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관련 법제 현황 검토 및 개선 방향
초록
산사태를 비롯한 여러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자연재해 관련 법률들이 다소 산만하게 형성되었다. 그래서 각 법률의 내용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 관련 규정들 간의 복잡성, 난해성, 중복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법률과 법률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현재 산사태 예방시설에 대한 공법, 소재, 조형미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경사지나 절개지 등 전국 곳곳에 설치되는 산사태 예방 시설이 자연경관과 조화되는 조형미를 갖추도록 하고, 친환경적으로 조형되도록 법적 원칙과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물론 산사태라는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1차 목표다. 하지만, 산사태 예방시설 하나를 설치할 때에도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작은 시설 하나가 국토 산하 전체의 아름다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는 각성이 요구된다.
Abstract
Due to the rush to respond to various natural disasters, including landslides, laws related to natural disasters have been written and implemented in a somewhat sporadic and uncoordinated manner. Therefore, a problem arises where a significant portion of laws’ contents overlaps. Issues of complexity, incomprehensibility, and redundancy among landslide-related regulations must be resolved. Additionally, it is necessary to strengthen the linkages between related laws and regulations.
Meanwhile, the legal basis for the construction methods, materials, and aesthetics used in landslide prevention facilities remains inadequate. Legal principles and standards must be established to ensure that landslide prevention facilities throughout the country, including on slopes and incised areas, have a formative beauty that harmonizes with the natural landscape and are designed in an eco-friendly manner. while; preventing landslide disasters is the most important and primary goal. when installing landslide prevention faciliies, great care must be taken to ensure harmony with the natural landscape. We must realize that even small facilities are important elements of entire country’s overall beauty.
Keywords:
Forest, Landslide, Slope, Steep Slope, Forest Disaster, Natural Disaster키워드:
산림, 산사태, 경사지, 급경사지, 절개지, 자연재해I. 들어가며
1. 산사태 예방의 중요성 재인식
자연환경은 실로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기암괴석 지대에서 너른 들판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다시 절벽, 계곡이나 강 등으로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형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 자연이 빚어놓은 모습에 경외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자연환경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림1)은 기상・기후나 지진 등 자연적 작용에 의한 형세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간섭에 의해서도 형세 변화를 겪게 된다. 인위적 형세 변화 요인에는 택지・도로・공장・축사・터널 조성, 태양광 시설 설치, 벌목, 그밖에 각종 공공시설물・공작물 설치 등 다양하다. 인위적인 행위는 직간접적으로(어떤 식으로든) 산림을 침식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산림은 인류와 문명의 지속을 위한 필수적・절대적 상수로서, 기후위기 해결책으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류는 산림이 주는 혜택과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에 그치지 않고, 생태적 문명으로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이 흐름에 동반하여, 새로이 설치하는 시설을 어떻게 자연에 최대한 조화되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미 훼손된 형세를 어떻게 최대한 자연에 조화되게 복원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림 복원은 부자연스럽게 변형되거나 파괴된 산림을 원형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조치다. 산불 피해지 복원, 벌목지 복원, 산사태 발생지 복원, 집단묘지 지역의 녹화 등 규모감 있는 다양한 복원 사업 사례들이 있다. 이외에도 산림 속에 설치되어 있는 송전탑, 헬기장, 송신탑 등 각종의 인공 건축물 일대를 복원하는 소규모 사업 사례도 다양하게 찾아진다.
한편, 산사태 예방시설2)은 산사태 등의 재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시설(구조물)이다. 흙막이, 보막이, 돌수로, 사방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전국에 걸쳐 조성되고 있는 산사태 예방시설에 활용되는 공법이나 소재 및 조형(외형)이 일률적이지는 않다. 어떤 곳은 상당히 자연과의 조화를 고민한 면모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곳은 정말 아무런 철학 없이 시공했다고 여겨지는 곳도 있다.
집중호우 및 태풍, 기후변화 영향 등과 더불어, 산림지역에 대한 인위적인 개발이 계속되면서 산사태도 전국 곳곳에 걸쳐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산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그 가운데, 국민의 머릿속에 산사태의 파괴력과 위험성을 각인시킨 것은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사건이라 할 수 있다.3) 이 사건을 계기로 산사태 재해 대응체계가 일제히 정비되었고, 실제 눈에 띄게 산사태 감소 효과로 이어졌다. 다만 행정적 관리와 사회적 인식이 느슨해져서인지, 2016년경부터 다시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사태라는 자연재해4)는 특성상 사전 예측이 쉽지 않고, 일순간에 (피해) 상황이 발생한다. 인명 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는 대형 재난에 속한다. 여러 자연재해 유형 가운데 가장 실생활에서 밀접하게 체감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전국에 걸쳐 인위적인 산림 훼손이 가속화되면서 산사태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산사태와 관련된 법제(법령・법체계)가 적절히 구축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2. 산사태 법제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
국토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당연히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토 지형 특성을 고려한 주체적이고 실효적인 산사태 예방 정책과 사업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정책 추진, 사업 추진, 전담조직 운영, 행정력과 예산 투입, 민관 협력, 정보 관리 등을 위해서는 법제(법령・법체계)를 최적화된 상태로 구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우리나라는 산사태 등의 예방적 관리・사후 조치 등을 위해서 「사방사업법」, 「급경사지법」, 「산림보호법(제5장)」 등이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산지전용, 산지일시사용, 토석채취 또는 복구를 하고 있는 산지에서의 토사유출, 산사태 등 재해 방지 및 복구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산지관리법(제4장)」도 있다. 이외에도 산사태와 관련된 규정들이 여러 법령에 걸쳐 여기저기 산개(散開)해 있다.
이러한 법제 현황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는 산사태 재해 대응이라는 1차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법적 준거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산림행정 실무자나 산림기술 전문가들조차도 상당히 산만하고 중첩(중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현재의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의문시된다.
현재 정부의 산사태 정책은 예방 체계 운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산림청이 밝힌 산사태 방지 대책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사고 예방이 제일 중요한 것이므로 당연한 것이고 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부터는 산사태 예방 정책-사업-시설이 미치는 그 밖의 사회적 여파나 다차원적 가치 발현 측면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지금까지 대세를 이루어온 산사태 예방 시설 등의 ‘설치 관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재해 방지를 위한 시설 설치 사업의 긴급성, 사업비의 여력, 지역과 지형 내지 산지 특수성 등은 물론 감안되어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엔지니어링 기술, 새로운 공법들을 적극 개발하고 적용해서, 어디까지나 인공구조물일 수밖에 없을지라도, 산사태 예방시설이 최대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방향, 친환경적 소재로 조성되도록 하는 방향, 오고 가는 사람들 -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편안한 자연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방향으로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산사태 예방시설이 전국에 걸쳐 그 수가 매우 방대하고, 향후에도 그 두 배, 세 배 이상 더 촘촘하게 설치되어야 하는 한,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생태적 기능성 측면, 경관적 측면에 대한 고민, 공법・소재・조형미 등에 대한 기준과 규범화를 서둘러 정립(강화)해야 할 것이다.5)
요컨대, 본 논문은 현재 시행중에 있는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의 현황을 살펴보고 특징이나 문제점을 도출하고자 하며, 보충적으로, 산사태 관련 시설의 자연환경・경관과의 조화를 위한 원칙, 공법, 소재, 조형 등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화 방향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6)7)
Ⅱ. 산사태 관련 법제 현황과 검토
1. 산사태 관련 법제 현황
산사태를 예방하거나 사후적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들이 여러 법률에 걸쳐 규정되어 시행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법제화되어 있는지 이를 산사태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률과, 산사태를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법률(산사태 정책을 직접 관장하는 법률)로 나눠 볼 수 있다.
