 기후변화 대응 및 정책 수립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김연수・김선현 ・황진태, 2019; Hamin, Gurran and Emlinger, 2014).
정리하면, 기존 연구들은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지자체의 기후 적응 정책이 가지는 이점을 바탕으로, 해당 정책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민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정책 수립과 실행 방안을 제안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으나, 이는 주민을 정책의 ‘수용자’로서 능동적인 주체로 인식한 결과라기보다는, 성공적인 정책 이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외생적 요인으로 간주한 데에 그쳤다. 다시 말해, 주민의 인식과 특성은 정책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조건으로 다루어졌을 뿐, 주민의 특성에 따라 지방정부와 같은 정책 행위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선호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드문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주민의 특성에 따라 지방정부와 같은 정책 행위자에 대한 평가와 선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통해 정책 수용자인 주민의 인식과 태도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나아가 주민을 단순한 정책 수요 배경이 아닌, 정책 행위자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책 과정에 반응하는 능동적 주체로 보고, 이들의 선호가 지방정부의 역할 인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본 연구는 기존 논의와는 구별되는 이론적・방법론적 차별성을 제시한다.
Ⅲ. 이론 및 가설
기후변화는 지리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나, 그 영향에 대한 경험은 지역사회의 지리적 특성, 인구통계학적 분포, 혹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Duerden, 2004).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기존 논의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주민 개별 특성과 정책 수용성의 관계에 주목하고자 한다. 개인적 차원의 요인과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태도 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있지만,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태도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드물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 정책의 주요 수용자인 주민들이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주도의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어떤 경우에 지자체 주도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성이 높아지는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또한, 과연 주민들이 기후변화 정책의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보는지 불분명하기도 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혹은 어떤 특성의 주민들이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있어 지자체의 역할을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는가?
우선 본 연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개인적 인식이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고 예상한다. 기존 연구들은 개인 차원의 인식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 여론이 정책 변화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Burstein, 2003). Stoutenborough, Vedlitz, and Liu(2015)는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위험 인식이 해당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를 유의미하게 예측한다고 밝혀, 정책 선호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개인의 위험 인식이 결정적인 요인임을 시사하였다. 박규희・양준석(2023)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원자력 에너지 축소 정책에 대한 지지와 부정적 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함으로써 기후변화 인식과 정책 선호 간의 관계를 뒷받침하였다. 또한, 기후변화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민의 경우, 내용이 우수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정책에 대한 수용성과 순응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김서용・김선희, 2016). 이처럼 기후변화의 시급성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가진 시민은 그렇지 않은 시민에 비해 정책 결정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책 수립 주체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가설을 도출한다.
- 가설 1.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시민일수록 지자체 주체의 기후변화 정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을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 형성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이 중에서도 직접적인 경험은 인식과 그에 따른 행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 번 경험한 위험은 오히려 과대평가 되며 개인적인 위험 감각의 증가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Howe, Suich, Vira and Mace, 2014; Zanna, Olson and Fazio, 1981). 그리고 개인의 경험은 위험을 평가하는 데 쉽게 활용 가능한 단서 역할을 하여 기후변화와 같은 추상적인 위험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Kahneman and Tversky, 1982; Kuchler and Zafar, 2019; Reser, Bradley and Ellul, 2014; Weber, 2006).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극심한 기상현상을 경험한 시민들이 그렇지 않은 시민보다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한 시민은 그렇지 않은 시민에 비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 행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는 경향이 있다(Harries, 2012). 반면, 홍수 취약지역에 거주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 경험이 없으면 그 위험에 대한 이해가 낮고, 적응 행동을 취할 동기도 부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Harvatt, Petts and Chilvers, 2011).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현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개인일수록 기후 정책에 대한 지지 수준 또한 더 높게 나타난다(Rudman, McLean and Bunzl, 2013).
이렇듯 기후변화와 관련한 개인의 경험이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고, 행동의지와 정책 수용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를 고려할 때, 정책의 주체에 대한 인식 또한 경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를 직접 경험한 시민일수록, 기후변화가 자신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인식하게 되며, 이에 따라 지역 차원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대응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민들은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제시하는 대응책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지리적・경제적・사회적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가능한 지자체 주도의 정책을 더 선호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민의 기후변화 경험이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선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하에,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한다.
- 가설 2.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시민은 지자체 주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을 것이다.
