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가능성과 한계: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례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관점에서 기존 그린캠퍼스 사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캠퍼스 조성 전략과 대안을 제시한다. 한국의 그린캠퍼스 정책을 검토한 결과, 대학의 자발성 부족, 부실한 지표 체계, 생태적 관점 미흡, 구성원 건강 고려 부족, 지속가능한 교통계획 누락, 구성원 거버넌스 미흡 등이 주요 한계로 드러났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네 가지 핵심 요소는 캠퍼스 조성, 사회적 책임, 구성원 거버넌스, 교육 및 연구이다. 본 연구의 K대학교 사례 분석에 따르면, 건물과 에너지 분야 등 인프라 측면에서는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사회적 책임, 구성원 거버넌스, 교육 및 연구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 및 환경 전문가와의 심층 면접을 실시하고, 기존 문헌 및 언론・통계 자료를 분석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critically analyzes the existing green campus projects from a sustainable campus perspective and proposes alternative new campus creation strategies. Our review of South Korea’s Green Campus policies reveals several key limitations, including a lack of university initiative, inadequate indicator systems, insufficient ecological perspectives, limited consideration of stakeholder health, the absence of sustainable transportation planning, and weak stakeholder governance. The study identifies four dimensions of a sustainable campus: campus creation, social responsibility, constituent governance, and education and research. Findings from the case analysis show that, although K University has made some progress in infrastructure areas such as buildings and energy, there are significant shortcomings in social responsibility, stakeholder governance, and education and research. To validate these finding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university members and environmental experts, supplemented by analyses of existing literature, various media, and statistical data.
Keywords:
Climate Crisis, Sustainable Campus, Green Campus, Carbon-neutrality, South Korea’s Green Campus Policies키워드:
기후위기, 지속가능한 캠퍼스, 그린캠퍼스, 탄소중립, 한국 그린캠퍼스 정책I. 서론
지구 환경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하여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023년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지구는 이제 ‘온난화(warming)’를 넘어 ‘끓는(boiling)’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UN News, 23.7.27).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특히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한 대학 캠퍼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건물, 교통, 녹지, 도시 인프라, 에너지 소비 및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시스템이 집약된 공간으로, 하나의 소도시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최윤정 외, 2018). 동시에 캠퍼스는 학생들이 친환경 인식과 실천 방안을 배우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오준걸・염대봉, 2018). 그러나 한국의 캠퍼스는 교육과 연구 과정에서 학생, 연구자, 교직원 등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다양한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자 주요 환경오염원이기도 하다. 특히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캠퍼스 내 건물 증가로 녹지가 훼손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나태준・이성희, 2012).
해외 대학들은 환경오염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탄소중립 캠퍼스를 구축하여 지속가능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구성원의 참여로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며, Harvard Green Campus Initiative(HGCI)를 통해 에너지와 시설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보를 공개했다. 도쿄대학교는 Todai Sustainable Campus Project(TSCP)를 통해 단계적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UTokyo Green Transformation을 발표하며 환경재생형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 정부 지원 하에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그린캠퍼스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저탄소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나, 성과와 한계를 둘러싼 논란 속에 2023년 종료되었다(유호경, 24.1.24). 그린캠퍼스 사업이 종료된 현재, 그린캠퍼스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한국의 그린캠퍼스 사업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본 연구는 지속가능한 캠퍼스라는 관점에서 기존 그린캠퍼스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K대학교 사례를 통해 그린캠퍼스 사업의 문제점과 한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환경적 성과 평가, 지표 개발, 건축 공학(건물 및 에너지 분야), 구성원 인식 조사, 해외 사례 벤치마킹에 집중되어 있다(나태준・이성희, 2012; 오준걸・염대봉, 2018; 최윤정・정연홍, 2018). 실제로 그린캠퍼스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몇몇 단일 사례 연구는 참여 거버넌스적 관점이 누락되어 있으며, 대학 행정가의 의견을 반영할 뿐(이호상 외, 2004; 전영승, 2009) 학생과 같은 사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국제적 동향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최신 요소를 적절히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단순한 지표 설정을 넘어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전략적 요소를 제시한다. 본 연구의 분석틀은 캠퍼스 조성, 사회적 책임, 구성원 거버넌스, 교육 및 연구의 네 차원으로 구성되며, 이는 해외 지속가능한 캠퍼스 논의와 국내 그린캠퍼스 사례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다. 이 틀을 기반으로 기존 그린캠퍼스 정책과 K대학교 사례를 비판적으로 점검하여 새로운 캠퍼스 조성 전략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음 장에서는 기존 논의를 검토하여 그린캠퍼스 개념과 정책의 한계를 밝히고, 이를 토대로 기존 논의의 한계점을 정리한다. 3장에서는 연구의 분석틀과 방법론을 제시하며, 4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분석틀을 활용하여 K대학교 사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결론에서는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논의하고, 지속가능한 캠퍼스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과 대학 차원의 실천 계획을 제안한다.