산사태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제로는 첫 번째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은 방재지구(풍수해, 산사태, 지반의 붕괴, 그 밖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구) 지정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제37조). 핵심은 지정된 방재지구 안에서는 풍수해・산사태・지반붕괴・지진 그 밖에 재해 예방에 장애가 되는 건축물을 건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8)
두 번째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다. 이 법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농촌 영향 및 취약성 평가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제47조의2). 이 평가는 5년마다 실시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에서 이 평가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내용 중 하나로, 산불・산림병충해 발생과 더불어 ‘산사태’를 명시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임업 분야의 산사태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관관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라는 취지이다.
세 번째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10년마다 관할 지역에 대한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당부하고 있다(제6조). 그런데,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제1항에서 이 조성・관리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으로‘2. 도시숲등의 기능 구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고, 이 제2호를 다시 구체화하기 위하여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에서 7가지로 재차 명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재해방지형 도시숲등’을 설정해 두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이 재해방지형 도시숲등은 ‘홍수・산사태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거나 소음・매연 등 공해를 완화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부연해 두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의 산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생태적 산지전용기준 제도를 마련해 두면서(제14조), 이 기준에 ‘2. 산지의 토양이 보전되도록 오염 방지 및 산사태・토사유출 등 재해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비록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 산지관리에 국한하여 적용되는 생태적 산지전용기준이기는 하지만, 산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를 예방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중요한 전용 허가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섯 번째로,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법에 따라 2022년부터 직접지불금 제도가 시행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제11조를 보면, 임산물생산업 직접지불금을 지급받으려면, 직접지불금 수급 대상자는 ‘산지의 형상과 기능을 유지할 것,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정 기준 내로만 사용할 것, 임업과 산림의 공익기능 증진 관련 교육을 이수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제16조에 따라 육림업 직접지불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에게도 ‘1. 산지의 형상 및 기능을 유지할 것’ 등 동일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제11조와 제16조에서 동일하게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산지의 형상 및 기능을 유지할 것’의 의미는 다소 모호해서 해석상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제1항제2호와 제24조제1항제2호에서 이를 좀 더 구체화해 두고 있다. 즉, 각각 ‘2. 산불・산사태・병해충 방지 등 산림보호를 위한 예방활동과 산림환경 정화활동을 수행할 것’을 동일하게 명시하여, ‘산사태 예방 노력’등을 직접지불금 지급 조건의 하나로 설정해 두고 있는 것이다.9) 정책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국공유림 산림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사태 예방 관리가 취약할 수 있는 사유림에 대해서도 산사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둔 취지로서, 임업인들에게 상당히 유효한(신경 쓰이는) 규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섯 번째로,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재해위험저수지・댐을 지정하고 이를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제9조). 이를 보충하여 같은 법 시행령 제9조제1항제2호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저수지・댐에 퇴적물이 축적되어 홍수 대응 능력이 부족하게 되는 등 재해가 우려되는 저수지・댐’을 재해위험 저수지・댐으로 지정할 것을 명시해 두고 있다. 저수지나 댐 지역은 당연히 급경사지나 절벽・절개지가 많고 수원으로 인하여 산사태나 토사 유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므로, 특별히 집중 관리를 강조하기 위해 지정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로,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도 산림청장으로 하여금 산불, 산사태, 병충해,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로부터 탄소흡수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화수림대’ 및 ‘해안방재림’10)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제11조 / 시책의 수립・추진). 내화수림대와 해안방재림은 산불 확산 방지 목적도 있지만, 산사태를 예방하는 효과도 고려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풍수해보험법」이 찾아진다. 이 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거나 지원받는 자, 국고나 지방비의 지원을 받는 자 등에게 일정 기간 풍수해보험을 가입・유지하도록 하는 권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제23조제1항). 물론 법문의 표현상으로는 동의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하여, ‘산사태 취약 지역(「산림보호법」 제45조의8에 따라 지정된 지역을 의미)’ 등에 대해서 특히 풍수해보험 가입을 촉진시키기 위한 추진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제23조제2항). 물론 이 규정의 제도적 성격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전적 수단은 아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풍수해로 보고 그 피해를 보전하여 지역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산사태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제에는 대체로 위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8개의 법률과 관련 하위법령들이 찾아진다. 살펴보건대, 「풍수해보험법」제23조를 제외하고는, 법률상의 제도 대부분이 산사태 예방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카테고리다.
그리고 각 제도 간에 중첩(중복)되는 문제는 없어 보이고, 제도간 상호 연계점도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법률의 조문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따른 방재지구 지정 제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47조의2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평가 제도는 (이후 거론하게 되는) 산사태를 직접 규율하는 법령상의 지역 지정 제도라든지 실태조사 제도 등과 각각 중첩(중복)되거나 매우 긴밀한 연계성을 맺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11) 또한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상의 직불금 신청자의 산사태 예방 방지 노력은 직불금 신청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전체 모든 사유림 소유자의 기본적 상시적 책무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며, 산사태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에서 행정청이 아닌 사유림 소유자 등의 산사태 예방 책무에 관한 내용이 대폭적으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지 않는가 판단된다.12)
산사태 문제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제(산사태 문제를 정책적으로 적극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들)로는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사방사업법」, 「산림보호법」이 있고, 산사태를 포함한 재해예방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법률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이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은 산사태 정책에 있어서 사실상 각각 기본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13)
그리고 「산림기본법」도 산림정책의 기본법이 되는 한, 산림에서의 대표적인 재해인 산사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기본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 「산림기본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산사태에 대해 딱히 자세하게 규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림기본법」은 산림 내지 산지에서의 산사태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적 준거점이 된다. 모든 산사태 관련 법제와 정책은 「산림기본법」에 부합되어야 한다.
산림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있는 「산림기본법」을 살펴보면, 가장 최상위 법정행정계획인 산림기본계획을 주목해 볼 수 있다(제11조). 산림기본계획에는 제5호에서 ‘5. 산사태・산불・산림병해충 등 산림재해의 대응 및 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계획의 내용으로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산림정책에 있어 산사태 재해 대응과 복구라는 과업이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서, 「산림기본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임업경영을 도모하기 위하여 산사태를 비롯하여 산불・산림병해충 등 산림재해의 예방・복구와 산림재해로 인한 피해를 합리적으로 보전하는데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당부하고 있다(제15조).14)15) 이 규정의 취지를 더 자세히 구체화하기 위하여 「사방사업법」과 「산림보호법」(산사태 관련 규정 부분)이 별도의 법률로 분법화되어 시행 중에 있는 것이다.
