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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Journal of Environmental Policy and Administration - Vol. 28, No. 1, pp.119-141
ISSN: 1598-835X (Print) 2714-060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Mar 2020
Received 15 Jan 2020 Revised 21 Jan 2020 Accepted 17 Feb 2020
DOI: https://doi.org/10.15301/jepa.2020.28.1.119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및 반응

배현회* ; 한승혜**
*주저자, 교신저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공동저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
Plants’ Perspectives and Responses to the PRTR
Hyunhoe Bae* ; Seunghye Han**

초록

국내에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제도(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s, PRTR)가 도입된지 20년이 지났으나, 이 제도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높지 않다. 또한 이 제도의 도입 후 각 사업장의 배출량 변화를 보면 그 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던 미국의 경우 도입 이후 20년간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화학물질의 배출 총량은 점점 감소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이 제도가 국내에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에 주목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의사결정과 이해관계자들의 영향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과 달리 국내의 사업장들의 경우 시장의 압력보다는 제도적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대한 경영전략으로 배출량 공개에 대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국내 사업장이 PRTR을 통해 환경성과를 높일 수 있게 함에 있어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후속 조치가 요구된다.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에 대한 PRTR 정보의 가시성을 높이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Abstract

Two decades have passed since the establishment of the Public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s (PRTR) in Korea, but the level of public awareness of the program is not high. Also, since the establishment of the PRTR, the total amount of emissions from facilities has increased consistently. Conversely, total emissions of toxic chemicals have declined dramatically in the U.S., where the system was first adopted. This is despite significant economic growth in the U.S. in the 20 years since its adoption. Noting that Korea did not see the same success, this study conducted a survey of corporate officials who are in charge of reporting the PRTR data for their facility. The survey results showed that, unlike in the U.S., the facilities tended to respond to the PRTR information disclosures requirement with management strategies to deal with various risks, such as predictable institutional changes. The facilities opted against adopting countermeasures to market pressure. Therefore, in order to increase the effectiveness of the PRTR, institutional follow-up measures based on the reported information should be implemented at the government level. In addition, the visibility of PRTR information should be enhanced for the emission reduction effect to work well in the market.

Keywords:

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s(PRTR), Information Disclosure, Hazardous Chemicals, Voluntary Reduction

키워드: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제도, 정보공개, 유해화학물질, 자발적 감축

I. 서론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목록을 공개하는 제도는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어 성과를 나타낸 이후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미국에서 이 제도는 Toxics Release Inventory(TRI)라는 이름으로 1987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의 도입 배경에는 인도 보팔에서 있었던 대형 가스누출사고가 있다. 미국의 화학기업인 유니온 카바이드사는 인도 보팔에 살충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공장에서 1984년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하룻밤 사이에 2,8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전체 20만 명에 피해를 입혔다. 이러한 사건은 사업장의 본사가 있는 미국 내에도 화학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왔으며 주변의 위험물질에 대해 알 권리를 주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1986년 Emergency Planning and Community Right-to-know Act(EPCRA; 긴급명령 및 대중의알 권리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 법에 근거하여 다음해에 도입된 것이 TRI이다. 미국 사회에 각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목록이 공개되자 주가가 변동하는 등 외부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으며(Hamilton, 1995), 나아가 첫 공개 이후 2007년까지 미국 경제가 95%의 성장을 이룬 동안 총 유해화학물질의 배출량은 61%가 감소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국내에 TRI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TRI의 성공 이후 1992년에 있었던 리우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에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배출목록 구축 권고 항목이 포함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에서 이를 이행하기 위한 지침서를 채택하였다. OECD는 1993년대부터 화학물질의 배출량을 조사하고 공개하는 제도인 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PRTR)을 각 국가에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1) OECD회원국을 중심으로 이 제도가 세계 각국에 전파되었다. 국내에서 시행중인 PRTR 또한 한국의 OECD 가입(1996년 12월)에 따른 후속조치로 도입되었다.2)