Ⅱ. 이론적 논의: 지속가능한 캠퍼스
1. 지속가능한 캠퍼스 선언과 지표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는 1990년 탈루아르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이후 할리팩스 선언(1991), 교토 선언(1993), 스완지 선언(1994), 코페르니쿠스 선언(1997), 뤼네부르크 선언(2000) 등이 차례로 발표되면서 대학 캠퍼스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선언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대학 캠퍼스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한다(김창환, 2011).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선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평가 지표 체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2009), 다양한 단체들이 각자의 목적과 가치를 반영한 기준과 지표를 개발해 왔다. 초기에는 이들 선언과 평가 지표가 주로 에너지 절약, 폐기물 관리, 녹지 조성 등 물리적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초기 지속가능한 캠퍼스 개념은 물리적 환경에 중점을 두며, 에코캠퍼스(eco-campus), 친환경 캠퍼스(eco-friendly campus), 그린캠퍼스(green campus) 등의 용어와 혼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Razak et al.(2011)은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대학의 물리적 개발 계획과 설계 과정에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2015년 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발표는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SDGs는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적 형평성과 사회적 포용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아젠다로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개념도 단순히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서 대학 운영, 교육, 연구, 구성원 참여 등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현재 많이 사용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평가 지표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STARS는 북미 대학을 중심으로 활용되며, 교육, 연구, 캠퍼스 운영, 기획・행정, 참여와 혁신 등 다양한 영역을 평가하여 캠퍼스 운영과 구성원 참여를 강조한다. 또한 AISHE는 유럽의 Dutch Foundation for Sustainable Higher Education(DHO)에서 개발한 지표로, 정체성, 사회적 소통, 연구 및 운영 등을 포함하여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Dawodu et al.(2022)는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설계하고 평가하기 위해 기존의 15개의 평가 기준을 종합하여 환경적, 교육적, 거버넌스 차원을 포함한 12개의 카테고리를 제안하였다<표 1>. 마찬가지로 Sugiarto et al.(2022)는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구성원의 행동 변화, 교육적 도구 및 물리적 시설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정의하며,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이를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캠퍼스의 모든 활동과 맥락을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캠퍼스는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 캠퍼스의 물리적 환경, 운영, 구성원 참여, 그리고 사회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UN SDGs 이후 더욱 강화된 개념으로, 대학 캠퍼스가 지속가능성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는 미래 지향적이고 포괄적인 가치 체계를 통해 대학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한국의 그린캠퍼스 개념과 한계
지속가능한 캠퍼스와 관련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은 그린캠퍼스이다. 그린캠퍼스 개념은 1995년 Heinz Family Foundation에서 발간한 ‘그린캠퍼스 청사진(Blueprint for a Green Campus)’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보고서는 모든 학문 분야에 환경 지식을 통합하고, 학부 환경 연구 강좌를 개선하며, 폐기물 저감, 에너지 효율 극대화, 지속가능한 건물 및 교통 계획 등을 권장사항으로 제시하였다(Stoss, 1998).
한국에서 그린캠퍼스는 녹색성장 기조와 맞물려 2009년 이후 정책적으로 도입되었다. 예를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는 정책 연구보고서(신의순, 2009)에서 그린캠퍼스를 대학 내 친환경 시설 조성 및 교육과정 개발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한 운동으로 정의했다. 또한, 조기찬(2011)은 그린캠퍼스를 재생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사용 최소화, 친환경 공간 조성으로, 신은영・김준하(2012)는 대학이 자발적 에너지 관리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캠퍼스로 정의한다. 이처럼 한국의 초기 그린캠퍼스 개념은 주로 ‘인프라’와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소통’이 그린캠퍼스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윤용권(2013)은 그린캠퍼스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과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해야 함을 강조한다. 서동현(2014)은 대학을 소규모 사회로 보고 그린캠퍼스를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을 목표로 한다. 김태영 외(2016)는 그린캠퍼스를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으로 설명하며, 방민애・최윤정(2016)은 이를 물리적・사회적 측면으로 나누어 지역사회 연계와 사용자 인식 제고를 포함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일환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린캠퍼스 개념은 지속가능한 캠퍼스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2017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그린캠퍼스는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교육, 연구, 운영, 지역사회 협력이 아우러지는 대학”으로 정의된다. 그린캠퍼스의 핵심 요소로는 환경과 구성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대학 운영, 구성원 참여 확대, 친환경 교육과 연구를 통한 자연환경 보존 등이 포함된다(최윤정, 2020). 즉, 한국의 그린캠퍼스 개념은 초기의 제한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그린캠퍼스 개념이 확장되어 가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그린캠퍼스 정책 추진 방향과 평가지표는 여전히 과거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그린캠퍼스 평가지표1)는 캠퍼스 친환경 인프라 구축과 같은 단기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간접 탄소 배출 대응과 같은 그린캠퍼스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검증할 체계는 부족하다(박현영, 17.9.4). 