「산림기본법」은 현재로서는 아쉽게도 산림기본계획에 산사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과, 국가 등으로 하여금 산사태 등에 대한 시책을 당부한 것으로 그치는 상황이다. 생각건대, 산림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자연재해 내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재해가 산불과 산사태라 할 수 있는 바, 「산림기본법」에서 산사태 정책의 추진 방향(산사태 예방 – 관리 – 사후조치)이나 기본 원칙을 일러주는 규정까지 명시되어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2)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산사태 정책과 관련하여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급경사지법)도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법률이다. ‘급경사지’는 택지・도로・철도 및 공원시설 등에 부속된 자연 비탈면, 인공 비탈면(옹벽 및 축대 등을 포함)을 의미하는데, 정의 규정상 이와 연접되어 있는 산지도 급경사지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경사지법」은 붕괴・낙석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우려되는 급경사지와 그 주변토지로서 지정・고시된 지역을 ‘붕괴위험지역’으로 정의해 두고 있다. 택지・도로・철도 및 공원시설 등에 부속된 자연 비탈면, 인공 비탈면에 연접된 산지를 포함하고 있고 이 지점에 있는 급경사지에서의 토사 붕괴와 낙석 등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소관 부처가 어디냐를 떠나서) 산사태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법률임이 자명하다.
주의할 것은 「급경사지법」이 급경사지의 지정・관리 및 응급대책 등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기는 하는데, 「도로법」상의 고속국도와 일반국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의 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구조물과 그 부대시설에서의 급경사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경사지법」은 관리기관으로 하여금 소관 지역 급경사지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인에게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제5조), 붕괴위험지역 지정(제6조)16)과, 지정을 위한 현지조사단 조사, 붕괴위험지역에 대한 상시계측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상시계측관리의 결과와 강수량・비탈면의 성상(性狀) 등을 고려하여 주민대피를 위한 관리기준을 제정・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제9조), 어떤 행정기관이 붕괴위험지역에서 관로를 설치한다든지, 철탑을 설치한다든지, 옹벽을 변경하는 행위를 한다든지, 수목을 벌채한다든지 하는 행위 등 급경사지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는 행위와 관련이 있는 인허가를 내주려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소관 관리기관과 반드시 협의를 거쳐 거듭 인허가처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당부하고 있기도 하다(제10조).
그 외에도 관리기관으로 하여금 붕괴위험지역이라는 위험 표지를 설치하도록 한다든지, 붕괴위험지역 정비 중기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든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실시계획도 수립하도록 한다든지, 붕괴위험지역 정비 중기계획과 정비사업 실시계획 추진실적을 행정안전부장관으로 하여금 평가관리의 책임을 맡기고 있다.
그리고, 「급경사지법」은 관리기관으로 하여금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업구역 안에 있는 토지나 물건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근거로 마련해 두고 있다. 그리고 전국단위의 지반재해위험지도를 작성하거나 급경사지 정보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17)
다만, 「급경사지법」에서는 급경사지 재해 발생 ‘이후’에 대한 대책 에 대해서는 딱히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급경사지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후적으로는 관계인에게 관련 시설 사용을 제한하거나 보수보강 등을 요구하는 등의 긴급안전조치를 명령할 수 있으며(제17조), 해당 지역 주민 등에게 대피명령 또는 강제대피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도록(제18조) 하는 정도의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급경사지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편제되어 있기는 한데, 결국은 급경사지의 붕괴와 낙석 등에 대해서 이를 전적으로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다. 행정안전부가 아닌 ’관리기관‘이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방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맡기고 있다. 바로 이 관리주체에는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어촌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도시철도공단, 국립공원공단과 더불어 ‘지방산림청’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급경사지법」은 산림청 소관 법률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지방산림청이 관리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산림청이 지방산림청을 통하여 긴밀히 관여해야 하는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급경사지에서의 토사 붕괴와 낙석에 대하여 지방산림청의 역할을 규율한 법률이고, 급경사지에서의 토사 붕괴나 낙석 등을 산사태로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 사실상 산사태와 다를 바 없는 형태의 재해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규율한 법률이어서 산사태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 산사태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법률이 된다.
많은 부분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법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겠으나, 「급경사지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해 본다면, 첫 번째로, 이 법은 관리기관 외에, 관리기관을 소관하는 산림청,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중앙행정기관과 행정안전부 간의 급경사지 재해 방지나 사후 조치를 위한 상위 기관 간의 협조체계에 관한 사항을 딱히 설정해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전국에 걸쳐 관리기관에 의한 지역적 차원의 파편적・ 개별적 대응체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통일적 대응이 필요한 사항들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행정안전부장관이 각 관리주체의 정비중기계획이나 정비사업 실시계획 추진 실적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갖고 있지만, 평가한 후에 행정안전부장관이 그 다음 뭘 어떻게 할 것인지가 상당히 불분명하고, 관리주체를 모두 아울러 급경사지 재해나 사고 등에 대한 콘트롤 타워로 기능하기에는 법률상 맹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특히 급경사지의 정의 부분에서 ‘자연 비탈면’과 ‘접한 산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인공적인 지점도 있겠지만, 급경사지는 결국 산림과 산지로부터 이어지다가 인공적인 시설 등이 만나는 연접 부분의 비탈면, 경사지에 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급경사지가 수십만 곳 그 이상에 이르고 있고, 그 분포도 전국에 걸쳐 있는 것인 만큼, 이것을 해당 지점을 소관하는 관리기관에게만 전적으로 맡기게 되면 우리나라 국토 전체의 산림이 인공적인 시설과 만나는 부분에 대해 체계적이고 통일된 정책 추진체계를 기대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에 걸쳐 급경사지마다 조성된 시설의 마감처리 공법, 소재, 디자인, 형태, 관리 방식 등이 천차만별 다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이나 여행객 등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상황인 점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세 번째로, 「급경사지법」은 고속국도나 일반국도, 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구조물과 그 부대시설 등에서의 붕괴 내지 붕괴와 낙석 내지 토사유출의 문제와 이에 대한 지역 관리 내지 예방 대책 등은 「도로법」등 각 개별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 관리 주체 내지 시설 조성 주체에게 맡겨두고 있다. 이는 대규모 시설이라는 특성과 사업 주체의 재량권을 고려한 취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대규모 시설 사업이고 사업 주체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해당 시설이 전개되는 현장은 결국은 산림지역과 어떤 식으로든 연접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대규모 시설 사업이 전국에 걸쳐 끝없이 계속해서 기획되어야 하는 한, 무작정 각 개별법의 규정 존재 여부, 각 개별법 상의 사업 주체에 의한 관리 권한이나 재량에 맡겨두는 것이 정녕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시된다.
고속국도나 일반국도, 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구조물과 그 부대시설 중에서 산림과 연접되는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의 급경사지 관리와 시설 조성에 대해서는 산림청이든 지방산림청이든 충분히 관여(공법, 소재, 조형 등에 대한 의견제시권, 협의권 등)할 수 있는 근거를 「급경사지법」이든 「도로법」 등 각 개별법에서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 발전과 국민의 편의 증진을 위하여 대규모 시설 조성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급경사지 관리가 산림 정책과 충분히 연계되고 조화되도록 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18)
한편, 「급경사지법」은 급경사지 붕괴예방지역 정비(붕괴예방시설 설치 등)에 대하여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과의 조화 당부나 자연환경 조화적 공법과 친환경적 소재의 사용, 시설의 조형미 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딱히 명시하고 있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3) 「사방사업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사방사업법」은 산사태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사방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다. 가장 먼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정의 규정 부분이다. 「사방사업법」은 황폐지, 사방사업, 사방시설, 사방지, 산사태, 토석류에 대한 정의를 각각 설정해 두고 있다,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가 붕괴되거나 토석・나무 등의 유출 또는 모래 날림 등이 발생하는 지역으로서 국토의 보전, 재해의 방지, 경관의 조성 또는 수원(水源)의 함양(涵養)을 위하여 복구공사가 필요한 지역을 ‘황폐지’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황폐지를 복구하거나 산지의 붕괴, 토석・나무 등의 유출 또는 모래의 날림 등을 방지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파종・식재하는 사업 또는 이에 부수되는 경관의 조성이나 수원 함양을 위한 사업을 사방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방사업의 유형을 산지사방사업(산사태예방사업, 산사태복구사업, 산지보전사업, 산지복원사업), 해안사방사업, 아계사방사업으로 대상지역에 따라 사방사업을 구분하고 있다.