이러한 PRTR제도는 국내에서 1996년 시범조사를 시작으로 그 대상 업종과 사업체 규모를 점차 확대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도 도입 후 약 20년이 지난 현재 PRTR의 성과를 보면 미국의 TRI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7년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 수준은 2005년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6년의 총 배출량은 57,248톤으로, 2005년 47,299톤과 비교할 때 배출량이 21.0% 증가하였으며, 조사대상기업의 기준이 현행과 같아진 2013년과 비교해도 약 12.7%가 증가하였다.3) 국내의 현황은 경제성장이 급격했던 시점에도 유해화학물질의 배출량에 큰 감소를 기록한 미국 TRI의 사례와는 반대되는 결과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국내에 정착하면서 각 사업장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어떻게 인식되고 작동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화학물질배출을 결정하는 각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현행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제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국내에서의 PRTR이 시행됨에 따라 어떠한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또한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제도가 화학물질 감축의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1.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의 작동원리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공개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될 수 있는 유해물질의 배출량을 일반대중에 공개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제도는 주변의 위험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도입되었으며, 이를 통해 부적절한 다량의 유해물질 배출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중에 유해정보를 공개하였을 경우 발생하는 부정적인 현황의 개선은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작동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오염상황을 알게 된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지역주민, 주주, 지방정부를 포함)의 요구에 의해 기업이 점차 적정한 수준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 이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또 다른 경우는 공개된 정보를 통해 기업이 자신의 실제 배출량 수준과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고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는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설명된다.

1) 경제학적 관점

경제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화학물질 배출량을 공개했을 때 시장논리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배출량으로 조절된다. 이러한 논리는 Coase의 정리(Coase Theorem)와 관련한 후속 연구들로부터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Coase의 정리는 환경문제와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시장논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Coase, 1960). 기업이 유해물질을 배출하여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행위를 어떻게 제약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 기업의 행동으로 인해 환경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기업의 행동을 제약하는 경우에는 역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상호성을 갖게 된다. Coase(1960)는 이러한 상황에서 두 당사자 사이에 거래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합의를 통해 사회전체의 후생을 극대화 시키는 수준으로 외부효과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유해화학물질 배출에 대한 문제는 주민, 주주, 정부와 같은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유해화학물질 배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업과의 협상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Coase의 정리에서 전제하는 거래비용이 매우 높은 상태이므로, 이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제도적 변화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한승혜 등, 2014). 배출량 정보의 공개는 이러한 거래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즉, PRTR은 기업이 배출하는 유해한 물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공개된 정보를 통해 주변의 유해환경을 확인하게 된 이해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 압력을 넣거나 협상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하며, 이에 따라 기업은 배출량을 줄이게 된다. 만약 기업이 배출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공개된 정보는 이해관계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보공개가 잘 작동하는 경우에는 다른 규제가 없더라도 시장에 의해 배출량이 사회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점차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경영학적 관점

경제학적 관점에서 외부의 압력에 의해 전체적인 배출량이 조절되는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면, 경영학적 관점에서는 기업이 PRTR을 시행함에 따라 능동적으로 배출량을 조절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한다. Lyon and Maxwell(2004)은 기업이 추가적인 비용을 감수하면서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는 것을 이윤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으로 보았다.

기업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다. Porter and van der Linde(1995)에 따르면 기업은 환경오염과 관련한 규제를 마주했을 때, 경영혁신을 통해 효율적인 해결점을 찾는다. 각 기업의 화학물질 배출량이 공개되면 기업 또한 PRTR을 통해 어떤 물질을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현황을 바탕으로 공정상의 비효율을 개선하여 결과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게 된다. 또한 환경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앞선 Coase의 주장처럼 주민이나 기업의 주주, 지방정부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되며, 기업은 주민이나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압력과 지방정부의 규제 등 미래에 있을 행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앞으로 예측 가능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전략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게 된다.