또한, 구성원 참여 항목은 일회성 행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거버넌스 개선과 같은 핵심 요소에 대한 평가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그린캠퍼스 추진은 대학 차원의 자발적 노력보다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2011년 환경부가 기획하고 한국환경공단이 지원한 그린캠퍼스 사업은 전형적인 정부 주도 사업으로, 대학들은 자율적인 전략보다는 정부의 기준에 맞추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대학들은 예산 확보를 위해 그린캠퍼스 사업 공모에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대학 간 협력보다는 경쟁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나영인, 13.6.3). 이에 대해 신의순(2012)은 진정한 그린캠퍼스의 실현을 위해 대학이나 그린캠퍼스협의회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는 유인책을 제공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 그린캠퍼스의 주요 한계로는 캠퍼스 생물 다양성과 자연 생태계 보호를 다룬 항목의 부재, 건강 프로그램 부족(H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관계자 인터뷰, 23.11.7), 식수 공급 문제(K대학교 대학원생 인터뷰, 23.11.14) 등 구성원 건강과 복지에 대한 고려 부족이 지적된다.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 보장이나 정보 제공이 미흡한 거버넌스 문제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한계는 한국의 그린캠퍼스 사업이 본래의 취지보다 외형적 성과와 단기적 목표에 치중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친환경 대학 문화 확산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라는 초기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고, 2023년에는 관련 예산이 일몰되면서 사업이 종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Ⅲ. 연구 분석틀과 연구방법론
1. 연구 분석틀: 지속가능한 캠퍼스 구성 요소
한국적 맥락에서 그린캠퍼스 지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나태준・이성희(2012)는 환경부의 그린캠퍼스 지표를 STARS, AISHE, ULSF,2) CSRC3)와 비교하고, AHP(Analytic Hierarchical Process) 전문가 설문 조사를 통해 별도의 지표 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그린캠퍼스 정책에서 참여자의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으며, 교육 및 연구, 공공 참여, 인적 자원 항목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참여와 거버넌스 측면이 경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오준걸・염대봉(2018)은 환경부의 그린캠퍼스 지표를 STARS 및 ISCN-GULF(International Sustainable Campus Network-Global University Leaders Forum)와 비교한 결과, 건축물 간 차등 점수 부여, 평가 항목 확대, 피드백 및 보상 항목 신설 등의 보완책을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최윤정・정연홍(2018)은 해외 사례를 통해 그린캠퍼스 추진 요소를 분석하고, 설문조사와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활용해 한국 그린캠퍼스의 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한국적 상황에 맞게 대학 행정, 연구 및 교육, 참여, 캠퍼스 물리적 환경을 평가 항목으로 설정했다. 또한,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제시하여 한국의 특수한 맥락에 적합한 그린캠퍼스 모델을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그린캠퍼스 정책의 문제점을 피상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고, 설문조사와 FGI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이자 실질적 사용자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실제 사용자 경험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이처럼 기존 연구들은 국내외 다양한 지속가능한 캠퍼스 선언과 지표를 비교하고, 한국적 맥락에 적합한 그린캠퍼스 모델을 제안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주요 이해관계자인 학생, 교직원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참여와 거버넌스 측면에서 구성원의 실질적 역할이 배제되었다는 한계를 보였다. 또한, 국제적 동향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최신 요소, 예를 들어 탄소 배출 범위(SCOPE 1, 2, 3)와 같은 항목이 적절히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외 지속가능한 캠퍼스 선언과 지표를 통합적으로 검토하여, 한국적 맥락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캠퍼스 구성 요소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그린캠퍼스 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학생과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구성원의 참여와 거버넌스를 강화하였다. 또한,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탄소 배출 범위(SCOPE 1, 2, 3)를 새로운 평가 요소로 포함시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그린캠퍼스’ 대신 ‘지속가능한 캠퍼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린’은 친환경에만 초점을 맞춘 협소한 개념인 반면, 지속가능성은 SDGs와 같이 친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를 포괄한다. 둘째, 한국에서 그린캠퍼스는 환경부의 지원 사업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며, 해당 사업이 이미 종료된 점을 고려했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을 위한 요소를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였다. 이를 통해 캠퍼스 조성, 사회적 책임, 구성원 거버넌스, 교육 및 연구의 각 영역에 세부 항목을 구성하여, 캠퍼스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각 영역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였다. 또한, 대학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함으로써 대학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네 가지 카테고리의 세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캠퍼스 조성은 물리적 인프라와 자원 관리를 다루며, 세부 항목으로 다음을 포함한다. ① 건물은 에너지 효율적 설계와 운영을 통해 직접적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한다. ② 교통은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과 캠퍼스 내 교통체계 개선을 통해 직・간접적 탄소 배출을 줄인다. ③ 수자원은 물 소비 저감과 재활용 시스템 도입으로 지속가능성을 증진한다. ④ 식생은 녹지 공간 확대와 생물다양성 증진으로 탄소 흡수와 기후변화 완화를 도모한다. ⑤ 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관리를 추진한다. ⑥ 폐기물은 폐기물 저감과 재활용 촉진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한다.