Ⅳ. 사례: 서울시 서대문구 주민
본 연구는 서울시 서대문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인식과 선호를 살펴본다. 특히 폭염과 폭우는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그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후재난이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정책 권한을 나누어 보유한 대표적인 재난 대응 영역으로, 주민들의 정책 주체에 대한 선호를 살펴보기에 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재난 대응은 중앙정부가 기본 가이드라인과 종합계획을 제시하고, 서울시와 같은 광역정부를 거쳐 기초자치단체인 구 단위 지자체가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행동지침을 수립・시행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폭염의 경우, 중앙정부가 무더위쉼터 설치 지침과 대응 매뉴얼을 제공하면, 서대문구는 이를 바탕으로 그늘막 설치, 노인 대상 쉼터 운영 등 지역 맞춤형 대응책을 시행한다. 폭우의 경우, 침수 취약가구에 대한 매뉴얼과 예방사업 가이드라인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되며, 지자체는 물막이판이나 스마트 경보 시스템 등을 설치해 현장 실행에 초점을 둔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 중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정책 역할 구분이 명확히 드러나는 분야로, 정책 주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선호 차이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기에 매우 적합한 영역이다.
본 연구가 서대문구를 사례로 설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서대문구는 최근 폭염, 폭우 등 다양한 기후변화 현상을 경험하였으며, 주택 유형 및 인구구성 상 그와 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취약한 주민의 비중이 높다. 때문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기후변화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지자체 수준 기후변화 정책 수립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제3차 국가 기후적응 강화대책」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10년(2011-2020년)간 폭염일수는 2.8일 증가하였고, 서대문구는 최근 10년(2010-2019년)간 평균 2.4일 증가하여 13.2일을 기록하였다. 이는 서대문구의 폭염 경향이 전국의 폭염 경향과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서대문구는 최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례로 2023년 7월 서울시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당시, 서대문구에서는 도로 축대가 붕괴되며, 일부 구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있었다. 2024년 7월에는 집중호우에 따른 토사유출 및 침수발생에 따른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1) 특히 반지하주택이 많은 서대문구의 특성상, 폭우피해에 취약한 주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지하 주택은 침수피해에 취약하며 특히, 급경사 지역(경사 15도 이상)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은 급류 및 산사태에 의한 침수 위험이 높아진다. <그림1>을 참고하면, 서울시 내 급경사 지역에 위치한 반지하주택 중 약 11%가 서대문구에 위치되어 있으며, 이는 서울시 자치구 중 종로구(13.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신상영・김성은・남현정・김상균, 2023). 또한 서대문구는 2022년 12월 기준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8.1%로 기후변화 현상의 주요한 취약계층인 노령층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신상영 외, 2023). 따라서 서대문구는 기후변화 현상을 비교적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는 시민들이 갖는 기후변화 정책 인식과 선호를 파악하기에 적절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서대문구는 최근 서대문구청을 중심으로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정책을 활발히 시행 중에 있다. 현재 서대문구에서는 스마트환경생활국 기후환경과, 안전건설국 내 재난안전과 및 치수과를 통해서 장단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후환경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후환경관련 교육사업 및 탄소중립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 기후환경과는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하여 단열창호, LED조명 설치 지원 사업, 단열재 및 쿨루프 공사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건설국 내 재난안전과는 2023년 신설된 부서로 서대문구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및 재난에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재난안전과는 폭염을 대비하여 서대문구 내 폭염대비 그늘막(파라솔)을 설치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치수과는 폭우를 대비하여 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물막이판, 옥내역류방지기) 설치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복지문화체육과 내 어르신복지과는 취약계층인 노인계층의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서 무더위쉼터 운영 사업을 관내 2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환경생활국 스마트정보과는 IoT기술을 활용하여 침수 및 화재 등의 경보를 알려주는 반지하 가구 스마트 안전관리 서비스 사업을 관내 300가구에 서비스 구축 후 운영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렇듯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실제 운용 사례인 서대문구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주민들이 지자체 수준에서 시행 중인 기후변화 정책의 현황과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Ⅴ. 분석 방법
1. 데이터
본 연구는 서대문구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활용하여,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선호의 결정요인을 분석한다. 특히,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기후변화 현상의 경험 여부가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를 검증하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설문조사는 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하여, 2024년 6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20세 이상 서대문구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3) 이 설문조사는 80% 신뢰수준에서 ±2.87%P의 표준오차를 가진다. 조사는 오픈서베이의 모바일 패널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오픈서베이는 표집 상의 비율 할당 여부에 따라 단순임의추출 또는 층화임의추출 방식을 활용한다. 설문 문항에는 기후변화 정책 인식, 기후변화 심각성 인지, 기후변화 경험여부 등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이 포함되었다. 또한, 성별, 나이 등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변인에 대한 질문도 포함시켰다.