한편, 산림청장으로 하여금 사방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도지사와 지방산림청장으로 하여금 지역사방사업계획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서, 황폐지 실태 조사, 사방지 지정,19) 국가사업으로서 사방사업 시행,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의 사방사업 시행, 사방댐의 유지・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방사업의 국가 부담 원칙 및 예외와 국고 보조, 사방사업의 설계와 시공시 고려사항과 설계시공 기준 마련, 사방사업의 타당성 평가, 일정 규모 이상의 사방사업 시행시 산림공학기술자의 배치, 공무원의 현지 출입조사, 공무원의 현지 출입조사시 손실보상과 사방지 토지 등의 매수 또는 교환, 협의를 통한 보상금 결정, 사방사업구역 토지 물건 및 물건 및 권리에 대한 수용과 사용, 협의가 어려운 경우 토지수용위원회에의 신청과 재결, 사방사업에 대한 거부와 방해 금지, 사방지 행위 제한, 사방시설 관리와 관리비용 부담, 사방시설로부터 생기는 이익의 수익의 귀속, 사방지 지정 해제를 받으려는 자의 비용 변상, 사방사업 시행 필요 서류 등의 무료열람, 치산기술협회 설치, 협회 사방사업 기술개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방사업법」은 사방사업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적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으며, 재해재난 등으로부터의 사회 안전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그 중요성이 나날이 더해지고 있는 법률이다. 「사방사업법」은 사실상 산림지역에서의 산사태에 관하여 필요한 정책 수단 거의 모든 것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달리 표현하면 ‘산사태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입법론적으로 볼 때 미흡점은 있다. 「사방사업법」이 산사태 정책의 핵심이 되는 법률이지만, 사실상 산사태라고 칭하지만 않을 뿐 그 재해의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급경사지 재해를 규율하는 「급경사지법」과의 관계 설정(법률 간의 관계, 정책과 제도 간의 연계점 설정 등을 의미함)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각 법률을 행정안전부가 소관하는가 산림청이 소관하는가 경계를 구획하는 현실에 기인한 부처소관주의식 입법 관행의 결과가 아닌지 우려된다.
더군다나 「사방사업법」은 앞서 살펴본 산사태 문제를 ‘간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법률들과의 연계점에 대해서도 일체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산사태 정책의 또 하나의 중요 핵심 법률에 해당되는 「산림보호법」상의 산사태 관련 규정들, 재해 대책에 관한 기본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및 「자연재해대책법」과도 전혀 연계되는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법제적 완성도가 떨어진다. 입법적 흠결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사방사업법」도 「급경사지법」과 마찬가지로 사방시설에 대하여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과의 조화 당부나 자연환경 조화적 공법과 친환경적 소재의 사용, 조형 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20)
(4) 「산림보호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산림보호법」은 산림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산림병해충을 예찰・방제하며, 산불을 예방・진화하는 내용 외에도, ‘산사태를 예방・복구’하는 내용도 규율한다. 산사태, 산사태예방, 산사태유관기관, 산사태취약지역,21) 산사태정보체계에 대한 정의를 두고 있기도 하다.
제5장에서, 산림청장으로 하여금 전국산사태예방장기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도지사와 지방산림청장으로 하여금 지방산사태예방장기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제45조의2). 산림청장은 매년 전국산사태예방연두별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여름철 재해대책기간 동안 산림청장 소속으로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산사태예측정보, 산사태위험지도, 산사태 피해범위 예측 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한 산사태정보체계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림청장은 산사태예측정보를 지역산사태예방기관의 장에게 제공하거나, 산사태위기경보를 발령할 수 있고(제45조의6),22) 전국을 대상으로 5년마다 산사태 발생 우려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지역산사태예방기관의 장은 산사태취약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제45조의8). 산사태취약지역에서는 사방댐 등 사방시설을 훼손하거나 설치를 거부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제45조의10). 그밖에 산사태취약지역에 대한 관리와 안전조치, 산사태취약지역 등에 대한 산지 매수 또는 교환, 산사태예방 교육, 산사태 신고, 산사태대응팀 설치, 산사태 발생지 복구, 산사태 피해나 발생 징후를 신고한 자에 대한 포상, 산사태취약지역에에서 사방시설 훼손 등을 한 자에 대한 처벌도 규정하고 있다.
입법론적으로 아쉬운 점을 짚어보면, 「산림보호법」도 「사방사업법」과 「급경사지법」 및 기타 산사태와 ‘간접적’ 관련이 있는 개별법 규정 등과의 관계 설정 내지 연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해 대책에 관한 기본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및 「자연재해대책법」과도 전혀 연계되는 취지를 일체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사방사업법」에 따른 사방사업 기본계획과 「산림보호법」에 따른 전국산사태예방장기대책 및 산사태예방연도별대책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모호하다. 또한, 「사방사업법」상의 사방지 지정 제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방재지구 지정 제도, 「산림보호법」상의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제도, 「산지관리법」상의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지정 제도 제도 등이 어떻게 명확하게 차이를 보이는지,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 유사 제도 간의 관계에 대한 정밀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23) 이러한 유사 제도 간의 연계성 부족, 입법의 중복성 내지 중첩의 문제는 「사방사업법」 제3조의3에 따른 황폐지 실태조사 제도와 「산림보호법」 제45조의7에 따른 산사태 발생 우려지역에 대한 기초조사 제도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어서 「사방사업법」 제6조의2에 따른 사방댐의 유지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규정과 「산림보호법」 제45조의5에 따른 산사태정보체계 구축 규정도 내용적으로 중첩되는 부분이거나 충분히 연계하여 시행될 수 있는 부분인데 법 규정상으로는 연계 취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24)
서로 사실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도가 각기 다른 용어와 표현으로 각각 다른 법률에서 규정되게 되면 법률 집행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사업자나 일반인도 법제를 이해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법령・법체계의 복잡성, 난해성, 중복성 문제는 다양한 행정적・재정적 비효율 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입법의 중복성 내지 연계성 부족 문제가 비단 산사태 관련 법제에서만 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행정법제 거의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산사태와 같은 재해 방지 분야에서는 법제의 중복은 행정의 비효율과 현장 혼란, 재해재난 대응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매우 섬세하게 정비・해소되어야 한다.
산사태 법제에서도 중기적으로 정밀한 진단을 통하여 규정을 「사방사업법」으로든 「산림보호법」으로든 일괄적으로 통폐합(통법)하거나, ‘산사태 예방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법률’등을 제정하여 관련 법률과 규정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정비가 필요하지 않는가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산림보호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사태 관련 규정 부분에서 자연조화, 자연친화, 경관 조화 등을 강조한 규정이나, 이를 좀 더 구체화한 공법, 소재, 조형 기준 등에 관한 언급은 딱히 찾아볼 수 없다.