2. PRTR과 관련한 선행연구

PRTR은 미국에서 최초로 실시되고 정착되면서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프로그램의 효용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미국의 TRI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유독성 물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데이터가 외부에 공개됨에 따라 발생하는 이해관계자의 반응, 그리고 그에 따른 기업의 대응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다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Hamilton(1995)은 TRI 시행 초반에 공개된 기업의 주가가 평균적으로 하락함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주주의 반응은 결국 기업의 오염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졌다(Graham and Miller, 2001; Khanna et al., 1998; Konar and Cohen, 1997). Terry and Yandle(1997)의 연구에서는 오염배출의 감축이 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학력수준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또한 사업장과 주변의 지역사회, 정부, 언론 등과의 관계에 주목한 많은 연구들은 TRI가 오염의 피해를 입는 집단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며, 지역사회와 정부의 부정적인 압력을 피하기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오염을 줄인다는 점을 확인하였다(Kraft et al., 2011; Bae et al., 2010; Cohen and Santhakumar, 2006; Bui, 2005). TRI는 공개 이전 시점의 배출량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의 진정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나(Bennear and Coglianese, 2005), 그럼에도 많은 연구에서 TRI를 성공한 정보공개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Fung and O’Rourke, 2000; Hamilton, 2005; Klyza and Sousa, 2008; Press and Mazmanian, 2010).

국내의 경우 전면적인 배출량 정보공개가 실시되기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준비기간이 있었다. 따라서 PRTR과 관련된 연구도 전면 공개가 이루어진 2010년대에 들어 진행되어왔다. 국내의 연구에 따르면 PRTR의 공개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같이 가시성이 높은 사업장에서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한승혜 등, 2014). 또한 배출되는 물질의 유독성을 고려하였을 경우에는 정보의 공개 이후 사업장이 유의미하게 유해성이 높은 물질의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유상욱·배현회, 2015).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연구들은 공개 전후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보공개와 기업의 반응을 확인하는 연구에 국한된다. 해외의 연구들을 고려해볼 때 국내의 PRTR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반응이나, 정보가 공개된 상황에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의식한 사업장의 행동을 포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실제 사업장들이 화학물질 배출량을 조사하게 되면서 어떠한 문제가 있고 어떠한 이해관계자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설문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Ⅲ. 국내의 PRTR 인식

1. 설문의 개요

1) 목적

본 연구는 국내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정책의 도입과 그에 따른 각 사업장의 대응 상황에 대한 설문결과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배출량 공개가 정착되어있는 해외의 선행연구들은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가 가지는 효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고 있다. 선행 논의들을 요약하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고, 기업이 위치해있는 지방정부나 이해당사자인 주주, 지역주민 등이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활용을 통해 Coase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의 오염배출 수준이 사회 전체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까지 감축할 수 있다.

국내의 화학물질 배출량 수준은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였던 기간에도 TRI를 통해 발표된 화학물질 배출량이 점차 감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며, 이는 배출량 공개 이후 적정 배출량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즉, 국내의 PRTR이 Coase의 정리에 의한 시장에서의 적정 배출량에 이를 수 있도록 정보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행 PRTR이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PRTR이 도입됨에 따라 기업이 배출량 조절의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부분에 대해 고려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대상인 각 사업장의 응답을 통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받는 이 제도가 국내에서는 어떻게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고찰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2) 설문 대상 특성

본 연구에서는 2016년 PRTR을 통해 화학물질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는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종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환경문제와 같이 기업에 부정적인 부분에 관련된 설문조사들의 응답률은 대부분 20%에도 미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Andrews, 2006; Delmas and Toffel, 2004), 이러한 문제는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려는 행동으로 설명된다(Kraft et al., 2011). PRTR은 기업의 화학물질 배출 수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그 주요 내용인 화학물질의 배출량이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 사업장의 답변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인지하고 답변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응답 사업장에 대해 2004년과 2012년 사이의 배출량 정보에 근거하여 <그림 1>과 같이 독성을 분석해주는 유인책을 제공하였다.4) 설문의 대상은 해당 업종 사업장 중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일관되게 배출량 조사 대상에 속했던 338개 업체이며 그 중 103개 업체에 직접 설문응답을 문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사에 응한 사업장은 직접 문의한 103개 업체 중 32개로 조사대상 중 약 31.1%에 해당한다.