둘째, 사회적 책임은 대학의 외부 상호작용을 다루며, 다음을 포함한다. ① 대학 운영은 지속가능한 캠퍼스 운영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장기적 계획 수립을 목표로 한다. ② 지역사회 연계는 지역사회와 협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셋째, 구성원 거버넌스는 대학 내 참여와 투명성을 다루며, ① 정보 공개는 지속가능성 정책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② 활동 참여는 구성원의 참여를 통한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를 촉진한다.
넷째, 교육 및 연구는 학문적 성과와 교육적 역할을 다루며, ① 교육은 구성원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인식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② 연구는 지속가능성 연구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연구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 세부 항목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구의 지정폐기물 저감 노력은 연구뿐만 아니라 폐기물 항목에도 포함될 수 있으며, 지역사회 연계 활동이 에너지 협동조합 형태를 취하면 에너지 항목과도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세부 항목은 대학의 지속가능한 캠퍼스 활동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
2. 연구 방법론
본 연구는 K대학교의 그린캠퍼스 사업에 대한 단일사례연구(Single Case Study)로 심층 인터뷰와 문헌조사를 병행했다. 단일사례연구는 특정 사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독창적인 현상을 이해하거나 새로운 이론을 개발・검증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질적 연구 방법이다(Yin, 2018). 이 방법은 사례를 둘러싼 맥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며, 복잡한 사례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기에(Creswell & Poth, 2018), 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업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 단일사례연구를 통해 K대학교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례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통찰을 도출할 수 있으며,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한편, 현재 단일 캠퍼스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국민대를 대상으로 한 이호상 외(2004)와 서울대를 대상으로 한 전영승(2009)의 연구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는 K대학교 사례를 통해 그린캠퍼스의 구체적인 추진 과정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캠퍼스에 대한 사례연구를 추가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단일사례연구의 대상으로 K대학교를 선정했다.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듯, K대학교는 환경부의 그린캠퍼스 사업에 두 차례 선정된 사립대학 중 하나이다. 사립대학이라는 특수성은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립대와는 차별화될 수 있다. 국립대인 서울대와 인천대는 정부 지원과 정책에 의해 그린캠퍼스 사업을 추진했으나, K대학교는 사립대학으로서 자발적으로 그린캠퍼스 활동을 시행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 사업에 다수 선정된 사립대학 중에서도 재학생 수와 캠퍼스 면적 면에서 가장 크며, 도심 지역 내에 위치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는 도심 캠퍼스가 지역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공간적・환경적 특수성을 탐구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더불어, K대학교는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그린캠퍼스 사업과 관련된 풍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 연구자가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K대학교 사례의 분석을 보완하고, 그린캠퍼스 사업의 추진 과정과 결과를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와 문헌조사를 병행하였다. 심층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린캠퍼스 사업의 현황, 문제점,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질문이 설계되었다. 질문은 학내 구성원과 환경 전문가의 관점 차이를 반영하여 두 세트로 나누어 구성했다. 학내 구성원에게는 사업에 대한 참여 동기와 활동 평가를, 환경 전문가에게는 사업의 효과성과 정책적 개선 방향을 중점적으로 질문했다.
인터뷰 대상은 그린캠퍼스 사업의 이해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학내 구성원으로는 교직원, 연구원, 학생 등이 포함되어 사업의 추진 과정과 결과를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데 유용했다. 특히, 교직원은 그린캠퍼스 업무를 수행하는 당사자이며, 학생은 사용자 관점에서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선정되었다. 외부 전문가는 객관적 평가와 정책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 연구소 관계자와 환경을 전공하는 대학교 교수 등이 포함되었다4)<표 4>.
이러한 대상 구성은 학내 구성원의 실질적 경험과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평가를 동시에 반영함으로써, 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업에 대한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인터뷰 과정은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과 필기 기록을 병행했으며, 대부분의 발언은 텍스트로 전사되었다. 이 과정은 데이터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 참여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전사된 텍스트는 주제별로 코딩되어 주요 패턴과 의미를 도출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린캠퍼스 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심층적 통찰을 확보했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는 지속가능한 캠퍼스와 관련된 다양한 문헌과 자료(자료집, 신문기사, 발표자료, 책자)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였다. 특히, 하버드와 도쿄대학 등 해외 대학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례와 비교할 수 있는 준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K대학교 사례와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을 위한 주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Ⅳ. 사례 분석
1. K대학 그린캠퍼스 사업의 맥락
그린캠퍼스 정책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 축사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계기로 본격화되었으며, 이후 여러 대학 협의체가 설립되어 자율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2011년부터 환경부 주도로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예산과 기술 지원이 제공되며 그린캠퍼스 사업이 추진되었고, 2016년까지 총 40개 대학이 참여했다. 2011년 10개교, 2012년 5개교, 2013년 5개교, 2014년 10개교, 2015년 5개교, 2016년 5개교가 선정되었다(환경부 그린캠퍼스 홈페이지 참조).