(5) 「산지관리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산지관리법」에서도 산사태에 대한 몇 가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재해방지시설을 설치하여 산사태 발생 위험이 없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앞서 지정한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을 해제할 수 있다든지(제11조), 보전산지에서 7. 산사태 예방을 위한 지질・토양의 조사와 이에 따른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든지(제12조), 산지전용, 산지일시사용, 토석채취 또는 복구를 하고 있는 산지에 대하여 산사태 또는 인근지역의 피해 등 재해 방지나 산지경관 유지 등에 필요한 조사・점검・검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제37조)을 두고 있다.25) 조사・점검・검사 등을 한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대집행 등을 할 수도 있다.26)
입법론적으로「산지관리법」의 문제점 내지 아쉬운 점을 짚어본다면, 제9조를 들 수 있다. 해당 조문에서는 산림청장으로 하여금 공공의 이익증진을 위하여 보전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산지를 산지전용 또는 산지일시사용이 제한되는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제3호에서 ‘산사태 등 재해 발생이 특히 우려되는 산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지’를 바로 이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의 지정 대상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령」제8조에서는 법 제9조제1항제3호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림을 다시 두 개의 각 호로 구체화하고 있다. 제1호가 ‘산지의 경사도, 모암(母巖), 산림상태 등 산사태위험지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산지’이고, 제2호가 ‘집중강우 등으로 인하여 토사유출의 우려가 높은 산지’이다. 그러면서 이에 연계하여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5조에서 산사태위험지판정기준표(별표 1의2)를 또다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5조와 별표1의2에서 정하고 있는 산사태위험지판정기준이나,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산사태 등 재해 발생이 우려되는 산지에 해당하는 곳은 실질적으로 전국에 걸쳐 매우 방대하다. 따라서 결코 사소하거나 간단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산지관리법」상의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지정 제도는 전국에 걸쳐 산사태가 우려되는 수많은 산림지역을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지정하고 있는 매우 강력한 규제 조항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산지관리법」은 산사태에 관하여 상세히 규율하는 법률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관련된 법률이라고 분류할 수 없고, 산사태 정책에 있어 매우 강력한 규제 효과를 발하는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지정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률로 보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제정 제도 때문에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가 더 복잡하고 산만하고 난해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산지관리법」상의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지정 제도는 「사방사업법」상의 사방지 지정 제도,「산림보호법」상의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제도 등과도 긴밀히 연계되는 지정 제도일 수 있는데, 각 지정 제도가 어떤 연계성을 갖는지, 규정만으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범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산사태 정책이나 법제도의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규율을 위하여 「산지관리법」, 「사방사업법」,「산림보호법」에서의 산사태 관련 규정들의 체계정합성이나 조문의 제도나 취지 간의 연계성 강화, 법령・법체계 복잡성과 난해성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과감한 조문 이관 등 조문 체계 재구성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는가 판단된다.
(6)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각종의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핵심 입법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각종 재난에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모두 포함된다.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 화산활동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의미하고, 조문 해석상 ‘산사태’도 당연히 포함된다.
특히 주의할 부분은, 「재난안전법」은 법률 전반에 걸쳐 ‘산사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행령으로 내려가서, 시행령 별표1의3 에서 ’산사태‘를 언급하고 있으며 산사태의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산림청도 명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률상으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행령에서 자연재난의 범위에 산사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확인)이 가능하다. 고로, 하위법령에서 산사태를 명백히 명시하고 있는 한, 「재난안전법」은 분명 산사태에 관한 기본 정책을 규율한 ’기본법‘의 지위를 갖게 된다.
「재난안전법」은 재난관리주관기관에 대해서도 설정해 두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행령 별표1의3에서는 재난 및 사고유형별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상세히 구분하면서, 산불과 산사태에 대해서는 산림청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되도록 설정해 두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안전에 관한 정보도 적극 공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바, 이러한 책무 이행 주체에는 산림청이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법률 소관 부처이자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은 행정안전부(장관)이 맡도록 되어 있다.27)
「재난안전법」은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중요 정책,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재난사태 선포,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도 두고 있다. 이외에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중기사업계획서(재난 및 안전관리사업) 제출, 사업에 대한 평가, 지자체재난 및 안전관리 사업예산 사전검토,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 안전관리위원회 설치, 재난에 관한 예보경보 등을 위한 재난방송협의회 설치, 중앙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 및 지자체별 지역민관협력위원회 설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수습지원단 파견, 중앙 및 지역사고수습본부 설치, 재난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설치, 재난안전상황실 설치, 재난 신고, 재난 상황 보고, 해외재난상황 보고 및 관리,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수립, 시도안전관리계획 수립, 시군구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을 당부하고 있다.
이어서,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예방조치 의무, 국가핵심기반 및 특정관리대상지역의 지정과 관리,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의 재난방지시설 관리 의무, 재난안전분야 종사자 교육, 재난예방을 위한 긴급안전점검 및 안전조치,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환경 지원, 정부합동 안전 점검, 집중안전점검 기간 운영, 재난관리체계 등에 대한 평가, 재난관리 실태 공시, 재난관리자원의 비축, 재난현장 긴급통신수단 마련, 국가재난관리기준 제정 등, 재난분야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 재난대비훈련 기본계획 수립 및 재난대비훈련 실시, 재난사태 선포, 위기경보 발령,28) 대피명령, 위험구역 설정, 강제대피조치,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지역긴급구조통제단, 해상과 항공 긴급구조, 재난피해 신고 및 조사, 재난복구계획 수립, 특별재난지역 선포, 비용부담의 원칙, 재난지역에 대한 국고보조 지원, 안전문화 진흥 시책 추진, 국민안전의 날, 안전정보 구축, 재난관리기금 적립과 운용, 재난원인조사, 재난상황기록, 재난 및 안전관리 관련 과학기술 진흥시책 수립, 재난안전의무보험 제도29) 등 재난 예방과 사후 대응 및 관리체계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해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산사태에 의한 재난 방지, 산사태 발생시 사후 대응 및 관리에 있어서 「재난안전법」이 당연히 적용되며, 「재난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난관리책임기관과 재난관리주관기관에 산림청이 모두 포함된다.