<그림 1>

설문응답 사업장에 제공한 독성분석 자료 예시

설문에 응답한 32개 사업장의 특성을 보면, 배출량 조사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사업장이 많았다. 응답사업장 중 75%인 24개소는 배출량 조사 전담직원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사업장의 규모와도 연결 지을 수 있는데, 총 응답 중 대기업 소속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업장이 13개소(40.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각 사업장의 종사자 수는 응답하지 않은 2개 사업장을 제외하면 25명에서 1,000명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며, 100인 미만 사업장이 9개소, 100~300인 미만 사업장 11개소, 300인 이상 사업장 10개소로 나타났다.

배출량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은 정부 및 규제당국(23개소, 71.8%), 모기업(21개소, 65.6%)과의 논의 혹은 접촉을 하게 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정부를 제외한 이해관계자(주민, 소비자, 주주 등)와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4개소~9개소 사이로, 정보공개가 이루어진 후에도 주요 이해관계자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각 사업장이 화학물질 배출량을 보고함에 따라 경험한 내용과 함께 배출량 공개로 인해 가지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해 세부적인 문항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를 다음 절에서 살펴본다.

설문응답 사업장 개요

2. 설문 결과

1)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화학물질 배출량의 정보가 매년 정부에 보고되고 외부에 공개되면서 이는 각 사업장의 다양한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중 기업이 가진 전반적인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그림 2>와 같이 정보공개가 가져올 수 있는 8개의 긍정적 영향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은 배출량 공개가 가져올 수 있는 8가지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보다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 특히 화학물질 배출량을 산정하고 보고하게 됨에 따라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증가하였다는 부분에는 응답사업장의 59.3%인 19개 사업장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사업장은 2개소에 그쳤다. 또한 언론, 시민사회, 규제당국과의 의사소통 증대에 사용되거나, 배출량 감축의 목적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거의 없고 부정적인 답변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 외의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인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보다는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와 같은 부정적으로 답한 사업장이 많았다. 이러한 견해를 미루어 볼 때 많은 사업장이 PRTR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지침에 따라 배출량을 보고하는데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업장과 비교 및 분석이 가능하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과 동일하게 나타나, 사업장 간의 정보 비대칭은 일정 수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정보비대칭의 완화가 화학물질 배출량의 감축이나 각 사업장의 대응성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화학물질 배출량 보고 시스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사업장 응답 현황

반면 <그림 3>에서 화학물질 배출량 보고로 인해 겪게 된 사업장의 어려움에 대한 문항을 살펴보면 많은 사업장이 현행 보고에 대해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전체 32개 사업장 중 25개소, 78.1%). 각 사업장의 응답을 보면 시간과 비용의 부담 다음으로 배출량 산정 방식이 불명확함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 연간 보고 체계에 대한 각 사업장의 신뢰가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앞선 긍정적 역할에 대한 결과와 사업장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종합할 때, 각 사업장은 제도가 가진 긍정적인 부분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년 많은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가지고 배출량 보고를 수행하고 있다.

<그림 3>

화학물질 배출량 보고 과정에서 접하는 어려움에 대한 사업장 응답 현황

2)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치는 영향요인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이론적 논의들에 따르면 정보공개는 단순히 배출량을 확인하여 위험에 대비하게 할 뿐 아니라 정보를 공개하여 시장에서 오염수준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Lyon and Maxwell(2004)이 정리한 것처럼 기업에 부정적일 수 있는 배출량 정보가 공개될 때 기업은 전략적으로 미래에 있을 문제에 미리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국내의 PRTR이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설문에서는 배출량 정보가 공개된 후 사업장이 각각 (1) 사업장 내부의 문제를 개선, (2) 시장의 이해관계자 반응을 고려, (3) 정부나 당국의 규제, 화학물질 배출과 관련한 소송 등에 대비하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가를 확인하였다.