이후 자율적 조성과 포상 방식으로 전환되었다가, 2019년에 지원 규모가 확대되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그린캠퍼스를 조성한 후 포상・지원을 받는 형태로 개편되었으나, 2019년 이후에는 대학당 연간 1억 2천만 원을 3년간 지원하고, 기술 지원도 재도입되며 규모가 대폭 확대되었다(환경부 그린캠퍼스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2023년 정부 예산 삭감으로 그린캠퍼스 사업은 13년 만에 종료되었다. K대학교는 이 기간 동안 두 차례 그린캠퍼스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1기와 2기의 주요 진행 사항은 다음과 같다.
2008년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창립과 함께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 기관회원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새 총장 취임 후 복지환경(Environment & Welfare) 개선을 위해 녹색경영 실천을 선언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관리와 운영 체제 강화를 위해 에너지위기관리대응팀과 그린캠퍼스 위원회를 설치했다. 둘째, 연구・교육 강화를 위해 환경 연구소 지원, 에너지환경대학원 설립, 녹색시민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셋째, 친환경 캠퍼스 조성을 위해 LED 조명 교체, BEMS 구축, 환경동아리 지원, 홍보대사 임명, 그린캠퍼스 레터 발간 등을 추진했다. 넷째, 지역사회 협력을 위해 담장 허물기 사업을 시행하고 성북구 및 7개 대학과 MOU를 체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K대학교는 2013년 그린캠퍼스 사업 대상 대학으로 선정되어 LED 형광등 교체, 조명 제어 장치 설치, 냉난방시설 관리, BEMS 구축을 시행했다. 또한 홍보대사 활동, 그린 영화제・바자회・공모전 개최, 녹색시민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내・외 홍보와 지역사회 소통을 강화했다. 이로써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종합상황실 설치로 연간 6억 9천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표 5>. 홍보대사 활동은 2021년까지 이어졌다.
K대학교는 2022년 7월 그린캠퍼스 사업에 재선정되어 지속가능한 캠퍼스 운영, 친환경 교육과정 지원, 탄소중립 교정 조성 등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UN-SDSN의 국내 네트워크인 SDSN-Korea 사무국을 대학 내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에 설립해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실천을 강화했다(K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23.9.26).
2020년 이후 지속가능발전 관련 심포지엄과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SDGs 백서를 발간해 다양한 목표와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2021년에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ESG) 위원회를 신설하여 정책과 운영을 총괄하고, 2022년 탄소중립 선언식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에는 환경부의 ‘그린리더십 인증 교과과정 운영대학’으로 선정되어 학부생들이 관련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 1기에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었으나, 2기에서는 교육과 구성원 인식 개선까지 포함하여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진 과정에서 한계가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2. 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업 분석
K대학교는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환경부 그린캠퍼스 사업에 두 차례 참여했으나, 여전히 서울시 건축물 중 에너지 소비가 15위(대학 중 2위)로 많고, 성북구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다(서울시 녹색에너지과, 2021).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표 6>. 이는 그린캠퍼스 정책이 친환경 캠퍼스 조성, 대학의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지속가능한 캠퍼스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K대학교의 그린캠퍼스 사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대학교 그린캠퍼스 담당자는 그린캠퍼스가 대학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K대학교 그린캠퍼스 담당자 인터뷰, 23.7.28). 에너지 단가 급등과 180% 이상 인상된 가스세로 인해 캠퍼스 운영에서 에너지 절감은 필수적이며, K대학교의 탄소중립 계획도 이와 부합한다. K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연구원은 캠퍼스 탄소중립 계획을 작성할 때 직접배출(SCOPE 1, 2)과 간접배출(SCOPE 3)을 구분하고, 특히 직접배출 저감을 위해 건물과 에너지 분야에 집중했다고 밝혔다(K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23.9.26).
전문가들도 이러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환경 연구소 소장은 캠퍼스 탄소중립의 핵심 요소로 건물과 에너지를 꼽으며, 건물 개선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임을 강조했다(S 환경 연구소 소장 인터뷰, 23.11.15). H대학교 교수는 K대학교의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한 건물별 에너지 소비 패턴 분석, LED 전등 교체, 화장실 자율센서 설치, 조명제어 시스템 도입 등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주목할 만한 성과로 언급했다(H대학교 교수 인터뷰, 23.11.20).
그러나 폐기물, 교통, 재생에너지, 수자원, 식생 등 분야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SCOPE 3 영역에서의 저감 노력이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폐기물 분야의 경우, K대학교에서는 월 평균 약 120~180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며, 수거는 캠퍼스 미화노동자가, 처리는 외부 용역업체가 담당한다. 외부 업체는 차량을 통해 폐기물을 처리 시설로 운송하고,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은 중간 가공 후 재활용되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은 재생고체형연료(SRF)로 재가공된다(경영지원팀 인터뷰, 23.7.28; 박성수, 18.4.9).