「재난안전법」에서도 입법론적 관점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산사태가 전국에 걸쳐 수많은 산림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난이거나 인위적 재난(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난 산사태나 산불)이므로 「재난안전법」의 법률 수준에서 ‘산사태’를 대표적인 재난 유형의 하나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난안전법 시행령」 별표 1의3에서는 산사태에 대해 산림청이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설정해 두고 있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급경사지법」에서는 급경사지의 토사붕괴나 낙석 관련 재해의 소관 기관을 지자체나 지방산림청으로,「도로법」등 대규모 시설 사업 관련 개별법에서는 시설 사업 주체를 소관 기관으로 각각 달리 규정하고 있다. 「재난안전법 시행령」에서 산사태 관리 주체를 엄연히 ’산림청‘으로 규정하고 있고, 산사태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한, 급경사지의 붕괴낙석 재해나 도로 등 대규모 시설 사업에서의 붕괴낙석 재해 내지 산사태 재해에 대한 관리 주체의 해석상의 부조화 문제는 모호한 상태로 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난안전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 계획 수립, 조사나 안전점검, 안정정보 구축, 재난방지시설 관리, 위험구역 설정, 재난복구계획 수립 등 다수의 정책 수단 관련 규정들이 모두 「급경사지법」, 「산림보호법」, 「사방사업법」, 「산지관리법」등의 규정들과 어떤 식으로든 중복・중첩되는 문제가 있거나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체계의 복잡성과 난해성을 해소하여야 할 문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입법의 중복성을 해소해야할 문제이다. 입법과정(입안단계)에서의 법률과 법률, 정책과 정책 상호간의 연계성 검토에 대한 부실함(관련된 법률 간의 유기적인 연계-연결고리를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입법자와 입법보조자들의 노력의 부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난 안전과 관련된 법률을 설계할 때는 부처소관주의 법률보다는 다부처소관법률(공동소관법률, 융합법제)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른 법률과의 관계 규정, 즉 법률의 적용 순위 문제에서도 명쾌하지 않다는 점을 포착하게 된다. 재해・재난을 방지하고 상시 관리하는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려는 적극적 입법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법제적으로는 계속해서 부처소관주의식으로 중복적이고 산만하게 법제도를 형성해온 탓이다. 사실상 같은 제도 같은 의미이면서 부처마다 법률마다 서로 다른 용어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입법관행, 법제실무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난안전법」또한 입법의 목적이 재난 예방과 재난 발생시 신속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바, 해당 시설이나 재난복구에 있어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과의 조화나 자연친화적 공법과 소재 및 조형 기준 등에 대한 사항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7) 「자연재해대책법」 상의 산사태 관련 준거
「자연재해대책법」은 태풍, 홍수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주요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재해의 예방・복구 및 그 밖의 대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자연재해・자연재난에는 산사태가 포함되므로 「자연재해대책법」도 당연히 산사태를 규율하는 중요한(직접적 규율을 하는) 법률이 된다. 「자연재해대책법」은 급경사지이든, 산지이든 따지지 않고 산사태 상황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급경사지법」이나 「사방사업법」 등의 공간적・지역적 규율 범위보다 넓다고 할 수 있다.
「자연재해대책법」은 자연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업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 간의 재해영향평가등에 관한 협의 의무, 재해영향평가등의 협의를 하여야 하는 개발계획의 범위, 협의 내용의 이행,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의 재해 원인 조사분석, 재해경감대책협의회 구성,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계획 수립,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 등의 수용과 사용, 풍수해-설해-가뭄-폭염-한파 등 관련 각각의 피해 예방 조치, 재해정보체계 구축, 중앙긴급지원체계 구축, 지역긴급지원체계 구축, 방재관리 계획 수립, 재해복구계획 수립, 복구사업 관리, 방재기술 연구 및 개발(방재기술 진흥계획 수립, 방재기술 실용화, 방재기술산업 육성, 방재 전문인력 양성 등), 지역자율방재단 구성,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 설립, 자연재해 피해사실확인서 발급 등 방대한 정책 수단들을 법제화 해두고 있다.
이에 더해, 「자연재해대책법」은 제12조에서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산사태위험지역 등 지형적인 여건 등으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고시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앙대책본부장으로 하여금 해당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의견을 들은 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소관 시설에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 중 각 호에 해당하는 지역(산사태 또는 토석류로 인하여 하천 유로변경 등이 발생한 지역으로서 근원적 복구가 필요한 지역 등)에 대하여 지구단위종합복구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46조의3).
문제는, 앞서 「재난안전법」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연재해대책법」에서도 사실상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재해대책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정의와 업무, 재해영향평가 제도, 재해 원인 조사 제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계획 수립, 재해정보체계 구축, 방재관리 계획 수립, 방재기술 개발 등의 내용을 비롯하여, 산사태위험지역에 대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 제도(제12조)까지 모두가 각각 「급경사지법」, 「사방사업법」, 「산지관리법」을 비롯하여 「재난안전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유사 제도들과 중복・중첩되는 문제가 있으며, 설령 서로 처음 입법취지가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이 규정들을 집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상호 연계되어야 할 여지가 큰데, 이러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자연재해대책법」은 복구 관련 규정을 말미에 포함하고는 있지만, 자연재해대책의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 조화, 친환경 공법이나 소재 사용과 조형 기준 등에 관한 당부 내용은 달리 마련되어 있지 않다.
(8) 「도로법」, 「건축법」, 「시설관리법」 등 기타 법률 상의 산사태 관련 연계 준거
도로, 건축 등 각종 대규모 시설 관련 개별법이나 인위적 시설물에 대한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개별법들이 다수 시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이나 지구 개발 내지 산업단지・집적지・클러스터 개발 등과 관련된 법률들이 다수 있다. 이러한 많은 개발이나 시설 관련 개별법들도 직간접적으로 토사 붕괴나 낙석 등 재해 예방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한 규정들을 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의 모든 건출물을 규율하고 있는 「건축법」과, 건축물 이외에 산림지역과 접촉면이 가장 많은 시설인 도로를 규율하는 「도로법」을 대표적으로 거론해 볼 수 있다.
「건축법」은 건축에 관한 기본법으로서, 종교시설, 운수시설, 의료시설, 운동시설, 숙박시설, 교정시설, 창고시설, 공장, 묘지 시설 등 거의 모든 건축물을 용도별로 구분하면서 이를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30) 주목되는 부분은 무너져 내릴 우려가 있는 토지에 대지를 조성하려면 ‘옹벽’을 설치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당부하고 있는 부분(제40조제4항)과, 공사 시공자로 하여금 대지를 조성하거나 건축공사를 하기 위하여 토지를 굴착・절토(切土)・매립(埋立) 또는 성토 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 변경 부분에 대해 공사 중 비탈면 붕괴, 토사 유출 등 위험 발생의 방지, 환경 보존,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해당 공사현장에 그 사실도 게시하도록 하고 있는 부분이다(제41조제1항).
한편, 「도로법」의 경우, 낙석방지시설 등 도로에서의 재해 예방 및 구조 활동을 위한 도로부대시설을 도로의 부속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제2호). 여기서 낙석방지시설은 산사태예방시설이면서 용어만 달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제3조제2항에서는 도로관리청으로 하여금 도로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도로를 건설 또는 관리할 때 ‘2.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제5조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3. 도로의 환경친화적 건설 및 지속가능성 확보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있으며, 도로관리청으로 하여금 도로건설・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이 계획에 ‘5. 도로 주변 환경의 보전・관리에 관한 사항’과 ‘6. 도로의 경관(景觀) 제고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편, 「도로법」에서는 도로의 구조 및 시설, 도로의 안전점검, 보수 및 유지・관리의 기준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되, 도로공사에 따르는 자연생태계의 훼손 및 인근 주민 등의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제50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는 매우 많은 법률에 걸쳐 상당히 중층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이 관리 범위가 다른 각각의 법률을 소관하면서 상호보완적인 법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 인공 비탈면, 행정안전부는 주택지 옹벽 및 축대, 산림청은 자연비탈면을 주로 관장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엄밀하게 해석・적용해 보면 사실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지 않다.31)
긍정적으로 보면, 산사태에 대한 정책적 대응 체계가 입법・법제적으로 매우 곰꼼하고 상세하게 갖춰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보면, 산사태 관련 법제가 너무 많은 법률에서 여기저기 산만하고 어수선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동일하거나 관련이 깊은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하나의 법률(법령)에서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선진적인 법제이자 정책 추진 체계일 수 있는데, 산사태 정책에서는 그런 점이 미흡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사태 법체계가 산만하고 어수선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제도의 중복적인 규정, 유사한 제도 간의 중첩의 문제 여지가 크다. 입법의 중복성은 예산의 중복 편성과 지출을 유발하고, 조직과 인력을 중복 편성하게 하며, 이중 삼중으로 행정력을 투입하게 하고, 하나의 성과나 실적을 각 관리기관별로 이중적으로 평가하는 등 기만행정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국민의 삶을 옥죄는 이중삼중의 규제 요인(혹은 그림자규제)으로 작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재해재난 안전 분야에서는 법체계의 산만함은 치명적인 잠재적 위험 요인일 수 있다.