사업장에서 배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적인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비용의 절감, 사고 방지, 그리고 사업장 내 종사자의 안전과 동기부여 측면으로 구분하였다. <그림 4>의 설문결과를 보면 종사자의 안전과 동기부여 측면, 사고가능성에 대한 우려 측면은 배출량 절감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답변이 많았다. 반대로 비용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배출량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다는 답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종사자의 안전 및 동기부여와 화학사고의 가능성이 화학물질의 배출에서 직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이며, 화학물질 배출량을 조사하게 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비용의 절감은 다른 두 항목과 반대로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많아, 많은 사업장이 화학물질 배출량을 비용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사업장 문제 개선

다음으로는 각 사업장이 배출량 공개 후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확인하였다. Stephan(2002)의 연구에 따르면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해당 기업과 지역사회가 주요 행위자가 되며, 투자자나 시민단체, 언론, 지방정부 등이 중재자로써 개입하게 된다고 보았다. 설문에서는 시장에서의 기업의 환경성과에 대한 명성, 기업의 직접적인 상대방인 지역주민, 시장을 대변하는 소비자와 투자자, 그 외에 언론, 시민단체의 6가지 항목이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림 5>의 결과를 보면, 각 사업장은 배출량이 공개되었을 때 언론, 시민단체, 소비자, 기업의 명성, 지역주민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하게 반응하고 있는 반면, 이와 관련한 투자자의 반응은 중요하게 보는 사업장이 많지 않았다. 결과는 국내의 배출량 공개와 투자자의 반응 사이의 연결성이 낮음을 예상하게 하며, 이는 미국에서 TRI가 처음 공개된 후 주요 관련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던 상황(Hamilton, 1995)과는 대조적이다.

<그림 5>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시장반응 의식

다음으로 규제, 소송과 같은 배출량 공개에 따라 발생할 수 있을 미래의 부정적인 문제에 대한 각 사업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그림 6>과 같이 ‘정부의 추가적 규제’, ‘추후의 소송 및 책임 가능성’, ‘기존 규제에의 순응 및 적발 위험성’으로 구분하여 설문에 포함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모든 항목에 대해 절반 이상의 사업장이 중요하다고 답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응답을 한 사업장은 3~5개소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 볼 때 각 기업은 배출량 공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이나 규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6>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규제 및 소송책임 의식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면, 배출량 공개 이후 각 사업장들은 직접적인 안전 측면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이를 통해 비용의 절감을 이루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는 사업장이 적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화학물질 배출에서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화학사고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다각도로 의식하고 있으나 시장의 중요한 관계자인 투자자의 반응과 배출량과의 관련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우와 다르게 배출량 공개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기존연구에서는 국내의 경우에도 부정적인 환경정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곽승준·석승우, 2001; 김명서 등, 2010). 따라서 현재 국내의 PRTR은 주식시장에 반영될 만큼 가시성이 높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배출량이 공개됨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나 소송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업장이 의식하여 배출량을 결정하고 있었다. PRTR이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배출량 정보의 보고체계라는 점에서 사업장은 이 자료를 기반으로 정부의 규제가 이어질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공개된 자료의 가시성이 낮다 하더라도 소송과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활용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사업장이 정보 공개 이후 미래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을 높인다.

3)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다음으로는 각 사업장이 배출량의 공개와 관련하여 있었던 경험을 묻는 설문을 진행하였다. 각 경험들 역시 앞선 배출량 결정의 고려 항목과 유사하게 (1) 사업장 내부에서의 배출량 개선, (2) 시장의 각 관계자들의 반응, (3) 정부가 보인 규제나 지원 등에 대한 경험으로 구분하였다.

사업장 내부의 배출량 개선 부분에서의 경험은 <그림 7>과 같이 정보 수집 과정에서 배출량을 줄일 여지를 발견하였거나, 배출량 자료에서 자체적으로 추세 등을 분석한 경험으로 구분하였다. 배출량 등 기업 내부 문제의 개선은 각 응답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따라서 PRTR이 시행된 후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활용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7>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배출량 개선

배출량 공개에 따라 사업장이 경험할 수 있는 시장의 반응으로는 언론의 부정적 보도,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의 항의, 소송 및 법적보상과 관련한 접촉 등으로 그 결과는 <그림 8>과 같다. 배출량 개선 경험과 대조적으로 각 사업장의 시장의 반응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앞서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을 확인한 결과와 유사하게 PRTR이 외부에 대한 가시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사업장과 주변의 지역주민 사이의 관계가 TRI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Staphan, 2002), 유해화학물질의 배출에 대한 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이러한 당사자들 사이의 협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업장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도 활용되게 된다(Staphan, 2002; Bae et al., 2010). 설문의 결과에서 사업장은 주요 관계자인 지역주민의 영향력을 체감하지 못하였고, 더불어 PRTR을 통해 공개된 배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이나 협상의 움직임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외와 국내의 사업장이 다른 환경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8>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시장의 반응