그러나 K대학교의 폐기물 대책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탄소발자국5)과 추가 오염이 발생한다. K대학교의 폐기물은 약 85km 떨어진 평택시로 운송되며, 이 과정에서 약 857.9kg의 CO2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 탄소발자국 계산기 기준6)). 둘째, 캠퍼스 내 건물마다 일관된 분리수거 시스템이 없어 구성원의 분리배출 인식 개선이 어렵다. 셋째, 음식물 쓰레기 저감 및 분리 배출 노력이 부족하다. 캠퍼스 내 식당과 카페의 음식물 쓰레기는 각 업체가 자체 처리하여 발생량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일부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와 혼합되어 버려진다. 넷째, 대형 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 성북구청에서 처리하나 처리량이 제한적이며, 일부 위치에서는 무단 투기가 발생하고 있다.
K대학의 폐기물 관리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하버드대학교와 도쿄대학교의 선진 폐기물 관리 방식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하버드대학교는 캠퍼스 내 분리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 폐기물 배출을 20% 이상 감축했으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도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Harvard University, 2023). 한편, 도쿄대학교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에 대해 대체 처리 방안을 개발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도쿄대학교의 데이터 기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은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분석하여 최적의 처리 방법을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The University of Tokyo. 2022). 이 두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단순한 처리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접근으로 전환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폐기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구축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통 대책 역시 K대학교의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탄소중립계획에 따르면 대학 운영 화석연료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으나,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이동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캠퍼스 내 교통 환경은 화석연료 차량 사용을 억제하거나 대체 교통 수단을 제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도쿄대학교는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며, 차량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속가능한 교통 수단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7). 이러한 대책은 구성원들이 화석연료 차량 대신 친환경 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도쿄대학교의 사례는 K대학 교통 대책이 단순히 차량 교체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K대학교 역시 자전거 도로 확충, 전기차 충전소 설치, 그리고 캠퍼스와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셔틀버스 운영 등을 통해 교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구성원들에게 지속가능한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친환경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활용 계획 역시 구체성이 부족하다(H대학교 교수 인터뷰, 23.11.20). 탄소중립계획에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탄소중립 목표가 있으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과 잉여 전력의 지역 공동체 공급을 언급했으나, 현재 마이크로그리드 관련 사업은 중단된 상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김희래・박윤균, 19.4.23).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치 단가 현실화 및 발전 효율 강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지만, K대학교 계획에는 이러한 사항이 누락되어 있다.
캠퍼스 내 식생・수자원 관리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에는 탄소 배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여 환경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캠퍼스 내 다양한 흡수원 구축과 식수 공급 강화가 필요함을 다음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대학교 지속가능성)보고서 보니까 흡수원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숲을 더 조성한다 이게 있는데 그거는 있지만 농업이나 먹거리 교육 이런 부분이 조금 잘 안 보여요 (H대학교 교수 인터뷰, 23.11.20).
제가 이제 외국 대학들 같은 데 가봤을 때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그냥 진짜 많은 학생들이 물통을 큰 물통을 들고 다니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아무 데서나 물을 틀 수가 있었는데 사실 우리는 정수기가 있는 곳이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이 학교 전체 그래가지고 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실제로 뭔가 이제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 먹지 않으면 물을 뜰 때가 마땅치 않다는 게 큰 문제고요 (K대학교 대학원생 인터뷰, 23.11.14).
이렇듯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K대학교의 노력은 건물과 에너지 분야에서는 일정 성과를 거두었으나, 폐기물, 교통, 재생에너지, 수자원, 식생 등의 분야에서는 부족한 점이 확인된다.
K대학교의 사회적 책임성을 평가하기 위해 대학 운영과 지역사회 연계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K대학교는 캠퍼스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자체 논의 기구로 지속가능원을 운영 중이며, 이 조직은 2008년 사회봉사단으로 출범해 2021년 사회공헌원으로 승격된 후, 2024년 6월 5일 지속가능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지속가능원 산하에 ESG 위원회를 두어 비전, 미션, 중점 활동을 설정했으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1명에 불과해 인력과 조직이 부족하다. 또한 부서 간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지속가능한 캠퍼스 추진이 대학 운영에서 후순위로 인식되고 있다(K대학교 환경 동아리(1) 단장・팀장 인터뷰, 23.10.15).
대학 운영 과정에서 SCOPE 3 저감을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도 상당 부분 누락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물품 구매, 친환경 자재 사용, 로컬푸드 제공, 채식 프로그램 등 구성원의 건강과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부재하다. 또한, K대학교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성도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저도 여기 성북 기후행동에 이제 소속이 되어 있고 성북구에 살고 있지만, 동에서 그리고 성북구청에서 K대학교와는 접촉이 안돼요. ...대학들은 모든 문제에서 이렇게 굉장히 면제된 특권적 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K대학교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 문제가 조금 더 지역적 차원에서 이렇게 같이 논의를 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H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관계자 인터뷰, 23.11.7).