현재 산사태 정책은 여러 법률에 걸쳐 유사한 계획 수립 제도32), 구역 지정 제도, 정보체계 구축 제도, 조사 제도, 관리 제도 등이 제각각 형성되어 있다. 물론 해석상 두 법률 간의 제도가 정확히 동일한 것은 아니고 어느 하나의 제도가 다른 어느 하나의 제도에 포섭되거나, 동시 실시가 가능하거나, 어느 하나를 이행하면 다른 제도는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의 관계에 있기도 하다.
그동안은 산사태 등 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를 형성하는 데 급급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여기저기 각 법령에 산개해 있는 유사한 제도, 연계가 가능하거나 필요한 제도의 관계를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주고, 중복되는 것은 없는지, 과감히 삭제(폐지)하거나, 통합(조문 이관)33)시키거나 하는 등의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입법관행이 계속해서 다른 부처와의 협업, 다른 법률상의 정책과의 관계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고, 부처소관주의식으로 조문을 구성하거나, 일단 하나의 법률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조문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관행 때문에 법률과 법률, 제도와 제도, 정책과 정책, 행정과 행정 간의 연계성이 거의 고려되지 않은 법률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관행은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조장하고 행정작용의 규제화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사태 정책도 그러한 입법관행의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산사태 법제는 적어도 「산림보호법」, 「사방사업법」, 「급경사지법」 간의 연계성과 정합성34)을 높이는 작업이 정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해 예방과 산림정책의 기본법인 「재난안전법」, 「재해대책법」,「산림기본법」과의 연계성과 정합성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복잡하고 난해한 법체계를 간소화하고 수범자가 쉽게 관련 규정들을 찾아보거나 법률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35)36)
아울러, 「산림보호법」과「사방사업법」에서는 ‘산사태’를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가 일시에 붕괴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산림・산지에서의 토사 붕괴 현상을 산사태로 빈번하게 지칭하고 있으나, 「급경사지법」에서는 산사태에 대한 별다른 정의 없이, ‘붕괴위험지역’, ‘재해’, ‘붕괴・낙석 등’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산사태’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38)하고 재해 상황을 달리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택지・도로・철도 및 공원시설 등에 부속된 인공 비탈면에서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택지・도로・철도 및 공원시설 등에 부속된 자연 비탈면이나 이와 연접한 산지에서의 재해상황이라면 이것을 굳이 ‘산사태’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용어 구분 내지 용어 혼선은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의 서로 소관 영역을 구분하려는 암묵적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법률상 용어의 부처칸막이화, 이중화 현상은 ‘산사태’만이 아니라 앞서 지적한 다른 유사 제도가 사실상 다른 표현으로 불리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야 할 법제가 미묘하게 부처 간의 경계치기에 의해 기이하게 형성되어가는 한 단면은 아닌가 우려된다.
한편, 「도로법」이 규율하는 고속국도나 일반국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규율하는 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구조물과 그 부대시설 등은 해당 법률에 따라 정해진 관리주체가 낙석방지시설 등 안전관리를 하도록 맡겨져 있는데, 향후에는 각 주요 시설 관련 개별법 내에 해당 시설이 산림지역을 이용하거나 연접되어 있는 경우에는 연접된 지역에서의 산사태 등 재해 방지를 관리주체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산림청(지방산림청)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거나, 사전에 협의할 수 있거나, 긴급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시정 요구, 긴급 조치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건축법」이나 그밖에 각종 산림을 포함한 지역 개발, 조성 등과 관련이 있는 법률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산림청의 관여 권한, 협력 당부 취지 등을 명확히 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도로 등 대규모 시설들은 전국에 걸쳐 산림을 훼손하거나 산림과 연접되는 지점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이를 시설 사업자나 관리주체에게만 산사태 등 재해 방지 업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에서 산사태 예방시설이든, 사방시설이든, 붕괴예방시설이든, 낙석방지시설이든 간에 재해 예방을 위해 시공되는 모든 시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연환경・자연경관과의 조화를 매우 중시하도록 원칙화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사회적으로 충분히 합의된 기술과 공법 및 소재(재료) 사용, 조형(형상과 규모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 등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취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 나가는 방안을 반드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산사태 예방시설의 자연조화를 위한 법제 개선 방향
인간의 삶은 거의 대부분 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이용하는 속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개발이나 이용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루거나, 자연환경이 최대한 보전한다는 강력한 전제 위에서 필요 최소한에 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은 법률 내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투영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산림 등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주요 입법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41)42)43)
이외에도, 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거나 시설을 설치할 때, △ 자연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당부하거나, △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당부하거나, △ 자연친화적인 방향으로 추진되거나 설치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당부하는 입법례들도 점증하고 있다.44)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사업이나 시설을 전개하는 데 있어 △ 자연친화적인 ‘기술, ’공법’이나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여야 함을 당부한 규정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은 개발, 시설, 환경 등과 관련된 법률에서 조금씩 점증・확산되고 있다.45)
다만,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달성될 것을 요구하는지, 어느 정도의 자연친화적 공법이나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 집행시의 해석과 담당 공무원 등의 재량, 의지에 맡겨져 있고,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그 집행 양상도 천차만별 다양하다. 딱히 이를 어겼다고 해서 제제 규정이나 처벌 조항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법적 규범력은 미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법례들이 조금씩 등장하는 것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원론적 선언적 수준에서 한 걸음 더 진척시킨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공공사업이나 시설물 등을 설치하는 데 있어 특정의 공법이나 소재까지 법으로 상세히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입법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각종 공공시설의 외연 내지 조형, 디자인에 관한 사항까지 어느 정도 형태와 수준을 구현할 것을 규범화해 놓고 있다.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인 입법례다.46) 이 법에서 도시지역 등에 설치되는 각종의 공공시설물47) 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그 디자인을 세심하게 검토하여 설치하도록 당부하는 법률까지 입법화하여 시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입법적 고뇌가 여기에까지 이르고 있는데, 정작 자연환경과 맞닿게 되는 수많은 현장의 시설물들에 대해서는 공법이나 소재 내지 조형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도록 당부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불필요하다거나 과도하고 지나친 입법이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산림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자생식물과 흙・돌・나무 등 자연재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까지 마침내 2019년 1월에 신설된 상황이다.