마지막으로 정부의 규제나 권고, 또는 지원을 받은 경험은 <그림 9>와 같이 나타난다. 이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의 사업장이 배출량을 기반으로 앞으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Lyon and Maxwell(2004)이 주장한 것처럼 기업이 예상되는 미래의 불이익에 대해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배출량 자료에 기반하여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거나 권고를 준 경험은 많지 않았다. 또한 응답 사업장의 경우 화학물질 배출과 관련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정보를 제공받는 경험도 없었다. 이를 미루어 보면 기업은 PRTR이 시행되면서 이후 발생할 불이익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관련 정부기관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규제 혹은 지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9>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정부의 규제 및 지원 관련

종합적으로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은 주로 스스로 배출량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개선하거나, 정부의 규제를 우려하여 전략적으로 감축을 한 경험에 국한된다. 이는 Lyon and Maxwell(2004)의 논의와 같이 기업이 PRTR에 마주했을 때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스스로 감축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러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외에 주요한 당사자가 주는 압력이나 협상의 움직임은 각 사업장의 응답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미국의 TRI가 알권리에 초점을 두고 도입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제도는 사회적으로 그 원형인 TRI와 다르게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유사한 내용을 골지로 하여 시행되는 제도이지만 국내의 상황에서 정착하면서 그 역할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Ⅳ. 결론

본 연구는 국내의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 프로그램인 PRTR과 관련하여 이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PRTR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데 초점을 두었다. 국제사회에 전파된 PRTR의 원형인 미국의 TRI는 화학물질이 가진 위험성을 고려하여 주변의 위험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입되었다. TRI가 도입된 후 다양한 연구들은 정보공개가 주식시장의 반응, 지역주민의 반응, 언론의 반응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Konar and Cohen, 1997; Khanna et al., 1998; Graham and Miller, 2001). 국내의 경우 OECD가입과 같은 세계화의 일환으로 PRTR을 도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차이가 있고, 그 만큼 설문의 결과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반영되어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각 사업장은 PRTR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보고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PRTR의 효과는 실제 사업장에서는 부분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적정한 배출수준을 달성하는 메커니즘이 설문의 결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이 TRI 시행 후 즉각적으로 주식시장의 반응이 나타난 것처럼 기업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반응을 주시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국내의 사업장들은 배출량 공개를 투자자의 반응과 관련하여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각 사업장들이 배출량과 관련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거의 접하지 못했고, 지역주민, 시민단체의 항의나 소송 및 법적보상을 위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결과는 배출량 공개 이후에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반면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사업장이 대응하는 것은 설문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사업장은 배출량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비효율을 개선하고, 추세를 확인하는 등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장들이 다수 있었으며, 배출량 자료의 보고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의 규제에 미리 대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현재 PRTR은 기업의 경영전략에 반영되어 배출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게 하나, 시장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PRTR은 미국의 제도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사업장의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강력한 동인은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실시될 수 있는 정부의 규제가능성이다. 그러나 많은 사업장이 정부의 배출량 감축유도나 권고 등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지속적으로 PRTR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후속조치가 없다면 기업은 비용을 들여 배출량 감축을 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TRI를 보충하는 차원의 다양한 조치를 하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사업장의 반응을 가져온다(Bui, 2005). 따라서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의 공개가 국내에서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PRTR 자료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고려가 필요하다. 국내의 결과를 보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주주 등이 자료를 활용하여 사업장을 견제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는 제공되는 자료의 형태와도 관련을 지을 수 있다. 공개된 정보는 그 형식이나 내용적 측면에서 어떻게 공개되고 있는가에 따라 그 활용의 수준에 차이가 발생한다(Weil et al., 2006). 실제 PRTR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공개하는 형태를 보면 각 사업장의 배출총량을 중심으로 게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 물질에 대한 상세한 지식과 검색도구의 활용법에도 익숙할 필요가 있다. TRI의 경우 정부가 중개자로서 자료를 이해 가능한 형태로 변경해서 일반 지역주민의 활용성을 높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독성정보를 지리적으로 표현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여 직관적으로 주변의 화학물질 배출을 확인할 수 있다(한승혜·배현회, 2018). 이처럼 지역주민, 투자자, 소비자 등을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도적인 개선을 한다면, 현행 PRTR에서 잘 작동하지 않았던 시장에 의한 배출량의 조절 또한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는 데이터상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데, 설문에 참여한 사업장이 소수에 불과하며 가시성이 높은 대기업도 많이 포함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러한 설문결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편향되었을 우려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정적인 정보, 특히 환경오염과 관련된 정보를 드러낼 수 있는 설문에 대해 기업은 응대하지 않을 경향이 높다(Kraft et al., 2011). 따라서 본 설문의 결과에도 PRTR에 대해 잘 대응하지 못한 사업장들의 의견이 누락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사업장의 의견이 대부분 포함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설문의 결과를 보면 각 사업장이 화학물질 배출 후 여전히 PRTR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높지 않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도 공개된 정보가 활용되지 않는 부정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즉, 설문대상이 편향되었을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응답이 현 제도의 미흡한 현황을 드러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설문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있다.