2. 변수측정방법4)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 여부”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는 ‘귀하께서는 서대문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응답자들의 문항을 활용하였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중앙정부에서 수립한 기후 정책에 따름(42%), 서대문구 특성을 고려한 기후 정책 수립(44.4%), 동 단위별로 기후 정책 수립(7%), 주민이 생활 속에서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5.6%), 기타(직접입력)(1%)로 구성되어있다. 이 결과는 서대문구 주민들이 중앙정부 주도와 지자체 주도의 정책 중 어느 한 쪽에 편향된 선호를 보이지 않으며, 정책 주체에 대한 선호가 개인별로 상이하게 나타남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포는, 개인 수준 요인이 정책 주체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뒷받침하며, 본 연구의 분석 목적과도 연결된다.
가설1에서 다룬 독립변수는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인지 정도이다. 본 연구는 다양한 기후변화 현상 중 서울시 및 서대문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에 집중하였다. ‘폭염에 대한 심각성 인지정도는 귀하께서는 최근 5년간(2019년 이후) 서대문구의 폭염이 얼마나 심해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활용하였으며, 1(전혀 심해지지 않았다.)에서 4(매우 심해졌다.)까지의 척도로 측정되었다.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정도는 ‘귀하께서는 최근 5년간(2019년 이후) 서대문구의 폭우가 얼마나 심해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활용하였고, 마찬가지로 1(전혀 심해지지 않았다.)에서 4(매우 심해졌다.)까지의 척도로 측정되었다.
가설 2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여부를 독립변수로 설정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 중 귀하께서 직접 경험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모두 선택해 주십시오.’라는 문항을 활용하였다. 응답항목은 ‘폭염’, ‘폭우’, ‘한파로 인한 질병 또는 건강 악화’, ‘작물 생산성 저하 및 병해충 피해’, ‘미세 먼지로 인한 질병 또는 건강 악화’, ‘기타’로 여섯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였다. 폭염 및 폭우 경험여부는 각각 더미 변수로 코딩되었으며, 응답자가 경험했다고 선택한 항목수를 합산한 ‘기후변화 경험 개수’ 변수 또한 추가적으로 분석에 사용되었다.
<표 2>은 종속변수, 독립변수, 통제변수의 기술통계량을 제시한다.
Ⅵ. 분석 결과
<표 3>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 인지 정도가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항 회귀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종속변수인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 여부가 이항형으로 측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활용하였다.
<모형 1-1>은 폭염 심각성 인지를, <모형 1-2>는 폭우 심각성 인지를 독립변수로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모형 1-1>에 나타난 폭염에 대한 심각성 인지 정도와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폭염에 대한 심각성 인지 정도 변수가 정(+)의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β = 0.441, p < 0.1). 이는, 폭염의 심각성을 더 높게 인식할수록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폭염에 대해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수준이 1만큼 증가할수록 지자체 주도적인 기후변화를 선호할 승산(odds)이 약 55.4% 증가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폭염이개인의 신체적정서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하 보다 가까운 지자체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인지적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고온 환경은 인지 수행력과 감정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폭염은 체화된 위기의식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기후자극으로(Chang and Kajackaite, 2019; Leiserowitz, 2006), 지자체와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무더위 쉼터운영, 단열제 및 쿨루프 지원사업(에너지효율개선 지원사업 내)등 폭염 관련 구체적인 대응 정책을 시행 중으며, 이러한 정책 가시성 역시 지자체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모형 1-2>는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정도와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와의 관계를 살펴본 모형이다.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정도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폭염과 폭우 심각성 인지 결과 차이는 재난 유형별 지자체 대응 정책의 활성화 수준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폭염의 경우 무더위 쉼터 운영, 쿨루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최근 지자체 수준에서 가시적 성과가 두드러진 반면, 폭우 대응은 대체로 중앙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을 지역 실정에 맞게 조정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운영의 상대적 차이가 폭우와 폭염 심각성 인식 효과의 차이로 이어졌을 수 있다.