오히려, 기후위기 등에 직면하고 산림 등 자연환경의 중대성이 강력하게 재인식되어야 할 작금의 시기에, 많은 법률에서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당부하여야 하고, 나아가 각 개별법 내에 자연환경 내지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위해 사용되는 공법이나 소재 및 조형 기준 등 관련 규범들이 더더욱 구체적으로, 비중있고 상세하게 규정되어 갈 필요가 있다.
각종의 공공사업을 추진하거나 공공시설들을 설치하는 경우 이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거나, 소관부처의 검토를 받게 하거나, 일정한 절차를 거치게 하거나 하는 것만을 법으로 정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은 자연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러한 영향이 현재 기후위기, 환경파괴 등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인위적인 활동이 자연환경과 조화되게 하거나, 자연환경에 영향을 최소화되도록 하거나, 이를 위해 최적화된 공법이나 소재 및 조형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 법체계 내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 되어야 할 규범 사항은 아닐까 여겨진다.
이러한 취지는 산사태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분야, 산사태 관련 법령・법체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산림기본법」, 「급경사지법」, 「사방사업법」,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 등에 각각 각종의 시설 설치 행위, 산사태 등 재해 예방 시설 등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경관과 최대한 어우러지며, 자연친화적인 공법과 소재 및 조형미를 지향하도록 하는 취지를 필요충분한 분량과 규범적 표현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어서 개발 관련 법제, 건축 및 시설 관련 법제, 도로 철도 등 인위적인 절개지나 경사지를 부득이하게 많이 생기게 되는 사업을 규율하는 개별법 등에 자연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경관과 최대한 어우러지며, 자연친화적인 공법48)과 소재 및 조형미49)50)를 지향하도록 하는 취지를 각각 적절하게 명문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51)
Ⅲ. 결론
현재 산사태 관련 법제는 필요충분하게 마련되어 있다고 평가되지만 다소 복잡하고 중복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여러 법률 간의 중복성을 해소하고, 관련이 깊은 조문 간에 연계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밀한 법령 정비 작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비 방향에 따라 산사태 문제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제정법률을 입법화하는 방안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산지가 많은 지형구조상 기상기후 여건에 영향을 받아 자연적으로 산사태빈도가 전국에 걸쳐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인구가 비좁은 국토 안에서 생존해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위적인 산업활동을 영위해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산림 등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간섭이 클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간섭은 산림에 대한 훼손과 형태 변경으로 이어지고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경사지, 급경사지, 절개지 등을 파생시킨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걸쳐 자연적 현상의 결과이든 인위적인 대처의 미흡에 의한 것이든 산사태 예방 및 관리 정책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산사태를 비롯한 여러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행정적 대응체계 마련에 집중하다보니, 관련 법률이 부처별로 다소 산만하게 형성된 측면이 있고, 각 법률의 내용 상당 부분이 중복・중첩되거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부실했고, 제도 정비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간과되어 왔다. 가장 최적화된 법령・법체계는 재해 예방과 사후 조치라는 본연의 목적을 중심으로 이에 필요한 가장 일반적, 공통적, 기본적인 원칙과 정책 방향 등을 「산림기본법」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정한 후, 산사태 등 각 재해 유형별로 개별법을 하나씩 하나씩 별도로 제정하는 법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해재난을 대처하기 위한 법률들을 행정안전부, 환경부, 산림청 등 부처별로 소관주의로 고수할 것이 아니라, 총리실(혹은 부처 협의의사결정체)을 콘트롤타워로 하고 모든 부처가 동일한 재해 유형에 대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또 협력하거나 공동대응하여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식으로 법제를 전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적어도 산사태는 전국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중대 재해에 해당되므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여기저기 산만하게 얽혀있는 법체계를 최대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비하거나, 혹은 법률간의 연계성과 정합성 등을 명확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사태에 관해 직접 규율하는 법률들도 그러하거니와 산사태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개별법 등에서 산사태 정책이나 산사태 예방 시설의 자연조화 원칙을 비중있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을각성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등 재해 예방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정책적 사회적 역량이 여기에 투여되어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국에 걸쳐 모든 경사지, 절개지 등에 기계적・일률적으로 계단식 구조물, 철조망을 치거나 콘크리트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 산사태 예방은 매우 중대한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사태의 예방 정책과 이에 사용되는 실질적 조치들이 자연환경의 아름다움 내지 미적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이어도 무방하거나, 자연경관과 그다지 조화되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52) 지금 당장 전국 곳곳에 수십만 수백만 개의 산사태 예방시설들을 설치해 나가는 것은 재해 예방을 위한 불가피하고 중요한 과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설들을 설치할 때마다 이제는 그 주변 자연환경,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조금 더 엄격하게 경주해야 할 때다. 해당 지점의 자연 상황과 어울리는 공법, 소재와 재질, 능선이나 지형의 곡선과 어울리는 시설물의 높이와 형태, 자연과 최대한 어울리는 조형미 등을 매우 신중하고 중요하게 취급해 갈 필요가 있다.
전국 곳곳에 걸쳐 방대하게 설치되어 있는, 크고 작은 규모로 설치되고 있는 산사태 예방시설은 우리 일상을 살아가면서 눈여겨보는 지점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를 둘러싼 매우 방대하게 형성되어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경사지, 절개지 마다 관리주체가 시공해 놓은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공법과 소재와 형상이 중구난방이고 주변 자연환경이나 자연경관과 조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기이한 마감 공법이 마치 당연하고 불가피한 것처럼 강요되고 있고, 전국으로 무비판적으로 계속해서 확산・답습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설이 오로지 재해 예방에만 초점을 두는 시공되고 그 외의 관점이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형성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전국에 걸쳐 미적 감각이나 자연환경과의 조화미 등이 결여된 시설들이 계속해서 형성되면 이를 결코 되돌리기 어렵다.
문제는 비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머리를 맞대어 본다면 산사태 시설은 감내할 수 있는 비용 수준에서 재해 예방 기능과 자연과의 조화미를 얼마든지 동시 구현할 수 있다.
요컨대, 향후 산사태 시설에 대한 기술이나 공법, 소재나 재료, 자연환경 및 자연경관과의 조화, 미적 감각을 갖춘 조형 기준 준수 등의 사항을 매우 중요한 규범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원래 재해 방지 시설은 이 정도로 시공되는 것’이라는 재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루한 기존의 틀을 개고 사회 전반에 걸쳐 서정과 감성미를 회복시켜주는 새로운 시도, 감성정책이 필요하다.
산사태를 막는 시설을 전국 곳곳에 잘 갖추어 둔 것이 산림 선진국이 아니라, 그런 시설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항구적으로 미적 아름다움을 깃들게 하거나 자연경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 인간의 감성과 서정에 자극을 주고, 경관 전체의 조화에 기여하고, 그런 작은 것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나라를 녹색복지국가, 감성경관 선진국이 되게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산림청(한국임업진흥원) 산림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2021345C10-2323-CD01)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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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 한국입법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연구분야는 법정책학, 행정법학, 헌법학, 산림법, 뉴질랜드법, 사회혁신론 등이고, 저술로는 “법률 모델의 유형적 분류에 관한 새로운 접근”, “헌법개정과 국법체계 변화: 법령의 숲” 등 다수가 있다(nzsunsetview@gmail.com).
김준순: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연구 분야는 산림환경경제학이고, 주요 저술로는 “산림 생태계서비스 가치 적용을 위한 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BS) 유형 구분 및 특성 분석” 등 다수가 있다(jskim@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