K대학교가 지금 캠퍼스가 어쨌든 자연대하고 문과대, 의대까지 해가지고 엄청 넓죠. 그러면 성북구 전체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 중에 K대학교가 차지하고 있는 게 얼마만큼이냐 이제 그걸 파악을 하고, 지역사회에서 K대학교가 그런 리더십을 좀 보여야 되는 것도 있고 캠퍼스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그게 몸에 밸 수 있도록 이제 계속해서 프로그램 해야 되는 거죠.(S 환경 연구소 소장 인터뷰, 23.11.15).
위 인터뷰 내용은 K대학교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한편, 그로 인해 특권적 위치가 형성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부족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과거 그린캠퍼스 추진 초기에는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다. 더욱이, 성북구 내에서 K대학교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에도 지역 환경과 사회에 대한 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K대학교의 사회적 책임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구성원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구성원의 참여 정도와 학내 환경 관련 정보 공개 수준을 확인한다. 구성원의 참여를 분석한 결과, K대학교의 그린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 홍보와 안내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었으나, 많은 경우 행사가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과정이 아닌, 행사 자체를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구성원의 탄소중립 의식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사를 꾸준히 여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속성 없이 불규칙적인 이벤트 위주로 진행될 경우 인식 제고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S 환경 연구소 소장 인터뷰, 23.11.15).
실제로 환경 동아리에 참여 중인 학부생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대학 측의 그린캠퍼스 노력에 대해 ‘일회용 컵 수거기 설치, 분리수거함 설치, 탄소중립 관리자 모집, 대동제 미니멀웨이스트 캠페인 기획, 환경의 날 행사’ 등 일회성 행사와 인프라 설치만을 인식하고 있었다(K대학교 환경 동아리(1) 인터뷰, 23.10.15). 이처럼 학부생들의 그린캠퍼스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욱 두드러졌다.
제 주변에서 들어보면 그린캠퍼스 막 이러면서 에타 반응도 냉난방 관련해서 욕이 엄청 올라오면 그게 핫 게시물에 가고, 거기 댓글로 아예 다 그린캠퍼스 때문이다. 거의 밈(meme)처럼 심지어 게시물인데 그린캠퍼스 때문이야 이런 글들이 달려 있는 거죠(K대학교 환경 동아리(2) 인터뷰, 23.9.22).
더구나 구성원의 제한적 참여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완성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K대학교 ESG 위원회는 보직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평교수, 학생, 교직원 등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배제는 캠퍼스 환경 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정보 접근을 어렵게 하고 구성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학 측은 일부 전문가 집단의 참여로 이를 보완하고자 하나, 외부 인사는 캠퍼스 내부 상황을 충분히 알기 어려워 심도 있는 의사 결정에 한계가 있다.
정보 공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에너지 사용 현황 등 다양한 정보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 1기 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 활용 현황을 실시간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했으나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활용 관련 통계는 탄소중립 자산관리 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지며 실시간 자료도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그린캠퍼스 정책 소개는 시설운영팀이 아닌 안전관리팀 홈페이지를 통해 접근해야 하고, 관련 자료는 2019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K대학교의 그린캠퍼스는 해외 대학과 비교할 때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난다. 하버드대학교는 ‘Living Lab’ 개념을 도입해 캠퍼스를 지속가능성 혁신의 실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구성원들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데이터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행동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8) 도쿄대학교 역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9) 이러한 투명성과 협력의 원칙은 K대학교가 구성원 신뢰를 쌓고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린캠퍼스 시행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K대학교는 구성원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어, 거버넌스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캠퍼스 실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교육과 연구이다. 구성원의 참여와 동의를 원활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실천 중심의 교육이 필수적이다(K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23.9.26; H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관계자 인터뷰, 23.11.7; S 환경 연구소 소장 인터뷰, 23.11.15). 구성원 인식 개선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든 전문가와 인터뷰 대상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대학은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서 캠퍼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연구시설을 갖춘 캠퍼스는 테스트베드(Testbed)나 리빙랩(Living Lab)으로 활용될 수 있다.