<표 4>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험이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회귀분석 결과이다. <모형 2-1>은 폭염 경험 여부, <모형 2-2>는 폭우 경험 여부, <모형 2-3>은 경험한 기후변화의 수5)를 독립변수로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모형 2-1>과 <모형 2-2>의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폭염에 대한 경험과 폭우에 대한 경험은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두 모형 모두 음의 방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록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지만, 폭염이나 폭우를 경험한 주민인 경우에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모형 2-3>에서 확인하고 있는 기후변화 경험의 개수를 독립변수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모형 2-3>에서는 성별이 음(-)의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β = -0.619, p < 0.01). 이때 승산비(odds ratio)는 약 0.538으로, 이는 남자인 경우에 여성인 경우보다, 지자체 중심의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할 승산(Odds)이 약 46.2% 감소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성별 차이는 <모형 2-1>과 <모형 2-2>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는 유의미 하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 결과 폭염 현상에 대한 심각성 인지가 높아질수록 지자체 주도의 기후변화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는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갖지 않았다. 또한 가설과 달리 기후변화 현상 경험 역시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Ⅶ. 결론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현상의 영향은 지역의 지리적 혹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발생하기에 지역 단위의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후변화 대응 체계의 핵심 주체로서 지역의 특수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지방정부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잇으며, 동시에 정책 수용의 주요 대상인 지역 주민의 인식이 정책 효과성 확보에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본 연구는 서울시 서대문구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기후변화 대응방식을 선호하는지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는 지역 내 기후변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기후변화 현상을 직접 경험하는 정도가 지자체 중심 기후변화 정책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분석 결과, 지역에서 폭염이 심각해졌다고 인지하는 경우 중앙정부보다 지자체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는 지자체 중심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 현상 경험 정도 역시 정책 주체 선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았다.
폭염과 폭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이나 분석 결과에서 폭염과 폭우에 대한 심각성 인지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결과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기존 정책 수립 방향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지자에서 무더위 쉼터 등 자체적인 폭염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 바 있으나, 폭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수립한 하향식 대응 체계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2023년에 발간된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보면 극한 홍수와 같은 폭우에 대한 대책으로 예비 및 경보시스템 강화나, 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 건설 및 지하방수와 같은 국가적 인프라 개선 및 확충 중심으로 추진방향을 설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폭염은 여름철에 광범위하게 모든 주민에게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보다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지만, 폭우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적고 피해를 입는 주민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관심 수준에 따라 정책 선호도가 차별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폭염과 폭우에 대한 인식 차이는 정책의 주체의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이나 직접 경험의 정도에서도 기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지자체 주도 기후변화 정책 선호의 결정요인을 분석하고자 하였으나, 일부 독립변수가 국가 단위의 정책 선호와 구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설문에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고유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직접적으로 측정하지는 못하였고, 폭염이나 폭우와 같은 일반적 기후 현상에 대한 개인의 인식 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였다. 이는 지역 특수성과 주민 인식 간의 정교한 연결 고리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연구에서는 지역별 차별화된 기후영향 인식과 국가 정책의 대응 한계를 구분할 수 있는 문항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 논문 초반에 제시한 바와 같이 반지하와 같은 주택 특성 및 개인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이 본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설문 응답자의 거주지 주변 환경이나 실제 폭염 및 폭우 발생 일수 등 객관적 지표를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지자체의 활동 영역 및 정도가 주민의 기후변화 정책 주체에 대한 선호를 변화시킬 가능성과 더불어, 객관적 지표와 개인 특성 간의 상호작용이 기후변화 정책 선호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변화 현상을 직접 경험한 정도가 정책 주체에 대한 선호 차이로 이어지지 않은 원인을 밝히는 것 역시 추후 연구 과제라 할 수 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환경부의 재원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신기후체제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됨(RS-2023-00221109).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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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부록❚
※ 4점 리커트 점수는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다소 그렇다, 매우 그렇다 순으로 1점에서 4점이 부여됨.
※ 5점 리커트 점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보통이다, 다소 동의한다, 매우 동의한다 순으로 1점에서 5점이 부여됨.
정민경: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 대학교 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 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정치과정, 선거정치, 정치행태이다(mk5441@yonsei.ac.kr).
김정현: 미국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직 중이다. 정치과정, 선거정치 및 여론을 연구하고 있다(jhkim1@yonsei.ac.kr).
이수경: 연세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및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정치학과 학・석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다.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연구하며, 국제기구, 기업, 개인 등 다양한 행위자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계량적 방법론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rosie0325@yonsei.ac.kr).
이예영: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앙아시아학・행정학 학사를 취득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연세대학교 기후적응 리빙랩 연구사업단의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적응 및 재생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계량적 방법론을 활용한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yylee@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