Notes
1) 미 환경청 홈페이지(https://www.epa.gov/) 내용 참고.
2)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https://icis.me.go.kr/prtr/) 내용 참고.
3) 2013년도 조사시점부터 조사대상이 30인 이상 기업에서 1인 이상 기업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2013년 당시의 총 배출량은 50,767톤이다(화학물질안전원, 2017).
4) 분석 내용은 총량공개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각 화학물질의 독성을 고려한 인체유해성 점수의 추이로, 미국환경청에서 개발한 Risk Screening Environmental Indicators(RSEI) 모델에 근거하여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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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회: 2010년 미국 Syracuse University에서 행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행정학과에서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Do plants decrease pollution reduction efforts during a recession? Evidence from upstate New York chemical plants during the US great recession”(2017), “Information and coercive regulation: The impact of fuel mix information disclosure on states’ adoption of renewable energy policy”(2018) 등 다수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정책분석, 도시계획 등이다(hhbae@yonsei.ac.kr).

한승혜: 2014년 연세대학교 일반대학교 행정학과에서 행정학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주요 논문으로는 “정보를 이용한 화학물질 위험 관리 연구”(2018),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공간적 활성화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는가?: 창신·숭인 및 성수지역을 중심으로”(2019) 등이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도시정책, 정보제공정책 등이다(orchid02@yonsei.ac.kr).

<그림 1>

<그림 1>
설문응답 사업장에 제공한 독성분석 자료 예시

<그림 2>

<그림 2>
화학물질 배출량 보고 시스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사업장 응답 현황

<그림 3>

<그림 3>
화학물질 배출량 보고 과정에서 접하는 어려움에 대한 사업장 응답 현황

<그림 4>

<그림 4>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사업장 문제 개선

<그림 5>

<그림 5>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시장반응 의식

<그림 6>

<그림 6>
배출량 공개 후 사업장의 배출량 결정에 미친 영향 – 규제 및 소송책임 의식

<그림 7>

<그림 7>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배출량 개선

<그림 8>

<그림 8>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시장의 반응

<그림 9>

<그림 9>
배출량 공개와 관련한 사업장의 경험 – 정부의 규제 및 지원 관련

<표 1>

설문응답 사업장 개요

구분 문항 응답분포 구분 문항 응답분포
전담직원 배치여부 배치 24 (75.0%) 대상별 연 1회
이상 논의 사업장
정부/규제당국 23 (71.8%)
미배치 8 (25.0%) 모기업 21 (65.6%)
대기업 여부 대기업 13 (40.6%) 지역주민 9 (28.1%)
그 외 19 (49.4%) 시민단체 7 (21.9%)
사업장별 종사자 수
(미응답 제외)
50인 미만 4 (13.3%) 투자자 등 6 (18.7%)
50~100 5 (16.7%) 국회의원 등 6 (18.7%)
100~300 11 (36.7%) 소비자 4 (12.5%)
300인 이상 10 (33.3%) 언론 4 (12.5%)