K대학교는 구성원 교육의 일환으로 ‘그린리더십 인증 교과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2023년 5월 환경부에서 선정된 이 과정은 준비 단계를 거쳐 2024년 2학기에 시행되며, 구성원들이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린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한다(K대학교 환경 관련 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23.9.26). 이러한 노력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환경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K대학교는 지속가능성 관련 과목이 교양 과목 일부로만 제공되며, 졸업 필수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대학원생 및 교직원은 학부생보다 캠퍼스 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탄소 배출 요인이 더 많지만, 이들을 위한 환경 교육이 없는 점도 지속가능한 캠퍼스 실현의 장애가 되고 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과 교직원을 위한 체계적인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구성원들이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이를 실천으로 연결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계는 하버드대학교와 도쿄대학교의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하버드대학교는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학문적 교육과 실질적 실천을 결합하여 구성원들에게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내재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Harvard Univ., 2023). 이는 K대학교가 지속가능성을 전공과 교양 모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함을 시사한다. 도쿄대학교도 ‘Todai Sustainable Campus Project(TSCP)’를 통해 캠퍼스를 리빙랩(Living Lab)으로 활용하며, 연구와 실천을 결합한 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The University of Tokyo , 2022). 이 모델은 단순한 강의실 학습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K대학교는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구성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캠퍼스를 실험적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리빙랩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지속가능성을 이론과 실천의 결합을 통해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 모델은 K대학교의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현재 K대학교는 다양한 연구소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그린캠퍼스 정책 담당 부서가 부재해 지속가능성 연구뿐 아니라 학생 단체, 연구원, 교직원, 교수 간 협업이 어렵다. 지속가능원은 기존 사회공헌원에서 명칭이 변경된 조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원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해 대학 차원의 리빙랩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이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실천적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학 캠퍼스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캠퍼스 논의는 주로 기준과 지표 형태로 나타났으며, 각 지표는 목적과 가치 판단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한국적 맥락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는 ‘그린캠퍼스’로 정의되었고, 친환경 시설 조성과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관 주도의 정책 추진으로 인해 내실보다는 외형적 성과에 치중하여 2023년에는 사업이 종료되었다.
본 연구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캠퍼스 연구와 그린캠퍼스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한국의 그린캠퍼스 개념과 정책의 장단점을 규명하고자 했다. 본 연구의 의의는 지속가능한 캠퍼스 관점에서 기존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적 맥락에 적합한 분석 틀을 새롭게 제시한 데 있다. 본 연구는 단순한 지표 설정을 넘어, 캠퍼스 조성, 사회적 책임, 구성원 거버넌스, 교육 및 연구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전략적 요소를 제시하였다. 이 분석 틀은 기존 논의에서 간과된 주요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동시에, 최신 지속가능성 요소인 SCOPE 1, 2, 3을 포함하여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캠퍼스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대학의 목표 설정과 실행을 지원하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했다.
분석틀에 근거한 K대학교 사례 분석 결과, 캠퍼스 조성 측면에서는 건물과 에너지 절감에서 성과가 있었으나 폐기물, 재생에너지, 교통, 수자원, 식생 분야에서는 미흡했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조직과 인력 부족, 실천적 행동 부족, 지역사회 연계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 부족, 정보 공개의 제한이 문제였으며, 교육 및 연구 측면에서는 필수 교육 프로그램 부족과 지속가능성 연구와 활동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부각되었다.
대학 캠퍼스의 친환경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린캠퍼스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실천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째, 캠퍼스 조성 측면에서 SCOPE 3 영역의 탄소 배출 저감을 강화하고, 교통, 수자원, 식생,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수립한다. 예를 들어, 폐기물 정책에서는 발생 감소(Reduce)를 최우선으로 하고,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을 추진한다(H대학교 환경 연구소 관계자 인터뷰, 23.11.7). 둘째,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부서를 신설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캠퍼스 유휴 공간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해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한다(H대학교 교수 인터뷰, 23.11.20). 셋째, 구성원 거버넌스 측면에서 구성원이 탄소중립 목표에 공감하고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와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예를 들어, 대학 행사에서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해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한다(S 환경 연구소 소장 인터뷰, 23.11.15). 마지막으로, 교육 및 연구 측면에서 환경 교육을 필수 프로그램으로 강화하고,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를 확대하여 연구 성과를 실천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나아가 이러한 실천 계획을 통해 K대학교는 그린캠퍼스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로의 전환을 이루고,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캠퍼스에 대한 총체적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단일 사례 연구의 특성상 K대학교의 사례를 다른 대학에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둘째, 그린캠퍼스 사업의 종료 과정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업 관계자와의 충분한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지속가능성 교육의 효과나 지역사회와의 협력 성과를 정성적으로는 분석했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들을 보완하여 그린캠퍼스 사업의 종료 원인과 과정을 보다 명확히 규명할 것이다. 또한, 비교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캠퍼스로의 전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자 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고려대학교 대학정책연구원의 「2023 대학혁신지원사업」 대학혁신정책연구보고서 ‘에코 캠퍼스 조성을 통한 대학브랜드 제고 방안’을 학술 논문 형태로 재구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논문의 심사과정에서 논평을 주신 익명의 심사자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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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미국 럿거스대학교에서 도시계획 및 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7년부터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분야는 도시행정, 지역개발, 정책학(산업/지역/도시정책)으로, 주요 (공)저서로는 일상도시 서울: 민선 시정 30년 서울 시민의 삶, Globalisation and the Politics of Forgetting,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Second Tier Cities: Rapid Growth Beyond the Metropolis 등이 있다(yongsook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